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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우크라이나 조기 총선의 결과와 정치적 시사점

우크라이나 박정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2014/10/30

조기 총선의 실시 배경

  2014년 10월 26일 우크라이나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되었다. 이번 선거는 독립 이후 7번째로 실시되는 총선이었으며, 8월 26일 포로쉔코(Poroshenko) 대통령의 전격적인 의회 해산 결정에 따라 진행된 선거였다. 주지하듯이, 2014년 우크라이나 총선은 유로 마이단 사태의 최종적인 귀결점이나 다름없었다. 유로 마이단 시위에서 분출된 대중들의 단합된 투쟁력 덕분에 우크라이나에서 정치권력의 교체와 더불어, 새로운 의회가 출범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주지하듯이, 포로쉔코 대통령은 유로 마이단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실시된 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산하 정당이 2012년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관계로 의회 내에 자신의 직할 정치세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의회 내에서는 신정부에 우호적인 정치세력들인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 연합’(UDAR), 자유당(Svoboda), 조국당(Fatherland) 등이 연대하여 의회 다수파 연합을 결성하면서 행정부와 정치적 보조를 맞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포로쉔코는 집권 이후 정국 장악력을 크게 증진시킴과 동시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라는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다. 결국 의회 내에 여당 결성, 즉 신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지지기반 확보가 이번 조기 총선의 주요한 실시 배경이라고 하겠다.

선거운동 과정의 주요 변수

  2014년 9월 26일 우크라이나 중앙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기 총선에 참가할 목적 아래 총 29개의 정치 단체들이 정당 명부에 대한 등록을 완료했다. 우크라이나 중앙 의회인 ‘라다’(Rada)의 전체의석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25석이 정당명부비례 대표제(의석 배분 기준선: 정당 지지율 5%)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들은 의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한 달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식 선거운동을 전후하여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변수들이 등장했다. 첫째, 9월 15일 친정부 성향의 정당들 간에 정치적 합종연횡이 이루어졌다. 클리츠코(Klitschko)의 ‘우다르’와 포로쉔코의 ‘연대당’(Solidarity)이 전략적으로 선거연대를 결성했으며, 일명 ‘포로쉔코 블록’(Poroshenko’s Bloc)으로 총선에 참여했다. 둘째, 9월 10일 의회 내에서 다수파 연합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었던 ‘조국당’이 분열되었다. 야쩨뉵(Yatsenyuk) 총리와 투르치노프(Turchynov) 국회의장이 조국당을 탈당하여 인민전선(People’s Front)을 창당했다. 이들은 신생정당의 대표자로서 총선에서 티모쉔코(Tymoshenko)가 이끄는 조국당과 치열한 정치적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셋째, 2012년 총선에서 제1당의 위상을 차지했던 ‘지역당’(Party of Regions)은 이번 선거에 참가하지 않았다. 지역당 지도부는 총선 참여문제에 대한 정통성 시비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의 내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거 불참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다만, 지역당 출신의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모여서 ‘야당 블록’(Opposition Bloc)을 결성하여 총선에 참여했다. 야당 블록의 대표자인 유리 보이코(Yuriy Boyko)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의 정치 블록은 특정 정당을 대표하지 않으며, 개별적인 정치인들의 선거 연합체에 불과하다. 넷째, 지역구 의석 225석 가운데 198개의 지역 선거구에서만 투표가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27개 지역구 의석의 결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크리미아 공화국(12개), 도네츠크 주(9개), 루한스크 주(6개) 등 총 27개 지역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조기 총선의 결과 분석

<표1> 주요 정당의 조기 총선 결과

정당명

대표자

정당지지율

예상 의석수

의석증감(2012년 총선 대비)

포로쉔코 블록

비탈리 클리츠코

21.81%

132

+91

인민전선

아르세니 야쩨뉵

22.17%

83

+83

자조당

안드리 사도비

10.99%

33

+33

야당 블록

유리 보이코

9.37%

29

+29

급진당

알렉 야쉬코

7.44%

22

+21

조국당

율리야 티모쉔코

5.68%

19

-82

출처: Kyivpost와 Wikipedia 자료에서 정리.

  <표1>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에서 5% 의석 배분 기준선을 통과한 정당은 총 6개였다. 이 중에서 야당 블록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5개 정당들은 유로 마이단 시위의 정치적 후견 세력들이었다. 따라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조기 총선에서 친정부 성향의 정치세력들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새로운 선거구도와 정치적 상황이 본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2012년 총선과 비교 시에, 2014년 조기총선에서는 동부 지역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크리미아 공화국과 돈바스 지역에서 약 480만 명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불참했다. 이와 함께, 동부 지역 유권자들은 서부 지역 유권자들에 비해 투표 참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동남부와 북서부 지역들 간에 투표율 측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게 되었다.       
  여기서 조기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정당들에 대한 선거 분석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시점에서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통령의 직할 정당이 제 1당이 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정당 지지율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지만, 지역 선거구에서의 압승(132개 지역 선거구에서 69석 차지)을 토대로 새로운 의회 다수파 연합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포로쉔코 블록의 승인은 과거 야누코비치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데 있었다. 이들은 마땅한 선호 정당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정국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포로쉔코 블록을 선택했던 것이다. 둘째, ‘인민전선’과 ‘자조당’의 예상 밖의 대약진을 들 수 있다. 이들 정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했으며, 사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2~3배나 높은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놀라운 반전을 이루어 냈다. 이들의 예상을 초월한 정치적 성공은 유로 마이단 지지자들인 키예프 시민들과 서부 지역 유권자들의 견고한 신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 이는 야쩨뉵 총리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자조당 소속 인사들에 대해 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었다. 자조당의 경우 기존 정치인들을 배제한 시민 활동가 중심의 정당이어서 유권자들에게 진정성과 참신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셋째, 조국당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조국당의 분열과 티모쉔코의 노회한 이미지가 선거 패배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하겠다. 그 결과 조국당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던 티모쉔코의 정치적 입지는 대폭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야당 세력이 정치적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전 시기까지 우크라이나 의회의 터줏대감이었던 지역당의 총선 불참과 더불어, 공산당의 의회 입성이 실패하고 말았다. 야당 블록이 유일하게 새로운 의회에 진입하게 되었지만, 이들의 정치적 비중은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극우 민족주의 정당의 정치적 추락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총선에서 ‘스보보다’와 ‘프라비 섹토르’는 의회 입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들의 극우적 성향과 지나친 폭력성은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안정을 기대하고 있었던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서부 지역 유권자들은 2012년 총선에서 자신들의 대안세력으로 선택했던 ‘스보보다’대신에 새로운 정치세력인 ‘자조당’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기 총선의 정치적 시사점

  이상을 종합해 볼 때, 2014년 우크라이나 조기 총선에서 나타난 정치적 시사점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대체로 포로쉔코 대통령과 야쩨뉵 총리에게 국민적 신임을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회복을 기대하면서 신정부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유로 마이단 정치세력들이 급부상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친정부 세력들이 다수파 연합을 구성하여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은 중도주의 성향의 정당들이었다.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된 거의 모든 총선에서 중도주의 정당들은 가장 큰 지지를 받아왔던 정치 세력들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별다른 예외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의 의회 진입 실패도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시해주었다. 정당 지지율 1위에서 4위를 차지한 모든 정당이 총선을 대비해 새롭게 창설된 정치조직들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공산당과 지역당의 의회 진입 실패 및 조국당의 세력 축소는 새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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