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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독립전쟁 60주년을 맞이한 현대 알제리 사회의 이중성과 딜레마

알제리 임기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4/11/03

2014년 11월 1일은 알제리 독립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언젠가부터 알제리 독립전쟁 일은 국내에서도 <알제리 독립전쟁>이란 영화를 통해 알려졌고,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한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졌다. 알제리인에게도 이날만큼은 종교적 축일을 제외하곤 가장 의미가 깊은 날이다. 1830년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 132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배받으며 국민의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혔지만 적어도 이날을 기점으로 알제리 국민들은 스스로의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알제리 독립전쟁>은 알제리의 <민족해방전선>(FLN)이 15만 명 정도에 달하는 병력을 구축하여 무장 투쟁을 일으키면서, NATO의 지원을 받아 80만 명의 병력을 알제리에 투입한 프랑스에 맞서 8년을 싸운 전쟁이다. 알제리 국민 100만여 명 사망, 70만 명 투옥이라는 유례없는 격전을 벌였고, 이 와중에 프랑스군 전사자도 1만 2천여 명에 달했다. 1962년 독립했지만 8년간의 양국 전쟁은 현재까지도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프랑스에 대한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제리 사회에서 국민들의 자긍심인 독립전쟁에 대해 곳곳에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나서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독립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 되는 해로써 전국에서 대규모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수도 알제 곳곳에서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열렸으며, Mohamed Belouizdad 도서관에서는(10월 26일~11월 3일) 도서 및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여 당시의 역사적인 사진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El Mougar 영화관을 비롯한 알제 시내 영화관에서는 알제리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등을 상영하여 알제리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3D 영상을 통해 불꽃놀이와 다양한 행사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대규모 행사 또한 진행하였다 (Algerie-Focus 2014.11.1.) 반면 이런 외형적인 축제 행사 이외에 알제리 사회에 그동안 잠재해 있던 소수자의 목소리가 알제리 독립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전면에 등장하였다. 특히 알제리 내 소수 부족인 카빌족, 모자비트족을 위시한 베르베르족의 정체성 요구, 최근 며칠 동안 알제리 경찰들의 집단 파업과 곳곳에 만연해 있는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이날을 기점으로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프랑스의 알제리 대사관 앞에서도 알제리인의 인권과 소수부족 인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이외에도 실업과 여성의 문제, 사회정의의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알제리 독립전쟁이 그저 국가의 독립을 자축하는 사건이 아니라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집권 정당인 FLN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의 논평을 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Tout sur l'Algerie 2014.10.31.).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서인지 알제리 독립전쟁 60주년 특별 메시지를 통해 대국민 결속과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다.1) 특별히 알제리 내의 치안과 그 위협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는데, 자신의 병세 악화로 인한 국내에서의 빈번한 테러가 자칫 지금까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과거 독립전쟁 때 알제리를 위해 싸운 유공자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젊은 세대들이 독립전쟁의 가치와 교훈을 되새겨 국가를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을 주문하였다(APS 2014.11.01.) 하지만 국민들은 언제까지 <알제리 독립전쟁>이란 슬로건을 통해 애국심과 민족주의 감정만을 부추기고 국민들의 일반 정서를 도외시할 것인지를 지적하고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날도 아닌 독립전쟁 기념일에 알제리 곳곳에서 시위와 불만 어린 논평과 성명서를 내는 데에는 그동안 기성세대와 권력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독립전쟁의 가치가 훼손되고 일방적인 체제만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알제리에서 독립전쟁 세대들이 여전히 알제리 사회의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립 전쟁이 알제리인의 자부심임은 틀림없지만 이들이 60년 동안을 정치, 군, 정보부 및 심지어 경제 사회의 전 영역을 장악하며 저지른 또 다른 만행에 젊은이들은 분노와 좌절을 겪고 있다. 특히 알제리 독립전쟁이 내건 가장 중요한 슬로건 중 하나가 ‘인권’과 ‘평등’ 문제로 대프랑스 항쟁의 동인이 되기도 했다. 국가는 이와 같은 ‘인권’과 ‘평등’의 기치 하에 민주주의 주권국가 알제리, 이슬람 국가 알제리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60년 전 독립전쟁 당시 국민들을 규합할 수 있었던 구호였다.2) 그런데 6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알제리 내의 ‘인권’과 ‘평등’ 문제는 어떤가? 많은 국민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고, 국민들, 더 정확히는 세대 간, 성별 간, 부족 간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주 동안 알제리 경찰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는데, 공권력 안정에 최우선으로 해야 할 치안 병력이 파업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감이 극에 달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주 전부터 독립전쟁 기념일 당일까지 대통령궁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처우개선은 알제리 전역에서 발생하는 시위로 인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열악한 대우 등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알제리 곳곳에서 시위가 하루도 발생하지 않는 날이 없고, 이들에 대한 진압이 이제 공권력의 통제 권한 밖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11월 1일 알제시에서만 30여 명의 일반 시위대 가담자가 체포되어, 가장 거룩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축제 행사와 시위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알제리 독립전쟁 사건과 알제리의 현대사회에 대해 공교롭게 한 신문의 칼럼은 <알제리 독립전쟁, 유일 정당과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날카롭게 현대 알제리 사회의 이중성을 지적하였다(El Watan 2014.11.01.). 독립 이후 10명의 대통령은 모두 군과 유일 정당 FLN 출신이었다. 2012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인 벤 벨라와 샤들리 벤제디드 대통령의 사망, 2013년 4월 알리 카피 전 대통령의 사망에 이어 이제 남은 전 현직 대통령은 단 두 명, 라민느 제루알Lamine Zeroual(1941~ )과 현 부테플리카 대통령뿐이다. 게다가 현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출혈성 궤장으로 대중 앞에 나설 수도 없지만, 군과 FLN의 보호 아래 알제리 최장수 대통령(15년)으로 등극하고 있다. 이제는 독립전쟁 세대들이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를 주어 새 시대에 맞는 국가 건설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들이 물러난다고 해도 군과 정보부에 의해 젊은 세대들이 기회 자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알제리 내 인권 및 평등 문제는 여전히 요원하며 부정부패가 만연할 것이라는 게 대중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곳곳에서 세대 간, 부족별, 지역별 충돌은 물론 지하디스트에 의해 알제리 사회가 공격받아 자칫 독립 이전보다 더 가혹한 상태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독립전쟁 6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할 알제리 사회가 기성세대의 역할을 끝내고 젊은 세대에게 어느 정도 역할을 물려줄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군과 정보부, FLN이 과연 양보하거나 타협점을 찾으려 할 것인가? 프랑스로부터 독립은 이루었지만, 독립전쟁 당시 내건 슬로건은 여전히 알제리 내에서 해결될 기미가 요원해 보이고 인접 마그레브 국가들의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진정한 독립과 사회 안정을 이뤄야 할 알제리사회의 딜레마, 그것은 이제 내부 문제에 달려 있다.

 

 

 

1)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올해 들어 단 두 번만 국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7월 5일 독립기념일과 11월 1일 독립 전쟁 기념일인데, 이 날은 국민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대변하는 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El Watan 2014.11.02)

2) FLN은 1954년 10월 31일 밤 알제리 국민들에게 대프랑스 투쟁을 독려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무쟁 투쟁의 목표는 인권’과 ‘평등’의 기치 아래 민주주의 주권국가 알제리, 이슬람 국가 알제리를 건설하는 것이며, 목적은 국내외에서 알제리 독립전쟁의 정당성과 국민들의 결집을 요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투쟁방식, 프랑스인의 거취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1er novembre 1954 : le texte integral de la declaration du Secretariat general du F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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