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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서민의 눈으로 국가를 보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서명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조교수 2014/10/29

인도네시아는 세계 유명 언론이나 투자기관이 장차 세계 경제를 견인할 국가 그룹으로 꼽은 MIKT(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MAVINS(멕시코·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공), 그리고 CIVETS(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공)에 모두 포함되는 유일한 국가다. 또한, G20에 참여하는 유일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국제무대에서 점차 정치,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인도네시아가 최근 인도네시아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선 후보인 조코 위도도(53, 일명 조코위)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 선택은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에서 통용되는 국가 통치 원리가 힘에 기반을 두어야한다는 암묵적 합의에 의문을 제시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 면적의 무려 22배에 달하는 17,0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군도 국가이자 2억 4천만 명의 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4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다른 종교를 믿고 있다. 더불어 약 300여 종족 및 언어로 일부 지역에서는 분리 독립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는 매우 복잡한 사회 구성을 지니고 있다. 이질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거대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강력한 힘이라는 논리가 지난 반세기 넘게 인도네시아를 지배해왔다. 조코 위도도의 등장은 그런 힘의 시대를 가름하였다. 그는 이제는 힘이 아니라 합의를 말하고 있다.

조코위의 대선가도는 평탄치 않았다. 중앙 정계에서의 정치적 입지가 약하다는 사실이 대선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그가 속한 투쟁민주당이 총선에서 제1당이 되긴 했지만, 지지율이 채 20%가 되지 못했다는 점, 심지어 대선을 위한 연정에서조차 그의 연합(207석)이 대선 경쟁자 쁘라보워수비안또가 이끄는 연합(353석)에 비해 원내 의석수가 현격히 뒤처졌다. 그럼에도 조코위는 대선을 승리로 이끌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즉 정치는 정치인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증명했다.

인도네시아 정가를 움직이는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 명문가, 종교 명문가, 대기업, 혹은 군부 장성 출신인 것에 반해 조코위는 기존 정치인들과 판이한 배경과 방식으로 각종 선거에서 승리했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계에 빚이 없는 그를 통해 민주주의적 지도자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경제계도 대체로 조코위가 선거 공약으로 내건 개혁 방안에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해외 투자 유치와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그의 부패에 대한 개혁 의지는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조코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인도네시아 언론 Jakarta Post가 지적했듯 조코위의 승리와 쁘라보워의 대선 결과 불복에 각국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중국, 인도 등은 조코위에게 당선 축하를 보내는데 다소 늦은 반면 미국, 말레이시아, 호주는 즉시 축하를 전했다는 점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코위에게 직접 전화하였고, 그와 함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네시아 대선에 대해 공정한 선거였다고 언론에 논평한 것은 불복을 선언한 쁘라보워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시아 회귀 전략을 펼치며 필리핀을 교두보로 삼은 미국에게 아세안에서 주도적 위치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전략적인 대상이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란 점에서 중국의 관심 역시 지대하다. 앞으로 조코위가 대미·대중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가는지가 그의 외교적 감각과 능력을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조코위에게 거는 국내외의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앞날에 비관적인 전망 역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조코위 개인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그가 처한 정치 환경의 가변성이다. 그의 일천한 정치 경력은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수립, 특히 외교나 국방 분야를 제대로 다루어 본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덧붙여 지난 4월 총선 결과로 야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점한 정치 환경에서 조코위가 국가적 사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지 주목받고 있다.

준비되었다는 정치 지도자가 우호적인 정치 환경에 있다고 해서 성공적인 정치 인생을 펼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코위의 가장 큰 장점은 그의 능력이 출중하기보다 그 능력을 누구를 향해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어필한 그의 친서민적 이미지는 성공적인 선거 캠페인의 결과라기보다 그가 정말 서민이기에 가능했다. 조코위는 앞으로 5년 동안 인도네시아 건국 이후 가장 주목받는 실험을 할 것이다. 바로 서민이 하는 합의에 의한 통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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