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 비공식부문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 연구의 필요성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재훈 한국개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12/01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은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민간부문(Private Sector)은 대부분이 취약하고, 또 공식부문(Formal Sector)은 구직 인구를 충분히 흡수할 능력이 없어, 전체적으로 높은 실업률이란 부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급격히 증가하는 청년 실업자 수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특히 노동적령기 청년 인구의 증가율이 빠른 아프리카에서는 청년 실업이 커다란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경제는 청년층의 일자리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지 못하기에 이들은 생존을 위한 일자리를 비공식부문에서 찾는 것이 보통이다. 비공식부문에 관한 몇몇 연구는 개발도상국에서 비공식부문의 규모가 일반적으로 GDP의 35~50% 정도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7년 OECD의 보고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비공식부문이 2002/2003 회계 연도 기준 GDP의 평균 약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비공식부문의 총생산이 공식부문과 거의 같은 규모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경향은 OECD 국가(16%)를 제외한 중남미(43%), 아시아(30%), 중·동부 유럽과 구 소비에트 지역(40%)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케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그 비중이 GDP의 34.3%, 이 부문이 제공하고 있는 일자리가 약 77%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약 60%가 18~35세의 청년층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통 높은 실업률은 높은 범죄 발생률과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기에 비공식부문의 정치·경제·사회적 완충장치로서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부문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단발적으로 수행되어온 것이 전부이다. 비공식부문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1972년 국제노동기구의 연구에서부터 비롯된 후 이 부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아주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연구의 초점으로 주목받았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그 결과, 비공식부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종종 사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물론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 부문에 대한 연구의 단발성, 비지속성을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마사·첸은 비공식부문에 대한 주류사회의 전통적인 인식, 즉 산업의 발전과 함께 비공식부문은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찾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도태되기는커녕 현대화와 산업발전이 진행될수록 비공식부문 역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공식부문이 공식부문과 유리(遊離)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으나 실제는 공식부문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공식부문을 바라보는 학계 및 정부의 시각은 바뀔 필요가 있다. 이는 공식부문은 정부의 규제가 가능함과 동시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가능한 부문이고 비공식부문은 정부의 규제가 불가능하며,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분법적인 기존 개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케냐의 비공식부문은 1986년 당시 다니엘·아라프·모이 대통령이 나이로비의 카무쿤지 지역에 소재한 비공식기업 밀집지역을 방문하면서 케냐 경제의 한 주체로서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게 된다. 케냐 정부는 “Economic Management for Renewed Growth”라는 1986년 제1차 회기보고서에서 비공식부문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으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비공식부문”이란 용어 대신 “주아-칼리(케냐의 키스와힐리어로 ‘혹독한 태양’이란 사전적 의미이지만, 실제로는 손님의 요구가 있으면 무엇이든 고치거나, 어떤 일이든 수행하여 주는 사람이란 뜻)”란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1989년 케냐 정부는 “A Strategy for Small Enterprises Development in Kenya: Towards the Year 2000”이라는 문서에 비공식부문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적시하는 등 이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표시하기 시작하였으며, 이 보고서에 인지된 애로사항은 케냐 비공식부문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설계의 기초자료가 되었다. 비공식부문의 발전을 위한 대한 케냐 정부의 정책적 관심은 1992년 “Small Enterprises and Jua Kali Development in Kenya”라는 제2차 회기보고서로 이어졌으며, 이후 이 보고서는 케냐에서 비공식부문 발전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의 기본개념이 되고 있다.

불법적인 경제 부문으로 종종 치부되어 온 비공식부문에 정책적 초점이 두어질 필요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비공식부문이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실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노동기구는 1972년 연구에서 비공식부문에서 활동하는 업체는 용이한 진입 장벽, 토착 자원에의 의존성, 가족 소유 기업, 소규모 업태, 노동집약적이며 자체적으로 변형한 기술의 활용, 공식교육시스템 외에서의 기술 습득, 미등록기업이며 극심한 경쟁시장에서의 활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대표적 특징을 도출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적지 않은 숫자의 비공식부문 기업이 국내는 물론 국경 너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공식기업에 버금가는 높은 생산·출하 역량을 지니고 있는 등 기업 규모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어 국제노동기구가 인지한 비공식기업은 소규모 기업이란 일반적인 특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급격히 성장하는 아프리카 도시에서의 비공식부문의 확장과는 약간 양상이 다르지만 국경 간 비공식 국경무역(Informal Cross-Border Trade, ICBT)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9년 우간다의 공식 수출(Formal Export)은 약 15억 6,700만 불이었던 반면 비공식 수출(Informal Export)이 약 15억 5,800만 불로 보고되고 있어, 대외교역에 있어 비공식 무역의 비중이 공식 무역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비공식 국경무역은 그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간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비공식 국경무역의 규모는 2005년 1.3억 불에서 2009년 16억 불로 급격히 증가하였고 비공식 무역에 따른 무역수지 또한 약 15억 불로 급증하였다. 우간다와 접경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 케냐, 르완다, 수단, 탄자니아 및 인근 국가인 부룬디 등 국경무역 대상국 중, 특히 수단과의 비공식무역이 수출 약 12억 불, 수입 약 574만 불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공식 통계에 기반하고 있지만, 에티오피아의 경우 낙타, 소, 염소, 양 등을 포함한 가축 수출은 매년 160만 마리 정도인데, 이 중 약 140만 마리가 비공식 루트를 통하여 국경 밖으로 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 에티오피아의 경우 이와 같이 비공식 루트에 의한 가축교역은 연간 약 2,500만 불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잠비아와 말라위 접경의 므와미-음친지 지역에서는 주로 농산물에 의한 비공식 교역이 놀랍게도 월 250만 불 정도의 규모로 추산된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양상이 다르기는 하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라위, 모잠비크,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등 동부 아프리카 및 남부 아프리카의 경우 옥수수, 쌀, 콩 등 곡물이 주 교역품목이며, 수단,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지부티의 경우는 주로 가축이, 베닌, 모리타니아, 차드, 카메룬, 니제르, 말리, 세네갈, 기니아, 코트디부아르, 가나, 시에라리온 등 서부 아프리카의 경우 모든 종류의 상품 교역이 비공식 무역통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보따리상이나 개인이 곡물이나 저가 전기·전자제품, 중고 옷가지 등을 반입하여 실수요자와 거래하는 것이 보통이나, 최근에는 컨테이너에 의한 반입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공식 기업이 수출한 물품이 적법하게 관세를 내고 국경을 통과하기도 하는 등 비공식 국경무역의 형태와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면 이 같은 비공식 국경무역을 바라보는 대한 학계나 정책담당자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 AfDB)은 단기적 혹은 중기적 시각으로 비공식 국경무역은 빈곤완화와 지역적 식량 안보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OECD 역시 아프리카에서의 비공식 국경무역이 사회적인 포함 및 기업가 정신의 생성, 개발 및 발전, 지역 무역 활성화 및 식량 안보, 수입증대와 직업기회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및 정책담당자는 비공식 국경무역이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의 산업 및 경제 개발에 장애요소가 될 것임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공식 국경무역이 공식 무역업자 등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는 불공정경쟁을 유발하여,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투자와 비즈니스의 기회를 빼앗고,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전체적인 민간부문 개발과 국가 경제의 발전 기회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공식무역이 건강 및 안전, 그리고 환경 법률 및 정책의 외곽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로 이 같은 정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 및 식물검역법이 미치지 못하여 질병의 전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의 세수 손실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교역에 부과되는 세금이 세수의 약 25% 정도이며, 그 중 국경에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가 약 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 국경무역에서 이 같은 세수손실의 발생은 대체할 수 없는 결과로, 이 손실이 정부 역량의 저하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효과 외에도 대외무역통계의 신뢰성을 저하시켜 적절한 무역 및 거시경제정책의 설계를 불가능하게 하며, 부정부패를 조장하는 부정적 측면 또한 상존한다.

이 같은 논리적 배경에서 거의 모든 비공식 국경무역이나 비공식기업에 관한 연구보고서 및 정책보고서는 부정적 측면을 완화하고 긍정적 기능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비공식기업의 공식화에 방향을 두고 정책적 권고를 제시하여 왔지만 아직 뚜렷한 정책적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도 비공식기업 및 비공식 국경무역 등 비공식 경제 활동의 근본적 배경 및 환경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데서 일어나는 정책과 현실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지역연구자들에게 시급한 과제는 연구 과정에서 예상되는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경제활동에 있어 거대한 실체인 비공식부문에 대한 연구를 꾸준하게 체계화하여 이 부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도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의 금융위기를 거친 후 우리 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필요성을 절감하고 비로소 이 부문에 대한 정책연구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이제 우리는 소상공인의 생성과 발전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하고 있으며 이 부문의 진화와 발전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다수 제시하여 수행하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와 우리의 기업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우리의 소상공인 및 소기업에 대한 연구 및 정책집행의 결과와 평가를 타국의 아프리카 연구자들이나 정책담당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소상공인 및 소기업이 근간을 이루는 아프리카의 비공식부문 발전을 위한 이해도의 증진과 적절한 정책 설계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