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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재선과 브라질: 나만의 브라질을 만들고 싶다.

브라질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원장 2014/11/17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있어 집권 2기가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재선에 성공했지만, 당선 이후 정국 장악에 실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무장관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게 보도되었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집권 이후 누적되어 있던 많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중반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설이 점점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연합정부를 구성해 오던 정치 부분에서도 점차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우선 지우마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집어보고 현 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브라질의 시사주간지 이스또에(EstoE)는 가솔린 가격 인상과 중앙은행의 이자율 인상과 같은 금융문제, 정부 여당의 입법발의에 대한 노동자당(PT)의 반발, 연립정당인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의 특권적 지위 요구, 브라질 석유공사 비리에 연류 된 브라질 민주사회당(PSDB)의 대화 거부 등의 문제가 지우마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잡지에서 언급하는 문제들은 집권 2기를 준비하는 지우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집권 1기가 대부분 룰라 전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새로운 틀을 마련하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가 경제 운영을 책임질 재무장관 선임이다. 대선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대체적으로 지우마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을 제시했다. 여기에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 해임 이후 후임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력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기도 만테가 전 재무장관은 전 정부에서 이어져오는 금융경제정책을 유지하면서 운영해 왔다. 따라서 그의 해임은 새로운 금융경제 정책 마련과 집행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선 후반에 판세가 불리해지자 룰라 전 대통령이 재선 과정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그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따라서 지우마 대통령 자신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새로운 재무장관의 선임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동시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노동자당(PT)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을 비롯한 군소정당과 연합해왔는데 브라질 민주운동당이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민주운동당은 상원 81석 중에 18석으로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하원 513석 중에 66석으로 제1당인 노동자당의 70석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브라질 민주운동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원 의장 선출을 두고 지우마 대통령과 브라질 민주운동당의 에두아르두 꾼냐(Eduardo Cunha)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원 의장 선거에 지우마 대통령이 친정부 성향의 정치인을 지지하자 이에 대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정치적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 의장은 브라질 민주운동당 소속의 엥히끼 아우베스(Henrique Alves)로 차기 의장으로 노동자당의 의원을 당선시키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하원이 정부 여당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두아르두 꾼냐가 내년 2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브라질 민주운동당의 당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논쟁이 불거진 것이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의 정국 장악을 앞둔 싸움이다. 이런 면에서 노동자당과 지우마 대통령 대 브라질 민주운동당과 꾼냐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정치적 샅바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나는가에 따라 지우마 대통령의 집권 2기의 정치적 성공 여부가 결정지어질 것이다.
 
또한 노동자당 내에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치열한 논쟁이 일고 있다. 지우마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브라질 민주운동당의 백만장자 정치인 미셀 떼메르(Michel Temer)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여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미셀 떼메르 부통령이 노동자당은 아니지만, 정부 여당의 주요 인물로 부상하고 정책 노선이 노동자당의 정강과 다르게 전개되면서 내부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개혁과 미디어 규제 법안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노동자당이 창당될 때 주장했던 완전한 민주주의 옹호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과 논의가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지우마 대통령이 노동자당 당원보다는 민주노동당(PDT)의 당원으로 더 많은 정치경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노출되고 있다. 지우마 대통령도 브라질 4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가 “나는 노동자당의 대표가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노동자당의 대통령이 아니다. 노동자당의 의견은 어떤 정당의 하나의 의견이다.”라고 밝힘에 따라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의심받게 되었다. 이런 발언에는 세제개혁, 정치개혁과 미디어 법안 마련과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입장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기는 했지만 역시 지우마 대통령이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시도로 보여진다.

지우마 대통령이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다양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지지 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정치권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개혁 법안들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융 기관을 비롯한 많은 경제단체들이 지우마 정부에 대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인 시민사회로부터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시민들은 지난해 6월 ‘식초 시위’와 올해 월드컵 경제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만 쌓여 있다. 지우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시위 이후 정치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난 10월 대선에서 민심을 알 수 있었는데, 2차 결선 투표에서 300만 표 차이로 이겼다는 것은 브라질의 민심이 지우마 대통령을 떠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당의 결집력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경제 환경은 지우마의 편일까? 불행히도 거시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고, 대외 환경도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24%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내년 외국인 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고 GDP가 1%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미 극빈층이 1,450만 명으로 증가해 지난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 동안 빈민구제프로그램인 Bolsa Familia가 현재 상태로서는 성과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서민주택보급 정책인 Minha Casa Minha Vida도 더 많은 재정지출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 마디로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정책들, 예를 들어 세제개혁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하고, 의회에서 우선적으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지우마 대통령이 자신의 브라질을 만들기 위해 세제개혁,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을 시작했지만 만약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집권 1기 보다 훨씬 더 어려운 국정 운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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