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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자동차 시장 : 경쟁국들의 패권 경쟁이 주는 교훈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12/29

알제리 자동차시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오래전부터 주목을 끌어왔다. 이를 의식하여 오래전부터 한국의 자동차는 알제리에 진출하였고,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한국 자동차 판매 시장의 중요 거점 지역 중 한 곳으로 인식되었다. 인접 모로코와 튀니지에서도 한국 자동차 판매가 선전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알제리만큼 한국산 자동차에 열광하는 국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이미 한국과의 외교 관계 이전에 들어온 한국의 대우자동차 덕분이기도 한데, 1990년대를 경험한 알제리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신화로 대우자동차를 특별히 언급하곤 한다. 1990년대 알제리는 테러로 인해 모든 외국 기업이 철수하였지만 유일하게 지금은 사라진 대우자동차만이 현지에 남아 있었고, 이는 지금도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신화적인 얘기로 회자된다. 그래서 ‘대우’에 대한 인지도가 남다른데, 현재도 ‘대우’라는 이름으로 알제리에서 일하는 기업 <대우건설>, <대우 인터내셔널> 등이 다른 어떤 해외 지역보다 알제리에서 인지도가 높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 자동차 또한 외국 자동차 회사에 넘어가고, 대신 현대와 기아자동차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알제리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 <한-알제리 경협> 추진 등과 맞물려 한국 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하였다. 프랑스 자동차가 압도적인 판매를 이루고 있는 현재, 당시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나를 반복하며 한국 자동차는 선전을 펼치며 알제리에서 한국의 인지도를 꾸준히 지켜나갔다. 하지만 중국의 급부상, 프랑스 정부 차원의 알제리에서 과거 영광의 재현이라는 목표하에 한국제품은 물론 한국 자동차 판매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만다. 특히 3~4년 전부터 공격적인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프랑스의 선전이 눈에 띄고, 더불어 중국과의 경쟁이 한국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독일과 미국 자동차까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알제리에서 글로벌 자동차 패권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자동차가 한때 선두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점차 내리막 현상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두를 차지했던 2008년부터 작년 2013년까지 알제리 내 자동차 판매 현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2013년부터 프랑스 자동차의 약진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데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 한몫했다. 2014년도에도 이변이 없는 한 프랑스 자동차 <르노>가 1위를 차지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2012년 당선 직후인 12월 곧바로 알제리를 국빈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알제리에 자동차 공장 건립을 약속했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와 알제리의 경협은 과거와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알제리의 정치적 협력, 즉 마그레브에서 대테러 방지에 관한 협력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강한 결속력을 보이게 했다. 올 한해 프랑스 국방장관, 외무장관, 경찰청장, 육군참모총장 등이 연이어 알제리를 방문하여 알제리와의 관계 재설정에 나선 것은 양국 관계가 예전보다 훨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병세에 관해 프랑스 군병원이 책임지고 있어 알제리 정세에 생각보다 깊숙이 프랑스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12월 4일에는 알제리 압델말렉 총리가 18명의 알제리 장관을 대동하여 프랑스를 방문하였고, 양국 간 경협 수준은 전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중국의 대 아프리카 싹쓸이 정책에 맞선 프랑스의 역공이라 보이는데, 적어도 알제리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근접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e Monde 2014.12.21.).

여러 경협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르노 자동차의 알제리 공장 건립이다. 프랑스가 알제리에 세운 이 공장은 향후 르노 자동차 생산량 51%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알제리 시장 점유율 25%를 넘겠다는 야심, 그리고 초기 생산 대수 2만 5,000대 규모에서 조만간 최대 연산 7만 5,000만대 규모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자국의 경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지만, 과거 자국의 영광을 보여준 이 지역에서 패권을 다시 찾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이다. 이미 르노 자동차는 모로코 탕헤르 지역에 또 다른 공장을 개소한 바 있다. 탕헤르 공장은 지난해 10만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며, 90% 차량이 모로코 국외로 수출되고 있다.

프랑스의 적극적인 투자와 판매는 알제리의 여러 경제 상황과도 맞물려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알제리는 지난 2013년부터 차량 수입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올 한해 대폭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알제리 관세통계청(CNIS)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2월 중순까지 알제리 자동차 수입 대수는 42만 1,436대로 작년 동기 55만 4,269대에 비해 24% 감소했다 (Tout sur l‘Algerie 2014.12.24). 이에 따라 자동차 수입액 또한 작년 동기 61억 8천만 불 대비 15% 감소하여 올해 11월까지 총 52억 4천불로 집계되었다. 2012년이 가장 수입이 많이 된 해인데, 60만 5,312대로 올해와 작년보다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입액 또한 68만 3천만 불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El Watna 2014.12.24). 아래 표에서도 보이듯이 불과 4~5년 전만 해도 알제리 자동차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이제는 더이상 시장이 팽창하지 않는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있다.

르노 자동차의 생산과 맞물려 중국 자동차 및 독일자동차(독일은 터키의 Dogus와 제휴를 맺고 연간 20만 대를 생산하는 계획을 하고 있음)의 약진이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소비 성향이 과거처럼 자동차를 무턱대고 구매하지 않겠다는 심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알제리 자동차 수입 시장의 가장 큰 변화를 두 가지로 요약해 설명하고 있다 (El Watan 2014.12.24). 무엇보다 자동차 구매 수요가 확연히 떨어진 것인데, 이는 정부 정책이 거주 공간 마련, 즉 주택구매를 할 수 있는 여러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주택 청약자로 하여금 세금 등의 혜택을 주어 소비를 자동차에서 주택으로 선회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알제리에서 자동차 구매 시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였던 무이자 혜택을 주지 않고 있어 자동차의 무조건적 매입에 제동을 걸었다. 유틸리티 차량 및 승용차 구매 시 20~30만 디나르(2천~3천 유로 정도)의 세금 구입액을 더 늘리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성향을 바꾸게 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누가 뭐라 해도 르노 자동차의 건립이라 할 수 있다. 알제리 정부는 2008년부터 자동차 수입을 억제하고 자동차산업의 현지 생산 정책을 펼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 결과 작년 11월 오랑의 르노 자동차 공장이 건립되었고, 향후 알제리 내 자동차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입과 판매에만 열을 올린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내 자동차 판매 부진을 만회해 준 지역 중 하나로 마그레브 시장이 한몫을 해왔다. 자동차 시장은 단순히 자동차로 끝나는 것이 아닌 한국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특히 알제리에서 한국의 자동차 이미지는 상당히 좋고, 우정과 의리의 상징이기까지 하다. 자칫 프랑스의 약진과 경쟁국들의 패권 경쟁이 우리의 텃밭이었던 이곳에서 상실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수입/판매라는 단순 인식으로는 더 이상 이 지역에서 우리의 위상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 새로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참고기사
Le Monde, Exportations en Algerie : la France de nouveau depassee par la Chine (2014.12.21)
HuffPost Algerie, Algerie : Un “ultimatum” d'investissement industriel aux concessionnaires automobiles (2014.09.04)
Tout sur l'Algerie, Algerie : les ventes de vehicules en chute libre (2014.12.24)
El Watan, Baisse de 15% des importations de vehicules sur les 11 premiers mois (2014.12.24)
Maghrebemergent, Algerie-“Les chiffres de 2014 sur les importations des vehicules montrent un retour a la normale” (201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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