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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쿠바와 미국의 국교정상화의 이유와 목적

중남미 기타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4/12/22

2014년 12월 17일 역사적인 발표가 있었다.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가 그것이다. 물론 국교 정상화가 쿠바의 엠바고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일 백악관은 경제 금수조치도 완화할 것을 발표했고 빠른 시일 안에 엠바고는 역사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개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공화당을 지지해온 미국상공회의소가 경제 효과를 예로 들며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내에 반대 시위가 있긴 하지만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급작스런 선언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국 내 국교 정상화의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선언할 문제였냐 하는 것도 논쟁적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쿠바와 미국 간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국교정상화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2008년에 대통령이 된 라울 카스트로의 ‘생존 계획’은 형 피델 카스트로가 실시했던 계획 경제를 위한 진정한 레퀴엠이라 할 수 있었다. 극심한 금융 위기 속에서 쿠바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재산을 동결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 계획이 도입되었다. 경제 개혁을 담당하던 마리노 무리요 쿠바 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실시한 경제 중앙재집권화는 그야말로 재앙으로 내수산업과 국영기업 절반을 그야말로 ‘죽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1년, 제6회 쿠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라울 카스트로는 사회주의 실현을 내세우며 경제 개방에 박차를 가했다. 혁명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BBC 애널리스트를 지낸 닉 캐스터는 50년 이상 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보여준 성공과 실패에 대해 평가할 때가 왔다고 봤다. 실제로 피델 카스트로가 남긴 유산은 젊은 세대에게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세대는 피델 카스트로가 폴헨시오 바티스타의 독재 정권을 전복시킨 공을 세웠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간혹 있고 미국 정부가 대대로 피델 카스트로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캐스터는 쿠바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은 구소련의 모델을 지나치게 모방한 피델 카스트로의 계획에 그 원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계획이 사회 곳곳을 장악하면서 권위적인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고 이 권위적인 정부는 ‘혁명’이라는 이름의 독재가 되었다. 어쩌면 피델 카스트로는 또 다른 방식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혁명동지였던 체 게바라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면 이제 피델은 땅으로 떨어져 통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 결과는 다분히 비판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건 쿠바 또한 새로운 세대가 자라났고 혁명과 냉전 그리고 냉전의 상징 중 하나인 미사일 위기 등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2013년 2월 24일 쿠바에서 열린 쿠바 제8기 국회(인민권력국회)에서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이며 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인 라울 카스트로가 재선되었고 그 임기는 5년 즉, 2018년까지이다. 이제 쿠바에서도 혁명세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뜨거웠던 혁명의 기억은 이제 먼 옛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쿠바에 혁명정신보다 보통 ‘민생(民生)’이라 부르는 기본적 생활조건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변화의 시기는 2018년이 아니다. 현 쿠바 내각에도 혁명세대가 아닌 포스트 혁명세대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고 2인자라 할 수 있는 평의회 수석 부의장에 50대의 디아스 카넬이 선출되었다. 쿠바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계속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라울 카스트로 시대는 조금 더 개방적일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1962년 10월 22일,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발표를 했다. 플로리다반도에서 남쪽으로 20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공산국가 쿠바에서 소련이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케네디는 쿠바에서 핵무기가 발사될 경우 미국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며, 쿠바를 둘러싼 해상 900여㎞를 무력으로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50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지속되고 있는 쿠바 봉쇄의 시작이었다. 그 뒤 미국은 동맹국들을 동원한 다양한 정책으로 쿠바를 옥죄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제정한 ‘헬름스-버턴 법’이다. 이 법은 쿠바와 상거래를 하는 국가나 개인에게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봉쇄의 결과로 쿠바는 2011년 12월까지 모두 1조 660억 달러의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피해는 없었을까?

1962년 전까지 미국은 쿠바의 최대 교역국이었고 교역이 상호적이었다면 분명히 미국의 피해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까지 쿠바와 교역을 하지 않은 미국의 손실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서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계산을 알아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쿠바와의 교류를 확대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존 네그로폰트와 나토(NATO) 사령관 출신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등을 포함한 국무부 전 고위 관리와 정치 개혁 지지자 등 44명이 서명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오바마 정부가 법률, 부동산, 금융, 의료 분야 등의 종사자에게도 여행 허가를 확대해 인적 교류가 촉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동통신 장비나 위성안테나 등의 분야의 상품을 포함해 현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안보와 이민, 마약,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해 쿠바 정부 측과 진지한 대화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나 쿠바에 취한 금수 조치 해제 등 의회 승인이 필요한 내용은 제외하고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만 언급했다. 현재 쿠바에서는 경제 분야의 통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자영업을 허용하는 등 개혁이 진행되고 있어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시 말하면 쿠바의 내부적 개혁을 인정해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고려할 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이다.

지난 2013년 12월 10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웨토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한 언론은 이 장면을 일컬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 언론은 한 가지 질문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과연 이것은 계획된 행동이었을까? 물론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볼 때 이것이 연출된 장면이라 주장한다 해도 그리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일주일이 지난 뒤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 사설에서 “금수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하자는 주장에는 여러모로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백악관에 “대쿠바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보수주의 성향의 언론인 존 맥러플린(정치토론 프로그램 ‘맥러플린 그룹’의 방송진행자)도 ‘맥러플린 그룹’에 게스트로 나온 전문가 패널들을 한데 모아 이 문제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미국의 대쿠바 제재조치를 비난했다. 그 가운데는 강경 보수계파에 속하는 전 공화당 대선후보 패트릭 뷰캐넌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상 뷰캐넌은 맥러플린과 마찬가지로 과거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 개선이 결코 미국의 우선 과제가 아니라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주장을 한때 지지한 인물이었다. 강경 보수주의자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그 이면의 숨겨진 진실은 없는 것일까?

2013년 2월, 민주당 최고원로 상원의원 패트릭 리히는 미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아바나를 방문했다. 그리고 일 년 뒤 애리조나 주 공화당 상원의원 제프 플레이크와 공동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두 의원은 대통령에게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철회하고 양국의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1) 사실상 2014년 2월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시민의 56%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의원은 유럽연합과 캐나다, 남미 주요 국가(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와의 교역 및 투자 상황을 거론하며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으로 인해 쿠바가 아닌 자국의 고립만 자초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보수와 진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마도 진실은 ‘자국의 고립만 초래하고 말았다’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리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유럽연합과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와의 교역 및 투자 상황이라는 것이 과연 미국이,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이 신경 쓸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3차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약 3조 8천억 달러를 시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 그런데 쿠바의 GDP는 CIA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2년 기준 1,200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월드뱅크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 682억 달러 수준으로 CIA 데이터의 절반 수준이다. 수치의 산출 방식을 감안한다 해도 월드뱅크의 자료가 CIA의 절반 수준이므로 두 자료 모두 신인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것이다. 쿠바의 통계청이라 할 수 있는 ONE(La Oficina Nacional de Estadasticas)에 의하면 GDP가 516억 쿠바 페소인데 현재 쿠바에서는 달러와 쿠바 페소가 1:1이지만 과연 그 가치가 실제 1달러와 같다고 봐야 하는지는 논쟁적이다. 현재까지 쿠바가 국제 금융시장에 등장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쿠바는 그 인구가 약 천만 명 수준이므로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국가들, 아니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국가만이 아니라 미국 내 히스패닉/라티노가 육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천만 명이라는 인구의 쿠바가 과연 미래의 시장으로 얼마나 미국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쿠바의 인구는 이미 노령화에 접어들었고 0~39세까지의 인구 감소가 확연하므로 미래 시장으로서의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또한, 혁명 이전 미국과 쿠바의 무역은 사탕수수(설탕), 시거, 럼주 등이었는데 현재 이런 품목은 미국에서 차고 넘치는 것으로 쿠바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자국의 고립만 초래하고 말았다.’라는 패트릭 리히와 제프 플레이크 의원의 말이다. 과연 무엇으로부터의 고립을 말하는 것일까? 쿠바가 무역이 활발한 국가도 아니고 쿠바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과연 고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4개국인데 이제 쿠바는 해제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재지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란, 시리아, 수단 등 3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어떤 방식으로건 관계를 맺고 있음으로 ‘고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어렵다. 물론 국가들의 동맹을 고려하면 고립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소위 라틴아메리카 좌파정부들의 동맹을 생각하면 ‘고립’이라는 개념이 어울릴 수는 있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에 여전히 친미국가들도 존재하므로 100%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고립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을까?

현재 세계 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구분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금융경제의 중심축은 미국이고, 실물경제 혹은 산업경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전산/디지털-정보’의 축에 미국이 있고 실물경제, 실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축에 중국이 있다는 것인데 현재 금융의 축이 실물경제의 축보다 몇 배는 팽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실물경제의 축은 전통적으로 중요하고 물류의 흐름을 통해 그 움직임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물류의 흐름은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운영되던 파나마 운하만이 아니라 니카라과에 새로운 운하가 건설 중이고 지금도 라틴아메리카의 천연자원들과 중국산 제품들이 이 항로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동되고 있다. 또한, 파나마 운하를 중심으로 X자형으로 태평양을 건너온 물류들이 라틴아메리카의 동부로, 대서양을 건너온 물류들은 서부로 이동한다. 쿠바의 아바나는 전통적인 무역항이었고 대서양을 건너 온 선박들이 남아메리카로 이동하기 전에 머물던 곳이었다. 다시 말하면 쿠바의 경제적 가치는 현재 국민총생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쿠바, 정확히는 아바나의 지정학적 위치일 것이다. 또한, 현재 파나마 운하를 비롯하여 니카라과의 새로운 운하는 중국계 자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정부 + 중국’이라는 것은 그저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브라질-베네수엘라-볼리비아-쿠바 등으로 이어지는 실재적 동맹이며 볼리비아를 제외하면 모두 라틴아메리카 동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뉴욕이나 마이애미 항구의 경우 물류 허브적 특성이 있고 이것은 대서양을 건너 온 물류의 2차 재분류 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물류 허브로서 아바나의 가능성은 적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물류의 중심지, 중계항이기도 했지만, 미국 동부지역의 중계항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맺기로 한 쿠바는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향후 유럽연합과 한층 더 유연한 기본협정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러시아도 현재 쿠바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2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사업가들로 구성된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쿠바를 방문했다.3)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현재 유럽연합에 이어 쿠바의 세 번째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쿠바가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통해 개혁 개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소위 열대 스탈린주의에서 등소평의 흑묘백묘로 대표되는 실용주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재 개혁개방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쿠바는 봉쇄 이전 무역 거점이었다는 것이며 그 거점을 중국에게 선점당한다면 미국은 자신의 목젖을 중국에게 내주는 꼴이 된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개의 거점, 니카라과의 새로운 운하와 쿠바를 선점하는 것이 앞으로 시장으로서 라틴아메리카를 자신의 영향 하에 둘 수 있는 기본적 포석이며 어떤 의미에서 쿠바야말로 중국의 대마(大馬)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남미인프라통합사업(IIRSA)과 메소아메리카 통합개발프로젝트 등으로 대표되는 라틴아메리카의 인프라 사업으로 갖추어질 건설 망에 자국의 상품을 안정적으로 수출하고 또한 원자재를 수입할 수 있는 무역루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같은 맥락으로 중남미개발은행과도 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그저 중국의 무역망이 라틴아메리카에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동북아에서 대만, 일본과 우리나라를 이용해서 중국을 압박하려 했던 미국에게 공격적인 한수를 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계 자본의 도움이 있다면 쿠바가 아메리카의 마카오 혹은 홍콩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의 반전이 바로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이다.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등 소위 라틴아메리카의 좌파정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함으로 인하여 라틴아메리카의 좌파동맹 혹은 반미동맹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가 현재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낸 것은 아니므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쿠바의 체제가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쿠바에 미국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지금까지 사용하기 어려웠던 의약품이 들어오고 기타 생필품이 수입되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국영기업 혹은 위탁기업들이 맡아서 할 것이므로 대외적으로는 관계가 개선되겠지만, 대내적으로 그 구조가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지만 2018년 라울 카스트로가 권좌에서 물러나고 혁명세대가 모두 은퇴한 후 포스트 쿠바혁명 세대가 이끌 쿠바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민간분야에서 미국과의 접촉이 많아진다면 자유분방한 미국의 문화가 쿠바를 뒤흔들 날은 그리 멀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상황이 완벽하게 같지는 않지만, 쿠바의 변화는 북한의 변화 방향에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정리하면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의 이유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커져가는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제어하고 라틴아메리카의 반미전선을 유연화하기 위함이고 그 목적은 앞으로 무역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쿠바를 자신의 영향에 두기 위함이라 할 수 있겠다.

 

1) 패트릭 하우릿 마틴, 해빙 분위기 감도는 워싱턴과 아바나,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2860 (2014.12.21)

2) FRB 대차대조표를 기준으로 파악한 수치이다.

3) The Daily Sentinel, Time for a different approach on Cuba, http://www.gjsentinel.com/opinion/articles/time-for-a-different-approach-on-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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