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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최근 국제원유가격 하락과 러시아 경제

러시아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5/01/03

 2014년 중반이후 계속된 국제원유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게는 긍정적인 경제적 영향을,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부정적인 파장을 미치면서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계속되어 온 러시아의 경제적 위기설은 러시아 경제의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다른 자원의존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크다는 점,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하락 추동배경의 직접적인 목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본고에서는 최근 국제 원유 가격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안들을 살펴보고, 최근 국제원유가격 하락을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급락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받을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을 전개하고자 한다.     

국제 원유가격하락과 배경

지난 2014년 중반부터 지속된 국제 원유가격의 하락은 러시아와 같이 에너지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재앙이 되고 있다. 국제원유 가격은 북해(北海)산 브렌트(Brent)유를 기준으로 2014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10달러(USD)선이었던 유가가 50달러(2014년 12월말 기준)대로 내려앉았다. 약 6개월 만에 절반가량 하락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원유가는 6월 고점이후 12월까지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그림에서 나타나는 것은 세계 3대 유종의 하나인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러시아가 수출하는 우랄(Ural)산 원유는 유황성분이 많아 일반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급작스러운 원유가격 하락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많은 분석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그 원인은 대체로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원유에 대한 수급요인이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주요 에너지소비국들의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장기적으로 높은 원유 가격이 지속되고 채굴기술이 향상되면서 셰일오일, 셰일가스 등 비전통적인 에너지원의 공급이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2000년대 중반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재 미국 내 원유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경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유가격 하락의 두 번째 이유는 국제정치적인 요인으로 이는 다시 두 가지 배경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첫째는 국제원유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최근 시리아 문제 등으로 인해 반목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을 저지하고 국제원유시장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된 가격 조정이라는 것이며 또 다른 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유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당분간 감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일정기간 낮은 국제원유 가격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짧은 기간 동안의 원유가격 폭락에 대해 수급요인 보다는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국제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하는 결정적 요인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적 공조에 의해 1980년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대를 지속하며 소비에트 정권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전례가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셰일오일 개발이 전통적 원유개발을 대체할 정도로 아직 본격화 단계에 이른 수준은 아니며 단기간의 수급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공급물량은 아니다. 셰일오일 생산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고 2014년에 기존의 수급구조를 무너뜨릴 정도로 폭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원가격 하락에 따른 러시아의 대내외적 영향

러시아는 계속되고 있는 원유가격 하락으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달러화 대비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러시아에 투자했던 서방의 자금은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에만 루블화 방어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사용한 외화가 약 800~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의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때 러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과거 1998년 러시아가 겪었던 모라토리엄(Moratorium)사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당장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1 달러당 35루블 전후로 움직이던 환율이 12월중에는 70루블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와 함께 국내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상품의 경우 공급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의 경우 환차손으로 인한 손실이 확대되고 있어 일부 기업의 경우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주요 수출품이 원자재이기 때문에 루블화 평가절하로 인해 대외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이 적다. 소비재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으나 원자재 수출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어 환율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 정부 재정의 50%이상이 원자재 부문에서 충당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수출이 줄어들수록 정부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분야는 국내 에너지보조금 분야이다. 러시아정부는 국내 가정 및 산업부문 천연가스 공급에 대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부족분은 정부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러시아기업에 대한 에너지보조금 지급 철폐에 대한 국제기구의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에너지가격 하락은 정부의 에너지보조금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외적으로 러시아는 유라시아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1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를 포함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Eurasian Economic Union)이 출범하였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아르메니아를 제외한 3국의 관세동맹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관세동맹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제적 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러시아내에는 많은 키르기스스탄인, 타지키스탄인들이 불법 체류하고 있고 이들이 자국으로 보내는 송금은 해당국 경제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루블화 평가절하로 2014년 하반기부터 송금액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라시아국가들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경제연합의 시행에 있어 구성주체들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정부의 대응

러시아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2014년 12월 기준 약 40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대외채무를 상환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4000억 달러에는 러시아 정부가 펀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보유기금(Reserve Fund) 약 900억 달러,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 약 80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2014년 12월말 기준). 국부펀드 보유금액은 미래의 원유고갈에 대비한 것으로 채권으로 투자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정부재정으로 전용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어 정부의 의도대로 사용할 수 없다. 보유기금의 조성목적은 원유가격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상당 금액은 역시 각종자산에 투자되어 있어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가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실제 외화 보유금액 약 2300억 달러에 보유기금의 일부를 더한 2600~29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의 수준은 한국정부의 외환보유고 보다 적은 금액으로 러시아 정부가 안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유가하락이 지속될수록 정부 재정은 적자 폭을 크게 키울 것인데 재정 부족분은 다른 형태의 빚을 통해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 정부 균형재정을 위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 상태의 원유 가격이 지속된다면 2015년에는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정부의 대외부채에 산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러시아 공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지고 있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러시아의 대표적 에너지공기업가운데 하나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이미 지난 2014년 8월 서방의 경제제재와 유가하락의 여파로 러시아 정부에 약 40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요청한 바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공기업들은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러시아 에너지공기업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이며 이는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더구나 원유가격 하락과 더불어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가즈프롬(Gazprom)과 같은 러시아 최대의 가스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2014년 가즈프롬의 순이익은 잠정적으로 2013년 대비 약 50%이상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가즈프롬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전례가 있다.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존재이다. 중국은 이미 경제규모에서 미국과 견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국력이 급신장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를 훌쩍 넘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약 200억 달러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유사시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해당 규모의 달러화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양국은 추가로 약 250억 달러의 통화스왑계약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금액 자체로는 그리 크다고 볼 수 없으나 러시아와 함께 서국국가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의 존재는 러시아가 기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The Last Resort)’가 될 수 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성립해 왔다. 최근 들어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국가들을 포함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라는 국제적인 틀을 통해 협력은 공고화되고 있다. 양국의 협력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이 각각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익충돌에 있어서도 별다른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다만, 언급했듯이 통화스왑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추가적인 협력에 있어서는 중국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중국 정부로서는 서방의 정책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이다.

향후 국제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배럴당 3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급락에 따른 급등의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전개되는지 러시아는 그 방향타를 쥐고 있지 않다. 러시아 경제의 지나친 자원의존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춤추는 국제원자재가격에 휘둘리는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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