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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 도시 근교의 골목 문화, 지속 가능한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한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5/01/22

아프리카 도시들은 늘어나는 도시 인구 증가와 세계화로 인해 도시뿐만 아니라 도시 근교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 도시에는 전체 인구의 30~50%에 해당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 개발과 도시화의 확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는 도시 자체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근교의 일차적 사회관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분절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시의 확장은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는 하는 사회체제를 가지고 있는 도시와 달리 소규모 인구를 통해 유지되는 근교의 사회구조와 부적절할 수도 있다. 특히 도시의 이주민이 도시 인구의 포화 상태나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값싼 주거 공간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도시 근교가 이들의 거주 공간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아프리카 도시 인구의 증가는 오래전부터 도시에 살고 있던 원주민 출산에 의한 증가보다는 국내 이주와 다른 아프리카에서의 이주에 원인이 더 크다. 도시에서 이방인과 다름없는 이주민의 근교 이동은 이 지역의 사회구조 및 문화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이주의 형태는 아무런 연고 없이 무작정 이주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주하여 정착하고 있는 가족 및 친족과 연계되어 있어서 우연히 발생하는 이주와는 다르다. 다시 말하면 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연대는 가족적 혹은 친족적 형태의 이주라는 점에서 거주한 지역 문화 및 사회관습과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 왜냐하면, 이주민 대부분은 이주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사, 언어, 문화 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주 공간에서 다시 유지 혹은 재구성하려 한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주민은 새로운 환경 적응에 대한 두려움과 신거주지의 안착과정에서의 무기력에 대한 극복, 적응, 융합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전략으로 가족적 혹은 친족적 형태로 이주한다.

그러나 도시 근교 대부분은 서구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위성 도시 형태로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되어 건설된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근교의 대부분은 현재와 같은 도시가 형성되기 오랜 이전에 다양한 형태의 전통 공동체 마을이 형성되어 있던 곳이다. 현재 이들 지역은 도시 행정 구역에 속해 있지만,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Village)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방문했던 세네갈 수도 다카르 근교의 요프(Yoff)와 은고로(Ngor), 코트디부아르 경제수도 아비장 근교 브로코스(Brokoss)와 아그방(Agban)이 전형적인 사례다. 따라서 서구의 경우처럼 도시가 인구와 거주지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세워진 위성도시와는 다르다. 즉 아프리카 도시 근교(비록 실업, 일자리, 범죄 등과 같은 도시 문제가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해도)는 서구 사회 혹은 산업화한 도시의 확장으로 혹은 도시의 보조적 기능 역할을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적 도시 근교의 개념과 달리 유럽 식민 도시 건설로 인해 원치 않게 근교가 되었던 현재의 대부분 아프리카 근교는 도시화와 근교 개발로 인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자신의 마을에 한 발, 도시에 다른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 근교 사람들의 생활 환경의 변화는 수 세기 동안 보존하고 유지해 왔던 고유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마을 일상생활의 공간인 골목의 사라짐과 가족 공동체의 심장인 안뜰의 실종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간은 거주민의 경험을 통해서 지각된 다양한 의식, 즉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 활동 등으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도시와 다르게 근교의 의미는 그 근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부여하는 것에 의해 특정지어진다. 요프에서 만난 한 향토사는 근교의 도시화에 대해서 자신들은 “강하고 뿌리 깊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문화적 전통 가치를 바탕으로 근교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근교 사람은 공간을 자신들의 존재론적 정체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장소로 강하게 믿고 있으며 그것을 지탱해 주는 것이 바로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골목과 안뜰이다.

하지만 폭넓은 도로로 신시가지가 만들어지면서 요프의 전통 공간도 다카르 도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도시 도로의 특징은 2~3차선의 넓은 도로가 공간의 경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은 이웃 간의 경계가 없다. 다카르 근교인 요프 마을에는 도로 폭이 1~3m 정도의 좁은 골목들이 많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10m 정도의 큰길은 해안과 통하는 2~3개의 도로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하루 시작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어촌 시장이나 버스 종점이 아닌 대문 없는 입구를 마주 보고 있는 좁은 골목에서부터 시작된다. 큰길에는 무심코 지나는 혹은 장사를 위해 또는 물건을 사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일이 끝나면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다. 하지만 골목은 그렇지 않다. 좁은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아낙들은 골목이 마치 집 마당인 것처럼 앉아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눈다. 이처럼 근교 마을 사람들은 공간의 확장을 통한 편의 시설보다는 작은 공간에서 쉽게 왕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금의 공간을 더 선호하고 있다. 왜냐하면, 골목 하나를 두고 주위에는 모든 친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교는 도시 건물과 다르게 대문이 없거나, 대문이 있어도 항상 열려있다. 하지만 안뜰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졌던 전통 가옥 구조는 한정된 토지에서 늘어나는 가족들의 공간 확보가 어렵고 호구지책으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에 의존하면서 안뜰 없는 형태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성을 앞세운 도시화는 언제 근교들을 삼킬지 모르는 화마로 나타나고 있고 이들의 전통적 가치와 삶마저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유럽의 식민지배 이후 이렇다 할 도시계획이 없었던 아프리카 정부들이 21세기 들어 근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도시계획은 근교 주민 생활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강행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도시생활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공간으로 취급되는 근교의 전통 공동체에 대한 문제 해결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민속촌과 같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에는 아프리카 전통문화의 특징을 관광객에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근교의 골목 문화를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근교 마을은 도시화로 신도로가 건설되고 도시민의 유입이 용이하게 되면서 규모가 큰 도시와의 접촉이 빈번하게 교차함으로써 고립에서는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동질성은 점차 파괴되거나 변질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근교가 주거 공간이 아닌 고용지역, 즉 일하러 오는 장소로 변하게 된다면 자연적인 공동의지가 얼마만큼 근교 사람들에게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공간의 의미가 달라지거나 근교 사람들에 의해서 지각된 공간이 아닌 도시 전문가에 의해서 계획된 공간 형태로 변할 수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근교의 문화적 가치가 개발이란 이름의 포장된 도시화로 파괴되지 않는 절충적인 아프리카적 도시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의 도시화 계획 대부분이 실거주자 중심이 아닌 해외 투자자와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아프리카 도시의 성장과 어둠’ 2014년 9월 1일 칼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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