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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브라질

브라질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5/01/21

달러 대비 브라질 헤알화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가 요즘 조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국민 입장에서는 환율이 폭등하는 것이고, 글로벌 입장에서 보면 브라질 화폐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연일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기타 원자재 가격 또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제 원자재와 원유 가격의 하락은 근간에 일어난 단기적 사건이며 5년을 기준으로 보면 헤알화의 평가절상은 점진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2012년을 시작으로 3년간 꾸준히 일어난 것이다. 마치 브라질에서 양적완화 정책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하락해왔음을 볼 수 있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고, 브라질 10년 만기 국채 금리 또한 어느새 13%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속되는 경상수지 적자 속에서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취했던 정책은 신용팽창(가계부채 확대)이었다. 원자재 수출 중심의 산업기반이 약한 경제를 방치했던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현재 위기를 겪게 만들고 있다.

물론 여기에 지난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대형 건설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전 세계가 봐왔고 앞으로 브라질은 올림픽을 비롯하여 IIRSA/API 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이나 브라질 국내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이 과연 계획에 맞게 추진될 수 있는지 여전히 미지수이다. 지난 5년간 헤알화 가치 변화는 브라질의 뭔가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이다. 만일 브라질 또한 강력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고 하면 그제야 이해할 만한 결과가 현재 벌어진 것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약 4조 8천 달러 1) 를 시장에 쏟아 부은 미국의 달러가치보다 더 심각하게 떨어지는 헤알화의 가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보다 현재의 상황과 단기 미래를 우선 예상해보기 위해 달러-헤알간 선물거래 지표와 브라질의 해외채권(International Debt Securities)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헤알화의 가치는 앞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며 여기에 비례하여 브라질의 해외채권의 발행도 늘어갈 것이다. 브라질은 2009년 760억 달러에서 최근에는 1,705억 달러로 계속 해외채권의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FRB의 제로금리와 양적확대, 유가 및 원자재 가격상승 등이 상승세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적완화가 종료되었고 2012년부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채권 발행이 더 증가하고 감소로 돌아서지 않는다는 것은 멀지 않은 시기에 부채로 인한 채무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브라질의 경기침체의 원인 혹은 헤알화의 평가절상의 원인을 대외적으로는 FRB의 제로금리와 양적확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등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외부적인 요인만으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브라질이 수출에 편중된 경제구조의 국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국내 정치적 이유를 꼽기도 하지만, 지우마 호세프(Dilma Vana Rousseff, Dilma Rousseff) 대통령의 재선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이미 2014년 브라질의 헤알화의 가치는 바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저평가되고 있었다. 5년 전 700원 가까웠던 헤알화는 2014년 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최대 300원 가까이 가치가 하락했으며 약 40% 정도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외부적 요인만이 아니라 내부적 요인도 작용할 것인데 브라질 역대 최고의 비리사건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뇌물·부패’ 사건 수사가 브라질 재계와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기업인 27명이 전격 체포됐고 경찰 수사관 300여 명과 세무 수사관 60여 명이 동원되었으므로 현재까지 알려진 것처럼 뇌물형 비자금이 100억 헤알(한화 약 4조 2000억원) 2) 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며 수사의 초점이 전 정권의 실세들에게 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비리의 중심에 룰라 전 대통령이 개입되어 있는지도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만일 룰라 전 대통령이 개입되어 있다고 하면 지우마 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기도한 브라질의 좌파 세력은 큰 타격, 무엇보다 회복하기 어려운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브라질 군부독재 정권에서 자행된 국가폭력을 조사해온 브라질 진실위원회가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본인이 독재정권의 고문 피해자인 지우마 대통령은 보고서를 확인한 후 눈물의 연설을 했다. 보고서는 1964~1985년 지속된 군부독재 시절 191명이 살해됐고, 24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2,000쪽에 이르는 보고서는 탄압에 관여했던 377명의 이름을 적시하며, 생존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1979년 사면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3) 군부정권은 1979년 군 관계자의 가혹행위와 좌파 게릴라의 폭력행위를 모두 처벌하지 않는 사면법을 제정했는데, 2010년 남미 인권재판소는 이 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법이 개정될 경우, 혹은 법률적인 제재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도덕적 제재에 들어간다면 브라질의 보수 혹은 군부의 기반으로 한 수구적 세력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어떤 경우에도 브라질이 한동안 피할 수 없이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2014년 월드컵에 대한 브라질 민중들의 태도를 확인했다. 축구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월드컵을 반대하는 브라질 민중의 모습은 카니발과 축구에 광분하는 선입견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페트로브라스의‘뇌물·부패’사건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도 적지 않으며 앞으로 군부독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법의 개정과 가해자 처벌을 주장하는 시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브라질의 내부적 사정은 앞으로 경제에도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재선 초기 지우마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경제적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판단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지우마 정부의 철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좌파 진영에서 룰라 전대통령이 중심이 된 세력을 축출해내고 우파진영을 전체적으로 압박하면서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간다면 독자적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물론 IIRSA/API 프로젝트, 2016년 올림픽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이 준비되어 있고 국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호재가 부재하는 상황, 정치경제적 혼란이 염려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RB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 계속적으로 저가일 경우 경제 위기 혹은 금융위기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라질의 국내 경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일까?

IMF의 데이터에 의하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확실히 정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질 GDP 성장률은 이미 0%에 소급하고 있으며 화폐의 가치가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물가상승률은 6%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물가상승률마저 감소한다면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재화 및 서비스의 수출입 증감률도 0%에 수렴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과 인구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요가 담보될 수 있다는 것으로 브라질 경제의 장기적 호재라 할 수 있다. 다만 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해외채권 또한 증가세에 있다는 것은 경제위기 혹은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세계은행의 데이터는 2013년까지 수집된 것으로 GDP에서 농업과 서비스업의 증가율은 주목할 만하지만, 공업은 감소추세라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농업은 아무리 증가추세라고 해도 5-6% 사이이므로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산업 또한 25-28% 사이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70%에 가깝다는 것은 앞으로 브라질 경기의 회복세가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면 서비스업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또한 감소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브라질 경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CIA 자료에서 주목할 점은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 구성이 70%에 가까워 앞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적지 않다는 점, 인구가 여전히 증가추세라는 것은 브라질 경기가 회복할 아주 중요한 잠재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브라질의 경제지표는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비관적이라 할 수 있으나 앞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중국의 경제 관계에 따라 그 상황의 반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IIRSA/API 프로젝트가 점진적으로 완공되고 있으므로 경제 기간망이 새롭게 완료될 경우 이것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1) 일반적으로 미국의 1년 총예산을 2조달러 정도를 이야기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약 300조라 하는데 미국의 1년 예산의 2배 이상 우리나라 예산의 16배 이상이 투입된 것이 3차에 걸친 양적완화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양적완화가 계속될지 출구전략이 어떻게 될 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적완화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일 것이다.
2)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64887.html
3)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686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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