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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급락하는 멕시코 뻬소, 짙어지는 불경기의 그림자

멕시코 최명호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5/02/05

연말연초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동방박사의 날, 연인들을 위한 로맨틱한 하루 밸런타인데이 등 라틴아메리카와 멕시코의 한해의 경제는 연말 연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15년 2월 현재 멕시코 실물경제, 항상 사람으로 붐비던 센뜨로 시장과 떼삐또(Tepito)1)에서도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3일 현재 멕시코 뻬소 대 달러 환율은 1달러에 14.58, 15.18 뻬소(바나멕스(Banamex) 환율 기준), 14.37, 15.22 빼소(반꼬메르(Bancomer) 기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환율이 얼마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환율이 변화하였냐는 것이다.

그래프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2008년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때가 바로 미국발 금융위기 시기이다. 이때 10 뻬소 대로 유지되던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하여 2009년 3월 15.3뻬소를 기록하기도 했다. 50% 정도의 가치 변화였지만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이때도 한시적으로 대금 결제가 이루어 지지 않아 서너 달 동안 멕시코 시장에 물건이 동이 날 정도였으며 미국에서 수입하는 거의 모든 물건, 특히 미국계 슈퍼마켓인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의 대형 슈퍼가 가격을 올리자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것은 멕시코 경제가 얼마나 미국에 의존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후 2011년 11빼소 대로 떨어지다가 2014년 8월까지 12 뻬소에서 14 뻬소까지 유동적으로 변해왔다. 그리고 2014년 8월부터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여 현재 15 뻬소를 넘은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5 뻬소는 멕시코 사람들의 심리적 한계이다. 다시 말하면 14.99까지는 ‘그래도 내일이면 정리가 좀 되겠지.’, ‘환율이 조금 오르고 있는데 며칠 대금 결제를 미뤄야겠다.’ 등의 생각을 하지만 15 뻬소가 넘어가면 ‘다시 위기가 오는 것인가?’라는 불안에 휩싸인다는 것이다.2) 결론적으로 멕시코시티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고 더불어 불안은 공포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국제 송금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민간 분야에서의 모라토리움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 멕시코 환율은 비관적인 멕시코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현재까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에서 콜금리가 8.25%에 달하기도 했으나 2009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4.5%까지 낮추었고 2013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자 3% 정도로 금리를 낮추었고 그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014년 8월 이전까지는 이자율의 변화만으로 어느 정도 환율을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의 외채는 2008년까지는 대외채무가 약 1,700억 규모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2009년부터 미국에서 제로 금리로 대표되는 양적완화가 시작되자 대외채무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3차 양적완화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화,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서 2014년 6월 기준 4,000억 달러에 달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멕시코 경제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미국의 상황과 정책에 따라 외환위기의 위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일 것이다. 멕시코 정부 혹은 멕시코 중앙은행이 환율을 조정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현재 뻬냐 니에또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섣불리 시장에 개입했다가 큰 낭패를 본 1982년, 1995년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비슷하게 곧 정리가 되고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원유가 계속 저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멕시코 수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어 유가의 변화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 전 세계 경제 상황이 디플레를 연상케 하는 저발전 상황이므로 이런 GDP 증가율의 문제는 비단 멕시코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외환보유고이다. 멕시코의 대외채무3)는 4,000 억달러를 넘어섰고 멕시코의 외환보유고는 2,000 억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아주 큰 위기라고 할 수 있으나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채무는 1,000억 달러 정도로 현재 멕시코의 외환보유 상황을 미루어보면 적어도 1년 안에 단기채무로 인한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직접투자 추이는 2000년 이후 200억-300억달러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2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2013년 초반 약간 주춤하기는 했으나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2013년 이후 그 증가율은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출이 2012년에 2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1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사이를 보이고 있는데 2012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는 1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순유입은 약 200억달러 정도로 볼 수 있다. 또한, 멕시코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 순유입 추이는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700억 달러 이상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부족한 외환을 외국, 특히 미국의 투자에 의해 만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며 또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증권투자가 빠져나갈 경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채무 약 1,000억 달러에 외국인 직접 투자 자금 약 1,000억 달러가 동시에 겹치며 멕시코의 모든 외환 보유를 0으로 만들 상황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국의 많은 투기 자본이 멕시코 증권 시장에 유입되었는데 문제는 미국이 출구전략을 실시하고 있고 2015년에는 이자율 인상이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투기자본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멕시코는 단순한 외환위기가 아니라 심각한 정치 경제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 급락을 멕시코 환율 급등의 직접적 요인으로 보며 유가가 안정될 경우 다시 환율도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리도 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나타나듯이 멕시코 환율 급등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종료와 연관되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멕시코 환율이 2014년 11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고 그때 3차 양적완화가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구체적인 데이터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투기자본의 유입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정부의 슬기로운 대응이 필요한 때이지만 현재 멕시코는 게레로 주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과 반정부 시위로 혼란스럽다. 어쩌면 뻬냐 니에또 정권의 명줄은 미국의 FRB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멕시코 경제는 2013년부터 내수소비와 투자가 침체되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위축되고 있고 그로 인해 실질성장률도 1%대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과 뻬소화 환율 급등이 겹치며 다가올 비관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이런 심리는 정부의 정책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현 뻬냐 니에또 정부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1) 멕시코시티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규모의 길거리 시장으로 정확한 위치는 Eje 1 Norte (Héroes de Granaditas)에서 Av. Peralvillo까지 이어진다. 그 역사는 스페인 식민시기 이전까지 올라가며 야시장, 암시장 등의 성격을 가진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한다. 멕시코 블랙마켓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2)
현지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임.
3) 현재 멕시코의 대외채무는 정부와 민간 기업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은 위기가 은행보다는 기업을 중심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시 말하면 1998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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