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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몰디브의 정치적 불안정과 남아시아 정세

몰디브 정호영 자다푸르대학 사회학과 박사 2015/05/15

인도 모디 총리는 5월 15일로 예정된 몰디브 방문을 취소했었다. 동아프리카의 세이첼, 모리셔스와 남아시아의 몰디브, 스리랑카를 방문하는 예정으로 잡은 계획에서 몰디브만 방문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방문을 취소한 이유는 몰디브의 이전 대통령이던 나시드의 체포로 인한 정치적 불안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선 몰디브의 국내 정치적 상황을 먼저 본 후, 몰디브의 국제 관제를 짚어보자. 그러면 모디 총리의 몰디브 방문 취소가 현재 남아시아 정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시드는 몰디브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2008년 몰디브 최초의 민주적 대선에서 나시드가 당선되기 전까지 가윰 대통령은 1978년부터 2008년까지 일당체제로 30년간 대통령직을 독직하고 있었다. 그는 아시아 최장기간 독재자였다. 그의 직책은 대통령이었지만 이슬람 왕국의 술탄과 다를 바 없었다. 몰디브는 이슬람의 법인 샤리아 법에 통치되는 나라였고 사법부는 모두 가윰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민주화 시위로 가윰 전 대통령은 다당제를 인정해야 했고 결국 대통령 선거를 치루어야 했다. 2008년 10월 사상 처음 민주적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가윰 전 대통령을 물리치고 나시드가 당선되었다. 가윰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몰디브 진보당을 창당하고 정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나시드 후보는 2012년 2월 안팎의 압박 속에 자진 사임 형태로 물러났다. 그는 이후 “군경이 총부리를 들이대고 사임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몰디브에서는 나시드 정권이 몰락한 이후에도 정정 불안이 그치지 않았다. 2013년 대통령 선거도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9월 7일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됐지만, 대법원이 선거부정을 이유로 무효화했다. 이어 10월 19일 재투표가 실시될 예정이었는데, 막판에 무장한 경찰력이 동원돼 선거 진행을 가로막았다. 결국, 치뤄진 1차 투표 재선거에선 나시드 후보가 4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다시 결선투표를 치르렀고 그는 패배하였다. 1차 투표에서 30%를 얻는 데 그친 야민 후보가 결선에서 판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인도공화당을 세운 ‘몰디브 최고 갑부’로 불리는 리조트 재벌 카심 이브라힘의 힘이 컸다. 카심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해 결선 진출이 좌절된 직후부터 야민 후보 지지 운동에 적극 나섰다. 그는 가윰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냈기에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야민이 대통령이 되자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이 강제로 연행되었고 공개적인 재판절차도 없이 구형을 받았다. 2012년 대통령 재임 당시 형사법원장 체포명령을 내린 것이 반테러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올해 2월 체포돼 1심에서 13년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나시드가 속한 몰디브 민주당은 그의 구속이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미국, 인도 등은 그의 구속과 재판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와 원칙이 지켜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야민은 집권 이후 독불장군으로 돌아섰다. 야민은 나시드와 몰디브 민주당만을 공격대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했던 정당들도 공격대상으로 잡았다. 나시드의 체포 이후 몰디브 민주당의 의장인 알리 아히드만 체포된 것이 아니라 아다알라스당의 총재인 세이끄 임란 압둘과 점후리당의 2인자인 아민 이브라힘도 체포되었다. 오로지 단 하나의 정당만이 있던 가욤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아다알라스당은 2005년 창당한 정당으로 수니 이슬람과 이슬람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한다. 아다알라스당은 나시드를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려는 세속주의라고 비난하면서 나시드의 퇴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낸 이슬람 정당이다. 아다알라스당은 “알라가 지켜보고 계시다. 그날이 오면 알라께서는 CC 카메라를 여실 것이고 당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야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경찰에게는 구체적으로 “아무리 높은 곳에서 오는 명령일지라도 정의에 어긋난 것이면 따를 필요 없다”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부당한 명령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몰디브 이슬람의 정치세력화는 몰디브 국내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알 카에다는 몰디브에 지부를 설립하겠다고 공식발표를 했다. 몰디브는 샤리아 법으로 오랫동안 통치되던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돼지고기와 술을 파는 것이 허용되는 사회이다. 이런 자기 모순적인 사회문화는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을 틈타서 알 카에다가 몰디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몰디브 공화당으로서도 자신들의 지지로 야민이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자신들까지도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집권 세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세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5월 1일 메이데이 항의 시위 때는 1만여 명이 모였다. 40만 밖에 안되는 인구에서 1만여 명이나 모인 것은 정치 불만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몰디브 국내 상황이 이렇게 극단까지 치닫고 있는 동안 국제 사회도 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다. 유엔 인권 위원회가 몰디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야민 측의 유엔 인권위원회에 대한 답변은 단호했다. 몰디브 국내 정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문제일 뿐이고, 나시드를 석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명확하게 거부를 했다. 나시드의 변호인단의 면면을 보면 몰디브의 정치 불안정을 단순하게 몰디브 국내 문제로만 한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변호인단에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등을 변호한 미국의 재러드 겐서와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영국의 벤 에머슨 변호사가 있다. 여기에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인 아말 클루니(37) 변호사가 변호를 맡아 세간의 관심을 더 끌게 되었다.

몰디브는 여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인구가 40만 밖에 되지 않는 소국이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왜 이렇게 몰디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몰디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섬 크기와 인구의 규모로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의 시 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처음 밝혔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스리랑카· 몰디브 등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해상 교역로를 건설하자는 구상이다. 몰디브는 이를 이어주는 핵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시 주석은 인도 방문에 앞서 2014년 9월 15일 몰디브를 방문해서 해양 신실크로드 건설에 몰디브가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중국은 몰디브 수도 섬인 말레와 인근 훌룰레 섬을 잇는 다리 건설 계획도 지원하기로 했다. 몰디브에는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중국인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영향력은 몰디브에서는 절대적이다.

중국이 몰디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에는 몰디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인도였다. 가윰이 30년간 통치했을 때 쿠데타가 발생할 때마다 군대를 보내서 쿠데타를 진압해준 것도 인도였다. 몰디브에 제대로 된 병원인 인드라 간디 병원을 지어준 것도 인도였다. 가윰의 30년 통치는 인도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나시드가 집권하고 나서도 인도와의 관계는 순조로왔다. 나시드 정부는 인도 뱅갈로르에 있는 건설회사 GMR에게 말레 국제 공항을 건설하고 운영할 권리를 주었다. 그러나 나시드가 물러나고, 가윰과 야민의 지지를 받는 부통령인 와히드가 대통령 권한을 받자마자 이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인도는 이 일로 분노하여 건설자재의 수출을 봉쇄했고 몰디브인들이 의료 비자를 받아 인도로 들어오는 것을 어렵게 하였다. 인도는 2013년 중반이 되자 와히드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나시드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하여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선거의 결과는 나시드의 참패였다. 인도의 외교 관계자들은 “중국이 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몰디브 정부가 중국의 지원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해군이나 군사시설이 스리랑카와 몰디브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지라 인도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모디 총리의 몰디브 방문 취소는 몰디브에 대한 경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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