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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부처님 오신 날과 한국 최초의 멕시코 학인 스님

멕시코 박호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 2015/05/07

국내에서 세월호 1주기 및 성완종 리스트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9박 12일간의 남미 4개국,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출국 당시부터 세월호 1주기의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 서둘러 출국하지 않았느냐 하는 비난을 무릅쓰고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임기 중 첫 중남미 순방을 마쳤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한류를 정부가 이끌겠다는 순방의 취지와 중남미의 온라인 시장 활성화 유도라는 순방의 취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남미에서 한류의 심화와 확대 그리고, 온라인 시장 활성화는 정부의 주도 없이도 확대일로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콜롬비아를 방문하기 한 달 전에 김기덕 감독은 <카르타헤나 영화 국제 페스티벌>에 초대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멕시코에서도 김기덕 작품 회고전이 열려 국내에서 외면당한 그의 최근 작품 <뫼비우스>까지 상영되고 있다. 김기덕의 작품들은 아이돌 그룹에서 주도되던 한류와는 별도로 중남미 문화에 잔잔하면서도 깊게 스며들고 있다.

또 중남미의 한국 불교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조계종 산하에서 행자 생활을 하던 멕시코인이 2013년 사미계를 받고 올해 백담사에서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는 하버드대 출신의 현각 스님을 비롯해 많은 벽안의 스님과 더불어 동남아에서 한국 불교를 배우러 온 스님들이 있다. 따라서 최초의 한국 불교를 배운 외국 스님은 아니지만, 멕시코는 물론 중남미 한국 불교 전파사에서 25세의 멕시코 인 로드리고 알만사(Rodrigo Almanza)가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산하의  사미스님이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한국 불교의 해외 전파를 단계별로 구분할 때, 첫 단계가 숭산 스님과 같은 한국 승려들과 해외 교포 신도들이 해외에 한국 불교를 포교하는 단계, 그리고 외국인들이 국내 절로 들어와 승려가 되어 국내에 머물거나 다시 해외 포교에 나서는 단계로 나눌 때, 한국 불교의 해외 선교 활동은 이미 두 번째 단계에 와있다. 
그러나 가톨릭이 주요 신앙인 중남미 대륙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특히 한국 불교는 신도수가 꽤 된다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를 고려한다 할지라도 중남미에서 한국 불교 포교가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멕시코 스님이 한국에 와서 계를 받은 것은 한국 불교의 중남미 토착화에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숭산 스님이 만든 <관음스쿨>의 역동적인 활동과 인터넷의 효과로 볼 수 있다. <관음스쿨>의 역동성은 동유럽에서 <관음스쿨>을 접한 동유럽 불자가 멕시코에서 법당을 여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다. 폴란드 사람인 파볼(Pavol)은 어려서 동유럽을 순회 중이던 <관음스쿨> 소속 스님을 만나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다른 불교도 접하게 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관음스쿨> 불자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 백담사에 기거하고 있는 멕시코인 만화 스님의 경우도 십대에 삶에 대한 의문을 갖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삼우 스님이 멕시코시티에 세운 선련사를 방문한 것이 한국 불교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비단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필자가 2013년에 멕시코에서 한국불교 연구차 인터뷰한 50여 명의 멕시코 신자 중 상당수가 한국 불교를 특별히 선호해서 멕시코에 있는 한국 절에 다녔다기 보다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멕시코 한국 절 홈페이지를 발견하고 찾게 된 경우가 많았다. 즉, 한국불교가 다른 불교보다 탁월하다는 평판을 듣고 한국 불교를 찾은 것이 아니라 숭산 스님이 이끌었던 <관음스쿨>과 삼우스님이 이끄는 <자혜 불교회>의 적극적 활동과 인터넷 홈페이지 오픈이 한국불교를 찾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폴란드인 파볼의 경우는 <관음스쿨>과 한국불교의 우수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나 만화스님의 경우 원효 대사의 “원융회통圓融會通”을 언급하며 세계 불교의 모든 계파는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였고 필자가 2013년에 인터뷰한 50여 명의 멕시코 불자들의 상당수도 만화 스님과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 불교가 중남미인들에게 적합하느냐는 질문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만화 스님은 숭산 스님이 이끄는 <관음스쿨>의 장점을 각 나라와 문화의 실정에 맞는 가르침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유럽에 퍼져 있는 불교 중에는 숭산 스님의 <관음스쿨>보다 현지 문화에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종파도 있다. 일반적으로 불교가 서구인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은 일본의 다이세쯔 스즈끼 박사가 선불교를 서구에 소개하면서부터였다. 스즈끼 박사가 소개한 선불교는 하이데거나 에리히 프롬 등의 서구 석학들의 강력한 논리적 지지를 통해서 굉장히 지적인 종교로 서구에 알려졌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천여 년간 전통과 문화로 자리 잡은 토속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이 상당히 배제된 이성적 불교였다. 예컨대 서구인들에게 불교의례인 천도재는 불교의 본질이 아닌 미신일 수 있다. 서구인들이 자신의 가톨릭 신앙이나 개신교 신앙을 버리고 불교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불교의 이성적인 측면에 호감을 느껴서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불교 연구가들이 지적하듯이 서구에 이식된 스즈끼식의 선불교는 아시아에 이천여 년간 존재해온 불교의 지적인 측면만을 도려내어 이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한때 국내에서 대중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인 현각 스님이나 많은 서구스님들이 한국에 와서 부딪히는 문제는 서구에 알려진 이성적 불교와 한국문화에 천여 년간 뿌리내린 문화로서의 불교 문화가 충돌할 때이다. 한국 불교는 서방 부처님의 가르침이 중국의 전통과 만나고 다시 한국의 전통과 만나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불교의 본산인 조계종은 간화선을 그 근간으로 하고 있고 많은 한국 스님과 한국 불교 학자들은 우리 한국 불교가 간화선의 적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백담사에서 만화 스님이 머무는 승가의 선감을 맡고 있는 보석 스님은 중남미 인이 한국 불교에 적응하기 쉽지 않음을 돌려서 설명하였다. 더운 열대에서 다혈질의 성격을 가진 중남미인들이 상대적으로 추운 지방인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한 간화선의 전통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석 스님의 지적은 예리한 것이고 그것은 만화 스님이 한국에 온 3년간 매일 맞닥뜨리는 문제인 것이다.

미국 및 유럽에서 온 승려 지원자는 기후적으로도 추위에 잘 적응할 뿐만 아니라 성격이 중남미인들보다 덜 정열적이며 이성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 서구인들이 머리가 더 이성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행동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인들은 문화적으로 더 감성적이며 말이 많고 유머가 많다. 만화 스님은 자신이 직설적으로 대화하는 것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쉽사리 접근하는 것에 대해 그의 한국 도반들이 문화적으로 굉장히 낯설어하였음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 불교를 배우러 온 승려 지원자의 경우도 한국 문화로부터 문화 충격을 받으나 같은 아시아권 문화를 오랫동안 공유함으로써 그 충격은 중남미인 승려 지망자가 받는 문화 충격하고는 다르다. 그럼에도 만화 스님이 한국 불교 간화선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모든 인간이 득도할 수 있다는 보편주의의 입장을 옹호해서가 아니라 만화 스님이 멕시코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폴리테크닉 Instituto Politécnico Nacional> 대학 화공학과 합격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학하고 몇 달 안 되어 국내로 왔기에 화공학을 전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간화선이 이성의 명철함을 요구한다면 만화 스님은 그 기본적인 자질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봐야 된다. 그리고 중남미에 뿌리내린 불교도 유럽과 미국을 통해서 건너온 이성주의적 전통이 강한 불교이며 불교를 믿는 대대수의 중남미인들이 중, 상류층 및 식자층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중남미 불자들이 감성적인 면만 가지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남미인들은 식민지 문화유산에서 비롯된 스페인 문화 전통의 직관주의와 스페인 출신 로마인 세네카의 철학적 전통을 잇고 있기 때문에 이 스페인 문화 전통의 금욕주의, 직관주의는 동양의 간화선과 더 잘 맞을 수 있다. 그것은 간화선 자체가 이성적인 냉철함도 요구되지만,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력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스즈끼 박사가 그의 저서들에서 언급한 동양적인 직관력과 “원융회통”의 정신이 중남미 식자층의 정서에 더 맞을 수도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문화 수출의 가장 마지막 고부가가치 상품은 사상이고 종교다. 물건을 팔기는 쉬워도 문화를 팔기는 쉽지 않다. 문화라는 것이 본래적으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상과 종교는 더더욱 상품이 아니고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 수익성의 막대함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타문화 상품을 산다는 것은 비단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그것은 타문화에 대한 인정, 존중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문화의 사상과 종교를 구매한다는 것도 그 사상과 종교를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만화 스님에게 중남미에서의 향후 포교 계획에 대해서 물은 바 있다. 아직은 한국에서 도를 더 닦고 싶다는 말에 진리를 찾고자 하는 순수한 젊은이의 마음이 느껴져 한류 수출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 공영과 인류 상생이라는 차원에서 한국과 중남미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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