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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몽골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이웃 국가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5/05/26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내륙국가다. 두 나라의 협조를 받지 않고는 경제성장도 국가안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몽골의 현실이다. 따라서 몽골 외교의 1차적인 목표는 두 강대국의 세력균형을 활용하여 영토와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몽골 외교의 기본개념의 첫 번째 항목에 두 이웃을 가장 중시하고 두 나라에 대한 중립정책을 견지한다고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백 년의 역사는 이러한 외교목표를 실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증언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수시로 몽골 문제에 개입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배했으며, 지금도 몽골 문제에 관한 한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두는 몽골의 지리적 위치에 기인하는 것으로 1990년대 이후 몽골 외교는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중ㆍ러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제3의 세력을 끌어들여 두 이웃의 힘이 과도하게 투사되는 것을 방지하며, 동북아에서 보다 폭넓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자국의 영토와 안보를 지키는 정책이다. 이른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인데, 이는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으로서 타국과 갈등이 생긴 후 이를 해결하기보다 미리 타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는 환경 조성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중ㆍ러 사이의 엄정중립, 자국에 외국 군대의 주둔 불허, 군사기구에의 불가입 등이 소극적 예방외교라면, 제3의 이웃정책, 상하이협력기구에 대한 이중정책, 비핵화지대선언, 동북아분쟁의 중재자 역할 자임 등은 적극적 예방외교라고 할 수 있다. 체제가 바뀐 지난 20여 년의 몽골외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 정책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몇 차례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몽골정부가 상기한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적 합의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최근에 발표된 대외관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4월 17일 몽골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상트 마랄 재단(Sant Maral San)은 최근 몽골의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1), 이중 국제관계에 대한 결과는 근년 몽골 국민들의 대외인식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가장 좋은 친구 나라는 러시아

외교 또는 국제정치는 정치의 연장이자 국내정치와 연동되어 움직인다. 이런 점에서 몽골국민의 국제관계에 관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몽골의 대외정책뿐 아니라 향후 국내의 정치동향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조사의 42번째와 43번째 항목인 “몽골의 가장 좋은 친구 나라(는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조사결과는 향후 몽골의 대외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한다.

표-1에서 보듯 현재 몽골 국민들은 러시아를 가장 좋은 친구 나라로 보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지난 3년 동안의 조사결과를 보면, 71.9%(2013)2),76.8%(2014)3),78.1%(2015)로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도 확인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러시아는 20세기 초기 몽골이 외세(청조와 중화민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실현하고 현대국가로 거듭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또한 몽골 국민들의 전통적인 대중국 안보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나라다. 특히 중국의 부상과 몽골경제의 중국에의 예속이 심화되면서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우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몽ㆍ러 합작회사인 에르데네트(Erdenet) 구리광산과 울란바타르 철도가 몽골경제를 지탱해주는 가장 견실한 회사라는 점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아래 표-2에서 보듯 본 조사의 44번째 항목인 “당신은 몽골인들이 어떤 나라 국민들과 우호적으로 잘 협의하여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서도  55.6%로 러시아가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경향 역시 43.0%(2013), 46.7%(2014), 55.6%(2015)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곧 무역역조4) 등 몽ㆍ러 간에 여러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당분간 몽골 국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거행된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 행사에 몽골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이나 붉은 광장에서 거행된 승전 군사퍼레이드에 몽골군이 참여한 것 그리고 이를 정부 종합청사 앞에 있는 칭기스 칸 광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하여 직접 중계한 점 등은 몽골 국민들의 대러시아 인식을 반영한 몽골정부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정치와 관련해서 현재 인민당원과 인민당 지지자들 중에는 러시아식 교육을 받고 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근년 몽골 국민들의 압도적인 친러 여론을 감안하면 향후 몽골의 국내 정치행사가 인민당에 유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획기적으로 변한 중국에 대한 국민여론

금년을 포한한 최근 3년 동안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몽골인들의 중국에 대한 생각의 변화다. 앞의 표-1 “몽골의 가장 좋은 친구 나라(는 어디입니까)”라는 물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은 나라는 중국이다. 대중국 우호 여론 역시 2013년 23.8%, 2014년 23.7%, 2015년 26.9%로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는 현재 몽골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몽골인들과 외국의 몽골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에 반하는 것으로 만약 이 조사가 사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지난 수백 년의 몽ㆍ중 관계를 재평가해야 할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다.

지금까지 보편적인 몽골인들의 두 이웃에 대한 생각은 친러반중으로 이해되어왔다. 몽골인들은 소비에트 체제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호적인 이중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에서는 “위험한 중국”과 “나쁜 중국인”으로 통일되어 있다. 지금도 일반적인 몽골인들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러한 정서를 굳이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표출한다. 일부 몽골인들은 상기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대중국 우호여론이 최근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몽골인들의 전통적인 대중국 인식에 모종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만한 근거가 된다. 좋은 싫든 1990년대 이후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가 이러한 여론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중국은 또한 몽골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몽골수출의 85% 이상, 수입의 4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몽골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광물자원의 대부분이 중국계 회사가 관여하거나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 주변국들이 그렇듯 서민경제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국 국민들 간에 접촉이 잦아들고 상대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여론 주도층, 특히 일부 정치인들의 친중국 행보도 대중국 인식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쉽지만 희망적인 한국에 대한 국민 여론

한편 미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은 것은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제3의 이웃국가”라는 점에서 이해할만하다. 일본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주로 일본의 대몽골 경제지원 때문인데5), 지난 3월 몽ㆍ일 사이에 체결된 경제동반자협정(EPA)도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에 대한 여론은 그렇다 치고 한국에 대한 여론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1990년 한ㆍ몽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된 이후 양국지도자나 관계자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해 온 “형제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 몽골인 거주지인 몽골국과 러시아연방의 부랴트공화국 및 칼미크공화국, 중국의 네이멍구자치구를 제외하면 몽골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6) 또한 2015년 2월 몽골 이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몽골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중국(7,238명)과 러시아(2,689명)에 이어 한국인(2,382명)이 세 번째로 많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양국 사이의 교류가 빈번하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지 않은 것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지난 3년 동안의 여론 추이다. 2013년 10.1%이던 것이 2014년에는 12.0%로 좋아졌다가 2015년에는 다시 9.2%로 곤두박질 쳤다. 필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찾지는 못했지만, 근래 몽골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반한감정의 영향이 아닌가 하고 추정해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한ㆍ몽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에 비하여 한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력 정치인이나 언론인 등 이른바 여론을 주도하고 생산하는 여론주도층 중에 친한국 인사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 친한 인사로 분류되는 엥흐바야르(N. Enkhbayar) 전대통령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몽골에서의 정치활동이 사실상 규제된 상태이고, 또 한 명의 친한 인사인 엥흐볼드(M. Enkhbold) 인민당 총재도 무슨 이유인지 몽골정치의 전면에 서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우호적 여론은 그들의 국력과 그에 맞는 대몽골 원조 그리고 안보에 대한 버팀목 역할 탓도 있지만, 여론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여론주도층 중에 친일본과 친미국 인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각 기관에서는 몽골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동향에 주목하고, 몽골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과 언론인, 전문가 등 여론주도층을 적극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표-2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1 “몽골의 가장 좋은 친구 나라(는 어디입니까)”에서 5위에 그친 한국이 표-2 “당신은 몽골인들이 어떤 나라 국민들과 우호적으로 잘 협의하여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서는 22.8%로 러시아와 중국에 3위다. 이는 곧 한국에 대한 여론과 관계없이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양국의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하다는 증거이자 몽골국민들의 대한국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희망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1) http://www.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M15.Apr_.pdf(검색일, 2015. 5. 26). 이번 조사는 수도 울란바타르와 헨티아이막, 투브아이막, 오브스아이막, 우부르항가이아이막, 아르항가이아이막, 돈드고비아이막 등 지방 6개 아이막(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에 거주하는 1,200명을 대상으로 16일(2015. 3.27-4.12) 동안 실시되었다. 총 57개 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조사결과는 몽골의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여론동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로서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 http://www.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M13.Apr_.pdf(검색일 5. 26).
3) http://www.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M14.Apr_.pdf(검색일 5. 26).
4) 2015년 현재 몽ㆍ러 간의 연간 무역액은 16억 달러인데 이중 90%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 분야가 차지한다.
5) 1990년대 이후 대몽골 원조를 주도하고 있으면, 현재까지 유상 및 무상 원조액에서 가장 많은 원조를 하고 있다.
6)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12월 31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24,175명인데, 이중 16,428명이 합법 체류이고, 7,747명이 불법 체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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