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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5년 아르헨티나 대선 전망

아르헨티나 안태환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5/07/06

금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의 예비 선거가 201588, 본 선거가 1025일 열린다. 이번 선거부터 전자투표가 도입된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에는 전통적 투개표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우파 정당의 제안으로 전자투표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올해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 정치지형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외국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브라질의 룰라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키치네르 그리고 그의 아내인 크리스티나는 라틴아메리카의 범중도 좌파적 지역통합과 세계 체제의 중심부에 대해 자율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서로 공조해왔었기 때문이다.

대선과 함께 의원 선거도 함께 열린다. 2009년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16세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16세에서 70세 미만까지는 의무투표이고 70세 이상은 선거에 기권해도 된다는 점이다. 예비선거에는 각 정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나올 수 있고 최소한 유효투표자의 1.5% 이상을 득표한 정당만이 10월 본 선거에 나올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좌파 페론이즘 또는 키치네르이즘의 퇴조 여부이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2011년 기록적인 득표를 하면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르헨티나는 현재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하여 2001년의 경제위기 이후 2003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는 중도 좌파의 키치네르이즘 세력인 승리를 위한 전선”(Frente para la Victoria)의 승패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승리를 위한 전선은 아르헨티나 최대정당인 페론주의 당인 정의주의자 당”(Paritido Justicialistas)의 좌파 주류 파벌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로 있는 다니엘 치올리(Daniel Scioli)이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65일 로마를 방문하여 67일 교황을 만나기도 했다. 아마 교황이 아르헨티나 출신이라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아 보인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예비선거에 나갈 치올리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골수 키치네르주의자인 대통령 법률 비서관인 카를로스 산니니를 임명하도록 크리스티나가 압력을 행사하였다고 한다. 언론의 해석에 의하면 현재 대통령인 크리스티나가 치올리를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애매함은 치올리가 키치네르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제대로 그 이데올로기를 체화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정확하게 아르헨티나 정치지형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를 버릴 수 없는 것은 상당한 정치력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카를로스 라리에라에 의하면 그를 내치게 되면 페론주의 좌파와 경쟁적인 다른 페론주의자 즉 1990년대를 집권했던 페론주의 우파에게 정권을 내줄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신자유주의 노선을 맹신하여 아르헨티나를 국가적 위기로 몰아넣은 카를로스 메넴의 세력은 페론주의 우파이다. 메넴 이전에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집권했던 자유주의 우파 정당인 급진시민연합”(UCR)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영향력을 잃고 퇴조했으며, 몇 년 전부터 일부가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유주의 중도 우파 정당인 공화국제안”(PRO)을 형성하여 현재 크리스티나 주도의 여당에 맞서고 있다. 2001년의 경제위기가 극복되면서 어느 정도 중산층이 다시 형성되고 지식인들이 많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 당의 지지가 많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단순하고 호소력이 있는 이 정당의 약자 이름 “PRO"는 광고 전문가가 정했다고 하는데 마치 우리나라 여당의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의 광고 전문가가 생각난다.

아르헨티나는 상당수가 이탈리아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탈리아처럼 소수 정당이 매우 많다. 현재 공식적으로 등록된 정당의 숫자는 무려 67개라고 한다. 따라서 우파든 좌파든 전부 다양한 정치세력이 연합하여 정당을 만들고 있다. 페론이즘은 1940년대에 환 페론 장군이 주도한 정치세력의 이데올로기로써 좌파, 우파, 중도파를 전부 아우른 아주 독특한 체제였다. 서로 모순되는 모든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전부 포용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정당의 콘텐츠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런 특성을 보더라도 페론이즘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당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복지를 매우 중시하였다는 점에서는 좌파적이고 외세에 대해 국가발전 전략을 자주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정당이 곧 국가인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파시즘적 성향을 보이는 등 매우 복잡한 체제였다. 그런데 특히 중요한 것은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해온 가난한 대중의 이익을 지켜주며 그들의 마음과 감정을 사로잡는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선거 때만 되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이후 페론이즘은 사회정치적 운동세력으로 변모하여 1970년대 이후의 군부독재 시대에도 페론이즘은 일반 대중에게 깊이 영향력을 가지며 살아있었다. 이런 정치적 역사를 통해 형성된 아르헨티나인들의 집단적 무의식적 성향 즉, 아비투스는 민주화된 이후인 1980년대의 자유주의 정부인 알폰신 정부를 쉽게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본질적으로 대중보다는 엘리트와 지식인 위주의 정치를 펼치기 때문이다. 또한, 1970년대의 군부독재 정권도 대중이 쉽게 지지할 수 없었다. 그들 군부는 페론에 비해 외세 추종적이고 경제 발전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가난한 노동자 대중의 인권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르헨티나는 멕시코, 콜롬비아와 같이 극우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은 살아남지 못했다. 중도우파 아니면 중도좌파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의 페론 우파인 메넴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여 대중의 이익을 배신하는 정치를 펼친 이유로 페론이즘은 90년대 말에 쇠약해져 지방에서 겨우 존재를 유지하는 지방정당으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2001년 경제위기 당시 기존의 정치세력이 그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전부 패배하였을 때 지방에서 페론이즘의 비주류 변방의 이단적일 정도로 소외되어 있던 키치네르가 권력을 잡게 된다. 이렇게 아르헨티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대중에 뿌리내린 페론이즘은 아르헨티나 정치지형에서 워낙 상수로 작용한다. 페론이즘은 지방정당에서부터 출발하여 중원을 노리는 다양한 세력들 사이에 서로 헤게모니 쟁투를 벌이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지방마다 서로 이슈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이런 지방에 밀착한 지도자들은 같은 정당 안에서도 서로 격렬하게 싸울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단순히 지방주의에 거점을 가진다고 하기보다 평범하고 가난한 각 지역 대중의 동네 즉, ‘영토적 일상생활에 밀착된 지지를 받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때는 특히 대중과의 밀착된 힘이 정치적 자산으로 작동된다. 그러므로 90년대 페론주의 우파인 메넴 정부의 국가위기 초래의 정치적 대실패 이후에 등장한 구원투수도 같은 당인 페론주의당의 좌파인 키치네르가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후, 그 부인인 크리스티나도 남편만큼 카리스마가 있지 못하지만, 정치적 인기 또는 자산을 지속적으로 물려받아 현재의 전반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지지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기가 닥치면 페론이즘 안의 다양한 이단세력 또는 비주류세력들까지 서로 힘을 결집한다. 따라서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달리 자유주의 세력도 그렇게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리하여 여야가 모두 대부분 사회적 공공성을 중시하는 중도로 수렴된다.

올해 대선전망을 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 있다. 아르헨티나 정치는 전반적으로 2001년 경제위기 이후 모든 정치인은 물러나라는 대중의 구호에서 보듯이 기존 정당의 조직 장악력의 해체와 이완의 정도가 심해 정치인 개인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인기가 매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론주의의 비주류인 치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가 키치네르주의자 즉 여당대표로 나서고 있지만, 그는 키치네르이즘의 이데올로기를 대표하지도 않고 현실정치지형에서도 정확하게 대중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애매성은 여당의 잘못이라기보다 야당인 중도우파의 대안적 정책 제시의 무기력과 치열한 토론의 부족에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3의 세력인 좌파 연합(FIT)의 대응도 미덥지는 않아 전반적으로 정치전망의 애매성을 높이고 있다. 왜냐하면, 페론이즘이 전통적으로 가난한 대중의 좌파적 계급의식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많은 정치학자들은 페론이즘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좌파 정당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제3의 정치세력으로 좌파들의 연합체인 좌파, 노동자 전선”(Frente de Izquierda y los Trabajadores)의 경우 하원에는 극소수의 의원이 있고, 상원에는 없고, 지방의회에는 조금 있는 정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의 리더는 호르헤 알타미라(Jorge Altamira)이다. 이들 좌파는 오랫동안 대통령 선거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조건인 총 유효투표자의 1.5%도 달성하지 못했는데 2011년 노동자 자율경영 조합인 바우엔 호텔에 모여 연합세력을 구축하기로 한 뒤에 겨우 이 조건을 충족하게 된 정도이다.

이렇게 좌파들이 정치적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은 부르주아 우파세력은 전부 나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최악과 차악을 구별하는 정치력의 발휘에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정치적 구호에 치중하여 자본주의적 정부이면서도 금방 사회주의적 정부가 되려는 듯이 유연성을 잃고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경직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중은 여야를 모두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민주주의 정치의 진보적 성격을 지키려는 데 성실하게 임해온 여당과 훨씬 오른쪽으로 움직이려는 야당 사이에는 민주주의의 확장에 있어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성장과 복지를 병행하려는 키치네르 정부의 집권이 약 10여 년 이상 지속되면서 아르헨티나 기층대중이 중심 되는 사회운동의 성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좌파의 성장도 어느 정도 가능했던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조심스런 전망은 여당 후보가 승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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