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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표류하는 몽골 정치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2015/07/08

표류하는 몽골 정치

지난 주 금요일(7월 3일) 민주당 실행위원회는 인민당과의 연립정부 협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을 민주당 원내교섭단체에 위임했다. 지난 6월 22일 민주당 원내교섭단체 회의에서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이후 민주당과 인민당은 연정 협약 파기 여부를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성명을 주고받았는데, 민주당 집행부가 지난 주 최종적으로 인민당을 연립정부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동 위원회는 연립정부에서 인민당을 탈퇴시키게 된 이유를 다음의 5가지로 설명했다. 취지를 살려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본다.
첫째, 민주당은 작년 연립정부를 꾸리자고 인민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민당은 단 한 가지 일만 하고 있다. 그들은 6개 부처 장관과 7개 부처의 차관 자리를 얻어 600여 명의 공무원을 해고했다. 인민당은 공직과 직위를 얻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법을 어기고 공무원을 해임하는 것은 우리와 맞지 않다.
둘째, 우리는 인민당이 국회 회기의 60%를 장관 해임 안 제출에 쓰고 다른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하자고 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연정에 들어와서 인민당은 장관 해임 작업을 공무원 해임 작업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그들이 연정에 참여한 후 6개월 동안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셋째, 우리는 경제를 살리는데 시민을 설득하고 각종 사업에 국민을 참여시켜 함께 할 것이라고 믿고 인민당에 연정을 제의했다. 인민당 스스로도 그렇게 약속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국가 정책과 사업을 왜곡시키고, 국민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중상과 비방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2012-2014년에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했지만, 인민당이 연정에 참여한 뒤부터 이런 사업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넷째, 인민당은 이미 2016년도 총선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하고, 나라 일을 방기하고, 대중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놓았다. 인민당은 또한 2000-2012년에 국정을 담당했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만한 사업과 정리된 정책이 없다.
다섯째, (이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벗어나 민주당은 명실상부하게 국정을 책임지고, 인민당은 반대세력으로 남아 2016년에 국민으로 하여금 심판하게 함이 마땅하다.
이상은 물론 민주당이 인민당과 협력 폐기를 처음 논의할 때부터 나온 말들이지만, 그 동안 각종 회의에서 논의되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공표된 사항을 종합한 지난 6개월의 연정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평가다. 실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7월 6일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 회의를 열어 동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인민당을 정부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민당 또한 같은 날 지도위원회를 개최하여 민주당 실행위원회의 성명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작년 연정에 참여할 때 체결한 두 당의 협력에 관한 협약을 취소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입각한 장차관들 또한 명예롭게 물러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향후 며칠 내에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두 당의 협력은 폐기되고 당분간 정치 불안과 정치 표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운명에 관한 민주당 실행위원회의 결정이 국정책임자인 사이항빌렉(Ch. Saikhanbileg) 총리가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6월 30-7월 3일)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총리로 취임한 그가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민주당 내 계파갈등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총리의 외국 방문기간에 인민당과 함께 수립한 정부의 운명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총리가 있을 때 이 문제를 처리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하필 그가 없을 때, 그마져 단 하루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현재 의회의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지만 당 총재와 총리가 다른 사람이라는 민주당의 인적 배치 및 계파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는 당 총재가 총리를 맡도록 되어 있지만, 작년 11월 알탄호약(N. Khuyag) 총리 해임 후 민주당의 내부사정으로 인하여 엥흐볼드(Z. Enkhbold) 당 총재, 사이항빌렉 총리라는 현재의 구도가 결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독자 계파인 사이항빌렉 총리는 아무런 힘도 영향력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현재의 만주당의 무게중심은 국회의장이자 민주당 총재인 엥흐볼드에 쏠려 있으며, 이번 결정 또한 그가 주도했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은 인민당을 연립정부에서 퇴출시키기로 결정을 하면서 인민당이 연립정부를 수립할 때 체결한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평론가들은 그 배후에 사이항빌렉 총리 내각을 무너뜨리고 공직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 갈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예 새 총리 후보자로 현재의 국회의장인 엥흐볼드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국회의장이 총리가 되는 대신, 아마르자르갈(R. Amarjargal) 민주당 의원을 당 총재로 추대한다는 시나리오다. 엥흐볼드가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아마르자르갈을 총리로 추대한다는 말도 떠돈다. 장관과 차관 및 각급 단체의 기관장 자리는 민주당의 각 계파 사이에 배분이 완료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인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아르빈(D. Arvin) 의원과 국회의장 자문위원인 강수흐(A. Gansükh) 등이 장관이 되려고 힘쓰고 있다는 소식도 언론매체를 통하여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어려운 경제난 때문에 내각을 이끌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확인하기 어려운 풍문이 떠돈다.

인민당 문제는 구실에 불과
 
그런데 웬일인지 연립정부에서 퇴출될 것이 확실하게 된 인민당에서는 당황해하거나 초조한 분위기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상기한 대로 인민당은 7월 6일 당 지도위원회를 개최하여 민주당의 결정에 대하여 논의했다. 곧이어 당 소회의(baga khural)도 개최될 것이다. 작년 연립정부에 참여할 때도 당원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당 소회의가 최종적으로 참여 결정을 했기 때문에 탈퇴 역시 이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당 입장에서 보면 언젠가 연립정부에서 자진 철수하려고 했을 것이지만 계획에 없이 그 시기가 갑자기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민당이 연말까지 연정에 남아 있다가 내년 6월 선거 전에 철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과거 민주당의 선례도 있다. 2012년 민주당 총재였던 알탄호약 전 총리는 자발적으로 인민당 주도의 연립정부1) 에서 철수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인민당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하고 강제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민당은 현 상황을 불평하거나 자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실패할 구멍을 파고 있다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아마도 현재 민주당의 행태로 볼 때 국민여론이 강제 퇴출된 자당에 불리하지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넘어진 아이를 가엽게 여기고 사랑해주는 것이 몽골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인데, 인민당은 이 모두를 계산하고 자발적 철수가 아니라 강제 퇴출을 선택한 듯하다. 민주당이 처음 연정파기 문제를 제기할 때부터 인민당이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대응했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인민당은 극도의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각이 무너지면 국민들이 그 주범을 어디에서 찾을까 하는 것까지도 계산에 넣고 연정 파기 문제에 대하여 수동적 입장을 취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지만, 객관적으로도 최근의 정국 불안은 대부분 연정의 대주주인 민주당 내부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은 지난 2주일 동안의 상호비방전에서 인민당이 오요톨고이(Oyutolgoi)와 타왕톨고이(Tavantolgoi) 등 광산개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정당법, 선거법, 헌법 등의 개정안에 반대하여 경제가 점점 추락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다수당인데다가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의연대”와 시민의지-녹색당이라는 우군까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뜻대로 국정과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인민당이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국정과제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는가도 따져 봐야한다. 특히 가장 큰 현안인 오요톨고이 지하광산 개발 건은 인민당이 아니라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사이항빌렉 총리는 지난 5월 19일 두바이에서 오요톨고이 지하광산 개발 계획안에 서명했다. 그 동안 자원의 80%가 매장되어 있는 오요톨고이 지하광산 개발 건은 투자사인 Rio Tinto와 몽골정부의 입장 차이로 인하여 본 계약이 계속 미뤄졌는데, 총리가 두바이에 가서 전격적으로 개발 계획안에 서명했다. 이에 대하여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상기한 대로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였고, 민주당과 인민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기 때문에 인민당이 본 건을 반대했다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다.
타왕톨고이 건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22일 타왕톨고이 광산개발 투자자(중국의 Shenhua Energy, 일본의 Sumimoto, 몽골의 Energy Resources)가 최종 선정된 다음, 몽골정부와 투자자들은 마라톤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안을 만들어 내각에 제출하고 서명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5일 사이항빌렉 총리가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하고, 이튿날인 4월 6일 춘계 국회개원에 맞춰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려고 했지만,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인 엥흐볼드가 의회의 승인을 강하고 요구하고 정부초안을 검토할 실무단 구성을 지시했다. 엥흐볼드의 직계인 에르덴치멕(L. Erdenechimeg) 의원이 단장을 맡은 실무단은 기존의 정부안을 돌려보내고 새로운 안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인민당은 사실상 특별한 역할을 하지도 못했고 같은 당 출신인 총리와 국회의장의 힘겨루기가 계약을 지체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민당이 연정 참여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부에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는 비판은 퇴출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어쨌든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인민당의 퇴출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두 주요 정당의 협력은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다만 사아항빌렉 총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연정파기가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를 일방적으로 끌어내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이 문제가 민주당 측에서 공론화된 적은 없다. 다만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이항빌렉 총리는 자신의 부재중에 자신이 이끄는 정부의 운명이 결정된 데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자신이 총리로 있는 한 인민당 출신의 6명의 장관을 퇴출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우선 도의적으로 보아도 그의 입장에는 이해할만한 부분이 있다. 연정 자체가 그의 구상에 따른 것일 뿐 아니라 6명의 장관들 모두 7개월 전 자신이 제청한 사람들이다. 또한 그는 투자유치를 위하여 최근 몇 달 사이에 두바이, 러시아, 미국, 영국을 연달아 방문했는데, 자신이 이끄는 내각의 각료를 자신이 강제로 퇴출시킬 경우 국제사회가 몽골정부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그는 어떻게든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6명의 장관을 붙잡아 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인민당 지도부가 협약 파기라는 현재의 입장을 밀어붙일 경우 그가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게 그의 정치적 한계다. 인민당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6명의 자당 출신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을 총리가 직접 제안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래저래 사이항빌렉 총리의 처지가 난감하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만약 일부 논평가들의 전망대로 민족축제인 나담(Naadam, 7월 11-13일)을 전후하여 현재의 내각이 전면적으로 붕괴된다면 몽골정치는 더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임은 불을 본 듯 뻔하다. 그리고 현재의 정치위기가 민주당 내 계파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인민당이 아름다운 작별을 한다고 해도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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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민당(당시의 당명은 인민혁명당)은 2008년 선거에서 의석의 과분수를 확보하여 단독 정권을 수립할 수 있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격화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에 연정을 제안하여 민주당 출신자가 각료로 입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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