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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힘든 겨울을 기다리는 몽골인들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5/08/17

올 겨울 몽골인들은 힘든 한해를 보낼 것 같다. 이상기후와 가뭄과 예견되는 올 겨울 추위로 인하여 몽골의 전통생업인 목축과 농업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지 최근 20여 년 동안 몽골의 기후 또한 심하게 요동쳐왔다. 몽골인들이 흔히 쓰는 “겨울은 겨울답게 여름은 여름답게”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매년 겨울이면 이상난동과 이상한파가 교차하고, 여름이면 장마와 심한 가뭄이 번갈아 찾아온다. 특히 장마는 몽골어 어휘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몽골인들에게 생경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4-5년 여름 장마가 이어져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향후 몽골의 유망산업으로서 농업을 꼽기도 했으니 몽골의 기후가 예전 같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도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난겨울과 올해 초에 눈이 많이 오지 않은 “검은” 겨울이 된데다가 6월까지 눈발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친 지역이 많았다. 그러다가 6월 들어 갑자가 불볕더위가 이어지더니 몽골인들이 가장 풍요로운 시기라고 여기는 나담(7월 11-13일)이 시작될 때까지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의 50% 이상이 가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통상 “나담 다음 가을이다”라고 한다. 7월 중순 이후 곧 가을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만, 나담을 전후하여 목초지가 풍성하고 가축이 살찌고 더불어 유목민들이 풍요롭지만 이내 가을이 찾아와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격언이다. 하지만 금년에는 나담이 끝나기도 전에 가을처럼 들판이 누렇고 하얀 먼지가 날린 지역이 많다. 가뭄 때문이다. 나담 직후 상당 지역에 비가 내려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강수량은 예년의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다. 관계 기관의 보고에 의하면 국토 전 지역 표토의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가고, 목초지 성장에 가장 중요한 지난 5-6월에 비가 내리지 않아서 목초지의 80% 이상이 가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불볕더위와 가뭄은 목축과 농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5-6월에 추위가 가시고 비가 내려주어야 목초가 잘 자라고 밭을 갈고 파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년에는 7월이 될 때까지 가뭄이 이어지면서 두 부문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농업이다. 몽골의 주요 농업지대는 투브 아이막(Tuv aimag), 볼강 아이막(Bulgan aimag), 셀렝게 아이막(Selenge aimag) 등 주로 중부와 북부지방이다. 그런데 이들 3개 아이막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가뭄 피해가 훨씬 심하다. 필자는 지난 7월 25-31일 사이에 가뭄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광활한 농토에는 자라다만 난쟁이 푸른 밀 뿐이고, 일부 농경지는 아예 파종도 못했거나 누렇게 말라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1주 일 내내 정상적으로 자란 농작물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뭄 피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함이 눈으로 확인된 셈이다.

농작물 50% 이상 수확량 감소 예상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이해당사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말한다. 농민들과 농민단체에서는 파종 대비 80% 정도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지만 몽골 농업 담당 책임자인 보르마(R. Burmaa) 식량농목축업부 장관은 40% 정도의 수확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농업 전문가들의 예상 수확량 확정은 8월 25일 이후에나 나오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누구의 말을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여러 기관과 농민단체 등 이해당사들이 제시하는 자료에 근거하면 예상 수확량의 50%의 감소는 거의 확실해 보이고 많으면 6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되면 일반인들이 입을 현실적 또는 심리적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밀농사다. 밀가루는 육류와 더불어 몽골인들의 2대 식량자원이다. 그래서 고기와 밀가루는 몽골의 안보 식품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신경을 쓰고 있고, 일반인들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 때문에 밀 수확량의 감소가 언론보도를 통하여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1-2주 사이에 밀가루 소매가격이 kg당 80-100투그릭(Tugrug) 정도 상승했다. 정부에서는 연일 정부 비축분의 방출과 수입을 통하여 수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가격 상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농산물, 특히 밀 수확량 감소는 일반인들의 심리에도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가파르게 상승하던 몽골 경제는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나빠지고 있다. 투그릭의 가치는 계속 떨어져 전환기인 1990년대 초기보다 낮은 1달러 당 2,000투그릭에 인접해 있고, 이런 추세로 가면 달러 당 2,500투그릭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비관적인 전문가도 있다. 투그릭 가치 하락은 곧바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긴축재정 정책으로 인하여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주식인 밀가루 값의 상승이 현실화되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심리적인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농민들의 주장대로 최종 수확량이 60% 이상 감소하면 국가 사회에 미칠 파장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혹독한 추위와 재해 가능성
당연하지만 금년 봄과 여름의 가뭄은 목초의 성장을 지체시켰다. 좋은 목초는 당년 목축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풀이 제 때에 자라지 못하면 당연히 가축이 살찌고 튼튼한 체력을 갖추는데 악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되면 영하 30도 이하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가축의 집단폐사로 이어진다. 이른바 조드(zud)라고 하는 자연재해다. 조드는 대부분 한해를 넘기고 이듬해 봄이 시작되기 직전에 발생한다. 과학적 통계 뿐 아니라 역사적 경험으로도 금년처럼 풀이 잘 자리지 않은 해에 큰 조드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7월 초순부터 몽골 언론매체에는 올 겨울에는 평년을 밑도는 매서운 추위가 닥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내년 초의 대규모 조드를 예견하는 기사가 자주 실렸다. 대부분 경험이 많은 유목민들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다. 심지어 한 유목민은 엘벡도르지(Ts. Elbegdorj)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이번 겨울의 조드에 대하여 경고하고 나섰고,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실한 가축을 처분하거나 팔고 일찍부터 월동주비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겨울의 조드에 대하여 걱정하는 이유는 재해의 주기적 반복성 때문이다. 몽골어에 “비친 질링 조드(원숭이해의 재해)”라는 말이 있다. 12년 주기로 원숭이해(병신년)에 재해가 찾아온다는 뜻으로 몽골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말이다. 예를 들면 1944년 원숭이해에는 무려 150일 동안이나 조드가 지속되어 92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되었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1956년에는 가뭄과 조드가 겹쳐 가축 220만 마리가 일시에 죽었다. 1968년 원숭이해에 또한 165일 동안 조드가 이어져 440만 마리의 가축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것들이 몽골인들이 전설처럼 얘기하는 “원숭이해 조드”의 사례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지구적 기후변화와 더불어 조드의 주기 또한 빨라지고 있다. 예컨대 1999-2000년 24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된 이듬해, 즉 2001년에도 35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되었다. 그리고 2009-2010년에는 통계상 무려 1천말 마리 이상의 가축의 폐사가 이루어졌으니1) 전에 비하면 확실히 조드의 반복기간이 짧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가뭄에 이어 이듬해 조드가 찾아온다는 것인데, 금년의 기후상황이 꼭 여기에 해당된다. 작년 겨울과 올해 초에 눈이 적게 온데다가 7월 초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지 않아 곡물과 목초가 온전히 자라지 못하고, 다가올 겨울에는 영하 35도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장기예보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의 조드에 대한 우려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이를 경고하고 나선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든 유목민이라는 점 때문이다. 몽골 속담에 “처방을 모르는 의사보다 어려움을 겪은 노파가가 났다”는 말이 있다. 몽골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닥쳐올 재해를 경고한 노인이나 여러 경로를 통하여 월동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 유목민들은 혹독한 자연환경 한 가운데서 살면서 터득한 생활지혜의 소유자들이다. 현재도 4계절 이동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은 생업의 특성상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목초지의 상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기후와 재해의 예감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만일 최근 사람들이 예견한 대로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큰 규모의 조드가 발생하여 수백 만 마리 가축이 폐사된다면 유목민들이 입을 현실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에게 미칠 심리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설사 조드로 1천 마리의 가축이 폐사된다고 해도 당장 국가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GDP에서 차지하는 목축업의 비중은 다음 표에서 보듯 매년 축소되고 있고,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비중은 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그러나 목축은 몽골의 가장 중요한 전통생업인데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육류는 밀가루와 더불어 몽골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식량자원이다. 따라서 가축의 대량 폐사는 현실적 피해 못지않게 작물 수확량 감소보다 심리적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근년 몽골정부는 6천만 마리3)에 육박하는 가축 자원을 활용한 육류 및 육가공품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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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몽골 식량농목축업부 집계에 의하면 2009년도 가축 가축의 총 두수는 4,402만 3,900마리이던 것이 2010년에는 3,182만 8,900마리로 줄었다.
2)
http://www.mofa.gov.mn/new/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364&Itemid=201, 몽골 식량농목축업부(검색일 2015. 8. 8).
3)  몽골 식량농목축업부 집계에 의하면 2014년 말 몽골 가축 총 두수는 5,197만 400마리인데, 금년에 태어난 새끼를 합하면 거의 6천만 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문헌]

http://olloo.mn/n/18237.html, Бүсээ чангалж, хүнсээ хэмнэх цаг ирлээ(검색일, 2015. 8.7)
http://olloo.mn/n/18760.html, Ургацын 80 хувийг алдана, алдахгүй(검색일, 2015. 8.7)
http://www.ikon.mn/n/iv4, "МУУ амлаж байгаа юм биш, гэхдээ ТАРИАЛАНГИЙН бүс нутаг хүндэрсэн нь үнэн"(검색일, 2015. 8.7)
http://olloo.mn/n/17476.html, Бичин жилийн зуд болох уу(검색일, 2015. 8.7)
http://www.news.mn/content/217798.shtml, Бичин жил айсуй, бид яах вэ?(검색일, 2015. 8. 7) http://www.mofa.gov.mn/new/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364&Itemid=201, 몽골 식량농목축업부(검색일 201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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