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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난민 문제로 인한 갈등, EU의 고민과 동유럽의 목소리

루마니아 / 슬로바키아 / 체코 / 크로아티아 / 헝가리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5/11/09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월 22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각료회의에서 장 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EU 집행위원장은 기존 4만 명 외에 추가로 난민 12만 명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두고 표결에 부친 결과 동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표결 통과됐다. EU 28개국에 할당되는 12만 명의 난민은 현재 그리스,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난민 6만6000명과 헝가리에 남아 있는 5만4000명이 해당된다. 
오랜 동안 EU 집행위는 시리아와 북아프리카 난민 도착지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수용 능력과 부담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하였으며, 동유럽 각 지역들을 통해 서유럽으로의 대규모 난민 유입이 본격화되는 가운 데 더 이상 이 문제를 지켜만 볼 수 없었음을 강조하여 왔다. 따라서 EU의 모든 회원국들이 난민 쿼터제를 통한 서로의 고통분담을 요구해왔고, 이에 난민 분산 수용을 적극 주장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이번 안에 찬성하면서 난민 분산 수용 안이 표결 처리됐다. 반대표결을 던진 국가들은 체코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헝가리로 모두 동유럽 국가들이었으며 서유럽 국가들 중에선 핀란드만이 유일하게 기권했다. 따라서 비록 표결이 되었다지만 향후 난민 문제 해결을 둘러싼 각 국들 간의 이견과 갈등이 보다 본격화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난민 수용 찬성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이기적 결정보다는 회원국 내 서로 간의 결속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령화, 숙련 기술자들의 서유럽 대거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동유럽 국가들에게 교육 수준이 높은 난민들의 고 인력대비 값싼 노동력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설득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Economist) 분석에 따르더라도 폴란드 기업 중 40%, 헝가리 기업의 50% 이상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 또한 각각 18%, 28% 기업들이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언급1)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압력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이 느끼는 실질적 고민과 난민 수용 반대의 목소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난민 수용 거부의 표면상 이유로 동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일시적 난민 할당이 난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강대국들이 실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즉, 시리아 난민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선 시리아 내전이 최대한 빨리 종결되어야 하는 데, 이 문제가 그리 쉽고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시리아 독재 정부와 이에 저항하는 반(反)정부 간의 싸움에 이미 러시아, 중국 대(對)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원 세력들이 각자의 무기 지원으로 장기전이 예상되고 있으며, 여기에 IS까지 개입되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동유럽 국가들의 우려처럼, EU는 이미 지난 9월 14일 EU 난민 쿼터로 4만 명을 분산 수용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이번 9월 22일 추가로 모두 16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난민기구(UNHCR)는 2016년 말까지 추가로 최소 20만 명 이상의 난민을 EU가 수용하기를 요청하고 있어, 앞으로도 난민 문제는 EU 회원국을 계속 괴롭힐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 동유럽 국가들은 EU내 회원국들의 상황이 각자 상이하고 다름에도, 이를 하나의 잣대로 기준점을 그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독일의 경우 2차 대전 이후로 전체 인구 중 이민자 출신 비율이 13.5%에 달하는 등 미국에 버금가는 이민자 국가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2014년 기준으로 독일의 실업률은 6.4%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숙련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도 난민 유입을 통한 인력 보충 필요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여전히 10%-1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 고통 받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서유럽 선진국에 비해 재정 자립도 약화는 물론 과거 역사에 따른 민족 간 문제와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이민자수 부족으로 인해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 여론 또한 부정적인 편이다. 따라서 독일 등 일부 선진국들이 다른 지역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난민 할당제를 주장하는 데 대해 동유럽 국가들은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 수용 능력이 이미 한계점을 크게 초과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EU내 동유럽 국가들 중 시리아 난민의 기착지인 헝가리의 경우 이미 21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들어와 수용 한계를 이미 넘어섰으며,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 분란과 재정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유럽 국가들이 조금씩 산업화를 통한 경제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EU에 가입한 지 10년이 갓 넘었거나 혹은 10년이 채 안 되는 동유럽 국가들로선 서유럽에 비해 이들 대규모 난민을 수용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유럽으로의 난민 급증은 현재 EU내 회원국들 내 여러 갈등과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6월 10일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Brexit), 즉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2017년 말까지) 법안을 찬성 544표, 반대 53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는데, 이 또한 난민 문제로 인한 후유증이 큰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17일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던 독일 쾰른(Cologne/ Köln)시의 유력한 시장 후보인 헨리에테 레커(Henriette Reker)가 유세 도중 이에 불만을 품은 한 남성 괴한의 칼에 목을 찔려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10월 11일 오스트리아 빈 시장 선거에선 난민 포용 정책에 반대하던 극우 정당(오스트리아 자유당 Freedom Par쇼 of Austria)이 창당 이래 가장 큰 성과를 내는 등 난민 문제는 현재 유럽 전체를 거대한 혼란 속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난민 수용 반대 주장에 대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동조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 또한 향후 이 문제가 EU 통합의 커다란 장벽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게 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의 혼란과는 별개로 난민의 최초 기착지점에 자리한 동유럽 국가들은 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난민 수용 한계를 훨씬 넘어선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난민들을 서로가 서로에게 떠넘기는, 즉 ‘난민 폭탄 돌리기’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동유럽 국가들 간 갈등 또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추가 난민을 수용할 여력이 없는 헝가리로선 기독교(가톨릭)가 기반인 유럽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이유를 대며 난민 수용을 막는 개정 이민법을 발효하였고, 이에 저항하던 난민들에게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기까지 했다.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로선 더 이상의 난민 수용은 국가적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항변하고 있는 중이다. 더 나아가 헝가리 정부는 9월 15일 이후로 세르비아 국경 폐쇄와 함께 장벽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로 점차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비난하며 난민 수용을 밝혔던 크로아티아마저 그 넘치는 난민 규모에 하루 만에 국경을 닫아야만 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난민들을 다시 버스 편으로 헝가리로 돌려보내고 있고, 헝가리는 이들을 그대로 오스트리아 국경에 내려줘 걸어서 국경을 넘도록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크로아티아에서 떠밀러 온 난민들에 대해 슬로베니아 정부 또한 수용 감당 인원인 8천명을 훨씬 넘어섰다며 수용 가능한 일부만을 제비뽑기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불법 입국자로 간주해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려보내는 상황이 반목되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난민들의 유럽 입구라 할 수 있는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 그리스 지역은 현재 ‘난민 주차장’이 되었으며, 이들 국가들 또한 불만과 갈등의 목소리가 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 간의 상호 비방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헝가리 정부가 망명 신청자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 비난하자, 헝가리는 오히려 크로아티아가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생색만 내고 있다고 반발하였다. 또한 헝가리의 루마니아 국경으로의 철조망 설치 발표는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헝가리로 온 난민들을 그대로 오스트리아로 보내는 것에 대해 오스트리아 또한 과거 나치들이 저지른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킨다는 비난과 함께 대사 소환을 단행하기도 했다. 
UNHCR의 자료에 따르자면 지중해 바다에서 숨진 올해 중동 난민이 이미 3천 명을 넘어섰다. 더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올 겨울에 난민들의 처참한 비극이 유럽에서 이어질 수 있다며 EU와 국제사회에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올해만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63만 명의 대규모 난민 문제를 겪었으며, 그 수용의 한계점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의 주장처럼 시리아 난민 문제 또한 이 지역에서의 총성이 멈추지 않는 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EU와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현재 각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서 있는 중이다. 그 결과 EU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자유 이주권 또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쩌면 지금 EU와 동유럽은 난민 사태와 그 해결 방안에 따라 향후 결속을 더 다지게 될 것인지, 혹은 EU 해체 위기 등 심각한 도전으로 이어질 지 그 중요 한 시험대 위에 서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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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conomist, "More vacancies than visitors" 2015915, http://www.economist.com/news/europe/21665031-eastern-europe-may-not-refugees-needs-them-more-other-countries-more-vacancies

 

[참고문헌]


김철민, 『국제난민 이야기: 동유럽 난민을 중심으로』, 살림출판사, 2012.
김철민, "영국의 EU 협약 개정 추진을 통해 본 동유럽 이민자 논쟁", EMERICS, 2015.6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70192
The Economist,
http://www.economist.com/
UNHCR,
http://www.unhcr.org
______,『난민 관련 국제조약집』, UNHCR 사무소. 1997
______,『UNHCR 집행위원회가 채택한 난민의 국제적 보호에 관한 결정』UNHCR 사무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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