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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IS의 파리테러와 국제유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5/11/24

‘파리테러(Paris terror)’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것도 유럽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13일의 금요일인 11월 13일에 유럽의 중심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경악할만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132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이번 참사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는 소식에 세계인들은 14년 전인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시리아의 해법을 두고 미‧러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며 주변국까지 끌어들이며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마침 11월 15일은 터키의 안탈랴에서 G20 세계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G20 회의도 본래 주제보다는 파리테러와 규탄으로 초점이 모아졌 고 국가 간 합의도 이뤄졌다. 하지만 국가 간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어 그저 수사적으로 “테러규탄과 난민위기 대응에 모든 국가들이 기여해야한다”고 촉구하는 선에서 G20 회의도 막을 내렸다.
이번 테러사태는 아직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충격파를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소폭 상승했지만 지금까지 원유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상황은 현 상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IS의 응징에 대대적으로 나서거나 아니면 IS의 주장대로 미국, 영국, 러시아 더 나아가 극한상황에서 주변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산유국으로 테러가 확산된다면 그 파급력은 9/11사태 때처럼 세계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세계 원유매장량의 65% 정도가 중동지역에 몰려있고 원유수송로가 걸프지역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사태, 특히 시리아의 IS문제는 언제든 ‘고유가’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IS의 저력(底力)이 석유로부터 나온다하니 비산유국인 한국으로서는 이번 테러사태를 그저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처지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난민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으로서는 - 난민문제와 IS 척결 - 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아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파리테러에서 유럽이 한 목소리로 ‘난민의 유입억제’를 주장하지만, 유럽이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문제를 외면하게 될 경우, IS의 득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IS의 궤멸작전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의 현재 이주중인 난민들조차 유럽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정중동(靜中動) 상태를 보이는 현재의 저유가도 언제든 시리아에서의 상황변화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리아의 IS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길이 국제유가를 올바로 예측할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IS격퇴와 난민 유입억제라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진 유럽

전 세계의 이목이 시리아로 집중되고 있다. IS의 테러행위를 한목소리로 규탄하면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열강들이 시리아로 몰려들고 있다. ‘파리테러’는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에 이어 IS를 세계적 위협대상으로 규정하고 또 다시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선포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파리테러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을 두고 미‧러는 신경전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IS격퇴로 시리아정권의 교체를 꿈꿔왔던 미국은 러시아의 시리아반군 공습이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IS의 무력화가 결국은 시리아정권을 연장시켜줄 수 있는 상황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문제 해결은 미국과 유럽의 어려운 숙제꺼리였다. 금년 말까지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 유럽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상황에서 12만 명 난민의 분산수용방안을 놓고 유럽의 갈등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전쟁난민의 근본문제는 “시리아의 IS격퇴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어쨌든 이번 파리테러는 “불난 집에 불을 지른 격”이 됐다.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하여 IS를 압박할 경우, (무슬림은 테러분자라는 인식하에) 유럽 국가들은 난민수용을 더욱 거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유럽으로 가려고 터키에 머물고 있는 200만 명의 전쟁난민들의 처지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적절한 난민수용대책이 없이 무조건 ‘테러와의 전쟁’을 밀어붙이면, 시리아의 IS문제는 궤(軌)를 달리하여 ‘종교문제(religion issue)’로 비화될 수 있다. 무슬림은 테러분자라는 도식으로 세계는 종교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들도 어쩔 수 없이 이슬람(Islam)이라는 종교공동체로 뭉쳐야하는 비운(悲運)을 맞게 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S가 이 점을 노려 최대 산유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테러행위를 자행한다면 종교분쟁 자체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칠 것이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문제를 놓고 “서방·순니파 아랍권과 러시아·시아파 이란의 입장차가 큰 점”은 IS척결에 이미 전선(戰線)이 정해진 것으로 보아야한다.
파리테러의 여파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열강은 IS격퇴의 명분으로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터키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투르크멘족의 보호를 명분으로 IS격퇴에 참가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시리아지원그룹(ISSG)’은 11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과도정부 구성과 신헌법에 따른 선거”에 합의했다. 2016년 1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간의 협상이 시작되며 6개월 이내에 휴전과 신헌법 제정에 관한 일정에 협의를 할 수 있기에 휴전이전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전투가 격해질 것이다.
파리테러가 IS격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테러가 발생하자 프랑스는 즉시 IS에 대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투기를 동원하여 IS의 수도인 락까를 공격했다. 프랑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를 지중해로 출동시켜 11월 23일 IS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피에르 드 빌리에 프랑스 군 참모총장은 “이라크 내 IS의 목표물도 처음 공격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투기 26대를 탑재한 샤를 드골 호가 IS격퇴에 가세하게 됨에 따라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에 배치된 12대의 전투기와 함께 작전능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11월 20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IS격퇴를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직후 곧바로 단행되었다.
프랑스 공격의 특징은 이라크 IS기지의 공격이다. 유럽국가들 가운데 프랑스만이 유일하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공습을 하는 국가다. 여기에 영국의 적극적인 프랑스 지지는 시리아보다는 이라크에서 IS의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미국이 시리아에 특수부대 파병을 결정한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캐머린 영국총리는 11월 23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파리테러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대테러에 연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토니 블레어 영국의 전(前) 총리가 영국의 이라크전쟁 참전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영국의 프랑스 공습지지는 IS의 격퇴작전이 예상보다 크게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강대국들이 IS를 타깃으로 시리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평행이론을 보는 듯하다.

 

국제유가 아직은 큰 변동은 없지만 상승요인 잠재

국제유가는 기본적으로 원유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지극히 단순한 경제적 논리다. 그럼에도 1973년 제1차 석유위기이후 지금까지 국제유가의 결정은 단순한 수급문제를 떠나 인위적인 정책결정, 예를 들면 OPEC의 생산정책 및 가격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세계 원유매장량의 80% 이상이 OPEC 회원국에 매장돼있고 중동 OPEC 원유매장량이 전체 OPEC 매장량의 약6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유가결정에 있어서 중동 산유국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핵심요인이다.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65%, 산유량의 약30%가 중동지역에 편재돼있고, 그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22%를 차지하고 있어 OPEC의 정책이나 유가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OPEC과 소비국으로 대별할 수 있는 국제원유시장의 유가결정이 OPEC의 정책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장구조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OPEC은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강한 카르텔구조의 정치적 기구”로 묘사되고 있다. 이 같은 OPEC의 산유‧가격정책은 1960년 출범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있으며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조절자(swing producer)로서 국제원유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나 OPEC의 정책결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경기의 호·불황, 대체에너지의 개발, 기후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해서 결정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동에서의 정치적 변수, 특히 정세불안은 유가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1973년 제1차 석유, 1978년 제2차 석유위기, 1990년 걸프전쟁, 2001년 9/11사태, 2003년 이라크전쟁 등이다(<표> 참조). 석유를 ‘전략자원’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점에 기인한다.

지난 11월 13일 ‘파리테러’는 9/11 사태이후 또 다른 전환점이 되고 있다. 세계의 강대국들이 IS격퇴를 이유로 시리아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미국에선 가격하락, 유럽에선 소폭상승의 추세) 저유가를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11월 23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016년 1월 인도분 가격은 15센트 하락한 41.75달러에 거래된 반면, 런던 ICE 선물시장에선 19센트 오른 44.85달러에 거래되었다.
9/11의 악몽(惡夢)이 되살아나는 이유도 이점에 있다. 2001년 소폭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고유가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초 배럴당 2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한때 100달러 이상 치솟았고 80달러 선에서 안정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하락한지 불과 1년밖에 안 되는 시점이다.
아무튼 ‘파리테러’의 여파는 저유가 상태에서 추가 하락요인을 차단한 결과를 가져왔다. OPEC 국가들은 오히려 저유가의 저점(低點)은 찍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유가는 ‘파리테러’ 사태가 현 상황에서 진정될 때 가능한 가격이다. 시리아에서 전투가 치열해지거나 격화될 때는 고유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유럽의 난민문제와 결부된 IS테러문제는 복합적 요인을 갖고 있기에 쉽게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동지역으로 수입원유의 80% 이상을 도입해야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테러사태와 중동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아울러 IS와 연계된 내국인이 10명이나 된다하니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한다. 시리아와 한국은 아직 미수교국이다. 북한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시리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IS테러로 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한국으로서는 향후 중동정세, 특히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무차별적인 ‘테러사태’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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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점에 관해서는 졸고, EMERICS 전문가칼럼, “피아의 구분조차 없는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 2015-10-22, 참조.
2) ISSG의 참여주체는 UN, EU, 아랍연맹(AL)과 함께 미국, 러시아, 중국, 터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이집트, 이란,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가들이다.
3) UN은 “(IS의 전신인) ISIL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전례가 없는 세계적 위협을 주고 있다”고 규정하고, “ISIL이 장악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4) 지난 11월 25일 블레어 전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형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은데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5, 01∼11.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피아의 구분조차 없는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 2015-10-23.
-
http://www.barchart.com
-
http://www.opec.org/opec_web/en/data_graphs/330.htm
- Mario Anzuoni, “Oil prices rise as tensions mount after Paris attacks”,
http://www.reuters.com/article/2015/11/16/us-global-oil-idUSKCN0T501S20151116
- Oliver Tickell, "Paris attacks - COP21 and the war on terror",
http://www.theecologist.org/News/news_analysis/2986288/paris_attacks_cop21_and_the_war_on_terror.html
- US News & World Report, “Oil Prices Rise With French Airstrikes, May Fall From Terrorist Attacks”,
http://www.usnews.com/news/articles/2015/11/16/oil-prices-rise-with-french-airstrikes-in-syria-following-paris-terrorist-att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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