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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NATO와 러시아 간 신(新)냉전 무대, 동유럽

러시아 / 우크라이나 / 라트비아 / 루마니아 / 리투아니아 / 불가리아 / 에스토니아 / 폴란드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5/11/28

현지 시간으로 11월 10일, 흑해 연안의 소치에서 열린 방위산업 관련 안보 관계부처 자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추진 중인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목적이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하는 데 있으며, 러시아는 이를 뚫을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러시아는 지난 3년간 다층적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겨냥해 전투 임무를 수행할 새로운 무기 시스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으며, 이를 실전에 배치했다”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편입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과 EU의 러시아 제재, 그리고 동유럽 방어 의지와 이 지역의 전략 요충지화 확대를 추진 중인 NATO 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라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10년 이래로 이란이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 이유를 들어 동유럽을 중심으로 MD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여 왔다. 하지만, 미국은 2013년 초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천문학적 비용에 따라 시스템 구축을 연기해야만 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 이후에도 시스템 구축 시도가 계속 추진되는 등의 이유를 들어, MD 시스템을 수립하기 위한 미국의 명목은 위장된 것이며 이것의 진짜 의도는 러시아의 전략적 핵 잠재력을 무력화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동유럽에서 미국이 군사력 우의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비난해 왔다.  
푸틴의 이런 날카로운 반응은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최근 시리아 내전 확대로 NATO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 속에 나온 것으로 국제 사회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반발 배경은 첫째, 작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 이후로 대두된 NATO의 동유럽 안보 위협 여론전에 맞서려는 러시아의 적극적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0월 12일 NATO의 안보 전략을 논의하는 NATO의원 총회에선“NATO를 둘러싼 환경이 새로운 안보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NATO는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어졌다. 또한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NATO 동맹국들의 예산 증액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배경으로는 2015년 들어 NATO의 본격적인 전력증강 가시화라 할 수 있다. 올해 6월 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NATO는 회원국 방어를 위한 신속 대응군 규모를 대폭 늘리고, 위기 발생 시 즉각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에 대한 합의가 비(非)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참여 속에 지난 9월 4-5일에 열린 NATO 28개국 정상 회담에서 전격 결의되었다. 이 자리에선 NATO의 신속 대응군 규모 또한 현재 1만 3천명에서 4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결정되었으며, 동유럽에 군사적 위협 발생시 48시간 내에 투입될 수 있는 5천명 규모의 초신속 합동군 창설 계획 또한 논의되었다. 당시 미국은 NATO의 집단적 안보를 규정한 5조 조약을 내세우며 동맹국인 동유럽 우방들이 러시아로부터의 군사 위협에 놓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하였고,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확대되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19세기 이래로 전통적인 자신의 이해 영역(Interest Sphere) 지역이자, 가장 중요한 완충지대(Buffer Zone)라 분류하고 있는 동유럽에 대한 NATO의 영역 확대 및 고착화 전략이 보다 본격화되는 데 있다. 실제, 9월 1일자로 NATO는 동유럽 6개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에 각각 약 40명의 작전 요원을 둔 지역 사령부를 설치하여 이들 지역의 군사 훈련 지원과 유사시 신속한 군사행동 돌입 체제를 갖추기로 함으로써 러시아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 반발로 지난 9월 20일 강력한 친(親)러 국가인 벨로루시에 러시아 공군 기지 건설을 공식화하였고, 이에 대해 NATO는 9월 22일 우크라이나 본토에 나토 대표부 개설 협정서를 체결하는 등 현재 양측 간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전력 증강 배경에 대해 NATO는 그 출발점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확대된 러시아와의 갈등 고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NATO는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공화국을 병합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親)러시아 반군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회원국인 인접 동유럽 국가들 및 발틱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어, 이들 지역 수호를 위한 전력 증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NATO는 IS 시리아 공습을 둘러싸고 전력 증강을 추진 중인 러시아 의도가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러시아 전투기들이 시리아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NATO 회원국인 터키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한 것을 두고, 러시아는 우발적 실수라 해명하였지만 NATO는 회원국 방어선을 시험하고 이를 깨트리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비난하여 왔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11월 24일 터키군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로 이어지면서, NATO와 러시아 간의 긴장감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IS의 10월 러시아 민항기 폭파와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러시아와 서유럽 국가들 간에는 IS 격퇴라는 공통의 군사 목표와 전략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른 해빙 분위기가 일부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유럽에 대한 전략적 이해 지역을 둘러싼 양측 간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8월 북해 함대 소속 병력 8만여 명을 동원해 북극지역 작전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올해 들어 발틱해 주변과 북극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늘려오고 있다. 이에 맞추어 NATO는 지난 6월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국가와 발틱 3국에서 ‘연합 방패(Allied Shield)’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19개국 1만 5천명 이상의 병력이 투입되는 등 발틱 해 최대 규모로 이루어졌고, 10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 유럽과 캐나다에서 30여 개국 3만 6천명의 병력이 참여하는, 2002년 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동유럽을 둘러싼 NATO와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현재 NATO는 해묵은 난제들로 인해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동유럽에서의 긴장 확대가 회원국 내 ‘NATO 존속과 정체성 위기 논쟁’을 보다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NATO는 1949년 소련 블록의 군사 공동체인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안보체제로 출범했지만 냉전 종결과 사회주의 블록 해체로 인해 회원국 사이에선 NATO 존속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대되어 왔었다. 미국은 NATO의 역할을 기존 ‘방어 전략 개념’에서 국제 분쟁 발생시 UN을 대신하는 ‘공격 전략 개념’으로 전환코자 했고, 이를 시험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1995년 NATO군의 보스니아 내전 참여를 통한 최초의 역외 활동과 NATO 창설 50주년을 맞이했던 1999년 코소보 분쟁 개입을 통한 공격 전략 개념 수립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동유럽 회원국의 입장에서 NATO의 전략 개념 변화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이 치루고 있는 혹은 치르게 될 여러 국제분쟁 개입과 전쟁 뒷수습 역할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NATO의 새로운 역할과 존재 이유를 찾기 위기 위해서라도, NATO가 동유럽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방조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 된다 하겠다.  
두 번째 고민으로 NATO는 이미 1997년 러시아와 ‘NATO-러시아 기본법’이라 불리는 조약을 맺었으며, 2002년에는 양측 간 협의체를 수립하였다. 이에 따르면 NATO는 동유럽 국가들에 항구적인 기지를 둘 수 없게 되어있다. 이것은 폴란드 등 러시아 위협에 놓인 동유럽 국가들이 NATO 군사기지를 자국에 설치해달라는 긴박한 요구에, NATO와 EU가 주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기본법의 틀을 깨뜨리는 것은 NATO와 러시아 간의 전면전 불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NATO는 비록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5개국에 신속 대응군을 지원할 정찰, 보급기지를 두더라도, 전투 병력 배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민으로는 누가 NATO 증대를 위한 병력과 돈을 댈 것인가 라는 현실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즈음해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재탈환을 향한 러시아의 도전은 보다 증가하는데 반해, 2015년 예산에서 영국과 독일 등 상당 수 회원국들의 군비 예산이 축소되는 등 NATO와 그 회원국들의 군비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NATO는 회원국들이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쓸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4개국뿐이며, 심지어, 벨기에,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페인 등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총 1조 달러 규모인 NATO 전체 방위비 지출액의 73%를 미국이 맡고 있으며, 게다가 회원국 각자의 국방비를 빼면 순수 NATO 예산은 연간 3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 5년 동안 러시아는 방위비 지출을 50% 늘린 반면, NATO 회원국들은 오히려 20%를 감축해 왔다. 이것은 유럽 경제의 어려움 외에도 회원국들 대부분이 러시아를 큰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러시아 또한 NATO의 러시아 위협론이 미국이 러시아를 적대시하도록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라 일축하고 있다. 이것은 향후 러시아를 겨냥한 NATO의 동유럽 방위가 호언과 달리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지역이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완충지대이자 전략적 이해 지역이라는 점을 NATO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NATO와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완충지대 역할에만 충실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거 이 지역 역사를 통해 반추해 볼 때, 이러한 서구의 시각은 또한 그 인접국가인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바로 NATO와 러시아 간의 신 냉전 무대로 확대되고 있는 동유럽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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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fense News, “NATO Defense Spending Continues To Decline”, 2015. 6. 23.
http://www.defensenews.com/story/defense/policy-budget/budget/2015/06/23/nato-reports-alliance-members-defense-spending-decline/29153965/
2) Quora, "Why should the US continue to supply 73% of NATO funds? Shouldn't Germany step in and spend more?", 2014. 9. 14.
https://www.quora.com/Why-should-the-US-continue-to-supply-73-of-NATO-funds-Shouldnt-Germany-step-in-and-spend-more

 

 

 

[참고문헌]

김철민, 『또 하나의 유럽, 발칸유럽을 읽는 키워드』, 한국외대 출판부, 2009.
김철민, "미국 MD 정책의 수립과 수정, 그리고 동유럽", EMERICS, 2013.4.18.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13565
김철민, "동유럽 진출을 향한 러시아의 판도라 상자, 우크라이나의 생존 전략과 향방", EMERICS, 2014.9.30.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47908
BBC News, "Nato defence spending falls despite promises to reverse cuts", 2015. 2. 26.
  
http://www.bbc.com/news/world-31619553
Defense News, "NATO Defense Spending Continues To Decline", 2015. 6. 23.
http://www.defensenews.com/story/defense/policy-budget/budget/2015/06/23/nato-reports-alliance-members-defense-spending-decline/29153965/
Quora, "Why should the US continue to supply 73% of NATO funds? Shouldn't Germany step in and spend more?", 2014. 9. 14.
https://www.quora.com/Why-should-the-US-continue-to-supply-73-of-NATO-funds-Shouldnt-Germany-step-in-and-spend-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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