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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중동 산유국의 저유가 지속과 한국경제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5/12/29

2015년 한해 중동에서 가장 큰 사건은 ‘IS의 발흥과 저유가의 지속’이었다. IS 발흥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대규모 전쟁난민1)을 유발하여 유럽국가들이 난민의 유입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그런 가운데 11월 13일 IS의 ‘파리테러(Paris Terror)’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갔으며 아직도 테러에 대한 불안은 세계 도처에서 불식(拂拭)되지 못한 상태다.
정치적 불안감에 더하여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동의 산유국들에 커다란 재정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세금(tax-free) 정책’의 포기와 부가세도입 등 과감한 경제의 구조개혁 조치를 단행하기 시작하고 있다.
2014년 이후부터 진행된 국제유가 하락은 현재는 배럴당 30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이른바 ‘저유가 시대’로 대변되고 있다. 아직 ‘파리테러’와 지난 12월 16일 단행된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시장에서는 급격한 유가변동이 감지되지 않고 있으며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분석가들은 2016년에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과 그 반대로 20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유가의 등락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만큼 유가 결정요인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2).
다만 명백한 사실은 현재의 “저유가는 산유국이나 소비국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저유가의 영향으로 2015년 전 세계 석유투자가 20% 감소하고 2016년에도 5∼10%의 감소가 예견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저유가 지속은 국제원유시장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임을 조심스럽게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저유가의 지속이 산유국에 미치는 영향과 중동 석유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동 산유국, 특히 GCC 국가들 심각한 재정난과 경제성장률 저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2016년 1분기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중동 산유국의 재정압박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원유소비국들은 유가 하락을 반기지만, “저유가의 지속은 세계 경제의 성장이나 산유국 자체의 성장에도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저유가의 지속으로 가장 타격이 큰 나라는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노르웨이, 멕시코, 이라크 등이다. 2015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디폴트 위기’ 고조되기도 했다.
미국의 석유화학, 정유회사, 셰일 가스 산업 등 에너지기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셰일오일의 배럴당 생산원가는 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현 유가수준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배럴당 원유 생산단가는 10달러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안전자산으로 투자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의 안정성 문제로 신흥국에 투자되었던 자산이 안전한 달러 자산으로 돌아서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페그제3)’의 폐지도 논의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유가 하락 유도’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달러화의 절상압력으로 작용하여 추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4).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저유가의 여파로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의 재정적자가 GDP의 19.5%에 해당하는 1천3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저유가의 지속으로 GCC 회원국의 경제성장률도 2014년 3.50%에서 2015년 3.25%, 2016년 2.7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비 GCC 국가인 이란의 경우는 경제제재조치의 해제로 2016년 5%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사우디, 오만, 바레인은 앞으로 5년 안에 재정이 바닥나고 UAE, 쿠웨이트, 카타르는 20년 이상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IMF의 분석이다.
중동 산유국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재정수지악화와 그에 따른 성장세 둔화로 경제 활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는 GCC 6개국의 2015년 재정적자는 GDP의 13%, 비 GCC 국가들은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 유가와 재정지출이 유지될 경우) GCC 회원국 전체의 재정규모 적자는 향후 5년간 1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재정악화로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3위의 외환 보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채비율은 5년 이내에 GDP의 50%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 한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외자산의 환수를 통해 외환보유를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금년도에 국외자산 500억∼700억 달러를 회수했으며, 2016년에는 최초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지출 통제와 보조금 축소로 정부지출 억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유층에 지급되는 휘발유, 가스, 전기, 상수도 등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미개발 토지에 세금을 물리거나 국유지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IMF 또한 재정지출 통제와 보조금 축소·폐지 및 세금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걸프 지역 산유부국들은 국민의 지출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부재정으로 보조금5)을 지급하며, 생활필수품과 에너지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사우디 정부는 보조금 축소와 세금도입이 진행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축적된 외화를 축내지 않고 국가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UAE의 칼리즈타임스(12/21)에 따르면, GCC 6개국이 2016년 재정적자를 만회하려면 2천650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저유가를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GCC 회원국들은 국채발행, 자산 매각, 세금 도입, 보조금 감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GCC 회원국들은 12월 7일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다만 민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94개 품목과 의료, 교육 서비스는 면세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지속적인 저유가는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
한국경제도 2016년에는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 중국의 경기둔화,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부진 및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OECD의 경제전망보고서는 지난 12월 9일 2016년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치는 2%대로 전망하고 있어 내년도 한국경제는 어두운 측면이 강하다. 설상가상으로 지속되는 저유가 또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는 원자재의 가격하락으로 외견상으론 수출위주의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한국경제는 ‘저유가의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정유능력을 갖춘 나라다(<표 2> 참조). 저유가의 지속은 이미 한국의 정유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유업계는 40년 만의 불황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2014년 정유 4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적자규모는 1조 원에 달한다.
해외건설 수주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동의 건설수주도 2014년에 비해 약30%의 수주가 감소하였다. 조선업계 역시 지난해보다 약 27% 수주액이 감소하여 240억 달러의 수주에 그쳤다.
증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안전자산으로의 자본이동이 가속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비율이 50%에 달하는 대기업 지분에 투자된 해외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12월 16일 단행된 0.25%의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재는 큰 영향이 없기는 하지만, 추가인상이 계속 진행될 경우 해외자금 이탈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경제는 저유가의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유가가 계속되고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이 중국의 성장률을 둔화시킬 경우, 한국경제에서 저유가는 위기(crisis)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특히 국내 제조업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저유가가 지속하여 소비국에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가장 큰 충격은 정유업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대부분 분석가의 전망은 2016년 이후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며, 2020년까지는 배럴당 80% 선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아무튼 향후 국제유가는 - 중국의 석유수요, 이란의 생산량 회복수준 - 에 향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며, 특히 중동의 정치적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셰일에너지 시장은 2015년 30%의 비용디플레이션을 이미 경험했다. 특히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가 임박했고, 미국이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해제는 현재 유가결정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OPEC은 현 상황은 1980년대 중반 저유가 상황과 다르기에 감산으로 유가 회복 효과는 크지 않다고 전제하고 OPEC은 감산조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속내는 러시아와 이란에 저유가로 재정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도 숨겨져 있는 것이다.
‘파리 테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의 효과는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원유시장에서 커다란 유가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IS와의 전쟁이 격화되거나 걸프산유국에서 IS테러가 발생하면 예상 밖의 ‘고유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가 1973년 석유위기(oil crisis)에서 탈피하여 오늘날 세계의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로 그 요인은 중동의 고유가의 영향(중동 붐)과 경제의 다양성(개방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기술혁신’과 ‘진보적인 기업가 정신’은 한국경제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은 ‘저유가 시대의 한국 대응’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슬픈 현실인지는 모르지만, 저유가는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분간은 고비용을 치르더라도 우리는 고유가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해야한다는 산유국과 입장을 같이하면서 초조하게 국제원유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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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욕타임스(2015/11/31)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난민의 수는 총6,000만명으로 시리아내에서만도 600만∼8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으며 레바논, 터키, 요르단 등 이웃 국가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이 4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2) 국제유가의 결정요인에 관해서는,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IS의 파리테러와 국제유가” 2015년 11월 24일, 참조.
3) 달러페그제란 자국의 화폐를 고정된 달러가치에 연동하는 환율제도다. 이는 환율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자국의 통화가치가 적절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0년간 달러 당 3.75리얄로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를 사용해 오고 있다.
4)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사우디가 저유가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얄화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거나 내년 감산을 통한 국제유가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5) 사우디아라비아의 휘발유 가격은 정부의 연료보조금 때문에 리터당 16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료 보조금은 2012년 기준 약 250억 달러, 명목 GDP의 3.4% 수준이다

 

 

 

[참고문헌]
- 김정윤, "사우디, '석유 감산' vs '페그제 폐지' 기로에 서다", 조선 Biz. 2015-11-23.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5, 01∼12.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IS의 파리테러와 국제유가” 2015년 11월 24일.
- 홍성민, “Middle Eastern Economy in the Low Oil Price Times: Historical Review and Countermeasure”, The 3rd  KIEP-KSIL Joint Seminar, Dec. 10, 2015.
-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511/e20151109193011141990.htm
-
http://www.imf.org/external/index.htm
-
http://www.khaleejtimes.com/
-
http://www.nasdaq.com/markets/crude-oil.aspx
-
http://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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