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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민주주의에 대한 몽골인의 자세

몽골 Rustam Sabirov Moscow State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16/03/18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는 몽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당시 몽골은 경제와 정치적으로 소련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 소비에트 연방에서 시작되었을 때 몽골의 지도자들도 변화를 향한 새로운 방향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몽골 인민혁명당(MPRP; Mongolian People’s Revolutionary Party)의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개혁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지며, 그 선언이 말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진보적인 몽골 지식인들의 실망을 불러일으켰고 젊은 몽골인들(교사, 과학자, 기자, 예술가 등)은 민주주의적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개최하여 개혁을 요구했으며, 정치인들이 선언했던 변화의 실질적인 결과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이러한 요구에 묵묵부답이었고, 이에 대한 불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1990년 3월 초부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10명의 몽골 민주 연합(Mogolian Democratic Union) 조직원들이 단식투쟁을 시작하였는데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수천 명의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몽골인들까지 이들을 지지하였다. 결국, 3월 9일에 몽골 인민혁명당의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퇴진을 선언하였다. 이는 몽골에서의 평화적 민주주의 혁명의 승리였으며, 이 나라 역사의 새로운 세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였다.

 

1992년에 이루어진 새로운 헌법의 채택이나 충격 요법(shock therapy), 선거 등 발전이 계속되었고 이는 몽골이 민주화의 궤도에 올라탔음을 보여주었다. 주요 정당이나 연립 정부 (MPRP, 몽골 인민당, 민주당) 중 어느 곳도 낡은 이념을 옹호하거나 구체제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이는 흥미로운 사실인데, 과도기의 모든 문제들(실업, 빈곤, 사회 계층화 등)에도 불구하고 몽골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들도 다양한 권위주의체제를 만들어 냈을 때 몽골도 또한 권위주의에 빠질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들은 민주화를 향해 나아갔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1999~2000)에 따르면 몽골은 자유 정치(free polity)의 기준에 부합하는 아시아의 유일한 탈공산주의 국가였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몽골은 매우 이례적인 민주화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민주화의 조건 중 하나는 높은 수준의 경제적 발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의 몽골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고 동유럽 국가들과는 대조적으로 몽골의 경우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이는 국내 상황에 대한 외부의 영향력을 제거하였다. 물론 서구의 국가들과 기관들이 몽골에 인도주의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했고 민주주의의 궤도를 따를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향후 권위주의에 빠진 다른 구소련 국가들에게도 같은 지원을 하였다. 몽골은 성공적인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해당하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정통적 주요 조건들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몽골의 민주주의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몽골의 민주화 성공이 인구의 희소성(3백만 명) 덕분에 가능했다는 주장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 작은 사회에서는 사회지도층의 수 역시 적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으며, 강제력을 동원하여 정적을 억압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몽골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현상을 설명해 주지는 못하지만, 1990년의 성공적인 평화적 혁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3월 9일(단식투쟁 3일 차)에 각료 회의(구공산권의 내각 – 역자 주)의 부의장이었던 D. Byambasuren은 단식투쟁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하였다. 어떤 정보에 의하면 D. Byambasuren은 단식투쟁 중이던 반대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E. Bat-Uul의 친척이었다고 한다. MPRP의 사무총장이었던 G. Batmukh는 어떤 경우에도 반대파를 상대로 강제력을 동원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광장에 있는 젊은이들은 우리의 자녀’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비유적 표현이 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회지도층 인사와 그들의 친지, 친구들이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었으며 서로를 잘 알았고 함께 공부하며 일했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따르면 몽골인들은 민주주의적 가치에 매진하고 있다. 선거를 시행하여 정당과 대통령을 교체했고, 자유(언론의 자유 포함)라는 측면에서 몽골은 다른 자유 국가들과 순위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의회와 다당제의 자유 또한 보장하고 있다. 현재 정당들은 민주주의적 법령이나 절차를 바꾸려 하는 의향을 내비치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대통령은 헌법을 따르려 노력하고 있고 민중은 현재의 정치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몽골인들이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1998년에 미국 인류학자인 Paula Sabloff가 몽골에서 그녀의 몽골인 동료들과 855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몇 개의 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에서 몽골 사람들은 신체의 자유(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이동의 자유), 경제적 자유, 결사의 자유, 다원주의, 법의 지배와 투명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2012년에 Sant Maral재단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심각한 문제들(실업, 낮은 삶의 질, 인플레이션)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해결 불능에도 불구하고 (몽골인 중 63.8%는 정부가 시행한 방법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믿었다) 절대다수의 응답자들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지하였다(전체 응답자 수 1,000명 대상). 한편 2012년에 몽골의 국내 경제 상황은 몽골이 수출하는 광물자원에 대한 높은 수요(주로 구리 및 석탄)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몽골은 GDP 성장률 17%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이와 같은 경기 호황 속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몽골인들의 긍정적인 태도는 그리 놀랄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듬해 석탄과 구리 가격의 하락과 중국의 경제 침체로 인하여 몽골의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나 Sant Maral 재단이 2014년 3월 몽골 각지에 거주하는 1,20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는 여전히 몽골인들에게 민주주의적 이상이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가장 강력한 지지정당은 민주당(전체 중 31.3%가 이 정당에 투표 의향이 있음)이었다. 민주당과 다른 주요 정당들의 강령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몽골인들이 변화를 원하며 MPP에 진력이 났음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설문 조사에서 몽골인들이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들이 느낀 가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및 정치적 문제는 실업 문제(31.1%)였으며,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20.8%), 낮은 생활 수준과 빈곤(17.6%) 순이었다. 민주주의적 가치 중 몽골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상위 10가지로는 법 앞의 평등(91.3%), 시장 환경에서의 사회적 정의(88.8%), 사회적 불평등 개선(88.3%), 양성평등(85.4%),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84.5%), 소득 불평등 개선(83.8%), 자유민주주의 시장(83.7%), 교육 기회의 평등(81.8%), 그리고 표현의 자유(81.3%) 등이 꼽혔다. 이에 따르면 몽골인들이 국가에 더 나은 사회 정의를 갈망한다는 것이 주목되며 이는 그들이 극단적인 자유민주주의 형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답자 중 다수는 민주주의 형태와 정치 체제하의 국가에 사는 것에 대해 만족(22.4%), 또는 비교적 만족(36.7%)하였다. 동시에 몽골인들이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61.7%)가 의회와 선거와 연관이 없는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한다고 나타났다. 또한, 41.2%의 응답자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몽골은 1992년 헌법에 따라 의회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 실시(2015년 3월 27일~4월 12일)한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특별한 변화는 찾을 수 없다. 응답 표본 1,200명은 수도인 Ulaanbaatar와 Arhangay, Uvurhangay, Hentii, Uvs, Tuv, Dundgovi aimags에서 선발되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몽골 경제 상황에 대해 ‘상황이 나쁘다(46.7%)’, ‘부진하다(42.8%)’, 또는 ‘쇠퇴하고 있다(45.7%)’고 대답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열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것, 자신의 재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어야 할 것,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장이 있어야 할 것, 모두가 스스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 스스로가 원하는 종교를 믿을 수 있어야 할 것, 언론과 연구는 검열을 거치지 말아야 할 것을 믿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사람이 민주주의와 현재의 정치 체제에 대해 만족(18.8%) 또는 대체로 만족(32.2%)이라고 응답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시에 몽골인들은 정당 활동과 사회 상태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70.3%가 몽골의 정당들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으며 사회에 많은 부정부패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74.2%)했다. 그리고 절반이 조금 넘는 응답자(50.8%)가 대통령제를 지지했는데 이는 정당 간의 빈번한 논쟁과 스캔들로 인해 나라의 정치 상황이 불안하다는 현재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정당이나 연대가 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나면 으레 법을 바꾸기 시작하고 이것이 종종 해외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이 이러한 결점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몽골인의 수장은 칸 또는 황제 등의 강력한 지도자였다는 점 또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것에 힘을 실어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상기 자료들은 몽골 사람들에게 여전히 민주주의적 가치가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미국 학자인 M. Fish가 주장한 민주화에 해로운 다섯 가지 요소 중 첫 번째가 천연 광물 자원의 존재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과도한 광물 자원의 보유는 종종 정치 계층이 이런 자원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기 위해 싸우게 하고, 부패 정도를 악화시키며 정부 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광물 자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몽골 경제의 의존성은 낮아졌다. 이와 동시에 광물 자원을 수출하여 벌어들이는 자금 없이는 빈곤, 사회복지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이나 경제 수준 도약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도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 몽골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과 동서양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원이 오늘날 몽골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장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로 보인다.

 

작성일 : 2016년 2월 29일

 

[참고문헌]
1. Fish S.M. “The Inner Asian anomaly: Mongolia’s democratization in comparative perspective”. Communist and Post-Communist Studies Communist and Post-Communist Studies 34 (2001): 323-338.
2. Fritz V. “Mongolia: Dependent Democratization”. Journal of Communist Studies and Transition Politics 4 (2002): 75-100.
3. Politbarometer 11 (44). Sant Maral Foundation, June 2012.
http://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E12.Jun__0.pdf.
4. Politbarometer 13 (47). Sant Maral Foundation, March 2014.
 http://www.santmaral.org/sites/default/files/SMPBE14%20Apr.pdf
5. Politbarometer 14 (48). Sant Maral Foundation, March-April 2015.
 http://www.santmaral.mn/sites/default/files/SMPBE15%20Apr.pdf
6. Sabloff, Paula L. W. “Genghis Khan and Modern Mongolian Identity: The Democracy Connection”. The Mongoli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8-9 (2002): 36-53.
7. Zotin, Alexander. “VVP Potomkov Chingiskhana.” Kommersant Den’gi, November 17, 2014, 47. (in Rus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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