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EU의 장기간 대러 제재에 대한 입장과 에스토니아 경제에 대한 영향

에스토니아 LEONID KARABESHKIN Euroacademy, Faculty of Int’l Relations, Tallinn 교수 2016/03/31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의 추락과 관련해 미국과 EU 등 서방은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러시아는 민스크에서 열린 관계국 회의에 참여해 평화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2016년 2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스크협정을 완전히 이행해야만 대러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EU의 입장을 비판한 바 있다.
위와 관련하여, Euroacademy, Faculty of Int’l Relations, Tallinn의 LEONID KARABESHKIN 교수에게 EU의 장기간 대러 제재에 대한 입장과 에스토니아 경제에 대한 영향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EU의 장기간 대러 제재에 대한 에스토니아의 입장은?


▲ 유럽연합 소속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대러 제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국 중 하나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의 평화정착 내용을 담은 민스크 휴전협약(the Minsk agreement)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철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이보다 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에스토니아 경제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의 관계가 악화될수록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대러 제재를 고수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에스토니아 외교 정책은 전통적으로 유럽 내, 특히 발트 해를 중심으로 안보를 위한 미국의 중요한 역할을 지지해왔다. 미국의 역할은 에스토니아 수도인 탈린을 지원하는 것이며, 제재가 시행되고 유지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에스토니아와 발트 해 주변국은 해당 지역에서 NATO와 미국 주둔군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은 국민에게 왜 추가적인 국방비용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에스토니아는 무엇보다도 외교 정책과 에너지 분야에서 유럽의 보다 심층적인 통합을 지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에스토니아 측은 EU와 러시아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다고 여기므로,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공통된 의견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장려하고 독일이 이끄는 유럽연합 내 주요 국가는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연대론 또한 종종 언급된다. (에스토니아는 긴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기 위해 EU와 NATO 동맹국을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 에스토니아 정치인들은 러시아와의 경제관계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전통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간 집권한 Andrus Ansip 국무총리는 에스토니아의 전체 무역량 중 러시아와의 무역은 10%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이전 러시아와의 교역을 통해 겪은 러시아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부정적인 정치적 영향력에 기인한 것이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스토니아인들은 동부에서 시작된 실질적인 위협에 대해 자각하게 됐다. 에스토니아 전체 인구의 30%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이들은 러시아 일부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에스토니아 사회에 충분히 통합되지 않았으며, 에스토니아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인구 일부는 소련 붕괴 이후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데다, 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았기 때문에 에스토니아 사회 분열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토니아는 러시아가 국제법을 따르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해당 국제법이 서구에 의해 침식되었다고 평가했다.)


다섯째, 에스토니아 내부 요소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국가의 내부적 통합을 위해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고,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곤 한다.


Q2. 대러 제재가 에스토니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재는 에스토니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의 보복 제재,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문제, 석유, 가스, 금속 등 러시아 주요 수출품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문제로 에스토니아의 일부 부문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보복 제재는 주로 유럽연합의 농·축·수산물 수입 제재이며, 이는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이웃국가에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에 주로 유제품, 육류, 생선 등을 수출해왔다.


2015년 에스토니아의 대러시아산 동물 및 축산물 수출은 50배 감소하였으며, 전체 수출은 약 20% 감소했다. (2013년 에스토니아 국제 무역 중 러시아의 비중은 약 15%였으며, 농작물 수출은 전체 수출의 5%를 차지했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에스토니아 내 전체 우유 생산량은 5% 증가했으나, 국제 가격은 27% 하락하였고, 재고 역시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체 농가의 손실은 약 1억 유로(한화 약 1,302억2,000만 원)를 초과했으며, 이 중 일부분은 보조금으로 보상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돼지고기 역시 마찬가지 형편이다. 러시아 시장의 수출 판로가 막히자, 가격은 대폭 하락하였다. 심지어 돼지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축산 농가가 문을 닫기까지 했다. 2015년 에스토니아의 돼지 수는 11.3% 감소했다.


2015년 이후, 러시아는 위생규정위반을 공식적인 이유로 밝히며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수산물 수입을 완전히 금지했다. 이는 러시아가 오랫동안 구매해 온 발트 해 청어(Baltic sprat)와 같은 특정 어류의 생산 과잉을 초래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 보복 제재는 농축수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서 그 영향력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실업률은 낮은 편이고, 농업 분야의 채용은 전체의 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Q3. 특히 EU의 대러 제재로 인해 에스토니아가 러시아의 자원 및 에너지를 공급받는데 문제점은 없는가?


▲ 다른 발트 해 연안 국가(라트비아나 리투아니아)와 비교했을 때, 에스토니아가 러시아로부터 받는 에너지 공급량은 적은 편이다. 러시아로부터 공급된 천연가스는 전체 에너지의 약 10%에 해당한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향후 5%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투아니아에 가스터미널이 지어진 이후로, Gazprom은 에스토니아 가스시장에서 독점권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Gazprom이 가스를 공급하기로 하는 양자합의가 체결되었으며, 현재까지 공급이 중단된 적은 없었다.


Gazprom은 발트 해 국가들의 모든 가스회사에 가스를 공급했다. 유럽 가스시장의 자유화에 초점을 둔 유럽 정책에 따라, 연료 파이프관 운영은 연료 유통기업인 Eesti Gaas와 국영기업인 JSC “Elering”으로 양분되었다. Gazprom과 핀란드 Fortum이 보유한 Eesti Gaas의 주식은 2016년 Infortar가 인수하였는데, 해당 기업은 에스토니아 가스 시장의 확대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가에 따라 천연가스의 가격도 감소했다.에스토니아는 전력부문에서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지 않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혹은 러시아로의 에너지의 유출입은 발생하고 있다. 발트 해 국가와 러시아 북서부, 벨라루스는 지속적으로 공동 주파수 지역인 BRELL에서 활동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의 가용 가능한 전력은 주로 동북 지역에 있는 셰일 유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 게다가 에스토니아는 북유럽 시장에 싼 가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핀란드와 전력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원유 공급에 있어서도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는다. 러시아에는 정제 공장도 없다. 에스토니아는 리투아니아와 핀란드 정제 회사로부터 가솔린을 공급받는다.


Q4. 대러 제재와 국가 간의 경제마찰로 인해 에스토니아가 받는 피해는 무엇이 있나?


▲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 악화로 인한 영향은 과대평가 되어서도, 과소평가 되어서도 안 된다. 지난 수십 년간, 에스토니아는 유럽경제에 보다 강하게 침투하고자 하였으나, 경제 성장은 예상보다 다소 천천히 진행되었다. 2015년 GDP 성장률은 1.1%였으며, 2015년도 4분기 실업률 역시 6.4%라는 일반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는 아래와 같은 경제적 영향을 끼쳤다.


첫째, 에스토니아의 교통 부문에서 화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로 인해 러시아 제품의 수입 감소
 - 에스토니아 항구에서 러시아 항구로의 물류 흐름 전환
2007년 4월 26~27일에 에스토니아 정부가 탈린 중앙에 있는 소련 군인해방기념비를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물류 흐름 전환을 위한 러시아의 정치적 의지가 강화되었다.
감소한 물동량은 항구, 물류, 철도 등에 영향을 끼쳐 정리해고와 부정적인 재무성과를 초래했다. 2015년 전체 해상화물운송은 총 20%까지 감소하였으며, 에스토니아를 통하는 원유 수송량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실제로 2016년 2월까지 에스토니아를 통하는 원유수송은 20%가 감소했다. 2013년 PWC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운송 부문은 직간접적으로 에스토니아 GDP의 16%를 차지하며, 82,000개의 일자리(13~14%)를 창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농·축·수산물의 수출 감소와 가격 하락이 해당 분야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셋째,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는 러시아 관광객 수가 감소했다. 러시아 경제 위기가 러시아 관광객 감소의 주요 요인이지만, 러시아인들이 에스토니아 및 유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 수는 3분의 1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Q5. 러시아에 대한 향후 에스토니아의 입장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는가?


▲ 러시아에 대한 에스토니아 정책의 전략적 방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스토니아는 NATO와 EU의 기본 맥락 하에서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이며, 이와 함께 미국과 EU(독일)의 대러시아 정책 입장과 동일한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략적으로 몇 가지 방안은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러시아 비판의 필요성에 대한 외부의 요구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강도는 다소 강화될 것이다. 러시아와 서방 세력 간의 갈등 국면의 정점은 곧 지나갈 것이다. 역사상 러시아와 발트 해 국가의 관계는 러시아-서방국과의 관계의 영향을 받아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 러시아 제재조치에 관한 EU 합의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반면, 유럽의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못할 것이다.


- 2016년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는 오랜 기간 예정되어 왔던 양국 간 국경확정조약이 조만간 의회에서 승인될 예정이기 때문이며, 에스토니아는 현재까지도 관련 조약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마지막 발트 해 연안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지표가 준비 중에 있고, 에스토니아 총리는 발트 해 연안의 성명서 지지를 거부해왔는데, 이는 수년간의 소련 점령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연대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제재 강화에 대한 반대의견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다.


- 에스토니아는 2016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현재 대통령은 친미, 반러시아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으나, 이번 선거의 주요 대통령 후보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온건적, 실용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 러시아와 관련된 부문의 경제적 침체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완화하라는 기업들의 압박은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에스토니아 정부의 입지와 대중의 지지가 지난 10년간 상대적으로 약화하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