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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칠레의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의 의의와 전망

칠레 Javier Hernández Universidad Católica de Temuco 교수 2016/04/29

칠레는 1989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낙태를 금지한 이후 현재까지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년 12만 명의 칠레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칠레 정부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또는 태아에게 심각한 병이 있는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의 입안을 진행하고 있다.
위와 관련하여, Universidad Católica de Temuco의 Javier Hernández 교수에게 칠레의 낙태 합법화 법안의 의의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칠레는 전통적으로 엄격하게 낙태를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가?


▲ 피노체트 전 대통령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기 이전 칠레에서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치료 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했었다. 하지만 현재 칠레의 정치, 경제, 문화 부문의 엘리트 계층은 낙태 금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낙태와 관련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데, 이는 가톨릭교와 연관이 되어 있다. 비록 칠레가 공식적으로는 비종교국이기는 하지만, 칠레 내 엘리트 계층 및 정치 거물들은 가톨릭에 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점차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복음주의 종파, 펜타코스트파 역시도 반(反) 낙태 주의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명백하게 시행되고 있는 낙태 시술이 칠레에서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로 간주되고 있으며, 칠레 국민은 이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고 있다. 피노체트 군사 독재 정권 시기를 거치고, 민주주의 정권이 복귀한 이후 중도 좌파 성향의 연방정부가 22년째 정권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독민주당은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기독민주당원들은 교회와의 연관성, 또는 개인적인 신념의 이유로 낙태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기피해왔으며, 따라서 낙태와 관련한 문제는 평화 유지의 명목으로 수년간 공론화되지 못했다. 비록 칠레의 헌법에 낙태와 관련한 사항이 완벽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으나, “칠레 정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낙태 합법화 안’의 공론화는 칠레 내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상원의 승인을 받을지라도 헌법적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바첼레트 대통령은 칠레 역사상 유일하게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낙태의 부분적 허용을 내세웠다. 첫 번째 임기 당시에는 그녀 역시 다른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이슈를 기피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장이 변화한 것은 최근 스캔들로 불거진 가톨릭 교회에 대한 불신과, 문화적인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낙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변하면서 칠레 내 페미니스트와 진보 성향 그룹들은 반사적 이익을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칠레에서는 교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관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조직이 아닌 개인이 본인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낙태”의 의미는 점차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칠레 사회는 낙태, 동성 간 결혼, 마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점차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로 앞서 언급한 이슈들은 그동안 ‘개인주의’의 의미를 내포하는 용어로 사용되어왔으며,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문화가 사회 곳곳에 깊이 내제되어 나타나게 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칠레의 엘리트 계층의 경우, 역사적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로 나뉘었으나, 경제 분야의 엘리트들은 독재 정권 이후 극 보수주의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 경제와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젊은 엘리트들로 인해 칠레의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낙태를 지지하며,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확장시키고 있다.


Q2.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은 무엇인가? 또한 해당 법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입장은 어떠한가?

 

▲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은 다음 3가지의 구체적 상황에 한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1)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2) 의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태아가 태어난 후에도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3) 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그러나 이는 낙태를 전면 자유화하는 법안이라기보다 일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조치일 뿐이다. 현재의 법안은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일부 사건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를 통해 친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임신하게 된 12살의 소녀의 사례, 출생 후 태아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 때까지 임신을 유지해야 했던 한 여성의 사례가 다뤄졌고, 이를 접한 대중들의 인식 및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면서 해당 법이 제정되는 근간이 마련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낙태는 여성의 권리와 관련한 것이며, 여성 스스로가 신체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이미 칠레에서 낙태 불법 시술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낙태하기 위해 낙태가 가능한 국가로 해외 원정을 가기도 한다. 결국 낙태 합법화 법안은 동등한 접근성에 대한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은 태아가 수정된 직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낙태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 문제는 다른 수단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강간으로 인한 임신 역시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므로, 낙태는 무고한 생명이 죽임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 역시도 인간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낙태는 인간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며, 이번 낙태 부분 합법화가 결국에는 낙태 자유화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Q3.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는 칠레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은 칠레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민주주의 정권 복귀 이후 최초로 의회에서의 낙태와 관련한 논의가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조직으로써 가톨릭 교회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독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일부 의원들은 해당 법안을 지지했다는 사실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정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는 낙태 합법화 법안이 적용되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유명한 교회들이 해당 법안에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종교지도자의 의견이나 명령에 불복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구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들이 법안에 대한 의사결정 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 역시 단지 소수의 의원만이 법안 논의에 대해 제안했던 10년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법안의 상정으로 이슈화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과 연관되어 있다. 법안은 낙태를 금지할 당시에 행해진 여러 의학적 관행들을 변화시킬 것이다.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낙태에 대한 완전한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할 수 있을지, 혹은 법으로 규정된 세 가지의 구체적 상황이 일어날 경우 낙태 시술이 강요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는 가톨릭 교회와 관련한 의학적 관행이라는 점에서 공론화되어왔다.


Q4.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 낙태 부분 합법화 법안은 칠레 정부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최종적으로 통과될 것이나, 하원의 입장에서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립정부의 대다수는 상원과 관련이 적다. (38명 중 21명) 6개의 기독당 상원의원 중 3분의 2가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법안이 통과되 까지 순탄치 않음을 암시한다. 둘째, 상원의 경우 구성원의 연령대나 사회의 주요 그룹(예를 들어 교회 또는 엘리트 조직 등)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은 하원보다 훨씬 보수적인 성향을 띈다. 따라서 정부는 하원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상원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하원에서의 법안 승인 이후, 낙태를 반대하는 다양한 조직들은 자원을 총동원해 상원 의원들에게 해당 법안에 반대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특히 우익 연방의 대다수가 이미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기독민주당의 마음을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반(反) 낙태 로비스트 중 한 명이 기독민주당의 상원이었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추측으로 해당 법안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의원들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미 하원 통과 사례에서 입증되었듯이 ‘낙태를 허용하는 특수 상황의 적용 문제’와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의 권리를 보호하는 문제’에 대해 정의 및 제한하는 주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실제로 기독민주당에서 해당 법안의 수정안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며, 이는 낙태 합법화를 매우 구체적이고 제한된 상황에서만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불확실한 상황은, 법안이 법제화되기 전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헌법재판소의 구성원들이 지속해서 변경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친정부, 반정부 성향의 구성원이 균형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헌법상 낙태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하므로,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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