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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사우디아라비아 내각개편에 따른 경제 정책의 향방

사우디아라비아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6/05/23

지난 5월 9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내각 개편의 일환으로 기존의 알리 이브라힘 알 나이미 석유장관을 해임하고, 석유부의 명칭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러한 교체는 사우디 정부가 경제를 개혁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위와 관련하여, 중동경제연구소 홍성민 소장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내각 개편에 따른 경제 정책의 향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내각 현황은 어떠한가?


▲ 사우디아라비아는 각료회의(Council of Minister)를 내각이라고 칭하며, 국왕에게 자문하고 국정을 총괄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각료회의는 22개 부처를 대표하며, 매주 국왕이나 그의 대리인이 회의를 주재한다. 내각회의는 총리, 제1·2부총리 및 22개 부처 장관과 5명의 무임소장관 등 28명으로 구성되며, 부총리는 내무장관을 겸직한다.
1953년 사우드 국왕(King Saud)에 의해 설치된 내각은 1993년 파흐드 국왕(King Fahd)에 의해 개편되었다. 파이살 빈 압둘아지즈(Faisal bin Abdul-Aziz) 국왕 통치 이래 국왕이 총리직을 겸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2부총리는 임명되지 않았으며, 국왕이 내각과 군(軍)의 주요 인사를 임명한다. 현재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81) 국왕이 총리를 겸임하고 있으며, 국방 및 내무 장관 등 주요 요직은 왕실 인사들이 맡고 있다.


Q2. 사우디아라비아가 내각을 개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지난 5월 9일 단행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내각 개편 배경은 지나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최근 저유가로 인해 110조 원이 넘는 재정 적자로 경제 불황에 허덕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단행한 조치의 일환이다. 아울러 ‘금단의 땅’에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문호 개방’의 측면도 있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내 관광 부문의 연간 투자를 현재 80억 달러(한화 약 9조 5,320억 원)에서 2020년까지 460억 달러(한화 약 54조 8,090억 원)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알 팔리 신임 장관은 사우디 경제 개혁을 이끄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의 측근으로, 그의 등용은 사우디 왕가가 탈(脫) 석유 시대를 위한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영문 매체인 아랍뉴스는 이번 개각을 ‘비전 2030의 이륙(take off)’이라고 표현했다.


Q3. 이번 내각 개편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의 개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월 7일 알리 이브라힘 알 나이미(81) 석유장관을 전격 교체하는 등의 내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석유부의 명칭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개편되었으며, 이번 개각에서 석유장관을 비롯해 사우디 중앙은행(SAMA) 총재와 무역·투자부, 교통부 장관, 성지순례부 장관이 교체됐다. 수자원·전력부는 전력 부문을 신설 에너지·산업광물부로 이관하고 수자원·환경농업부로 개편됐다. 한편 사우디는 이날 개각을 통해 석유장관을 비롯해 순례, 상업·산업, 사회, 보건, 교통 등 부문의 6명의 장관을 교체했으며, 일부 부처명을 변경했다. 경제 분야의 개각과 조직 개편은 지난 4월 25일 모하마드 제2 왕위 계승자가 발표한 ‘비전 2030’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1년 만에 교체되는 석유부 장관의 교체는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보건 장관 겸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을 맡아오던 칼리드 알 팔리(56)가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알 나이미 전 장관은 왕실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Q4. 이번 사우디의 내각 개편은 사우디 경제 개발 계획인 ‘비전 2030’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가?


▲ 사우디아라비아의 내각 개편은 ‘Vision 2030’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임 내각 첫 국무회의에 참석한 살만 국왕이 “이번 조직개편은 ‘비전 2030’과 궤를 함께하며, 국민 삶의 수준을 높이고 경제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발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12일 만에 1995년부터 21년 동안 재임한 알리 알 나이미(81) 석유장관을 전격 해임하였다. 80대 석유장관에서 50대 석유장관으로의 세대교체는 물론,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2 왕위 계승자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우디 비전 2030’ 경제 개혁안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가 지난 4월 25일 제시한 것으로, “2020년까지 원유 수출이 없어도 사우디의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현존의 실업 및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 민영화와 국부 펀드를 통해 현재 재정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Q5. 필자는 사우디 내각 개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내각 개편은 경제적 목적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석유 권력이 왕실로 집중된 결과로 나타났다. ‘탈석유 시대’의 일환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직후에 수십 년간 OPEC의 수장 역할을 해온 나이미 석유장관을 전격 교체하고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권력의 실세인 아람코 최고위원회 의장인 무함마드 빈 살만(31) 왕자가 이 자리에 앉았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석유 권력의 이동인 것이다. 사우디의 석유 정책은 왕족과 민간 전문가가 적절히 견제하면서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왕족의 권한으로 석유 산업을 주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석유장관의 자리는 항상 왕족과 중립적인 인물인 기술직 관료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사우디 왕실의 힘이 무함마드 왕자에게 집중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5년 이미 살만 국왕은 석유 정책의 구조를 바꿨다. 과거 석유 위원회를 대신하여 경제개발위원회가 석유정책을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그 수장에 왕권 실세인 빈 살만 국방장관을 임명하고, 그의 손에 국방과 경제정책에 대한 권한을 강화시켜 주었다. 따라서 이번 내각 개편으로 사우디의 권력 및 경제 정책은 오히려 왕실에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Q6. 더불어 이번 개편으로 사우디 정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정책 성공 여부는 민영화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개혁적인 경제 정책을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 내각 개편의 비전은 “국가의 경제 수익원 다각화 및 포스트 오일 시대 준비 선도”이다. GDP 2배 성장, 가계 소득 60% 증가, 고용 600만 개 창출을 목표로 국가 개혁을 자유시장경제로 가속화하고, GDP에서 산업 및 서비스 부문에의 기여를 증가시키며,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사우디 노동시장에 여성의 통합 등의 사항을 추구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 서비스(보건, 교육, 기타 정부 설비)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을 시장 기반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무역이나 투자에 더 많은 개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우디는 저유가로 인해 엄청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 또한 40%를 넘어섰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불과 4년 내(2020년까지) 원유 수출이 없어도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신임 에너지 장관의 제안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든다.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개혁의 최대 관건은 민영화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정부가 어떻게 민심을 달래며 개방을 이뤄낼지가 문제다. 특히 이번 왕실 권한의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날의 칼로써 큰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Q7. 필자는 향후 사우디의 경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정책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는 알 투르키 왕자의 발언에서도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그는 5월 16일 영국의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통합방위 안보연구소(RUSI) 주최의 연설에서 “사우디의 경제 목표와 구상을 마련하는 데 정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치 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경제 개혁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CNBC 방송 역시 최근 글로벌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우디가 지난 4월 발표한 경제개혁안에 따라 사우디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증가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수인 38.6%가 “과거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CNBC는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사우디의 경제 정책의 변화가 친(親) 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기대가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강력한 권위주의적 왕정체제로,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는 사우디 국민이 표현, 집회, 결사 및 신앙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제의 다변화, 보조금 지원 삭감, 민영화 같은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치 개혁 문제를 배제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정책 변화는 그 전제 조건인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 때 가능해질 것이다.


Q8. 이번 개편된 내각이 시행할 경제 정책은 사우디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 신임 내각의 대대적인 경제·사회 개혁 정책인 ‘비전 2030’ 제시에도 불구하고, 일단 외부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5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5월 16일 사우디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내렸다. 신임 내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8개 분야(광산 및 금속, 석유화학, 제조업, 도소매업, 관광 및 병원, 보건, 금융, 건설)에서 4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 사우디 아람코 주식 5%를 공개 매각하여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 2조 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IMF는 올해 사우디 재정적자가 1천400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하락할 경우, 재정적자의 규모가 1천8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실업 문제와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사우디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통한 효율성 제고 및 민심 달래기에 성공할지는 전적으로 재정수입 확충에 달려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개혁 정책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원만한 자금 수요가 적절히 공급될 때 가시화될 것이다.


Q9. 이러한 사우디 정부의 움직임은 국제 유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 석유장관의 교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정책이나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관련 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결정되며, 석유장관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살만 왕자 또한 현재의 유가 수준을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며, 거시적인 경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 팔리 신임 장관은 세계 최대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회장으로, 아람코의 현대화를 이끈 인물이다. 물론 전임자 알 나이미가 21년 만에 물러나고 알 팔리가 후임 자리에 앉긴 했지만 사우디 석유 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이미 전 장관은 과거 20년 동안 OPEC을 이끌어온 인물로, 그의 말 한마디에 국제유가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신임 알 팔리 장관은 수십 년 동안 아람코를 경영한 사람으로, OPEC 회원국 장관들과의 깊은 유대감은 부족하다. 물론 일일 100만 배럴 이상의 증산 여력이 있어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는 전문 경영인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되며, OPEC에서의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OPEC에서 그의 입지력이 강화되기 전까지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커다란 변화를 추구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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