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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루마니아 MD 기지 가동, 그 파장과 의미

루마니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6/05/24

2016년 5월 12일, 미국이 동유럽에 구축해온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 소위 동유럽 내 MD(Missile Defence) 시스템의 첫 번째 기지가 루마니아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외신들에 따르자면, 이날 루마니아 남부 데베셀루(Deveselu) 공군 기지에서 MD 시스템 가동 기념행사가 열렸고, 이 행사에 로버트 워크(Robert Orton Work, 재임 2014. 05 ~ 현재) 미국 국방부 부장관, 옌스 슈톨텐베르크(Jens Stoltenberg, 노르웨이 총리 재임 2005. 10 ~ 2013. 10, 사무총장 재임 2014. 10 ~ 현재 ) NATO 사무총장 그리고 루마니아 정부 대표로 다치안 치올로슈(Dacian Julien Cioloș, 재임 2015. 11 ~ 현재) 총리 등이 참석하였다. 2013년 10월에 착공한 이 기지는 2015년 12월에 완공되었으나, 러시아의 반발을 고려하고 점검을 위해 그동안 본격적인 가동이 늦추어져 왔었다. 데베셀루 MD 기지에는 미국의 유럽 MD 체계에 포함되는 SM-3 요격미사일과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등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위해 미국은 지난 2013년부터 약 8억 달러(약 9,320억 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NATO는 여기서 더 나아가, 5월 13일 루마니아와 함께 반(反)러시아, 친(親)서방 정책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는 폴란드의 레드지코보(Redzikowo) 공군 기지(발트 해 인근에 자리)에서 2018년 전력화를 목표로 한 MD 기지 건설 공사 착공식을 열었다. 만약 미국과 NATO가 루마니아에서 MD 체계를 가동한 데 이어, 스페인에 배치된 미군 구축함의 요격미사일, 덴마크와 네덜란드 함정에 설치될 레이더 시스템, 터키의 조기경보시스템과 함께 2018년 폴란드 MD 기지가 추가 완공되고 독일에 들어서는 지휘통제센터가 유럽 전역의 MD 체계를 지휘하게 된다면 NATO는 유럽의 육상, 해상을 아우르는 통합 MD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이것은 2010년 미국과 NATO가 합의했던 유럽 내 MD 구축 계획에서 비롯된다. 2012년 미국과 NATO 정상회의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자면, 이번 루마니아와 폴란드에서의 MD 시스템 구축은 ‘유럽 미사일 방어 시스템 4단계 조치’에 기초하고 있다 하겠다. 즉, 이 조치는 1단계로 터키에 X밴드 레이더 설치 및 스페인에 이지스함 배치1), 2단계 루마니아 MD 구축, 3단계 폴란드 MD 구축, 4단계 미국 본토 겨냥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완성 등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루마니아 MD 기지를 비롯해 동유럽에서의 MD 시설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며, 미래에도 러시아 중단 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조되지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NATO 또한 MD에 장착된 요격용 미사일은 폭약을 장착하지 않고 있어 원하더라도 공격용으로 사용될 수 없어 러시아의 핵전력을 위협하기 어려우며, 또한 이 미사일로는 지리적으로나 물리학적으로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은 이와 크게 상반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 코앞에 미사일 기지를 구축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MD 체계가 결과적으로 자국 핵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겨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5월 13일 군 고위관계자 회의에서 미국의 루마니아 내 MD 기지 가동과 관련해 “세계 안보 시스템을 흔드는 또 다른 행보이며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이라고 비난했다. 1987년 미국과 러시아는 보유한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3년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하였는데, 러시아는 미국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이 주장해온 이란의 핵 위협이 2015년 이후로 없어졌는데도 미국은 유럽 MD 구축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4월 29일 메가톤급 핵탄두 15개를 장착하고도 미국의 MD를 뚫을 수 있는 초대형 ICBM을 조만간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루마니아 내 MD 기지가 가동됨과 동시에 러시아는 5월 16일 자국의 동맹국이자 폴란드, 우크라이나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벨라루스와 함께 미국이 구축 중인 MD 시스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자국 세력권이었던 동유럽 한복판에 미사일 방어 기지를 세우고 러시아의 핵억지력을 무력화하려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에 대해선 그리 확신하지 않으면서도, 만약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 MD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고, 러시아가 자신의 공언대로 이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NATO와 러시아 간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될 수 있음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나토와 러시아 간 군비 경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500㎞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최근 동유럽 접경 지역에 3개 사단을 추가 투입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과 NATO 전투기와 함정을 상대로 위협 비행을 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도 2016년 초 유럽 내 군사 예산을 기존 7억 8,900만 달러에서 34억 달러(약 4조 원)로 증액하고, 병력과 무기 또한 증파하는 중이다. 영국 또한 신형 항공모함 2척과 전략 핵잠수함 도입을 주축으로 하는 전력 증강을 추진 중이고, 독일은 통일 이후 처음으로 병력을 18만 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2008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양측 간 대규모 군사훈련 규모와 강도, 빈도가 높아지자, 국제 사회는 NATO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세계가 신(新)냉전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NATO는 동유럽 내 MD 기지 확대의 원인을 러시아가 제공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NATO와 러시아는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한 후 양측 간 완충지대(Buffer Zone)에 해당하는 동유럽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접경을 이룬 동유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했으나,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NATO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親)러시아 반군에 대한 물적, 군사적 지원을 공공연하게 이어 오고 있으며, 발트 해 지역에서의 대규모 군사 훈련과 무력시위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항해 NATO와 미국 또한 2015년 유럽 대륙에서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더불어, NATO는 본격적인 전력증강 가시화를 선언하였는데, 2015년 6월 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NATO는 회원국 방어를 위한 신속 대응 군 규모를 대폭 늘리고, 위기 발생 시 즉각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에 대한 합의가 비(非)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참여 속에 2015년 9월 4~5일에 열린 NATO 28개국 정상 회담에서 전격 결의되게 된다. NATO의 집단 안보를 규정한 5조 조약을 들어, 미국이 동맹국인 동유럽 우방들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반드시 방어하겠다는 발언 속에 러시아의 반발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극단적 갈등 양상이 확대됨에 따라 현재 미국과 NATO 대(對) 러시아 간의 무력 대치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NATO와 러시아는 지난 4월 20일 브뤼셀에서 고위급 대화를 재개했지만, 상호 심각한 이견 속에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야만 했다. NATO의 동진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그 수위를 높여가자, 5월 19일~2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 회의 전날인 18일, 슈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서방과 러시아 양측 모두 새로운 군비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함께, 그는 NATO가 러시아와의 대결을 원치 않으며 언제든지 대화 채널을 항상 열어 놓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언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동유럽에서 나토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 대화를 통해 군비경쟁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일 필요성이 있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을 둘러싸고 양측 접경 지역에 군사력이 증강 배치되는 등 양 진영 간 대립 격화는 마치 과거 냉전 시절로 회귀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미국의 동유럽 내 MD 기지 건설과 러시아의 반발 그리고 이에 따른 양측 간의 갈등 증대는 그저 먼데 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미국은 아시아에서도 한·미·일 3국을 묶는 MD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지스 구축함을 주축으로 해상 MD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어가는 상태이며, 한국에도 이에 동참해 줄 것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한반도 사드’가 완공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MD 시스템은, 현재 동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유럽 방어체계처럼, 육상과 해상에 걸쳐 보다 높은 차원의 방어망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우리의 운명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지혜로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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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계획에 따라, 2012년 NATO는 회원국인 터키에 탐지거리가 1,800km 이상인 탄도미사일 추적용 신형 X-밴드 조기경보 레이더를 배치하고 스페인에는 이지스 구축함 4척을 배치했다.

 

 

[참고문헌]

- 김철민, "미국 MD 정책의 수립과 수정, 그리고 동유럽", EMERICS, 2013.4.18.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13565
- 김철민, “NATO와 러시아 간 신(新)냉전 무대, 동유럽”, EMERICS, 2015.11.30.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78710
- NATO Otan, “Secretary General in Bucharest: NATO is committed to Romania’s security”2016. 5. 12. http://www.nato.int/cps/en/natohq/news_130677.htm
- Pittsburgh Post-Gazette,“The Romanian line: A NATO missile shield base provokes Russia”, 2016. 5. 14.
http://www.post-gazette.com/opinion/editorials/2016/05/14/The-Romanian-line-A-NATO-missile-shield-base-provokes-Russia/stories/201605130062
- Romania-Insider.com,“Russia, “extremely concerned” about NATO antiballistic systems in Romania and Poland“ 2016. 4. 28.
http://www.romania-insider.com/russia-concerns-nato-antiballistic-systems-romania-poland/169502/
- Voice of America,“Russia, Belarus to Develop Joint Response to NATO Missile Shield”, 2016. 5. 16.
http://www.voanews.com/content/russia-belarus-joint-response-nato-missile-shield/33334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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