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한-몽 협력을 위한 몇 가지 제언

몽골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몽골어과 외래교수 2016/06/02

  1990년 3월 26일 수교 이후 한국과 몽골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등 전통적 국제협력 분야는 물론, 국방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전면적 교류로 확대되었다. 2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두 나라 교류가 전 분야로 확장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수교 직후부터 우리정부는 북방외교의 확대와 북한문제를 염두에 두고 대몽골 외교를 중시했고, 경제인들은 광산자원을 비롯한 원자재 확보와 시베리아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몽골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과 몽골인 그리고 한국어와 몽골어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막연한 집단정서, 이른바 동류의식(同類意識) 때문이다. 이를 확인해 준 것이 양국 국민의 외모의 유사성이다.

  수교 직후부터 학술 분야 뿐 아니라 공적 분야나 사적 분야를 막론하고 양국 사이의 교류가 급속히 발전한 근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우리 정부의 거의 모든 기관과 공공기관은 몽골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정부의 대외원조와 시민사회단체(NGO)의 국제협력사업도 몽골이 빠진 경우는 거의 없다. 양국 학자들 간의 학술교류 또한 초기의 언어, 민속, 역사 분야를 넘어 의료, 공학, 농축산 등 전 분야로 확대되었다. 300만 인구와 몽골의 경제규모 및 한국과의 교역량에 비하면 대단히 이례적 현상인데 그 이면에는 형제민족이라는 뿌리 깊은 사고가 자리한다. 수교 초기 소규모 상공인들이 우르르 몽골로 몰려간 것, 기독교와 불교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몽골에 진출해 있는 것도 동류의식 및 외모의 유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민족(북한 포함)에 대하여 친밀감을 갖고 살갑게 대하기는 몽골인도 마찬가지다.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기 필자가 처음 몽골에 갔을 때 몽골인들이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에 대해 퍽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확실히 같은 동양인, 따라서 얼굴 모습이 비슷한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훨씬 친밀하게 대해 주었다. 물론 양국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해지고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나면서 몽골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지만 한국과 한국인 및 한국문화에 대한 친밀한 정서는 부인할 수 없다. 몽골인에게 한국은 이 세상에서 자신들과 생김새가 가장 비슷한 사람들이 사는 가장 가까운 나라이고 경제적으로도 발전된 나라다. 따라서 현재 양국관계의 실제 상황과 관계없이 보통 몽골인들은 한국이 몽골 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점은 근년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한국은 몽골인 가장 많이 사는 나라

  아무튼 향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양국 국민들이 상대에 대해 우호적 인식을 갖고 있고,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서로가 상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전통적 몽골인 거주지인 몽골국(속칭 외몽골), 러시아연방의 부랴트공화국과 칼미크공화국, 중국의 네이멍구자치구(속칭 내몽골)를 제외하면 몽골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 또한 2015년 2월 몽골 이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몽골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중국(7,238명)과 러시아(2,689명)에 이어 한국인(2,382명)이 세 번째로 많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양국 사이의 교류가 빈번하다는 뜻이다. 이들은 모두 장기 체류자들이다. 여기에 여행자와 단기 체류자를 합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거듭 말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몽골의 인구와 경제규모 등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다. 특히 전통적 몽골인 거주지 외에 한국은 몽골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특이한 사항이다.

  지난 5월 18-20일 한국을 방문한 엘벡도르지(Ts. Elbegdorj) 몽골 대통령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5월 19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나서 행한 연설 첫머리에서 한국인과 몽골인의 외모의 유사성, 한국과 몽골에 거주하는 몽골인과 한국인, 민족과 언어와 역사적 측면에서의 양국의 특수 관계를 언급한 다음, 양국민의 인적 교류야말로 두 나라 관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한국과 몽골은 이런 빈번한 인적 교류에 합당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고, 광산자원 개발 외에도 양국은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2011년 7월 21-23일)과 그 후 광산개발과 관련한 한국 측의 잦은 요청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다.

 

광산자원 개발 외의 다양한 협력 방안 모색 필요
 
  필자 역시 이대통령의 몽골 방문을 평가하는 칼럼에서 이 점, 즉 한-몽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몽골의 광산개발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것을 언급했다. 광산자원 외 다양한 협력에 대한 이번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발언은 올바른 지적일 뿐 아니라 향후 양국 관계에서 늘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면 양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광산 분야 외의 협력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한국정부나 기업이 다음 네 가지 사항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한국체류 몽골인(노동자, 결혼 이민자, 학생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상기한 대로 2014년 12월 31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24,561명, 한국 입국자 수는 연간 60,000여 명 정도인데 최근 몽골 경제 사정으로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절대적인 수는 많지 않지만 300여 만이라는 몽골 인구를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런 만큼 한국 체류 몽골인 문제는 자주 뉴스의 초점이 된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몽골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 거주 몽골인들이 제기하는 각종 민원을 신속히 해결하여 그들이 한국에 온 목적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법적 사회적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19일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몽골 식품의 한국국경 통과 건은 한국 거주 몽골인들의 입장을 고려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만하다. 이를 시작으로 오래 전부터 제기된 사증 면제와 항공료 인하 문제 등도 적극 검토할 것을 거듭 제안한다. 요약하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친한국 정서를 배양하여 경제협력을 이끌어 내라는 것이다.

  둘째 문화 부문의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과학적 입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한민족과 몽골족이 형제라는 통념, 한국어와 몽골어가 친연성이 있다는 통념은 두 나라를 더욱 가깝게 해주는 유용한 소재다. 실제로 학술교류 등 문화방면의 협력은 가장 성과가 있고 몽골인들이 가장 모범적으로 생각하는 협력 분야다. 특히 문화재 보존과 복원 기술 전수 및 고고학 발굴 기법 전수, 장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통한 전문가 양성 사업에 대해서는 몽골학자들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와 학술분야의 협력은 양국 국민의 정서를 결합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고, 향후 양국의 협력을 다른 부문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다. 다만 현재 한-몽의 문화협력은 전체적으로 중복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각 부처 또는 정부 각 기관의 협력과 조정을 통하여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복투자라는 지적과 이울러 투자 또는 협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셋째 몽골인의 한국 관광 유치 및 한국기업의 몽골 관광업 진출 등 관광분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관광객 유치는 비즈니스라는 현실적 목적과 함께 몽골인들로 하여금 친한국 정서를 갖게 해줄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제주가 몽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 관광지라는 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제주 관광을 홍보하고 유인할 수 있는 소재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최근 중국인들의 제주 입국 증가 추세에 맞춰 내몽골의 몽골인도 제주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러시아연방의 부랴트공화국과 칼미크공화국의 몽골인들 역시 무비자 입국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제주 관광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내몽골인, 부랴트인, 칼미크인들의 제주에 대한 정서는 몽골국 국민과 같기 때문에 이 점을 적극 활용하여 제주를 전 세계 몽골족의 관광지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 봄직하다.

  한국기업의 몽골 관광분야에 투자도 전도가 유망한 사업의 하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몽골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세계적 문화유산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교통통신과 각종 관광 인프라 미비로 이들을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몽골정부가 외국 관광객 유치에 대단히 적극적인데다가 근년 울란바토르와 몽골 전역을 연결하는 간선 도로망이 확충되고, 신공황이 건설되는 등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관광업의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다. 과감한 투자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몽골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 중 하나는 다른 노선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서울-울란바토르 노선의 항공료 인하인데 이 점도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사안이다.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거쳐 몽골로 들어간다는 점도 계산에 넣을 필요가 있다.

  넷째 의료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의료 분야 협력은 인도적 측면에서나 현실적 측면에서 양국 협력 중 가장 높게 평가 받는 분야다. 따라서 서울 프로젝트와 같은 협력 사업을 국가차원에서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몽골인들의 한국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높아 몽골의 중산층 이상인 사람이 중증질환(암, 심장병 등)에 걸리면 거의 100%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고 있고, 상류층은 주로 한국에 외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이는 의료 분야 협력이 한-몽의 우호를 증진시키고 한국 측에 현실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사업임을 말해 준다. 또한 몽골국의 몽골인 뿐 아니라 내몽골, 부랴트, 칼미크 등 세계 여러 곳의 몽골인을 한국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도 관광과 의료를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체류 몽골인에 대한 지원, 문화, 관광, 의료협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양국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대규모 원조나 공학과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및 광산개발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상기 네 분야다. 따라서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서는 이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정부와 기업이 원하는 광산개발권도 따낼 수 있다.

 

--------

1) 북한과 몽골은 1948년 수교 이후 현재까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몽-북의 끈끈한 유대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 연대라는 것 외에도 한민족과 몽골족이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동류의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2) 필자는 오래 전 이 동류의식(이평래, 「한ㆍ몽 문화교류를 보는 시각」, 󰡔실크로드와 한국문화󰡕, 소나무, 1999) 문제를 학술적으로 상세하게 논의했다.
3)2015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몽골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은 러시아(78.1%), 중국(26.9%), 일본(21.3%), 미국(17.6%), 한국(9.2%) 순이다. 필자는 우호적 여론이 급변한 이유를 정확히 찾지는 못했지만, 근래 몽골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반한감정의 영향이 아닌가 하고 추정해 본다.
  http://www.emerics.org/eurasia/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63613, 몽골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이웃 국가(2016년 5월 22일 검색).
4)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4년 12월 31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24,561명인데, 이중 12,865명이 남자고 11, 696명이 여자다.
https://en.wikipedia.org/wiki/Mongolians_in_South_Korea, Mongolians in South Korea(2016년 5월 22일 검색).
5) Zuunii Medee 2015.2.11.
6) http://www.emerics.org/eurasia/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99385,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과 우리의 과제(2016년 5월 22일 검색).
7) 최근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근년 몽골인의 한국 입국 수는 2012년도 61,771명→2013년도 65,446명→2014년도 63,584명이다.
8) 몽골 의료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한국형 의료시스템과 보건의료산업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의료협력 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5년간 시행된다.
http://www.mohw.go.kr/front_new/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269860&page=1, Seoul Project(한-몽 보건의료협력사업) 발족식을 통해 몽골 진출 교두보 마련(2016년 5월 22일 검색).

 

[참고문헌]

- https://en.wikipedia.org/wiki/Mongolians_in_South_Korea, Mongolians in South Korea(2016년 5월 22일 검색).
- http://www.emerics.org/eurasia/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99385,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과 우리의 과제(2016년 5월 22일 검색).
- http://www.emerics.org/eurasia/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63613, 몽골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이웃 국가(2016년 5월 22일 검색).
- http://www.mohw.go.kr/front_new/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269860&page=1, Seoul Project(한-몽 보건의료협력사업) 발족식을 통해 몽골 진출 교두보 마련(2016년 5월 22일 검색).
- 이평래, 「한ㆍ몽 문화교류를 보는 시각」, 『실크로드와 한국문화』, 소나무, 1999.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