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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쿠릴 열도 분쟁에 대한 러-일 평화회담 재개와 전망

러시아 조준배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강사 2016/07/15

러시아 연방 특별 건설국은 “쿠나시르섬, 이투루프섬 내 군사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500명 이상의 건설 노동자가 투입되었으며, 100대의 건설기기가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현지 매체는 “러시아와 일본 간 쿠릴열도에 대한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섬들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은 러시아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위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의 조준배 강사에게 쿠릴 열도 분쟁에 대한 러-일 평화회담 재개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러-일 간 쿠릴 영토 분쟁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

 

19세기 중반 처음 국경문제로 만나게 된 러시아와 일본은 1855년 시모다 조약을 통해 남쿠릴열도 4개의 섬을 일본이 소유하고 이루프 섬 이북의 쿠릴열도는 러시아가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으로 양국 간 국경이 재조정되어 러시아는 사할린 섬 전역을 확보하는 대신 일본은 쿠릴열도 전체를 소유하게 되었으나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사할린 섬 남부지역을 일본이 점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소련이 일본에 대한 전승국 자격으로 쿠릴열도와 사할린 섬 모두를 장악하게 되었으나 냉전체제가 수립되면서 쿠릴 열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일본 정부가 쿠릴 열도 일부 섬들에 대해 영토권을 주장하자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Q2. 쿠릴 열도 분쟁에 대한 러시아, 일본의 입장과 근거는 무엇인가?

 

쿠릴 열도 분쟁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입장은 명확하다. 즉 쿠릴 열도는 소련이 일본군에 대항하는 연합국의 일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전승국으로서 점령한 지역으로 이는 얄타회담이나 포츠담회담 같은 연합국 사이의 협정에 따른 정당한 결과이다. 따라서 변경이 불가능하며 일본 정부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전후의 영토 처리 문제를 다루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소련이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격을 상실했으며 나아가 조약문에 일본이 포기한 영토의 구체적인 귀속대상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련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지리적 측면에서도 하보마이와 시코탄 그리고 쿠나시리와 에토로후 네 섬은 쿠릴 열도의 일부가 아니라 일본의 본토인 홋카이도에 속하는 지역이기에 패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Q3.러시아가 쿠릴 열도를 차지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국내적 차원에서 인접 국가이자 아시아의 강대국인 일본을 상대로 영토주권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강력한 러시아를 원하는 국민적 정서에 부응할 수 있으며 현 정부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판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쿠릴 열도는 오호츠크 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요지로 잠수함을 비롯하여 이곳을 오가는 각국의 전함들을 통제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상당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섬 내부에 레이더 설치를 비롯한 미사일 기지를 구축하거나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러시아 안보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쿠릴 열도 주변은 수심이 깊고 겨울에도 쉽게 얼지 않아 러시아 함대의 기항지로 적합하며 만일 함대 본부가 설치될 경우 태평양 지역으로의 해상 작전이 가능하게 되어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반경이 크게 확대되는 동시에 미국 전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4. 러시아가 쿠릴 열도를 차지했을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쿠릴 열도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수산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열도 부근에서 어패류들의 풍부하게 잡히고 있으며 바닷속에 묻혀 있는 각종 자원도 경제적 가치가 높아질 경우, 언제든 채굴이 가능하다.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쿠릴 열도를 구성하고 있는 섬 가운데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일대에는 금과 은이 상당한 규모로 매장되어 있으며 특히 이투루프 섬의 쿠드리아비 화산 근처에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레늄광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수은 및 비철금속 등 다양한 종류의 지하자원 또한 발견된다. 최근에는 북극을 통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항로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상업화될 경우 교통과 물류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쿠릴 열도의 개발을 통해 러시아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유럽과의 경제 교류에서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갈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Q5. 러시아는 쿠릴 열도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이미 쿠릴 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선 쿠릴 열도의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개발을 위해 2006년 8월, 연방정부 차원에서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하여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의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실행해왔고 최근에는 이를 다시 2025년까지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쿠릴 열도에 일정 수준의 기반시설을 조성함으로써 러시아 본토와의 경제적 통합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도 긴밀한 상업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도 러시아는 쿠릴 열도 일부 섬에 이미 다수의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기지를 증설 중이다. 외교적으로도 2012년 7월 메드베데프 총리가 쿠나쉬르 섬을 직접 찾아 현지 주민과 접촉하는 등 고위급 인사들의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쿠릴 열도가 러시아의 영토임을 국제사회에 꾸준히 알리고 있다.

 

Q6. 러시아가 쿠릴 열도를 차지한다면, 동북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이미 쿠릴 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정치 및 경제적 변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쿠릴 열도를 발판으로 삼아 이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나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확대되고 있는 미일동맹에 대해서도 쿠릴 열도의 입장 변화를 무기로 일본에게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관련 문제에 대한 다자 회담이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이를 쿠릴 열도 분쟁과 연계하여 일본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쿠릴 열도의 영유권에 대한 러시아의 확고한 입장은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이를 쿠릴 열도 문제와 결부시킬 경우, 한국의 지지를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Q7. 최근 러시아가 일본에 평화회담 재개와 쿠릴 열도 공동 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제안의 내용과 의미는 무엇인가?

 

최근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평화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상대로 전후 처리 문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했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소련이 서명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양국 간 강화조약의 부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즉 1955년부터 1956년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양국 사이의 협상이 시도되었으나 쿠릴 열도에 대한 영토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양국 공동선언의 형식으로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선에서 그쳤던 노력을 재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한편으로 쿠릴 열도의 공동 개발은 알렉산더 갈루시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6월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된 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안한 것으로 일본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촉구함으로써 영유권 문제로 경색된 양국 간 관계를 경제 및 문화적 측면에서 풀려는 시도이다.

 

Q8. 이에 대해 일본은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평화회담 재개에 임하는 일본의 태도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긍정적이다. 지난 5월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휴양지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쿠릴 4개 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고, 6월 22일에 열린 치카히토 하라다 전권대사와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부장관 사이의 회담에서는 9월 양국 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일본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촉구하는 러시아의 쿠릴 4개 섬 공동개발 요청에 대해 일본은 신중한 입장이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쿠릴 열도의 섬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자원과 수산 자원 그리고 각종 개발 사업들이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의 법 규정에 따라 개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쿠릴 4개 섬의 러시아 영유권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Q9. 이번 평화협상으로 영토 분쟁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평화협상은 아베 신조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활기를 띠고 있긴 하지만 결과는 크게 낙관하기 어렵다. 즉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70년 넘게 양국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해소하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이나 다른 한편으로 영토 문제의 경우, 러시아는 종전 이후부터 평화협정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에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의 부상과 거기에 맞서는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동북아정세의 새로운 국면과 맞물려 쿠릴 열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또 러시아가 유럽 연합이 가한 경제적 제재의 탈출구를 극동지역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쿠릴 열도의 4개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말할 수 있다.

 

Q10. 앞으로 러시아는 영토 분쟁 해결을 위해 어떠한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는하는가?

 

러시아는 쿠릴 열도의 영유권과 관련한 문제에는 단호한 대응을 보이면서도 그 밖의 경제적 개발이나 문화 협력 등과 같은 분야에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접근방법은 향후 러시아의 국내 정치 및 일본의 내부 상황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 행사와 동북아 정세라는 변수에 따라 다소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기조 상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평화회담과 쿠릴 열도 4개 섬에 대한 공동개발 제안이 러시아의 유화적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쿠릴 열도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시설의 증강이나 크렘린 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아베 신조가 제시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 ‘양국이 공통점을 찾기 위해 실무 협의를 하기로 합의했을 뿐’이라고 언급한 논평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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