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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아르메니아 반정부시위의 영향력과 향후 정치 전망

아르메니아 박영은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교수 2016/09/20

지난 7월 말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에서 무장 단체가 정부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경찰서를 점령하고 경찰을 인질로 잡았다. 무장 단체와 경찰이 대치하는 사이, 아르메니아 시민 일부는 무장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의 박영은 HK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독립 이후 아르메니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독립 이후 아르메니아는 CIS 국가들 가운데 ‘민주주의의 섬’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2008년과 2013년 대선 이후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를 겪는 나라라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는다.
대선에서 집권여당인 <아르메니아공화당(Republic Party of Armenia)>의 대표였던 세르즈 사르키샨(Serzh Sarkisian) 총리가 레본 테르 페트로샨(Leven Ter-Petrosian) 후보를 53%대 22%로 누르고 승리하자 테르-페트로샨 전(前)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아르메니아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정부가 가혹하게 탄압하면서 아르메니아의 인권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2013년에도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는 사퇴한 상태에서 세르즈 사르키샨이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민주주의는 더욱 위축되었고, 낙후된 경제와 디아스포라(Diaspora)로 인한 문제 역시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Q2. 이번 무장 시위의 현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내 언론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7월 17일 일요일 오전(현지 시간), 한 무장단체가 수도 예레반의 경찰청사를 점거해 내부에 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청사를 점거한 괴한 중 한 명은 자신의 SNS에서 인질 가운데 부경찰청장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의회의원인 니콜 파쉬냔은 무장단체가 8명의 인질을 잡고 있으며 고혈압 등이 있는 인질들은 풀어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일 아르메니아 국가안보국은 이 사건으로 현재 경찰 1명이 사망했고, 3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보국은 성명에서 “무장 괴한이 예레반 경찰청사로 진입하고 폭력으로 위협하면서 인질을 잡았다”고 발표했지만, 그 사이에 폭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도 적지 않게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가 무장 시위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2016년 6월에 체포된 야당 정치인 지라이르 세필얀(Jirair Sefilian)의 석방이었다. 

Q3. 그들의 입장과 요구 사항은 무엇이었나?
자신들을 ‘사스나 쯔레르(Sasna Tsrer)’라고 칭했던 회색 머리의 무장그룹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은 세르즈 사르키샨의 현 대통령의 사퇴와 지라이르 세필얀의 석방이었다. 2016년 6월, 정부 당국은 세필얀과 여섯 명의 지지자들이 예레반의 통신탑을 포함한 주요건물 점령계획과 불법무기 소지 및 운반에 대한 혐의로 그들을 체포하였다. 체포되기 전날 세필얀은 ‘민족저항위원회(National Resistance Committee)’라는 새로운 저항운동의 기틀을 구축하는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그들은 세필얀의 체포가 정치적으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자신들의 지도자와 동지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Q4.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지라이르 세필얀”은 누구인가?
지라이르 세필얀은 1967년 레바논에서 출생한 아르메니아 출신의 정치 지도자이다. 그는 1990년 아제르바이잔과 영토 분쟁 중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인 아르짜흐(Artsakh) 해방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당시 그는 군사 교관으로서 아르짜흐와 수닉 지부의 방어 조직에 참가했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이 끝난 후인 1997~1998년에 NKR 방어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현재 그는 <신 아르메니아 공공 구국 전선(New Armenia Public Salvation Front)>의 공동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구를 아제르바이잔에 양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했으며, 2014년 3월 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 대처 방안을 비판하며, “우리의 진정한 내부 적은 우리의 힘을 분산시키고 독립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애국심과 독립 의지를 고취시켰다. 
그는 2006년 무력으로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다가 2008년에 석방되었으며, 2015년에 쿠데타를 도모했다는 혐의로 다시 체포되었다 석방된 이후,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인 2016년 6월 정치적 이유로 또 다시 체포된 것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16년간 아르메니아에 거주하며 시민권 취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2003년과 2006년의 청원 역시 거부된 상태이다.
그는 대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그를 ‘살아있는 이콘’으로 칭송한다. 그가 아르메니아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Q5. 이번 무장 시위의 진행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서술해 달라.
이번 무장 시위 상황은 정부 측 보도와는 달리 그다지 과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7월 20일 밤, 경찰과 수백 명의 시위대 간 충돌이 격화되었다. 아르메니아 보건부는 25명의 경찰관을 포함해서 적어도 51명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7월 23일, 무장 시위대는 모든
인질을 석방했다. 그러나 2주간에 걸친 경찰청사 점거를 통해 오히려 ‘사스나 쯔레르’를 지지하는 집회가 조직되었다. 그로 인해 7월 29일에서 30일 밤에는 언론인들을 포함해서 165명의 사람들이 구류되었고, 그중 26명이 체포되었다.
오히려 이후 벌어진 문제로 7월 31일 오전 경찰청사 주변에서 폭발음과 포성이 끊임없이 들린 후,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병원 호송 차량이 오가는 긴급한 상황이 속출된 것이다. 이에 같은 날 저녁, 사스나 쯔레르 측은 자신들은 유혈을 피하기 위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항복하기까지의 진행 상황에 대해 경찰은 상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인권위원회는 아르메니아 수도 근처 곳곳에서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Q6. 정부는 이번 시위에서 어떠한 입장을 표명했으며, 어떻게 대응했는가?
7월 17일 오전, 예레반에서 무장괴한들이 경찰청사를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이 발발하자마자 이는 세르즈 사르키샨 대통령에게도 조속히 전달되었다.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긴급 보안회의를 개최하고 공공질서와 안전 보호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 측의 특별한 입장 표명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만, 친(親)정부적인 아르메니아의 일부 지식인들이 지라이르 세필얀에게 사스나 쯔레르 운동당원들이 무기를 버리고 정부 당국에 항복하라고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이렇게 하는 것만이 민족통합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는 이 사건의 여파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처신에 대해 일부 언론인들은 만일 이것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에 발발한 것이었다면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 비난하고 있다. 

Q7. 무장 시위 이후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상황에 대해 서술해 달라.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아르메니아에서는 반정부 시위와 동시에 상황 종결을 위한 협상 역시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테러리스트나 불법무장단체의 소행으로만 국한 지으려는 러시아를 비롯한 아르메니아 언론들의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동향과 맞물려 사건 초기에는 무장단체가 고위급 관리를 포함한 인질 석방과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을 비롯해 그들이 사회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국가안보국의 주장을 반영하는 보도가 큰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7월 31일 저녁, 사스나 쯔레르 단원들이 더 큰 유혈충돌을 막기 위해 항복을 결정한 이후 그들을 지지하는 평화 시위가 예레반의 자유 광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스나 쯔레르 그룹은 “사스나 쯔레르는 체포되었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르메니아인들은 결코 희망을 잃지 말고, 더 이상 이민을 가지도 말라.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라는 촉구의 글을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발표하기도 했다.

Q8. 아르메니아에서 지속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2008년 이후 지속적인 반정부시위의 가장 큰 원인은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과 아르메니아의 발전 가능성 저해와 맞물린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이다. 더구나 2014년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 EAEU)>에 아르메니아가 공식 가입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가속화되었다.
이는 2009년부터 <유럽연합(EU)>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실질적인 친유럽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에 대한 급선회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의 그늘을 벗어나 균형적인 외교관계 구축을 위해 유럽으로의 통합을 꿈꾸어 왔지만, 오래도록 정치적ㆍ경제적 영향을 받아왔던 러시아의 압박을 견디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 가입을 두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연행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푸틴 대통령 방문 시에도 예레반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아르메니아는 푸틴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Putin Out>을 외쳤다. ‘반(反) 러시아’를 주장하는 시위와 함께, 현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Q9. 시위가 발생하기 전 아르메니아 대통령 및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는 어느 정도이며, 현 대통령과 정부의 입지는 어떤지 설명해 달라.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공식보도와 달리, 물밑 민심에서 세르즈 사르키샨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나 고위급 관료 모두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국민들의 어려운 삶의 해결이라는 경제적 문제가 내재되어 분출되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유럽연합> 사이에서 아르메니아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해나가며 자국의 이익을 증대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아르메니아가 처한 대내외적 복잡한 정세로 아르메니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에 공식 가입하면서도 <유럽연합>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가 <유럽연합> 측이 제시한 새로운 경제협력 제안을 수용하느냐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또한 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과연 러시아의 동의 없이 어려운 대외정책과 경제 상황에 변화를 줄 결정적 리더십을 가졌는지 역시 의문인 상황이다. 

Q10. 이번 시위는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정부의 입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며, 어떻게 해소될 것으로 평가하는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정부의 지지도나 입지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시위의 중심에 서 있는 지라이르 세필얀에 대한 믿음과 그를 차세대 지도자로 선출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몇몇 소셜 미디어에서는 경찰청사를 점거했던 사스나 쯔레르 그룹의 행동을 신화나 전설 속에서 외부의 적들이나 용을 물리치는 아르메니아 영웅과 비교하는 양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떤 지지자들은 이들에게 공감을 표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상황이다. 대체적으로 그들을 무장괴한으로 평가하는 해외 언론과 달리, 이들이야말로 더 나은 아르메니아를 만들기 위해 자기희생을 감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보편의 인질 사건에서 대중들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인질에 공감을 더 많이 느끼는 편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은 인질보다는 무장괴한으로 통칭되었던 ‘사스나 쯔레르’ 단원들에게 더 큰 공감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서 아르메니아에서는 언론 통제 역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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