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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쿠데타 이후 터키 정치 상황 전망

튀르키예 김대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2016/09/29

지난 7월 15일, 터키군 일부는 현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저지 과정에서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한 24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날을 터키 국경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김대성 교수에게 쿠데타 이후 터키 정치 상황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터키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1년 8월 이슬람 성향의 정당인 정의발전당(Adalet ve Kalkınma Partisi - AKP)을 창당했으며,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세 차례 역임한 뒤 2014년 8월 28일 터키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총 14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총리로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 국민에게 큰 지지를 받게 되자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진 것을 확신하고 친 이슬람 성향을 표출하며 이슬람의 상징인 히잡을 공공장소에서 착용, 공공장소에서 남녀 간 애정 행위를 불법화, 늦은 밤에는 주류 판매를 금지 등과 같은 이슬람 교리에 따른 법규를 도입했다. 정부의 이슬람 성향의 강화에 대해서 세속주의자들로부터 비판이 거세지자 언론을 통제하고 세속주의자 집단에 대해서 압박을 가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터키 군부는 전통적으로 세속주의를 수호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에르도안 수상의 이슬람 성향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터키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아 국민의 약 60% 이상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의 정책을 대체로 지지했다. 이번 쿠데타는 군부의 일부 불만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고 군부의 각 군사령관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되었으므로 군부의 일치된 협력을 받지 못했다. 또한, 다수의 국민들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현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쿠데타에 반발하여 군부 세력에 저항하여 막았으므로 쿠데타는 실패하였다.   


Q2. 쿠데타 실패 이후 터키 정부는 어떤 행보를 하고 있나?
터키는 쿠데타 진압 후 4일 되는 날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기간을 3개월로 정했다. 비상사태 선포 체제에서는 대통령과 정부는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칙령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거나 유예하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삼권 분립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즉, 법을 만드는 권한과 법 집행권이 모두 대통령과 정부에게 집중된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현재 집권당인 정의발전당은 군부의 쿠데타 배후에는 종교 지도자인 펫툴라흐 귈렌이 있다고 판단하고 귈렌과 그 추종자들을 제거하려고 한다. 쿠데타 진압 직후 군인 2,700여 명이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군 지위를 박탈당했다. 한편 터키 정부는 "체포자들 가운데 쿠데타 주모자로 알려진 아킨 외즈튀르크 전직 공군 사령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 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제3군 사령관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한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체포됐다. 쿠데타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혐의로 전국의 판사와 검사 2,700여 명을 해임하고 이들에 대한 체포에 나섰다. 체포된 쿠데타 세력의 처벌과 관련하여,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도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와 정당들이 사형제 부활이 합리적인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터키에서 금지된 사형제의 부활 가능성을 거론했다. 


Q3. 그렇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궐렌은 어떤 인물이며, 터키 내 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슬람 성직자인 귈렌은 문화, 미디어,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이슬람 운동 '히즈메트'(봉사)를 이끄는 지도자이며 수 백만 명의 추종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 학교, 싱크탱크, 언론사 등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했다. 터키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히즈메트'를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다시 정·관계와 기업·미디어 분야에 진출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중 있는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귈렌 주의자'라 칭하기도 한다. 터키 국민의 약 10%가 이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귈렌은 2002년 현 집권당인 정의발전당(AKP)이 집권한 이후 당시 에르도안 총리와 협력하여 세속주의 세력과 대립한 바 있으며 에르도안과 함께 이슬람주의의 기반 위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귈렌은 에르도안이 12년간 3번에 걸쳐 총리로 재직하고 대통령에 취임해 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려고 시도하면서 협력관계가 깨졌으며, 특히 2013년엔 에르도안과 그의 아들 빌랄의 부패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Q4. 쿠데타 이후 귈린 지지자들의 입지는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2013년 말에 에르도안 총리는 귈렌 지지세력을 잠재적 위협 정치세력으로 판단하여 귈레니스트(귈렌주의자) 운동이 운영하는 학교를 폐쇄하고, 귈렌 파로 의심되는 군 장성을 비롯해 수백 명을 군에서 축출했다. 또한 에르도안은 귈레니스트를 옹호하는 신문의 발행을 강제로 중단시키고 편집자를 해고했다. 쿠데타 실패 이후에는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귈렌의 정신을 따르는 정, 재계 학계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할 것이다. 또한 귈렌 지지세력으로 평가되는 전국의 총, 학장 약 1,500명을 해임했다. 아울러 각급 학교 교사 15,200명과 내무부와 총리실, 종교청 등에 소속된 공무원들의 다수가 해임됐다. 앞으로도 귈렌파에 대한 숙청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Q5. 쿠데타 이후 개헌이 다시 거론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번 개헌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하는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 정의발전당(AKP)이 지난해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나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의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개헌 추진을 서둘러 왔다. 터키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서 총리가 실질적인 정치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현행법으로 총리 재임을 3번 12년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에르도안은 2002~2014년 기간에 총리로 재임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총리직책을 맡을 수 없다. 당시 에르도안 총리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정치적,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더 나아가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로 헌법을 개헌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간 추구해왔던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군부세력이 가로막았는데 이들의 쿠데타 실패를 활용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쿠데타 실패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헌법을 개헌할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한 것이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7월 25일(현지시각) 에르도안 대통령 주재 내각회의 직후 “모든 주요 정당이 새 헌법 작업에 돌입할 준비가 됐다.”며 개헌 계획을 발표했다. 헌법 개정의 주요 핵심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도입이다. 터키에서 개헌을 하려면 전체 의석(550석)의 3분의 2인 367석을 확보하거나 5분의 3인 330석의 동의를 얻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집권당인 정의발전당(AKP)이 확보한 의석은 317석이지만 야당(CHP)이 협조하면 개헌 시도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개헌안에는 사형제 부활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쿠데타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주요 인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대통령중심제 도입도 개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Q6. EU 측은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할 경우 EU 가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터키는 어떠한 입장이며, EU 가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터키는 사형제 금지를 명시한 ‘유럽인권회의 제13호 의정서’를 2006년부터 따랐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의발전당은 쿠데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군,정,관계 인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제를 도입하고자 한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터키에서 사형제가 부활하면 EU 가입협상도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터키의 EU 가입 조건으로 중동지역 난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과 법치 확립 및 인권보호 등을 비롯한 민주적 제도 정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쿠데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숙청,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터키가 비민주적 정책을 실행함에 따라 이미 합의된 난민협상 이행 등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터키의 EU 가입 협상 과정이 난항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터키 집권당인 정의발전당이 쿠데타 관련자 제거와 대통령제 도입에 따른 개헌에 최고 우선순위를 둘 것이기 때문에 터키-EU 간 난민송환협약은 최고 관심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Q7. 쿠데타 이후 터키 국민은 정부의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 국민 32% 정도가 쿠데타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동 신문은 “터키인 2,832명을 대상으로 15~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2%가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7%가 정부의 주장대로 펫툴라프 귈렌을 배후로 지목했다. 터키 국민의 32% 정도가 쿠데타를 대통령의 자작극으로 평가한다는 여론 조사를 분석할 때 국민의 상당한 비율이 현 정부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47%가 정부의 발표를 지지하는데, 이러한 비율은 2015년 총선에서 현 집권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비율과 비슷하다.  따라서 쿠데타를 대통령의 자작극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불만을 갖거나 저항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은 쿠데타 관련자들의 처벌을 환영할 수 있으며, 정부의 조치를 두고 국민 간의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Q8. 이번 쿠데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지는 어떻게 변화했는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부에 사실상 초법적 권력을 부여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으므로, 반대세력 숙청이 난관 없이 진행될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관을 포함한 판검사 약 2,750명이 직위 해제되거나 체포돼 입법·사법부의 견제 기능이 상실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국가비상사태 발표는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추종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일상생활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헌법 개헌에 성공한다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지도자가 될 것이며, 현 체제 하에서도 총리와 집권당 국회의원들 거의 모두가 대통령 측근들이므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정치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에르도안의 연봉은 무려 646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세계 정치인 가운데 1위다. 2010년대 들어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자신에 비협조적이던 군부에 국가 전복 혐의를 적용해 두 차례에 걸쳐 군부 숙청작업을 벌인 바 있다.

 

Q9. 앞으로 터키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16년 4월 20일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터키는 180개국 중 세계 언론자유지수 151위를 기록한 최하위 권에 머물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한 뒤 언론인들을 체포 구금하는 사례가 많아져서 터키의 언론자유지수가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2015년 언론인 774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하며 언론인에게 국가모독죄를 적용하여 언론을 탄압했다. 당시 에르도안 총리는 2014년 헌법을 바꿔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후 대선에 나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전에는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되어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다. 쿠데타 실패를 이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원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하여 강력한 권한을 소유하고자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군부, 사법부 및 언론의 견제 기능이 거의 상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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