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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분쟁의 현황과 전망

우즈베키스탄 / 키르기스스탄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어과 교수 2016/09/29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간 국경 문제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국경 조약을 재검토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 국경수비대는 키르기스스탄인들이 월경했다며 구속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어과 이지은 교수와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분쟁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간 국경 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중앙아시아 국경, 영토 분쟁의 원인은 소비에트 시기 진행된 모호한 경계 획정 작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양 국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중앙아시아는 소비에트 붕괴 이후 줄곧 국경 획정과 관련한 다양한 갈등에 직면해 있다. 소비에트 시기 개별민족을 기반으로 한 공화국이 형성됐지만 실제로는 한 나라였기 때문에 공화국 간 이동은 자유로웠고, 모스크바 중앙정부 역시 정밀한 국경 획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에트 붕괴 후 중앙아시아 독립국가는 자국에 유리한 지도를 중심으로 영토 확보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국경 획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우즈베키스탄 동쪽 국경과 키르기스스탄 서쪽 국경은 페르가나 지역에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이 지역에는 우즈벡, 키르기스, 타직, 카자흐 등 다수의 다양한 민족이 오랫동안 공존하여 살아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민족 정체성 보다는 태어나고 자란 지방에 대한 애착과 연고, 경제․사회적 요인(농경 및 상업) 및 생활양식(정주 혹은 유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타 지역보다 강하다. 그러나 소비에트 시기 경계 획정은 페르가나 지역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고, 중앙아시아 국가가 독립하자 결국 국경을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다른 국가 내 위치한 자국 영토(enclave 혹은 exclave) 문제까지 가세되면서 페르가나 지역 내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Q2. 영토 분쟁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중앙아시아 신생독립국가에게 영토 일체성 유지와 안보 강화는 가장 중요시되는 국가과제로, 이는 필연적으로 국경 획정 문제와 연결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소비에트 통치 아래 중앙아시아 페르가나 지역은 측정 시기와 제작 연도에 따라 국경의 불일치가 심각하여 관련국의 국경 획정과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페르가나 지역 내 국경은 정교하게 맞물려 있으며, 서로의 영토 내에 작은 규모의 자국 영토가 섬처럼 위치해 있어 양국 모두 영토 분쟁에서 한 치도 양보도 하지 않으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키르기스스탄과의 영토 분쟁에서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소국인 키르기스스탄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타협하기보다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응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과거 소비에트 시기 페르가나 지역에 위치한 주요 도시 중 키르기스인들이 다수 거주했던 곳임에도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영토로 포함된 경험이 있어 오늘날 국경 획정에 있어 더욱 예민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양국 독립 후에 내부적으로 배타적 성격의 민족주의가 세를 얻게 됨으로써 페르가나 지역의 국경 재획정 문제는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Q3. 최근 갈등 현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그동안 양국 국경 지역에서 국경수비대 간 총격전(2013) 등 크고 작은 충돌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그때마다 양국은 분쟁 지역에 군대 배치하거나 국경 폐쇄 등의 강경 조치를 강행해 왔다. 2016년 3월, 양국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저수지 및 키르기스스탄 측 시설에 우즈벡 국민이 접근하자 키르기스 정부는 이를 통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우즈벡 정부는 국경에 군사력 배치로 응수했고, 키르기스스탄 역시 군대 주둔, 군사 장비 파송 및 국경 폐쇄로 맞대응했다. 3월 말, 양국 대화 채널을 통해 우즈벡 측이 자국 군대를 철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8월 말, 국경 지역에 위치한 운쿠르-투 산(Unkur-Too, 우즈베키스탄 측 소유권 주장)에서 우즈벡 경찰이 작업하고 있던 키르기스인들을 불법 침입의 혐의로 체포하면서 양국 간 긴장 상태는 다시 고조됐다. 


Q4. 최근 갈등에 대해 양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2016년에만 벌써 2차례 발생한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분쟁으로 양국 관계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월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6월 타슈켄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상하이협력기구(SCO)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언, 이에 부담을 느낀 회담 주최국 우즈베키스탄은 서둘러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국경에 주둔시켰던 군대를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8월말  발생한 키르기스 국민의 체포 및 억류 사건은 양 국가 간 국경 문제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우즈베키스탄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키르기스 국민은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키르기스 정부는 자국 국민의 안전 귀환을 위해 우즈벡 측과 협상 중임을 밝힌 상태이나, 동시에 현재 국경 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Q5. 양국 간 영토 문제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경 분쟁이 발생하는 페르가나 지역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3국의 국경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간이다. 이 중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선의 1,378km 중 371km 구간은 현재까지도 명확한 국경 획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크고 작은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에트 통치 이전 페르가나 지역은 오랜 기간 동안 코칸드 칸국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있었고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민족은 한데 공존하여 살아왔다. 그러나 소비에트 중앙정부는 페르가나 지역을 자연적 경계나 민족 구분이 아닌 다소 인위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따라 여러 차례의 경계 작업을 강행했고, 이것이 오늘날 국경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이는 페르가나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연대감을 공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인들의 응집력을 약화시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리주의 운동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했던 당시 소비에트 중앙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경계 작업으로 해석된다.


Q6. 분쟁 중인 영토는 양국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페르가나 지역은 중앙아시아 전 지역에서 가장 우호적인 자연환경 덕에 인구밀도가 높으며, 오랜 시간 동안 농업과 상공업은 주민의 주요 경제 원천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러한 이유로 페르가나 지역은 소비에트 시기부터 중앙아시아 곳곳을 연결해주는 주요 도로, 철도가 놓여 운송 네트워크가 발달한 곳이다. 독립 후 우즈베키스탄 측 페르가나 지역에는 우즈-대우자동차, 방적 공장 등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수출품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들어섰다. 한편 키르기스스탄 페르가나에는 오쉬(Osh), 바트켄(Batken), 잘랄아바드(Jalal-Abad)와 같은 주요 키르기스스탄 서부 도시가 분포해 있다. 한편, 페르가나 지역은 이슬람 극단주의, 분리주의, 테러리스트 집단의 은거지로 알려져 있어 양국의 안보 측면에서도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중요성을 가진 페르가나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보는 어느 국가 입장에서도 첨예한 이권이 걸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Q7. 이번에 우즈베키스탄에 억류된 키르기스스탄인들은 고국으로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억류된 키르기스인들의 고국 귀환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발생했던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간 일종의 ‘밀고 당기는 기싸움’의 일환으로 상대국의 행동에 대한 응수나 경고의 차원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3월 발생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양국 대화 채널을 통해 키르기스 국민의 귀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Q8. 앞으로 국경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가?
앞서 설명한 대로 페르가나 지역이 가진 정치, 경제, 역사,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으로 인해 역내 일부 영토에 대한 일국의 소유권 주장과 이에 대한 상대국의 반발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동안 관련국 간 국경문제 합의를 위한 실무협의단이 구성되어 협상이 시도됐으나 여전히 합의 도출에 번번이 실패한데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한 갈등과 그 해결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의 사례가 말하듯이 국경 획정 문제는 상호 간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행 조건이다. 그동안 양국 관계는 비단 국경을 둘러싼 갈등뿐만 아니라 수자원 사용 문제, 민족 간 유혈 충돌 등 여러 사안에서 갈등이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내부적으로 불만을 키워오고 있다. 따라서 양국 국경 분쟁이 단시간 내 해결되기는 현재로써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Q9. 이번 영토 분쟁이 양국 간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양국은 독립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경 획정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대가로 적지 않은 정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특히 페르가나 지역 내 영토 분쟁으로 말미암아 주민들은 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잦은 국경 폐쇄 조치로 인해 각종 수송망은 약화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교통망 개발, 수자원 관리, 테러집단 억제 및 마약 밀거래 등 상호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해야 하는 다양한 역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토 분쟁에 있어 상대적으로 우월한 국력을 가진 우즈베키스탄은 상대적으로 소국인 키르기스스탄과의 타협을 쉽게 허용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국경 획정 협상이 장기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케 한다. 따라서 단기간 내 양국이 영토 분쟁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양국 관계 역시 국경 협상이 완결되지 않는 이상 비약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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