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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크로아티아 조기 총선 결과 분석과 향후 정치 전망

리투아니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2016/10/13

지난 9월 11일 크로아티아에 조기 총선이 치러졌다. 이번 총선 결과 어떤 정당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집권 여당인 크로아티아 민주동맹(HDZ)은 총 151석 중 61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철민 교수와 크로아티아 조기 총선 결과 분석과 향후 정치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Q1. 크로아티아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진 배경은 무엇인가?
크로아티아에서 이번 조기 총선이 일어난 배경은 여당 내 양 대표 정당, 즉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HDZ/ CDU: Hrvatska demokratska zajednica/ Croatian Democratic Union)’과 ‘모스트(Most/ Bridge)’ 당 간의 상이한 정치 목표와 권력 다툼 그리고 정치, 행정 개혁 및 각료 지명을 둘러싼 분열을 들 수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총선 이후 연립 정당을 구성한 양측은 정치 성향상 유럽에 불어 닥친 이민자 문제와 재정 악화 등 여러 긴급한 사안들에 있어 정책 공유가 쉽지 않아 왔다. 더불어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상존해 왔는데, 국회의원들의 권한 약화 등 정치 개혁을 주도하려던 신생 정당인 ‘모스트’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 간의 갈등 그리고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의 뿌리에서 비롯된 극우 민족주의적 정치 성향에 따른 정체성 갈등들이 복잡하게 내재되어 왔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응축되어 양측 간의 갈등을 폭발시켰다고 분석할 수 있다.  

Q2. 그렇다면 집권 여당 내 여러 갈등들이 조기 총선의 배경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갈등의 촉매제는 무엇이었나?
집권 여당 내 갈등의 촉매제는 바로 카라마르코(Tomislav Karamarko, 1959~ , 당수 2012. 5~2016. 1, 부총리 2016. 1~2016. 6) 부총리가 자신의 부인이 개입된 대형 국영기업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여권 내 양 정당 간 내재되어 왔던 갈등이 폭발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오레쉬코비치(Tihomir Orešković, 1966- , 총리 2016. 1 – 6) 총리와 ‘모스트’ 당은 카라마르코 부총리 부인이 헝가리 에너지그룹인 ‘몰(MOL)’의 로비스트와 연루돼 있다는 점을 폭로하며, 그의 부총리직 사임을 요구하였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자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이나(INA: Industrija Nafte)’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재 헝가리 그룹인 몰과 다툼 중이다.
실제, 총리와 ‘모스트’ 당의 폭로는 양 정당 간의 갈등을 더 이상 봉합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이끌게 된다.
카라마르코 연립 정부 하에서 ‘모스트’ 당수였던 보죠 페트로브(Božo Petrov, 1979~ , 부총리 2016. 1~6)와 함께 부총리를 역임하였지만, 직전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의 당수로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 둘은 제약회사 임원 출신이었던 오레쉬코비치를 총리로 내세우며 경제 개혁을 주도하도록 하는 데 서로 합의했고 그 결과 정치 경험과 배경이 전무한 오레쉬코비치가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오레쉬코비치 총리와 ‘모스트’ 당의 공격에 대해, 카라마르코 부총리와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크게 반발하였다. 이들은 그 동안 신생 정당인 ‘모스트’ 당이 국정을 방해하여 왔고, 총리 또한 그러한 정치 방해를 동조해 줌으로써 정부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하며 역공격을 가하였다. 이어 이를 빌미로 총리 불신임투표와 함께 조기 총선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6월 집권 여당인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의 주도로 의회 투표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되었고(151명 중 137명 찬성), 2개월 안에 총선을 치르도록 한 헌법에 따라 키타로비치(Kolinda Grabar-Kitarović, 1968~ , 대통령 2015. 2~ ) 대통령은 이번 9월 11일에 조기 총선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Q3. 9월 11일 치러진 크로아티아 조기 총선 결과와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면?
9월 12일, 크로아티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151석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제1당인 ‘크로아티아 민주동맹’이  61석을, 과거 집권당이자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 민주당(SDP: Socijal demokratska partija/ Social Democratic Party)’은 54석을 얻었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총선에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과 연합한 후 결별하였던 중도파인 ‘모스트’ 당은 1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바로 지난 선거에서 1석에 머물렀던 ‘쥐비 지드(Živi zid/ living wall)’ 극우 정당이 8석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총선에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전체 151석 중 59석을 얻어 힘들게 제1당이 되긴 했지만, 과반에 미치진 못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을 표방했던 신생 정당으로 19석을 얻었던 ‘모스트’당 등과 함께 연립정부를 꾸려야 했으며, 이를 기초로 83석을 지닌 여당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지난 2015년 11월 치른 총선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1당인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59석에 61석으로 단지 2석만이 늘었고, 제2당인 ‘사회 민주당’은 56석에서 54석으로 오히려 2석이 줄었다. 총선 결과 제1당과 제2당의 지지율과 의석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제3당인 ‘모스트’당은 작년에 비해 지지율은 13.5%에서 9.91%로, 의석수 또한 19석에서 13석으로 6석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Q4.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무엇인가?
우선, 크로아티아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 혐오주의’와 함께 ‘유럽 혐오주의(Euroscepticism)’ 현상이 확대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크로아티아는 미래의 장밋빛을 선전한 정부 약속과 달리, 2013년 7월 유럽연합(EU) 가입 이후로도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경제 개혁과 경제 어려움 확대, 높은 실업률, 정치권 부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EU 회원국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여러 의무감들은 크로아티아 국민들 사이에 여러 이견을 표출시킴으로써 사회 통합의 어려움을 야기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작년과 올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난민 수용과 공동 대응을 둘러싼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치 및 경제 개혁과 난민 수용과 관련된 EU의 여러 압력에 대해 기존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들의 실망이 커져갔고, 이것은 이번 총선 투표율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53%로, 작년 11월 총선에 비해 약 10% 포인트나 낮은 결과로 이어졌다.
두 번째로는 ‘인종적 극우 민족주의’ 성향이 보다 확대되어 이 현상이 이제 단순한 사회 이슈를 넘어 정치 세력화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1월 총선 때 1석(4.24%)을 얻는데 그쳤던 신생 정당인 ‘쥐비 지드’ 정당은 불과 1년도 안 된 이번 선거에서 8석이라는 파란을 일으킨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쥐비 지드’ 정당은 우선, EU의 여러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반(反)정부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EU 가입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대량 난민 유입에서 비롯된 ‘유럽 혐오주의’ 지지 또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거 크로아티아 극우 요소들을 그대로 수용하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극우 민족주의 행태들을 표출함으로써 민족 문제로 고통을 받아왔던 발칸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이다.

Q5. 오늘날 유럽 전역에선 극우 정당과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크로아티아 총선 결과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과거 크로아티아 내전을 통해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이끌었던 초대 대통령인 프란요 투즈만(Franjo Tuđman, 1922-1999, 대통령 1990-1999)에 의해 수립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극우 민족주의 정책 추진과 비(非)민주주의적인 행태로 인해 EU와 국제 사회로부터 한동안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투즈만 대통령의 사망 이후 크로아티아는 독재 시대를 마감하고, ‘사회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서 민주주의 복구와 함께 EU 가입이 추진되어 2013년 7월 마침내 EU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크로아티아의 정치인들이 EU 가입을 위해 진보적, 개혁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일부 정치가들을 중심으로 드러내놓고 극우 민족주의 경쟁에 합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가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국수주의의 복귀와 극우 인종주의의 확대’라 평가할 수 있다.

Q6. 현재 크로아티아에선 국수주의와 극우 인종주의 행태들이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 
비록 공개적으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쥐비 지드’ 정당과 달리,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제 1당인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 또한 정치적 뿌리에 있어 극우 민족주의적 성향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할 것이다. 더불어, 난민 유입 반대와 함께 여러 극우 민족주의적 행태들을 방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올해 1월 파시스트 역사가로 비판받아 왔던 즐라트코 하산베고비치(Zlatko Hasanbegović, 1973~ , ) 의원을 문화부 장관에 임명한 바 있다. 그는 1990년대 대학시절,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非)가톨릭 세력에 대한 인종 청소’라는 종교적 동기로 유대인과 세르비아인을 대량 학살한 친(親) 나치 세력인 ‘유스타샤(Ustaša)’를 추종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공식 자리에서 크로아티아의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국가 이념 목표로 할 것을 수차례 표출하였고, 이에 대해 의식 있는 정치가들과 다른 소수 민족들의 반발을 불러왔었다. 
또한 극우 민족주의가 표출된 사례로는 올해 4월, 크로아티아에 거주하는 유대인 커뮤니티가 크로아티아 정부가 네오나치(Neo-Nazi) 단체의 공개 활동을 방조한다고 비난하면서, 4월 15일 정부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홀로코스트 추모 행사’ 참여를 거부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유대인들의 반발 배경은 올해 3월 크로아티아와 이스라엘 간 축구 경기에서 크로아티아 축구팬들이 친(親)나치 슬로건을 외친 것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서 촉발된 것이다.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는 크로아티아 내 극우 집단들의 이러한 행태는 이미 수차례 국제 사회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어 왔었다.
2015년 7월, 홈경기로 치러진 이탈리아와의 ‘유로 2016’ 예선에서 그라운드 잔디 위에 나치를 상징하는 하겐크로이츠(Hakenkreuz) 문양(역만자, 卐)을 새기기도 했고, 그해 3월엔 노르웨이와의 5차전에서도 인종차별적인 구호와 함께 화염을 그라운드에 내던지는 상황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Q7. 그렇다면 이로 인해 예측될 수 있는 크로아티아 정국 전망은 어떤지? 
현재 크로아티아에서의 ‘국수주의 복귀와 극우 민족주의 성향 증대’는 주변 발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흔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도 크로아티아 일부 극우 정치가들은 이웃 국가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이후 ‘보스니아’로 약칭)에서 만약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이웃 세르비아로의 합병을 전제로 한 주민투표를 강행하여 ‘데이턴(Dayton) 평화 협정’이 무산되고 그 결과 보스니아의 균형이 깨질 경우, 보스니아 내 크로아티아인 거주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킬 것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보스니아는 1 국가 2 체제로 정교도 세르비아계 중심의 ‘스르프스카 공화국(영토의 49%)’과 가톨릭 크로아티아계, 보스니아 무슬림계 중심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영토의 51%)’가 여전히 불안정한 동거를 지속 중에 있다.
만약 이러한 크로아티아 극우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된다면 이것은 곧 발칸지역에서의 새로운 긴장 유발과 민족 간 내전 발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만약 이번 총선 결과 드러난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확대된다면, 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난민 문제로 확산된 외국인 혐오, 경제침체에 더해 향후 크로아티아 정국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Q8. 총리 퇴임과 조기 총선 그리고 국수주의 복귀와 극우 민족주의자 증대 등 크로아티아 상황이 매우 혼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크로아티아 정계 진행은 어떠하리라 보는가?
앞서 언급처럼 이번 크로아티아 총선에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이 다시 제1당이 되고, ‘쥐비 지드’ 정당이 새롭게 부상함에 따라 국제 사회는 발칸에서 민족주의와 극우 인종주의가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1당이 되었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으로선 제2당이자 과거 여당이었던 ‘사회민주당’과의 연정보다는 다른 군소 정당과의 연합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 민주 동맹’은 이전처럼 민족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와 함께 중도 연합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13석(2015년 11월엔 19석)을 차지한 ‘모스트’ 당과는 지난 연정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갈등을 빚어 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 8석을 차지한 ‘쥐비 지드’ 정당과의 연정이 고려되고 있지만, ‘쥐비 지드’ 정당의 극우 민족주의적, 유럽 혐오주의적 색채는 EU의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는 새로운 정부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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