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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사우디-러시아 간 산유량 안정화 협력의 의미와 전망

사우디아라비아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16/10/17

지난 9월 4일 G20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의 사우드 부왕세자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양국은 석유가 안정화를 위해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정민 교수와 사우디-러시아 간 산유량 안정화 협력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1. 현재 저유가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와 공급과잉이다. 그러나 최근 유가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도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2014년 11월 감산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소위 ‘치킨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포석이었다. 유가를 셰일가스 생산단가보다 낮춰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사우디 주도 산유국들의 계산이다.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재정악화라는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극단적인 상황까지 셰일가스와 경쟁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미국도 이 흐름을 탔다. ‘러시아 죽이기’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 개입을 한 러시아의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우디가 벌이고 있는 이 치킨게임의 더욱 중요한 경쟁상대는 셰일가스와 더불어 이란이다. 서방과 핵 협상을 타결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복귀하고 있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유가를 낮춰 이란의 경제재건을 최대한 늦추려는 것이 목표다. 사우디 주도 아랍 국가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이 가진 잠재력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이 중동의 패권 국가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세계 2위 혹은 3위의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구리, 철광석, 아연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수자원도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풍부하고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인구도 8,000만 이상으로 거대한 시장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세 번째 군사대국이다. 정규군 40만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12만과 더불어 100만 이상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와 영향력 확대는 향후 중동의 정치지도를 크게 바꿀 것이고, 사우디의 패권적 지위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Q2. 저유가가 사우디 국가 재정과 경제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장기화하는 저유가로 사우디의 재정 및 경제 운용이 악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15년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GDP의 15%인 980억 달러에 달했다. 에너지 보조금을 축소하고 휘발유 가격도 올려야 했다. 보통 휘발유의 경우 가격이 67% 인상됐다. 연료 값이 인상되면서 관련 물가도 올랐다. 전기와 수도 요금에 지급하던 보조금도 대폭 축소했다.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산 담배에 부과하는 관세도 두 배로 올렸다. 당연히 담배 소매가격도 오르면서 담배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해외에 투자한 국부펀드도 일부 회수해야 했다. 경제 전반이 위기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

Q3. 그동안 사우디는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우디는 새로운 중장기 국가 개발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016년 4월 발표한 ‘비전 2030’이다. 향후 15년간의 경제 개혁 및 국가 개조 프로젝트다.
신조는 “아랍과 이슬람 세계의 중심, 투자의 본산, 그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허브 구축”이다. 골자는 2020년까지 석유 없는 경제 구조의 기반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새로운 국가로 환골탈태한다는 것이다. ‘활력 있는 사회’, ‘번영하는 경제’, ‘야심 찬 국가’라는 3대 주제로 구성된 비전의 초점은 경제다.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산업 부문 다각화를 달성하여 지속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경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전체 국가 수입의 9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로서는 중대한 변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전 2030에 제시된 핵심 경제 목표는 비(非)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6배 확대, 기업공개를 통해 사우디 최대기업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하여 재정 여력을 확대하고 국부펀드 조성을 통한 공격적 투자 준비, 국내총생산의 민간부문 비율을 현40%에서 65%로 증대다.
요약하면 국가가 독점하는 석유 중심의 산업경제 구조를 민간 중심의 다양한 산업구조로 전환시켜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84쪽에 달하는 비전 보고서에는 위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국영기업 아람코 지분 매각이다. 국가주도가 아닌 민간 경쟁요소를 강화시켜 생산성과 투자효율을 증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람코 지분 매각 및 추가 자금 조달을 통해 전체 3조 달러에 달하는 공공투자기금이 조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내수 투자 증진 및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Q4. 사우디는 다른 산유국과 산유량 동결을 위해 어떤 합의를 보았나? 그리고 해당 합의는 왜 시행되지 않았나?

이미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시장에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차례 만났고,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16일 러시아와 사우디가 긴급 회동해 1월 기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전격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큰 틀에서 보면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다수의 산유국은 산유량 동결 혹은 감산을 통해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사우디, 이란, 이라크 등 OPEC 주요국들의 감산 의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4월의 OPEC 회의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이란의 회의 불참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동결 협상을 거부했다. 9월 말 알제리에서의 합의 도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산유량 동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란이다. 현재 하루 36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이란은 경제제재 전 수준의 산유량은 400만 배럴 이상을 회복하기 위해 연말까지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3일 이란 잔가네 석유 장관은 경제재건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400만 배럴, 5년 내 48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정정불안과 테러 대응을 위해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도 오히려 산유량을 늘이고 있어 당분간은 동결을 위한 합의 도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Q5.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산유량과 관련하여 어떤 합의를 보았나?

글로벌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제2 왕위 계승자(부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가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예정에 없던 회담을 갖고 유가 안정을 위한 산유량 동결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빈 살만 부왕세자는 “양국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며 이점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참여 없이 원유시장에 안정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양국이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구체적인 협력안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과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부 장관은 회담을 갖고 향후 석유 시장의 안정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Q6. 이번 유가 안정화 공조 발표로 석유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합의만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구체적인 산유량 동결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양국의 회동과 동결 의지를 내비친 것만으로도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정상회담 다음 날인 9월 5일 유럽거래소(ICE)의 10월 인도분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배럴당 0.80달러 오른 47.63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배럴당 2.57달러 상승한 44.28달러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0.9% 오른 배럴당 44.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은 노동절로 휴장했다. 그러나 이후 유가는 다시 하락했다.
G-20 기간 중 사우디-러시아 정상회담 하루 만에 사우디 정부가 생산량을 동결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올해 초부터 추진되어 온 러시아와 사우디의 안정화 노력이 실질적인 산유량 동결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란과 이라크의 경우 지속적인 증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서방 제재 이전의 산유량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생산을 늘리고 있고, 이라크도 8월 평균 하루 464만 배럴을 생산해 올해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Q7.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안정화 노력이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노력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원유의 수급 및 유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4년 12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와 OPEC 주도국인 사우디의 유가 안정화 노력은 시장에 새로운 기대와 흐름을 만들고 있다. 산유국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 산유국이 산유량 상한선 설정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유가의 강세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어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생산량 동결 혹은 감산이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카드라는 점에서 이들 주요국의 대화와 노력이 향후 국제유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양국의 노력이 9월 말 산유량 동결을 위한 OPEC 및 주요 산유국의 비공식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Q8. 양국 간 유가 안정화 노력에(산유량 동결)에 대한 다른 산유국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대부분 산유국은 이번 러시아와 사우디의 유가 안정화 공조 방침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정 파탄 상황에 처한 중남미 유일의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이번 양국의 움직임에 적극적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9월 27일 알제리에서 개최된 OPEC 회의에서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이 시장 안정을 위한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시장과 대부분 산유국은 사우디의 감산 의지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OPEC 회원국이 감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OPEC 주도 국가인 사우디가 앞장을 서야 한다. 그럴 경우 사우디로서는 지난 2년간 확보한 점유율을 도로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또한 최근 저유가 장기화를 틈타 중국이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점유율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사우디로서는 감산에 응하기 어려운 처지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 시장에서 러시아의 중국 원유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12.6%에서 올해 13.6%로 확대된 반면, 사우디의 점유율은 종전 15.1%에서 14%로 축소됐다.

Q9. 양국 간 유가 안정화 공조 (산유량 동결) 합의 이후 다른 산유국들 역시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대부분의 전문가는 양국의 유가 안정화 노력이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산유량 동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올해 초부터 산유량 동결을 위한 여러 노력과 논의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산유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의 8월 원유 공급량이 하루 평균 12만 배럴 증가한 3,369만 배럴을 기록했다. 사우디부터 쿠웨이트 등 OPEC 회원국들이 지속적으로 증산을 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경제제재 해제 이후 산유량 회복을 목표로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는 이란, 정정 불안 해소를 위를 석유 수입을 증대하려는 이라크, 또 이란의 경제재건을 늦추기 위해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려는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들마저도 동결 및 감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이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Q10. 산유량이 동결된다면, 사우디 경기가 예전과 같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산유량이 동결되고 유가가 다소 상승하면 사우디의 재정과 경기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감산이 아닌 동결이 사우디 재정적자에 상당히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러시아 등은 사상 최대 수준의 산유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산유량 합의를 통해 10% 정도 유가가 올라 50불 수준이 된다면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할 것이고 결국 산유량 동결 합의는 유가 상승 → 미국 셰일오일 업체의 생산량 증가 →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점증 → 유가 하락으로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원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공급이 10% 이상 감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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