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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케냐 선거관리위원회(IEBC) 사퇴의 정치적 의미

케냐 양철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2016/10/17

지난 10월 5일 케냐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IEBC) 위원 전원이 사임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지난 4개월간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민주적으로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여 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의 양철준 HK연구교수와 케냐 선거위원회 사퇴의 정치적 의미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케냐에 선거관리위원회(IEBC)가 설치된 이유와 위원회의 목표 및 기능은 무엇인가?

케냐 선거관리위원회(IEBC)는 선거, 정당, 정치자금 등과 관련하여 정치적 엄정중립을 보장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감독하기 위해 케냐 헌법에 의거하여 2011년 설립된 독립적 기구이다. 이 위원회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케냐선거관리위원회(ECK)가 선거와 관련된 기능을 수행했는데 2008년 11월 국회에 의해 해산되었다. 해산 사유는 2007년 총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유혈 폭력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었다. 케냐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등록, 유권자 명부 개정, 선거구 획정, 선거 관련 분쟁 해결, 선거 후보자 등록, 유권자 선거 관련 교육, 공정선거감시, 후보자나 정당의 선거비용 감시, 후보자나 정당의 행동규정, 정당 추천 후보자의 법률 준수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치적 중립성이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정치활동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Q2. 선거관리위원회가 사퇴하게 된 경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10월 4일 대통령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 야당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중립의 의무를 어기고 집권여당과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3년에 치러진 선거에서 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를 조작했다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아흐메드 이삭 하산(Ahmed Issak Hassan)을 포함하여 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이들의 범죄혐의 사실을 입증하려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본연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도시에서 시위를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7년 4월 8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야당의 계속되는 요구를 일축했다가는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선거위원회 위원들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2017년에 치러질 총선을 위해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인데, 여당과 야당은 새로운 선거관리위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할 심사 원단에 참여할 인사를 각각 두 명씩 지명할 예정이다. 

 

Q3. 사퇴한 전 위원들의 출신과 정치적 성향은 어떠하였는가?

사퇴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2013년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내년 총선에서 이들이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다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어렵다. 따라서 야당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위원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내년 총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를 수 있는 관건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부패혐의를 받고도 조사를 받거나 처벌되지 않아 현 집권여당의 암묵적 보호를 받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더구나 선거관련법에 대한 무지와 업무와 관련된 무능력에 대해서 여론의 질타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립성 의무 방기, 부패혐의, 무능 등이 이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다.

 

Q4. 사퇴한 전 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 도덕성 결여, 부패가 국민의 신망을 잃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권여당인 주빌리 연합(Jubilee Coalition)에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정치적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선거관리 위원들의 선거법에 대한 무지와 무능도 야당 지지자들의 불신과 불만을 증폭시켰으며 사무국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헌법적 책임과 권위를 자의적으로 월권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방기하고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편향성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이유다. 때문에 야당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을 교체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해왔다.   

 

Q5. 선거관리위원회 사퇴 시위가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또한 시위대는 어떤 주장을 했는가?

주로 야당 지지자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지 않고 편향되었으며, 부패했다는 주장을 하며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 과정에서 적어도 5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키수무에서 시위가 벌어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와 더불어 중요한 양대 축을 이루고 선거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 과정이다. 그런데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에게 신뢰성을 상실하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시위는 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의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 현 대통령인 우후루 케냐타의 주빌리 연합 지지자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으로 촉발되었다.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2013년 선거에서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고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적이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2017년 4월 8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야당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Q6. 선거관리위원들의 사퇴에 대한 케냐 국내 반응은 어떠한가?

야당은 선거관리위원들의 사직서 제출에 일단 환영하면서도 새로운 선거관리위원들이 구성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선거관리위원들이 그 어떤 직무를 수행하도록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흐메드 이삭 하산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들을 새로운 선거관리위원들이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예정인데, 일부 야당인사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16년부터 효력을 갖는 개정된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들은 2017년 선거 준비 과정에 조금도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기존 위원들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여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지역에서 유권자 등록을 정부기관이 주도하여 독려하는 데 대하여 야당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Q7. 이번 선거관리위원들의 전원 사퇴가 케냐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케냐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국민적 분노와 저항의 결과로 전원 사퇴한 것은 더 이상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집권세력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집단적 의사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2007년과 2013년 선거에서 실질적으로 승리를 거두고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작으로 승리를 박탈당했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부통령은 2007년 선거 후 발생한 폭력사태의 배후에서 반 인류범죄를 저지를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바 있어 야당 지지자들이 의혹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체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은 비단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담보해 내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국민의 신망을 상실한 선거관리위원들로는 2017년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를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종교계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압력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사퇴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신망을 받고 선거법과 관련된 국제적 명성과 경험을 겸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은 제도적 맥락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2007년 선거 후 유혈 폭력사태를 겪은 케냐는 선거관리위원들의 전원 사퇴와 새로운 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선거 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폭력사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Q8. 향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향후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상은 절차적 민주성, 전문성, 대표성과 같은 기준에 의거하여 결정될 것이다. 국회는 심사를 거쳐 여야가 추천한 인사들을 임명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이들의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다. 면접을 담당하는 패널은 자격을 갖춘 후보자들의 지원을 받아 케냐의 관보, 신문, 국회 웹사이트에 지원자들의 성명과 이력을 공표할 예정이다.
즉,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되지만, 여야 합의 도출에 의해 엄정중립을 지킬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적어도 불공정 선거 시비는 일정 정도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장의 자격을 갖춘 두 명과 선거관리위원 후보로 뽑힌 9명의 이름을 제출하면 대통령은 한 명의 선거관리위원장과 6명의 선거관리위원을 지명한다. 지명된 선거관리위원들의 명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에 보내진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여야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다수 국민의 신망을 받는 기구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Q9. 이번 선관위 사퇴가 2017년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새로운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통해 민주적 선거절차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편파적이 된다면 정치적 공방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케냐는 2007년 대선이 끝나고 유혈 폭력사태가 발생하여 1천2백 명의 인명이 살상되었고 3십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비극이 발생한 바 있다. 선거 후의 폭력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현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와 부통령인 윌리엄 루토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바 있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은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새로 구성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여 다수 국민의 신망을 얻는다면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고, 케냐의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공정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편파적이 된다면 2017년 4월로 예정된 선거의 결과를 두고 불복이나 선거 후 유혈 폭력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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