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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터뷰) 키르기스스탄 개헌안 분석과 정치 전망

키르기스스탄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교수 2016/10/25

지난 9월 29일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 법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헌안에는 총리의 권한 강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당은 이번 개헌이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임기 후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이지은 교수와 키르기스스탄 개헌안 분석과 정치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키르기스스탄의 새 개헌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새 개헌안에 대한 논의는 2013년 알마즈벡 아탐바예프(Almazbek Atambayev)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사법부의 전면적 개혁과 키르기스스탄 주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최근 들어서는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현 헌법이 가진 모호성- 특히, 향후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유발될 소지가 있음을 문제 삼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면서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새 개헌안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 찬반이 분명히 엇갈리고 있어 국민투표까지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Q2. 이번에 제출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개헌안의 주요 골자는 대통령 권한 축소, 총리 권한 확대로, 이를 통해 대통령, 총리, 의회 간 권력 분점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현 헌법이 향후 총리와 대통령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 낼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두 축을 중심으로 끝도 없는 대립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키르기스스탄 정국을 불안에 빠트리게 될 것”이라며 개헌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개헌안에는 의회의 내각 불신임권과 내각의 의회해산권 제한 및 사법권의 독립성을 약화할 소지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번 개헌이 2010년 키르기스스탄 정부형태로 도입된 의원 내각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Q3. 2010년 개정된 현 헌법의 주요 골자는 무엇이며, 키르기스스탄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나? 
2010년 4월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족벌주의와 부정부패 혐의로 축출된 후,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의원내각제의 도입을 통해 향후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개헌안을 추진했다. 개헌안은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며, 한 정당이 전체 의석의 65석 이상을 독점할 수 없게 제한을 두는 등 다양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권력의 고른 분배를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팽배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대통령 중심제는 결국 전제적 독재자의 출현에 무방비함을 인식한 키르기스스탄이 새로운 정치 시스템 도입을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정치적 시도를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Q4. 제출된 개헌안에 반대하는 측은 어떤 성향이며, 그들의 주장과 근거는 무엇인가?
개헌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2010~2011년 과도정부에서 헌법개정을 주도했던 이들로, 대표적으로 과도정부를 이끌었던 로자 오툰바예바(Roza Otunbayeva), 2010년 헌법 개정을 주도한 아타-메켄(Ata-Meken) 당대표 오무르벡 테케바예프(Omurbek Tekebayev)를 들 수 있다. 개헌 반대자들은 아탐바예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헌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 현행 헌법에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단임제로, 2017년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대선이 1여 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적극적인 것은 임기 완료 후 자신이 총리가 되거나 또는 측근을 총리로 내세워 막후 정치를 계속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자신은 총리가 될 생각이 없으며, 임기 완료 후 정치권을 떠날 것이라며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Q5.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이전 자신의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헌에 대한 그의 입장은 무엇인가?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2010년 당시의 헌법 개정에서 차후 개헌 논의는 앞으로 10년간, 즉 2020년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채택된 바 있다. 2011년 대통령에 당선된 아탐바예프는 자신의 임기 동안 개헌은 없을 것이라 밝혔으나, 현재는 자신의 임기 내(2017년 대선 이전) 개헌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이번 개헌이 키르기스스탄에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헌 국민투표를 올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Q6. 이번 개헌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헌안에 대해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개헌 내용’과 ‘시기’가 이번 쟁점의 핵심이다. 우선 대통령의 정책 결정 권한을 총리로 대폭 이전하는 것은 의회에 보다 많은 권한을 실어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연정구성을 주도한 정당이 바로 현직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키르기스사회민주당(SDPK)이라는 사실은 총리로의 권한 이전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 어렵게 한다. 개헌반대 측 주장대로 이번 개헌이 현직 대통령이 퇴임 후 총리로 자리를 옮길 시나리오에 대비한 것이라면 이는 특정 개인의 권력 강화를 보장하기 위한 시도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헌 시기 역시 차기 대선 이후(2017년)에 시행되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현직 대통령이 나설 것이 아니라 헌법위원회가 주체가 되어야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Q7. 키르기스스탄 정치에서 이번 개헌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키르기스스탄에서는 1993년 첫 헌법 채택 이래 총 6번의 개헌이 단행됐다. 그간 단행된 개헌의 다양한 명분 뒤에는 언제나 집권 정치 엘리트의 권력 강화가 그림자처럼 함께 했다. 그동안의 정치 지도자들은 부패하고 타락한 자국의 정치 현실이 그저 헌법의 탓인 양 개헌 카드를 통해 문제를 회피하고 개인의 영달에만 몰두했다. 이번 개헌을 주도하는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현행 헌법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여 키르기스스탄 정국 안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이 그 명분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개헌안 내용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들, 예를 들어 의회의 주요 권한(내각불신임 및 해산) 제한 등에 대해 정치권 내 열린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개헌안의 내용이 무엇으로 채워지는지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의 정치는 퇴보 또는 진전이라는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Q8. 앞으로 개헌안이 국민투표까지 순조롭게 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아직까지 키르기스스탄 내부적으로 국민투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것은 아니다. 개헌 논의 자체가 국민들 사이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투표까지의 길이 그저 평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점, 개헌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이냐를 둘러싸고 무수한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은 개헌을 자칫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더욱 큰 반발에 부딪힐 여지를 낳고 있다. 만에 하나 이번 개헌이 특정 집단의 권력 강화나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이미 두 번의 혁명을 통해 부패한 정권을 축출한 경험이 있는 키르기스 국민은 상황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Q9. 이번 개헌이 가결된다면,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정치인 및 정당의 입지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그간의 전례를 봤을 때,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면 개헌반대를 주도한 주요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현지 정치인에 따르면, 개헌반대진영에 있는 로자 오툰바예바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이 이미 특정 사건과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이는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과거 대통령제 아래 의회와는 달리 한 정당이 지배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여러 정당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에 따라 키르기스 정치권력의 추가 총리와 의회에 실리게 될 경우, 이들 정당은 저마다 의회 내 실질적 지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총선에서 나타난 권력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학습한 정당들은 현재로써는 권력 분점만이 각 정당의 생존과 권력으로의 안정적 접근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라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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