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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의미와 전망

에티오피아 윤오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6/10/31

지난 10월 8일 에티오피아 정부는 6개월간 반정부시위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금, 기자회견 제한, 정치적 입장 표명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윤오순 HK연구교수와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에티오피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에티오피아는 연방정부로, 특정 민족이 다수인 지역을 하나의 민족 주로 묶어 행정구역을 나눈다. 다민족 국가인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3대 종족은 암하라족, 오로모족, 티그레족이다. 암하라족 인구는 전체의 27% 정도이며, 인구 규모로 보면 2번째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가 중심 민족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이 크다. 오로모족은 전체 인구의 약 35%로 80여 종족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멩기스투 군사정권 시절에는 오로모어 사용에도 제약을 받는 등 암하라족 중심의 체제에서 설움을 많이 받았다. 티그레족은 전체 인구의 6%로 에티오피아 전체로 보면 비교적 소수이지만 현재 집권 세력이 티그레족 출신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종족이다. 2015년 11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로미아 주 도시 일부를 수도 아디스 아바바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학생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정부의 계획이 실행되면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소유해 온 땅을 아디스 아바바에 빼앗길 수 있다며 오로미아 주(州)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월 12일과 13일 에티오피아 북부 암하라 주(州) 곤다르(Gondar)에서 발생한 시위는 웰카이트(Welkait) 워레다의 귀속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했다. 웰카이트 워레다는 현재 티그레 주(州)에 속해 있지만, 1991년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 EPRDF)이 좌파 군사정부를 축출하기 전까지 암하라 주 일부였다. 지난 25년간 웰카이트 워레다의 암하라 주 귀속을 주장하는 Welkait Amhara Identity Committee의 지도자가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면서 폭도로 변한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충돌하게 되었고, 이때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Q2. 국가비상사태 선포 전까지 반정부 시위의 지속 기간과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지난해 11월 오로미아 주 일부에서 발생한 시위는 오로미아 주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암보, 아다마, 김비, 니켐트, 샤시머니 등 다수의 지역에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희생자가 보고되었다. 지난 6월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에티오피아에서 정치경제적 소외감 등에서 기인한, 오로모족에 의해 촉발된 시위로 2015년 11월부터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0월 2일 오로미아 주 비쇼푸트(Bishoftu)에서 진행된 이레차(Irreecha) 페스티벌 중 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나는데, 이는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의 기폭제가 된다. ‘이레차’는 오로모족의  추수감사절 행사로 이날 대규모 군중이 아디스 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40km에 떨어져 있는 비쇼프투에 모였다. 반정부 시위대로 돌변한 축제 참가자들을 진압하던 중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을 피하던 시위대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외신에 따르면 이 사고로 5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망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Q3.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레차(Irreecha) 페스티벌 사건까지 터지면서 자산 및 인명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하자 하일레마리암 데살렌(Hailemariam Desalegn) 현 총리는 “지속적인 반정부 시위사태로 정부기관은 물론 의료와 교육시설 등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다.”며 10월 8일 전격적으로 6개월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Q4.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발표한 주요 내용은 무엇이었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10월 8일 비상사태 선포 당시 발표문에서 영장 없이 구금과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비상사태 포고령을 어기는 사람은 징역 5년형에 처한다는 등의 7가지 주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월 15일 국영방송을 통해 31개 항목에 달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다시 발표한다. 몇 가지 항목은 세부 조치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는 31개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목 16번의 경우 국가 주권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금지하면서 세부 조치사항으로 1) 외국 정부나 비영리기구 등에서 국가 주권에 영향을 주는 내용에 관한 논의 금지, 야당에 의한 국가 주권에 영향을 주는 메시지 발신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외교관들의 이동도 제한하고 있으며, 국경에서 50km 이내 지역 및 아디스 아바바를 중심으로 한 주요 도로에서 25km 이내 지역을 레드 존(Red Zone)으로 지정해 총포나 화기의 휴대도 금지하고 있다. 비상사태 관련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사항은 국내 치안 안정은 물론, 정부가 공을 들여 유치한 외국 자본들(예: 터키 섬유공장, 단고테(Aliko Dangote)의 광산 등)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Q5. 국가 비상사태 이후 에티오피아의 국민들의 반응과 현지 상황에 대해 간략히 묘사해 달라.
에티오피아 북부 바하르 다르 지역에 파견되었다가 소개명령으로 아디스아바바에 일시적으로 체류 중인 일본인 지인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이전인 지난 여름 일시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적이 있고, 단기간이었지만 당시 소셜 미디어 접근 또한 제한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외관상 평온해 보이지만 지방의 경우 시위 방지를 위해 도로를 봉쇄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비상사태 이후 2주 만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 또는 구금되었다고 한다.


Q6. 이번 비상사태선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떠한가?
에티오피아의 반정부시위에 대해서는 비상사태 선포 이전에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8월 21일에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에티오피아의 육상 선수 페이사 릴레사(Feyisa Lilesa)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페이사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그리고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건 뒤에 에티오피아 정부의 오로모족에 대한 무력 진압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X자 세리머니'를 펼쳤고, 페이사의 행동이 국내외에 큰 이슈가 되었다. 페이사는 경기 후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오로모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고, 약 9개월간 1,000명 이상이 시위로 목숨을 잃었거나 투옥되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아프리카 3개국 방문 일정의 하나로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와의 면담에서 양국 간의 우호를 다지며 최근의 비상사태에 대해 무엇보다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Q7.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에티오피아 현대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1991년 멩기스투가 반군들에 의해 축출될 당시 주요 세력은 티그레 주(州)에서 온 게릴라군들이었고, 티그레족은 정치 지배 집단으로서 지금까지도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당시 지도자였던 멜레스 제나위(Meles Zenawi)는 2012년 사망할 때까지 에티오피아 수상을 역임했고, Tigrayan People's Liberation Front (TPLF)는 지금의 집권 연정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25년 만에 처음이다. 오로모족에 의해 시작된 시위 사태는 처음에는 오로모족과 정부 간, 암하라족과 티그레족 간의 분쟁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다. 좀처럼 화합하지 않는 오로모족과 암하라족이 결속해 티그레족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 Financial Times의 아프리카 담당 편집자인 데이비드 필링(David Pilling)은 10월 14일자 신문에서 영국 서섹스 대학의 아프리카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여타의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다르게 강대국 식민지 경험이 없는 에티오피아 인들은 티그레족이 장악하고 있는 현 정부로부터의 억압을 외부위협으로 느껴 다른 민족과 연대를 꾀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즉 에티오피아인들은 티그레족의 정치적 지배를 식민지배로 느낀다는 것이다.


Q8.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현 정부는 어떠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가?
유명한 팝 가수들이 부르던 “위 아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배경으로 참혹한 대기근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국가에서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이미지 변신 중이던 에티오피아의 갑작스런 국가 비상사태 선포는 한마디로 충격이었고, 미디어에서도 이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했다. 데이비드 필링(David Pilling)은 10월 14일자  Financial Times에서 “아프리카의 성공 신화가 ‘중국 천안문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에티오피아의 국가 비상사태를 비유하고 있다. 중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있는 에티오피아 입장에서 6개월의 비상사태 선포와 그 이후의 행보는 사실 1989년 중국에서 일어났던 천안문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에티오피아가 천안문 사태를 겪고도 크게 성장한 중국을 사례로 6개월 후의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면 심히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Q9. 정부의 행보가 에티오피아에 정치, 경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에티오피아는 선진 공여국에서 파견하는 개발 분야 활동가들이 일하기 선호하는 지역으로,  아프리카 내에서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의 비상사태로 동아프리카 전체가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에티오피아의 정치․사회적인 불안정은 대외적으로 홍해 주변에서 수단에 이르기까지 동아프리카 전체의 정치, 경제, 사회 지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추락과 많은 개발사업의 정체를 들 수 있겠다. 개발협력사업 중 농업관련 분야에 파견된 지인들은 프로젝트 철수로 파종한 농작물들을 지속해서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런 식의 갑작스런 사업 철수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 위에 언급했지만 정부가 공들여 유치한 외국 자본들의 이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을 9개나 보유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관광분야의 잠재력도 크고, 최근 에티오피아 관광공사(Ethiopian Tourism Organization)를 주축으로 다양한 관광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는데 관광객 유입 그래프가 다시 상향곡선을 그리는 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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