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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크로아티아 정당연합 실패와 조기 선거 가능성

크로아티아 DRAŽEN CEPIĆ University of Zadar Postdoctoral Researcher 2017/08/01

지난 7월 초 크로아티아 자유주의 정당은 보수와의 연정을 거부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 연합이 무너지고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 여당인 민주동맹(HDZ)당은 지난 5월 독립연대와 연정에 실패하여 조기 총선을 치른 바 있다. 위와 관련하여 Department of Sociology, University of Zadar의 DRAŽEN CEPIĆ Postdoctoral researcher와 크로아티아 정당연합 실패와 조기 선거 가능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해당 현안에 대해 다루기 전에 크로아티아 각 정당의 성향과 지지도 추이에 대해 말해 달라.

 

 지난 20년 동안 크로아티아 정치는 민주동맹(HDZ)과 사회민주당(SDP) 두 정당으로 이루었지만, 주로 민주동맹이 우세하였다. 1991년 민주동맹은 9번의 총선에서 7번을 승리하였다. 최근 지역주의와 보수적인 성향의 정당인 독립연대(MOST)가 새롭게 등장하였다. 현재 크로아티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발생한 것은 2015년 가을인데 민주동맹과 독립연대가 연정한 정부가 붕괴하였기 때문으로, 1990년 독립 이후 최초의 조기 선거가 치러졌다. 2016년 조기 선거 이후 다시 민주동맹과 독립연대의 신정부가 구성되었으나 이조차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정부 연합 구성원 간 갈등이 빚어진 이후 독립연대는 야권이 되었으며, 민주동맹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한편 사회민주당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는데, 정치 스펙트럼 상에서 보다 보수적인 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사회민주당은 많은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채택해왔으며, 민족주의적인 정당에 정치적인 양보를 해왔다. 결과적으로 사회민주당은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잃고, 지지도는 20% 이하 수준을 맴돌고 있다.


Q. 여당인 민주동맹당은 다른 정당과 정부 연합을 수립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 연합을 수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민주동맹과 독립연대의 정당연합은 선거 7개월 이후인 2017년 4월 깨졌다. 하지만 2개월간의 의회 위기가 끝나고, 플렌코비치(Plenković) 총리는 자유주의 중도정당과 크로아티아 인민당(HNS)과 과거 연정 정당이었던 사회주의당과 신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먼저 민주동맹이 인민당과 연합하게 되면, 민주동맹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이에 반대할 것이 예상되었다. 왜냐하면 인민당은 우익 보수 성향의 민주동맹이 낸 세속주의 가치와 민족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렌코비치 총리가 이끄는 민주동맹당의 인기는 여전하다. 한편, 이는 인민당의 종말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민주동맹과 연정을 구성하자 인민당의 원로 당원들이 당을 떠나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회의 인민당 대표가 9명에서 5명으로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당원들이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당은 수년간 파벌주의와 부패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당의 성향이 바뀐 것을 확인하기에는 더 많은 증가가 필요하다.

 

 

Q. 필자는 이번 정부 연합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가?

 

 새 정당 연합이 수립된 지 고작 2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의회 다수당의 층이 매우 얇아 대다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정부가 다음 정기 선거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지 않는다. 한편, 현재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도 조기 총선이 적합한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플렌코비치 총리는 최근 민주동맹당 내 우익 파벌과 당내 갈등을 겪고 있으며, 의회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동맹당과 연합한 정당을 살펴보면, 인민당의 경우 조기 선거가 치러지면, 지지자들로부터 보수주의 정당과 연합한 것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인민당 지지자들에 눈에는 보수주의 정당과 연합한 것이 자신들을 배반하는 행동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민당 지도부는 현재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 개혁 등 자신들이 대표해왔던 세속적 가치와 자유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정당화하였다. 그러나 인민당은 현 정부와의 협상력이 낮은 것으로 보이며, 내각 내 우익 구성원들에게 개혁을 관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민당은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갈 수도 있다. 한편, 야당들은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유약한 당 대표로 알려진 베르나르디치(Bernardić) 대표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이 높아질 때까지 선거를 연기하여야 한다. 한편, 4월부터 야당의 입장에 선 독립연대의 인기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독립연대는 처음 우익 정당인 민주동맹의 대안으로 여겨졌으나, 독립연대 지지자들은 독립연대가 3년 동안 두 차례 연정을 무너뜨리자 점차 환멸을 느꼈다. 독립연대가 건설적이지 못하고, 원칙이 없으며 연합에서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커지자, 독립연대는 조기 총선을 바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Q. 크로아티아 정치가 불안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로아티아 정치가 불안정해진 주요 이유는 소위 “보수의 진화(Conservative Revolution)” 때문으로, 크로아티아 내 가톨릭교회나 가톨릭 관련 기구가 민족주의적 발언, 인종혐오, 반자유 가치를 설파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근본은 2000년대 중반 사나데르(Sanader)가 당대표였던 시절 단행된 민주동맹의 개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독립 이후 15년 간(1990년대 초~2000년대 중반) 보수적인 요소는 오로지 민주동맹만이 표방하는 가치였다. 투지만(Tuđman) 전 대통령과 민주동맹은 유고슬라비아(Yugoslavia) 분열 중반부터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하였으며, 세르비아와의 전쟁을 이끌어 국제사회로부터 크로아티아의 주권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상징적인 자산을 보유한 민주동맹은 이론의 여지 없는 사회 내 우익 보수주의 단체를 대표하는 정당이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사나데르 총리는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을 위하여 민주동맹당의 성향을 중도로 전환하는 개혁에 착수하였다. 이러한 개혁은 민주동맹당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으나, 정치 스펙트럼에서 우익으로써의 입지는 모호해졌으며, 전에 민주동맹이 차지했던 위치는 가톨릭교회나 참전용사 단체 등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시민단체가 조직한 정당으로 메꿔지길 바라는 요구가 있었다.

 한편 정치적 불안정성은 사회민주당의 피동적인 정치 활동에도 기인한다. 사회민주당은 수년간 능동적인 활동보다 대응적인 수준의 활동을 이어왔다. 전반적으로 사회민주당은 민족주의적인 수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대다수의 유권자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는 실정이다. 크로아티아 정치에서 극우주의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Q. 여당인 민주동맹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였나?

 

 민주동맹도 유사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민주동맹이 우익의 성향을 강화한다면, 대중적인 인기를 잃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동시에 민주동맹이 중도주의적인 노선을 택하면 반발이 일어나 우익 대안 정당이 창당되어 가톨릭교회와 참전용사 단체의 지지를 받는 민족주의 정서의 대표자격인 위상이 위협받을 수도 있게 된다. 현재 하산베고비치(Hasanbegovic) 전 문화부 장관과 지방 선거에 출마한 에시흐(Esih) 자그레브(Zagreb) 시장 후보 등이 우익 대안 정당을 대표하고 있다. 양자 모두 민주동맹의 후보로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인 크로아티아 독립당을 창당하기로 하였다.

 

 

Q. 크로아티아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 알려 달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하여 경제 발전이 저해된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2008년부터 시작되어 2015년까지 지속된 장기 경기 침체 이후 크로아티아 경제는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주요 실질 GDP, 산업 생산량, 수출 성장세, 실업률 감소 등 주요 경제 지표는 현재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크로아티아가 EU 단일 시장에 포함되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EU 가입을 반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크로아티아 기업들은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착실하게 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 전반에서 긍정적인 현상만 감지되는 것은 아니다. 북서부의 산업지대인 자그레브 지역과 해안 지대를 포함한 발전 지역과 달리 동부 지역은 성장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EU에 가입하게 되면,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크로아티아인들에게 노동 시장을 개방할 것이며, 이를 통해 슬로베니아와 동부 크로아티아인들이 EU 국가들로 이주할 것이다. 이에 따라 평론가들은 인재 유출 및 미발전 지역의 인구 공동화 등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을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Q. 만약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크로아티아는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만약 이러한 추이가 지속된다면, 크로아티아 사회가 계속해서 다른 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산업화된 북서부 지역이나 관광 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해안 도시들의 경제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EU의 기금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며, EU 기금을 크로아티아와 다른 EU 국가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부분의 지역이 이러한 발전에 동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발전되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은 해외로 이주하게 될 것이며, 특히 교육받은 청년 인구가 크게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크로아티아 사회는 좌우익 정치 엘리트의 손에 좌우될 것이다.

 EU 단일 시장에 가입하여 성장 중인 경제와는 다르게, 정치 기구는 부패와 파벌주의로 얼룩져 있다. 한편 정치적인 역동성은 여전히 1차적인 정체성의 틀인 민족국가(Nation State)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인할 것이다. 한편, EU에 가입한 이후 1990년대 나타난 사례들처럼 경제가 정치에 의해 파탄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정치적인 현안은 이데올로기적 현안으로 전환 것이며, 극우가 파시즘, 성 소수자 박해 등의 의제를 관철하려 하더라도, 크로아티아 기업들은 계속 제품을 생산할 것이며, 관광객들은 계속 크로아티아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우익이 주장하는 안건이 그리 무해하지는 않으며,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를테면 여성의 출산 권리를 제한하거나(낙태 금지), 소수자들의 인권, 언론의 독립성 등은 향후 정치 문화와 시민권 악화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Q. 크로아티아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크로아티아 국민들과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해결책은 대단히 단순하다. 시민들은 먼저 정치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 첫 번째 행보로,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두 번째로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여야 한다. 불행히도 수년간 위에서 언급한 일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과 불신은 크로아티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정치가 다른 서구 국가들과 구분되는 점은 부패 행위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이다. 현재 6번째 임기를 시작한 반디치(Bandić) 현 자그레브 시장이 바로 부패의 대표적인 예이다. 반디치 시장은 19080년대 크로아티아 공산당연합(SKH)의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하였다. 1990년대에 그는 공산당연합의 후신인 사회민주당 당원으로 정치 생활을 이어갔으며, 2000년 자그레브 시장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민주당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반디치 시장은 민주동맹의 도움으로 자그레브를 통치하였으며, 현재는 극우주의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반디치 시장의 부패에도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반디치 시장에게 투표하는 것에 대단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은 대단히 단순하다. 시민들은 반디치 시장의 부패를 알고 있으나,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인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관점에서 만약 모든 정치인들이 부패하였다면, 시민들이 투표를 하는 기준은 시민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해줄 수 있거나,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인을 정계에 끌어들여야 한다. 새로 투입될 인물은 참여와 정치 투명성을 기반으로 부패 혐의를 받지 않고, 정계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2017년 5월 치러진 자그레브 지역 선거에서 좌파 녹색 연합당인 <자그레브는 우리의 것> 당이 참여 정치의 사상을 기반으로 시 의회 선거에서 7%를 득표하였다. 이는 곧 크로아티아 정치가 아직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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