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공약때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당선 이후 대대적인 마약 단속 작전을 단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비난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와 관련하여 University of Philippines의 Aries A. Arugay Associate Professor와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먼저 마약과의 전쟁 전 필리핀 내 마약 소비와 운송 등 마약 상황에 대해 소개해 달라.

 불법 마약은 필리핀의 사회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측면에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문제이다.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필리핀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느슨한 정책과 법적 규제가 불법 마약 운송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필리핀은 불법 마약 소비국이 되었으며, 특히 ‘샤부’(Shabu)로 불리는 메쓰암페타민(Methamphetamine)은 코카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많은 양이 소비되어왔다. 필리핀 부유층의 엑스터시(Ccstasy)와 같은 파티용 마약 소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은 ‘샤부’와 같은 불법 마약의 생산국이 되었다. 이와 같이, 필리핀은 불법마약 거래에 깊이 뿌리를 내리며 마약 조직들의 주요 활동지가 되어왔다. 멕시코, 콜롬비아, 태국과 같이,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마약 조직들과 연결되어 있어 불법 마약 문제에 정치권이 깊이 연루되어 있다. 메쓰암페타민에 중독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필리핀의 불법 마약 소비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메탐페타만의 악명 높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샤부’의 소비를 막지 못하고 있다.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샤부’를 매우 적은 양으로 재포장하여 판매함으로써 빈곤층이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Q. 마약과의 전쟁의 요지와 그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마약과의 전쟁은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프로그램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숨김없이 해당 프로그램이 폭력성과 무자비함을 동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상대 후보들은 당시 해당 공약을 비판하는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전역에서 실시되는 마약 단속 작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경찰에 위임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 즉각적으로 착수되었다. 경찰의 체포에 불복하는 용의자들에 대한 사살이 허용되면서 범법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용만이 존재하였다. 마약 단속 작전 당시 사법 절차를 벗어난 사살이 가능해지며 수천 명이 즉결 처형되었다. 정부가 주장하는 마약과의 전쟁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 마약 관련 범죄가 감소하였다. 둘째, 지역 단체장, 판사, 관료 등과 같은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체포되었다. 셋째, 수천 명의 마약 중독자들이 경찰에 투항하였다. 하지만, 빈곤층이 사살 및 체포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마약 조직들을 완전히 소탕하지는 못했으며, 다국적 불법 마약 거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Q.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국내 의견에 대해 말해 달라.

 불법 마약은 오랫동안 필리핀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해당 문제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필자는 법집행을 통해 해당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필요하나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인권 침해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는 필자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필리핀의 불법 마약 문제는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 정치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이로 인한 성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부분에 대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른 국가들과의 역내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마약 중독자들이 독립적인 소득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약 중독자들의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 재활 및 사회로의 복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불법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이 집행되는 동시에 위에 언급된 부분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초한 노력들이 동반되어야 한다. 정부의 접근 방법이 무자비한 방식을 넘어서 진화되어야 하며 경찰 외에 다른 기관들이 포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약이 공공보건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경찰 이외의 기관들과 사회단체들이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

Q. 국제사회는 마약과의 전쟁을 어떻게 비난하였나?

 국제사회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해왔다. 특히, 두테르테 행정부는 사법절차를 무시한 처형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과 같은 비정부기구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왔다. UN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또한 사망자 수에 주목했으며, 아그네스 칼라마드 UN 인권특별보고관은 유독 이에 대해 비판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이러한 사살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탄했으며 필리핀으로의 대외 원조 일부를 철회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을 하던 시기에는 마약과의 전쟁의 폭력성에 대해 주시하였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 아세안(ASEAN) 국가들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필리핀이 로마규정(Rome Statute) 서명국임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국내법을 통한 대응이 불가할 경우에 가능하다.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국제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에 대한 투자 및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을 볼 때, 해외 비즈니스 및 투자 부문에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 않다.

Q. 인권단체와 일부 국가들이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비난하였다. 그럼에도 필리핀 정부가 이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테르테 행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 및 비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두테르테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두테르테의 외교 정책 또한 인권 규범을 준수하는데 기반을 두고 있지 않으며 필리핀 경제와 일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두테르테는 필리핀 사회를 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특히 마약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청년들을 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신념이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의 확고하게 만든다.

Q.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필자의 견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필자는 이에 대해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문제에 대해 정부의 관심과 대응이 제기될 필요가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주목해야 하는 다른 정치 및 안보 문제들도 있다. 필리핀의 모든 문제들이 불법 마약과 관계가 있지는 않다. 또한, 인권과 국익은 상호 배타적인 목표들이 아니다. 필리핀은 인권을 희생하지 않고도 경제 및 정치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필리핀의 법과 사회에 내제되어 있는 규범이고 원칙이며, 정부가 경제개발과 같은 다른 규범 및 목적 달성을 위해 국민들에게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우선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필리핀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준수하는 정부와 경제 개발을 추구하는 정부 모두를 가질 권리가 있다. 다른 국가 및 국제사회와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필리핀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체류 중인 필리핀 노동자들의 수가 천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필리핀은 다른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인권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필리핀이 어떠한 특정 인권을 준수할지에 대해 선택할 수는 없다.

Q. 정부가 마약을 근절하고 인권단체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두테르테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마약과의 전쟁 중에 사법 절차를 벗어난 모든 사살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단순하게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것은 현재 필리핀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적어도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러한 즉결 처형은 국가의 법치에 문제가 있음을, 최소한 국가가 사살 행위에 연루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필리핀의 인권 규범을 준수하고 있다면, 조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불법 마약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이를 공공 보건 및 초국가적 안보 문제라는 관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단순하게 마약에 의존하고 있는 범죄자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불법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근본적인 사회 및 경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기관의 참여 및 자원의 활용이 요구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실행하는데 있어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참여도 중요하다. 셋째, 두테르테 행정부는 마약 조직 및 이에 연루된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접근이 없이는, 마약과의 전쟁은 단순히 빈곤층과의 전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Q. 마약과의 전쟁이 향후 국내외 정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한다면, 많은 유권자들이 문제 해결을 희망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에 표를 던지게 한 공약이 이행되는 것이다. 이는 또한 경찰 및 지방 정부와 같은 정부 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부수적인 피해들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초토화 정책(a scorched earth policy)을 통해 문제를 근절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의 유산이 될 것이며 만약 성공한다면 필리핀 젊은 층과 노년층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로 인한 치안 개선 및 범죄 억제로 인해 필리핀의 경제와 정치가 더욱 안정될 것이다. 마침내 필리핀은 수십 년 동안 잃어버렸던 가능성을 실현하고 경제 발전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여전히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마약과의 전쟁이 성공할 경우 그의 지지율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마약과의 전쟁이 완전하게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이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있어 중대한 과제이다. 이는 높은 위험과 부수적 피해가 동반되지만 성공하게 되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를 것이다. 이렇듯 위험성이 높은 접근 방식은 두테르테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즘 성향의 지도자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