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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국명 갈등 해결 시도, 정치적 과제와 전망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8/02/06

 최근 UN 중재 속에 오랜 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마케도니아(Macedonia)’ 국명을 둘러싼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분쟁 해소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2018년 1월 17일, 양국 국명 분쟁을 중재해 왔던 매튜 니메츠(Matthew Nimetz, 1939- ) UN 특사는 27년째 국명 갈등을 빚고 있는 마케도니아 국명 분쟁을 해소할 새로운 중재안을 UN에 제출했다. 그는 “오랜 동안 해결되지 못해왔던 이 문제가 양국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에 비추어 볼 때 이번만큼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입장을 피력하였다. 실제, 그의 희망처럼 현재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양국 정부 모두 국명 갈등 해결이 양국의 국가적 이익에 실질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니메츠 특사의 언급처럼 만약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양국 간 국명 합의의 좋은 결실 또한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케도니아 국명 갈등의 어제와 오늘

 

 그러나, 양국 간 해묵은 국명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있으리라는 국제 사회의 낙관과 달리 이를 둘러싼 갈등 해소에 있어서 여러 장애물들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양국 간 갈등의 시작은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 붕괴 과정 속에 1991년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독립 국가를 선언하면서 부터 이다. 독립 초기부터 마케도니아는 고대의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III of Macedon/ Alexander the Great, BC 356-323, 재위 마케도니아 왕 BC 336-323, 이집트 파라오 BC 332-323, 페르시아 왕 BC 330-323, 아시아 왕 BC 331-323)’의 유산을 승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그리고 이는 그 계승자임을 주장해 왔던 그리스의 강한 반발로 이어지게 된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갈등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19C 말과 20C 초 사이 그리스 등 주변국에게 상실된 영토 회복운동이 담긴 ‘마케도니아 헌법 초안 논쟁’을 들 수 있다. 둘째, ‘상징물과 선전 문구를 둘러싼 논쟁’이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올림포스 산까지 이어지는 과거 마케도니아의 광대한 영토를 상징하는 수많은 지도와 차량 스티커, 각종 포스터 그리고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상징인 베르기나(Vergina, 영어로는 버지니아)의 16각형 별(Star 또는 태양(Sun)으로도 불림)을 그린 깃발들을 확산시켰고, 이것은 그리스의 반발을 낳게 된다. 셋째, 양국 간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로 ‘마케도니아 국호를 둘러싼 논쟁’을 들 수 있다. 마케도니아는 1991년 독립 이후 국호 선택 시 사회주의 연방 하에서 사용하던 ‘마케도니아’를 그대로 이어서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리스는 이 명칭이 이미 그리스에선 자국의 북부 지방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대 마케도니아의 역사적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내세우며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중재에 나선 UN은 1993년 8월 17일 ‘구(舊)유고슬라비아의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 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BJRM: Bivša Jugoslovenska Republika Makedonija)’ 국명을 제시함으로써 마케도니아의 UN 등록을 승인해 주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어진 양측 간 갈등 확대 속에 1994년 2월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와의 외교관계 단절, 데살로니키(Tessaloniki) 항구로 이어지는 마케도니아 물품 봉쇄 단행 그리고 국경 병력 집결 등 긴장이 확대되게 된다. EU와 UN의 중재 속에 양국은 1995년 9월 13일 관계 정상화에 겨우 합의할 수 있었다. 당시 그리스는 봉쇄 철회를, 마케도니아는 국기 등 고대 마케도니아와 관련된 여러 상징물 철회를 약속하였다. 하지만 양국 간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던 국명 문제에 대해선 서로 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UN 감독 하에 협상을 지속한다는 상징적인 문구로 봉합되게 된다.

 

 당시 UN 등 국제사회가 마케도니아 국명 문제를 모호하게 결론지었고, 그 결과 양국 간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는 2005년 마케도니아의 EU 후보국 지정에 강력히 반발하였고, 또한 2008년 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을 반대해 마케도니아 가입 노력들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케도니아는 과거 1995년 UN의 중재 하에 맺은 합의안을 그리스가 위반했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제소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마케도니아 자에브 신임 내각의 정치 승부수, EU와 NATO 가입 재추진

 

 국명 갈등으로 이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앙숙 관계 해결이 가시화 된 것은 마케도니아에 작년 5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조란 자에브(Zoran Zaev, 1974- , 총리재임 2017-  ) 내각이 들어서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사업가이자 개혁 성향의 조란 자에브 총리는 과거 2013년부터 작년까지 마케도니아 사회민주당(SDUM: Social Democratic Union of Macedonia/ SDSM) 당수를 역임했으며 2016년 12월 총선 전까지 남동부의 스투르미짜(Strumica) 시장(2005-2016)을 지냈다.

 

  지난 2016년 12월 총선 이후 마케도니아가 새 정부를 구성하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되는 등 정부 구성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중도 좌파의 SDUM은 지난 총선에서 49석을 획득, 51석을 얻은 우파 성향의 집권당 마케도니아 국내혁명기구(IMRO-DPMNU: Internal Macedonian Revolutionary Organization–Democratic Party for Macedonian National Unity/ VMRO-DPMNE)에 이어 2위를 했으나, 알바니아계 정당 2곳과 연정을 꾸림으로써 힘겹게 정부 구성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조란 자에브는 선거 기간 동안 최저 임금(9천→1만 2천 Denar)과 평균 임금(2만 2천 500 → 3만 Denar)의 대폭 상승을 약속했으며,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를 일소하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그의 어떤 공약들보다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EU와 NATO 가입 재추진 그리고 이를 위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강화 약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마케도니아는 2005년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했으나, 국명을 놓고 외교 분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 반발과 민족 정체성을 둘러싼 불가리아 반대로 인해 EU는 물론 NATO 가입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케도니아의 EU와 NATO 가입에 정치적 승부수를 건 조란 자에브 총리는 집권 직후부터 그리스 및 불가리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피력해왔으며, 그 결과 이들 국가 간의 급격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어 왔다. 자에브 총리는 그 동안 언어적 유사성과 민족 정체성 문제로 뿌리 깊은 갈등 관계였던 불가리아와 2017년 8월 우호협정을 맺어 상호 적대적 역사 교과서 개편과 수도들 간 열차 운행 등을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마침내 불가리아로부터 마케도니아의 EU와 NATO 가입에 대한 공식 지지를 약속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자에브 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 대내외 경로를 통해 향후 마케도니아의 전략적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EU와 NATO 가입에 강하게 피력해왔다. 무엇보다도 이를 위해선 그리스와의 국명 갈등 문제 해결이 전제 과제라 할 수 있다. 2017년 9월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외무 장관 회담은 그 시작을 의미하였다. 당시 마케도니아의 니콜라 디미트로브(Nikola Dimitrov, 1972- , 재임 2017-  ) 외무부 장관은 과거 국명 문제로 그리스와 각을 세웠던 지난 정부와 달리 마케도니아의 정치적 상황이 새롭게 바뀌었음을 전달하고, 양국 우호 및 이를 통한 EU와 NATO 가입희망을 그리스에 전달하였다. 이에 대해 그리스의 니콜라스 코치아스(Nikolaos Kotzias, 1950- , 재임 2015- ) 외무부 장관은 마케도니아를 북쪽의 친애하는 이웃이라는 호칭과 함께 국명 분쟁 해소를 전제로 마케도니아의 EU와 NATO 가입을 도와줄 것이라는 약속을 화답해 주었다.

 

마케도니아 국명 해결을 향한 과제와 전망

 

 자에브 총리는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국명 분쟁이 올해 7월까지는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 또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바람에도 불구하고 내재되어 있는 대내외적인 돌발 변수들은 양국 간 문제 해결에 여전히 커다란 걸림돌들로 자리하고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마케도니아 국명 해결의 주요 장애물 중 첫째는 마케도니아 국내 불안정과 정책 지속성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들 수 있다. 마케도니아는 전체 인구 약 200만 명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케도니아가 2016년 12월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배경에는 집권당인 IMRO-DPMNU의 니콜라 그루에브스키(Nikola Gruevski, 1970- , 재임 2006. 8 - 2016.1) 전 총리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이다. 이후 마케도니아는 약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을 겪어야 했고, EU 중재 속에 치러진 지난 2016년 12월 조기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 정당이 나오지 않아 3개월 무정부 상태를 감당해야 했다. 이후 2017년 3월 제 2당이었던 SDUM이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함으로써 가까스로 과반 의석 확보로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한 동안 정국 안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이자 같은 당의 조르게 이바노프(Gjorge Ivanov, 1960- , 재임 2009- )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될 자에브가 알바니아어의 제 2 공용어 인정 등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지나친 권리 증진을 약속해 줌으로써 마케도니아의 주권과 정체성을 훼손시켰다며 정부 구성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회 의사당에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를 지지하는 군중들이 자에브 총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정국 혼란이 계속 이어져 왔었다. 결과적으로 EU와 미국 등 국제 사회 압력에 이바노프 대통령이 굴복함에 따라 2016년 6월에서야 비로소 자에브 내각이 출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정권 교체가 이루어 졌지만,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 등 현 여당의 여러 정책들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확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정국 일정에 따라 만약 강력한 민족주의를 표방 중인 현 야당으로의 권력이 이관될 경우 2001년 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내재되어 있다 할 것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바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간, 그리고 이를 중재하는 UN조차도 새로운 국명 설정에 대한 확실성이 부재한 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그리스의 경우 마케도니아와 접경을 이루며 고대 마케도니아 제국의 역사적 유적지가 자리하는 북부 지역 주민들과 강경 민족주의자들은 새로운 국명 설정에 있어 마케도니아 명칭 자체가 들어가는 것을 절대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안이 단순히 양국 정부 간 합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협정을 인준해야 하는 의회 내부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난관이 자리한다 할 것이다. 한편 마케도니아에선 자에브 내각 지지자들조차도 국명 변경 시 마케도니아란 지명이 빠지거나, 마케도니아의 독자성이 손상될 경우 이를 묵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는 점도 커다란 장애물이라 할 것이다. 더불어 자에브 총리는 이미 수 차례 국명 변경 결정 논의 시 야당을 포함시키고 최종 결정은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점을 대내외에 약속한 상황이라 야당의 강경 반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 또한 큰 난관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 동안 마케도니아-그리스 간 국명 분쟁 해소 중재안에는 새로운 마케도니아(New Macedonia), 북부 마케도니아(Northern Macednia), 슬라브 마케도니아(Slav Macedonia) 등 여러 안들이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그 어느 것들도 양국의 입장을 만족시키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국명 또한 마케도니아가 UN에 가입할 당시 이름인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머리글자를 딴 FYROM 이란 다소 모호한 명칭을 그대로 쓸 가능성 또한 분석되고 있다. 발칸반도의 중심지에 자리한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와 새로운 국명 명칭을 둘러싼 갈등을 잘 해소하고 국제 사회의 주요 일원으로 나서게 될지, 아니면 우려처럼 단순한 제스처 외교로 그치게 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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