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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LGBT 이슈

인도네시아 이지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8/03/14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있는 LGBT 이슈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세속주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6개의 종교를 인정하는 국가다. 2009년 국무장관 자격으로 인도네시아에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만약 당신이 이슬람, 민주주의, 현대적인 것(modernity), 여성의 권리가 공존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다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잘 조화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동안의 강성 이슬람 조직에 의한 집회와 아혹의 구속(자카르타 전 주지사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의 구절을 인용해 신성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는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의 강경화가 사회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지난 몇 년 동안 LGBT가 사회의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한꺼번에 지칭하는 용어로서 한국에서는 다소 논란이 되고 있는 표현인 ‘성소수자’ 혹은 영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퀴어(Queer)’라고 쓰기도 한다. 이러한 LGBT의 문제가 최근 세계 최대 무슬림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고, 국회에서는 동성애와 미혼남녀의 성관계를 불법화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5월 인도네시아 아쩨(Aceh) 주에서는 동성애를 이유로 공개 태형이 집행되었다. 동성애자 남성  2명이 주민들의 신고로 아쩨의 주도인 반다 아쩨(Banda Aceh)에서 체포되었다. 이들은 아쩨에서만 적용되는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의해 85대의 공개 처형에 처해졌다. 인도네시아 아쩨 지역은 2004년 쓰나미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한 이후 중앙정부로부터 폭넓은 자치권이 허용되었고, 2006년 중앙정부는 아쩨 분리주의 세력과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샤리아 적용을 허용했다. 2015년부터는 샤리아 적용에 의한 태형이 무슬림뿐만 아니라 비무슬림에게로 확대 적용되었고, 동성애, 미혼  남녀의 결혼 전 도박, 음주, 금요일 기도를 거스르는 것, 여성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경우에도 채찍질을 가할 수 있다.


 예컨대 2017년 4월 미혼 커플이 방안에 둘만 있다는 이유로 태형 100대에 처해졌고, 기독교도 여성이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28대의 태형에 처해졌다. 또한 밤늦게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던 50대 남성이 도박혐의로 태형을 당했다. 태형은 주로 금요 기도회가 있기 전에 이슬람 사원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2018년 1월에는 경찰이 성전환자들의 머리를 강제로 깎고 이들에게 남성복을 입히는 일도 발생했다. 아쩨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게이 파티를 하는 남성들이 경찰의 급습에 의해 구속되는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2017년 4월에는 인도네시아의 2대 도시인 수라바야(Surabaya)의 한 호텔에서 게이 파티를 하는 남성 14명이 구속되었고, 5월에는 자카르타 끌라빠 가딩(Kelapa Gading) 지역의 한 사우나에서 게이 파티에 참여했던 남성 141명이 체포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의해 이들의 얼굴이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10월에도 자카르타의 유명한 게이 사우나에서 51명의 현지인과 외국인이 구속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구글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동성애 애플리케이션인 ‘Blued’의 사용을 인도네시아 내에서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아쩨를 제외한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떤 근거로 동성애자들을 단속하는 것일까? 인도네시아 당국은 음란물금지법 즉, 포르노금지법에 근거하여 동성애자 및 성전환자들을 단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8년 유도유노 대통령 시절 포르노금지법을 통과시켰는데, 법 해석과 적용이 애매한 포르노금지법에 의하면 사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행위도 포르노로 간주될 수 있다. 이 법에 의해 검거된 동성애자들은 최대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을 받을 수도 있다. 입법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논란이 되었던 반포르노법은 2006년 플레이보이 잡지의 인도네시아 버전 출판에서 촉발되었다. 인도네시아판 플레이보이는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성인들만이 구매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출판되었지만,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인도네시아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창간호의 출판 직후 급진적인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과격한 시위가 발생했고, 이를 제지해야 할 경찰은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조건을 준수한 플레이보이 잡지의 출판은 합법적인 행위였지만, 경찰은 과격 단체의 시위로 치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매상에게 잡지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2008년에 통과된 포르노금지법에는 ‘포르노행위(pornoaksi)’를 불법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조항에 의해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actions deemed indecent)’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동성애자들은 ‘비정상적 성행위(deviant sexual acts)’와 동성애가 포함된 음란물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검거되었다. 법률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반포르노법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사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성인 상호간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행위를 단속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휴먼 라이츠 와치(Human Rights Wtach) 아시아 지부 부대표인 펠림 카인(Phelim Kine)은 “인도네시아 경찰은 동성애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함으로써 그들의 기본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캠페인 부국장인 조세프 베네딕트(Josef Benedict)는 “반포르노법이 잘못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르랑가(Airlangga) 대학의 강사인 조니 아리안또(Jeoni Arianto)는 이 법안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획일화 시키려는 분명한 시도다. 그러나 인간의 도덕성은 그들 자신의 가치와 문화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성에 관한한 완전한 일반화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반포르노법은 비정상적 성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이를 집행할 때 주관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


 반포르노법과 관련하여 인도네시아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 몇 가지를 살펴보면, 2017년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를 신성모독으로 구속시키는데 앞장섰고, 난잡한 성행위와 매춘 및 알코올 판매를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반포르노법 제정에 적극적이었던 ‘이슬람 수호자 전선(FPI)’의 지도자 리지크 시합(Rizieq Shihab)이 작년 5월 한 여성 활동가(Firza Hussein)와 성적인 사진과 문자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 중 하나인 번영정의당(PKS)의 아리핀토(Arifinto) 의원이 회기 중에 자신의 태블릿 PC를 통해 음란물 동영상을 보는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찍혀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2008년 반포르노법 제정 당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의원으로 알려졌고, 현재 번영정의당은 동성애를 불법화하는 법률 제정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2010년에는 인도네시아 인기 남성밴드 그룹 피터팬(현 Noah)의 보컬 담당자인 아리엘(Ariel)의 성행위가 촬영된 동영상이 저장된 노트북 컴퓨터가 도난당하면서 그의 성행위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2011년 반둥(Bandung) 지방법원에서 반포르노법 위반이 아닌 2008년에 제정된 전자 정보 거래법(Electronic Information and Transaction Law) 위반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문제의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에 전혀 가담한 적이 없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법정 구속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문제의 동영상에 담긴 성행위는 2006년에 촬영된 것으로서 당시는 전자정보거래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금년 초 인도네시아 국회가 미혼남녀의 성관계와 동성애를 전면 불법화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현행 형법의 ‘불법적 성관계(zina)’와 관련된 조항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불법적 성관계의 범위를 간통에서 모든 형태의 혼외정사로 확대할지 여부다. 이는 혼전 성관계, 동성애를 포함한 합법적인 부부관계 외의 모든 성관계를 불법화하는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형법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성관계를 맺었을 경우에만 최대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다. 국회에서 이러한 논의가 생겨난 이유는 작년 말 혼외성관계의 전면 불법화를 요구하는 보수 성향 무슬림 단체(Aliansi Cinta Keluarga, Family Love Alliance)의 청원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하면서 발생했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법안 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별히  동성애를 불법화하는 것에는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2019년에 있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이슬람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인도네시아는 경제적으로 개방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이룩했다. 인도네시아는 지자체의 장에서부터 대통령까지 직선제로 선출하는 제도적 민주화를 성취했을 뿐만 아니라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와 소수종족에 관해 일정부분 다양성과 관용이 용인되는, 민주주의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대표적 국가로 여겨졌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는 신생 독립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에 경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5가지 건국이념인 판차실라(pancasila)를 강조했고, 국가의 모토를 ‘다양성 속의 통일성’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아혹이 신성모독죄로 구속되는 것을 포함하여 사회 곳곳에서 이슬람적 가치가 강화되고 다양성과 관용(tolerance)이 축소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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