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폴란드의 신(新) 홀로코스트법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나치당이 독일 제국과 독일군 점령지 전반에 걸쳐 계획적으로 유태인 등 약 1천 1백만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한 사건을 의미한다. 2018년 1월 26일  폴란드 의회는 공식적으로 폴란드가 홀로코스트 등 나치 범죄에 연루된 것에 대해 기소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법률안에 찬성하였다. 해당 법이 신(新) 홀로코스트 법이다.  이 신    홀로코스트 법이 갖는 함의와 폴란드에 미치는 영향, 이스라엘 등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향후 폴란드 정부나 집권당의 전망 등을 University of Lima 의 Nicolas Levi Professor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우선, 폴란드는 어떻게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루었나? 그리고 신(新) 홀로코스트법이 승인되기 전에 폴란드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한 시기(1939-1945) 발생한 홀로코스트는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 땅에  죽음의 캠프를 건설, 유대인 등을 학살한 사건으로 나치의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방안(Final Solution of the Jewish Question)”이었다.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방안은 1942년 1월 20일에 열린 반제 회의(Wannsee Conference)에서 공표되었다. 이 최종 해결방안은 독일이 점령한 유럽 지역 내 거주중인 유대인들을 폴란드로 추방하고 소위 죽음의 캠프(주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베르겐-벨젠 수용소, 슈투트호프 수용소,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라고 하는 강제수용소에서 학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죽음의 캠프는 1945년 전반기에 해방되었다. 대략 300만 명의 비(非)유대 폴란드인과 300만 명의 폴란드계 유대인이 이곳 강제수용소에서 독일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에 대한 모든 과정이 ‘홀로코스트(헤브라이 어로는 파국을 의미하는 쇼아(Shoah))’ 사건이다.

2차대전 이후 반유대주의는 오늘날까지도 폴란드에 남아있다. 해방된 많은 폴란드계 유대인은 폴란드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의 재산을 빼앗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몇몇 폴란드인은 1946년 키엘체(Kielce)에서 벌어진 학살처럼 강제수용소에서 생존한 유대인 지도자에게 새로운 학살을 자행하였다. 1968년 3월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과 제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폴란드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와 정치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브와디스와프 고무우카(Wladyslaw Gomulka)가 이끄는 공산당 지도부는 반유대주의, 반시오니스트 운동을 시작하였다.

한편, 이러한 학살 및 반 유대주의 운동 분위기와는 반대로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기념관(Auschwitz-Birkenau Memorial and Museum)이 1947년에 건립되었고, 1948년 4월 바르샤바에서 게토 영웅들의 추모비(Monument to the Ghetto Heroes) 제막식이 열렸다. 소련점령의 종식을 상징하는 해인1989년에는 폴란드에서는 유대인 공동체가 부활하였다. 또한 홀로코스트에 대한 일부 수정(revisionism of the Holocaust)을 공표한 법(1998년 12월 18일 폴란드 민족기억연구소법(the Institute of National Remembrance–Commission for the Prosecution of Crimes against the Polish Nation))이 1998년 시행되었다. 이외에도, 폴란드에 있는 유대인의 역사와 관련된 단체들은 2013년 4월에 폴란드 유대인 역사박물관(POLIN Museum of the History of Polish Jews)을 개관하였다. 2023년에는 바르샤바 게토     지역에도 박물관이 문을 열 것이다.

새로운 홀로코스트법의 요점을 말해달라.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에 있는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몇 년 동안 해외 언론에서“폴란드 죽음의 캠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비공식적으로 싸워왔다. 뉴욕 타임스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미국 신문과 다른 중요 언론의 방송국들은 이러한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인쇄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Day) 전날인 2018년 1월 26일에 폴란드 의회는 공식적으로 폴란드가 나치 범죄에 연루된 것에 대해 기소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률안에 찬성하였다. 이 법률은 1998년 12월 18일 법안에 대한 수정안, 신 홀로코스트법이다.  이 법은 “독일의 제3제국에 의해 자행된 나치 범죄에 대해 폴란드인이 책임이 있거나 연루되어 있다”는 어떠한 언급도 범죄로 규정하였다. 아우슈비츠와 같이 나치 시대의 강제수용소를 “폴란드 죽음의 캠프”로 언급한 이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게 된다. 오로지 전쟁과 학문 연구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폴란드 죽음의 캠프”와 같은 용어의 사용은 민족주의 성향의 현 정부와 이보다 진보 정권 모두를 화나게 하였다. 이 법안은 현재 폴란드의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Law and Justice party(Pis))이 발의한 것으로, 2차대전 기간 동안 나치 점령에 대해 폴란드  국가나 국민의 개입,책임이 있다고 고소할 경우에는 3년 징역 또는 벌금을 내도록 하였다. 2018년 2월 1일, 상원은 동 법안에 대해 2명이 기권한 가운데 57:23으로 찬성이 우위를 점하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안드레이 두다(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은 그 법안에 사인하였고 2018년 3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향후  폴란드의 새로운 우파 정부가 들어선다면 나치 독일의 죽음의 캠프를 폴란드와  연관 지어 언급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불법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 법안은 폴란드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의 의원들은 나치 정권 활동과 연관된 몇몇 폴란드인의 연루 사실을 언급하면서 역사적 기록을 중시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 법의 도입 배경 또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폴란드인들은 그들이 홀로코스트에 일부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폴란드인들은 나치에 협력하지 않았다. 나치가 폴란드인을 열등한 민족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폴란드인은 독일의 동부 확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파괴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전국 폴란드 엘리트들은 체계적으로 살해되었다. 1만 명의 폴란드인이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거나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2차대전 기간 대규모 폴란드인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였다. 약 6백만 명이 전쟁 기간에 살해되었는데, 그들 중 절반이 유대인이었다. 바르샤바는 파괴되었고, 1944년 바르샤바 봉기 때에는 약 15만 명의 시민이 희생되었다.  그래서 폴란드에서 2차대전과  관련한 지배적인 담론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진 유대인 순교의 신화화와 함께 폴란드의 희생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신 홀로코스트 법률이 제정되기까지는 이러한 역사적 인식이 존재하였다.

해당 법률이 통과된 이후 폴란드 내 정당과 국제 사회는 어떻게 반응 하였나?

신 홀로코스트법이 효력이 발생하기 전 폴란드 내 주요 야당인 시민연단(Civic Platform, PO)은 논란을 일으킨 정부의 홀로코스트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였다. 야당은 논란이 되는 법안의 일부 구절을 바꿔 아래와 같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하였다. 우선 독일 제3제국의 강제수용소와 죽음의 캠프 건설 및 그곳에서 자행된 대량학살에 대해 폴란드의 책임 또는 공동 책임에 대해 사실에 반(反)하는 주장을 하거나, ‘폴란드 죽음의 캠프’와 ‘폴란드의 집단수용소’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런 범죄의 실제 장본인인 나치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사람을 처벌하기로 하였다. 시민연단은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인에게 행한 범죄 관련 문구 삭제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시민연단의 제안은 우파의 법과정의당이 정권과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채택될 기회가 없었다. 해외 정당들(프랑스의 좌파 조직 등)은 그 법안이 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한 잘못된 개정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폴란드 정치사의 전후 관계를 고려해서 당신의 의견을 제시해 달라. 해당 법률 통과가 갖는 함의(含意)는 무엇인가?

나는 그 법률 통과는 적어도 경미하게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폴란드가 홀로코스트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은 수십 년 동안 폴란드에서 연구의 대상이자 논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나의 전환점이 된 시점은 2000년으로 그 당시에 역사가 얀 T. 그로스(Jan T. Gross)가 <이웃들(Neighbors)>이라는 책을 발행한 시점으로, 해당 책은 1941년에 예드바브네의 마을에서 벌어진 폴란드인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을 폭로하였다. 그 이후로 역사가들은 폴란드인이 자행한 대량 학살의 여러 예를 폭로하였다. 새로운 폴란드 법은 정부가 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한하도록 만들었다. 동 법의 목표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적 야망에 따라서 역사를 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홀로코스트 연구 분야에 대한 학계의 업적에 의문을 야기할 것이고, 학문에 대한 자유, 개방성, 비판적 반성을 가로막는 위험요소가 된다.

해당 법안의 통과가 폴란드 사회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가 아는 한, EU의 고위 관료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현 폴란드 집권당과 우파 지지자들이 훨씬 민족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추구한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폴란드 사회는 폴란드에서의 이민자 수용, 낙태 문제 그리고 현재의 홀로코스트법과 같은 논쟁으로 인해 서로 반목하고 있다. 법과 정의당(PiS)은 외국인 혐오적 수사를 통해 민족주의자들과 극우파를 방조하고 우파 유권자를 현혹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법과정의당의 당수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Jaroslaw Kaczynski)는 “무슬림 피난민들이 다양한 기생충과 원생동물(protozoa)을 옮긴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2016년에 <이웃들>을 포함하여 폴란드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유대인 학살에 대해 기록이 된 2권의 책을 부정하였다.

2018년 현재, 폴란드 사회는 전국적으로 극우 정서가 부활하였다. 폴란드 정부에 대한 한 여론 전문가는 11월에 실시된 조사 결과 여론조사에 응답한 3명 중 1명꼴 이상이 극우 활동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같은 달에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바르샤바에서 행진을 하였고, “피를 정화하자”, “백인만의 유럽”, “유럽은 이제 백인만 존재할  것이다” 라고 외치는 사인과 구호를 내걸었다. 신 홀로코스트법은 유대인 희생자, 그들의 친척 그리고 목격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위협할 수 있다. 또한 동 법은 홀로코스트 관련 사실 전파를 억누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법은 홀로코스트 기간 폴란드인의 기록을 은폐 시키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이 법이 자칫 폴란드의 국제 관계 특히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과 친밀한 국가들에 영향을 줄 수 있나?

해당 법은 폴란드,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스라엘과 친밀한 국가들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정부는 신 홀로코스트법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고, 미국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였다.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 장관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수정을 사실상  홀로코스트 부정으로 인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스라엘과 폴란드 외교관은 3월에 예루살렘에서 회담을 개최하여 새로운 홀로코스트법과 관련된 논쟁과 논란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또한 폴란드 바르샤바 증권 거래소(Warsaw Stock Exchange)의 텔아비브 증권 거래소(Tel Aviv Stock Exchange)에 대한 주식 공개 매수 제의가 2018년 3월에 홀로코스트법이 시행되면서 거부되었다. 또한 몇몇 외교 문서에 따르면, 폴란드와 미국 사이의 관계를 고려할 때 신 홀로코스트법으로 인해 미국과의 가장 높은 수준의 상호 계약이 일시 정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보고서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여  해당 법이 시행되면 미국 의회에서 반폴란드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추후 폴란드에서 공동의 국방과 안보 관련 금융 지원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보도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법을 통해 미국 시민을 기소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 이사회 의장이자 전직 폴란드 총리였던 도널드 투스크(Donald Dusk)는 해당 법이 폴란드의 명성을 더럽혔다고 말했다. 국내외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2018년 3월 5일 폴란드 두다(Doda) 대통령은  968년 3월에 있었던 반유대주의 운동에 대해 사과하였다.

당신의 견해에서 볼 때, 정부나 집권당이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향후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이 법의 근원에는 폴란드에 뿌리깊게 역사적인 기원을 두고 있는 강력한 외국인 혐오와 근본주의 정서가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러한 근본주의의 일례로, 현재 폴란드에는 가톨릭 종교가 선한 폴란드인을 만든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가톨릭과 “폴란드인성”(Polishness)은 1980년대 훨씬 공고해졌는데, 거기에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민주 개혁을 위해 싸운 반공주의 노조 운동 연대가 소속된 가톨릭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불행히도 역사 수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폴란드 뿐만이 아니다. 헝가리에 유사한 민족주의-포퓰리즘을 지향하는 집권당은 1930년대 후반 나치 정권과 긴밀히 협조한 호르티 미클로시 (Miklos Horthy) 제독을 위대한 정치가로 칭송하였다. 그리고 40만명의 유대계 헝가리인의 죽음에 있어서 호르티 정권의 역할을 은폐시켰다.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지도자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폴란드는 서유럽 국가들보다는 이런 국가들에 훨씬 가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