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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 대통령 교체와 정국 전망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HK 연구교수 2018/04/06

미얀마 대통령 교체와 정국 전망

 

아웅산 수찌(Aung San Suu Kyi) 국가 고문이 호주를 방문하는 동안 그의 심복으로 알려진 틴조(Htin Kyaw) 대통령이 3월 21일 전격 사임했다. 대통령실과 달리 NLD 대변인은 건강상의 문제라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작년 이후 제기된 건강악화설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틴조 대통령의 부인인 수수르윈(Su Su Lwin)은 싱가포르에서 건강검진 당시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사임은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 ‘계획된 것’ 이라고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또한 그는 틴조가 대통령직에 취임할 때부터 연금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5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임으로 인해 틴조 대통령이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는 개인적 명예를 지키고자 위와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 틴조 대통령은 국민 화해, 국내 평화, 민주적이고 연방제가 포함된 헌법의 출현,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시키는 방안 등 4대 운영 목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직에 있었던 2년 간 그의 업적은 취임 당시 공략과 비교할 때 이행도는 제로 수준이다. 그의 정치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4대 과제는 모두 아웅산 수찌 주도로 추진되었고 아직까지 진행 중에 있다.

 

당초 그는 아웅산 수찌에 의해‘선택된’인물로서 현행 헌법의 맹점을 역공한 NLD의 선택이다. 따라서 그가 국가수반으로서 헌법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재임 기간에 인도를 방문하는 등 외교적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웅산 수찌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정치적 한계는 건강 문제와 연동되면서 지난해부터 사퇴설이 불거졌다.

 

신임 하원의장 선출, 군부 출신의 띤쿤먓

 

대통령의 사임은 연쇄적인 보직 이동을 불러왔다. 윈민(Win Myint) 하원의장이 같은 날 곧 바로 사임하여 일주일 이내 치러질 대선에 참가할 것이 유력해졌다. 공석이 된 하원 의장석은 23일 하원 내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는데, 당초 여당인 국민   민주주의연합(NLD) 중앙위원회 위원인 뚠뚠헤잉(Tun Tun Hein) 하원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 하원 부의장이자 하원 법령 위원회 위원장인 띠쿤먓(T Hkun Myat)이 NLD의 지지를 얻어 제 1야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를 얻은 따웅에(Thaung Aye) 의원을 꺾고 하원의장에 당선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띠쿤먓의 개인 이력과 NLD 의원들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 이유이다. 띠쿤먓은 까친족(Kachin)이지만 중국 국경 인근 샨주(Shan State) 꿋카잉(Kuthkain) 출신으로 법학 전공을 살려 1990년부터 20년 간 꿋카잉 지역 정부군의 법무관으로 봉역했다. 또한 2008년 헌법 초안 작성과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 위원으로 참여했다. 2010년 총선에 USDP 소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당선되었고, 당 내에서 법률 관련업무를 맡았으나 2017년 탈당하여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1년 발행된 샨드러그워치(Shan Drug Watch)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그의 부하를 모른다면 그가 마약에 개입되어 왔다고 믿을 수 없다”로 묘사하며 마약 거래와 깊게 관계되어 있음이 알려졌다. 제프리(Jeffery)로 더 유명한 그는 마약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2005년 폐점할 때까지 Myanmar Mayflower Bank의 주주로 참여하며 세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군부와 매우 가까운 이력에도 불구하고 NLD가 그를 지지한 배경은 그가 바로 전정부 하원의원이었던 쉐망(Shwe Mann)과 아주 가까운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군사정부 당시 쉐망은 딴쉐(Than Shwe), 마웅에(Maung Aye)의 뒤를 잇는 3인자였다. 그러나 2015년 8월 USDP내 파벌 갈등에서 밀려났고 2015년 총선에서도 당의 제안을 뿌리치고 고향인 삐(Pyi, Prome)에서 출마하여 낙선했다. 쉐망은 민간인으로 변신한 뒤 기존의 강경노선을 완전히 철회하여 군부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급진적 입장을 폈고, 무엇보다 아웅산 수찌와 관계 개선을 통해 정치관의 변화를 꾀하였다. 최근까지도 페이스북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간간히 업로드되는 그의 메시지는 “국민과 함께”라는 NLD의 정당 구호를 공유한다.

 

명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쉐망이 아웅산 수찌에게 띠쿤먓의 천거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NLD내 아웅산 수찌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고, 쉐망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되거나 2020년 총선에서 재기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럴 경우 NLD 당원과 쉐망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인데, 특히 NLD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윈테잉(Win Htein) 등 미래권력과 경쟁구도가 연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NLD는 국민화해와 평화 달성이라는 정당 강령에 따라 소수종족 출신인 띠쿤먓을 지지했다고 하지만 수많은 소수종족 가운데 왜 그인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내어 놓지 않았다. 

 

신임 대통령 선출, 윈민 전 하원의장

 

헌법 제 73조 (a)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 사망, 직무 불능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해 공석일 때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 직책을 맡는다. 같은 조 (b)항에는 연방의회가 회기 중일 때 대통령이 공석일 경우 임시대통령이 7일 이내 공석을 메우기 위해 연방의회의 수장을 즉시 지명해야 한다.

 

틴조 대통령의 사임 이후 NLD는 정부와 의회가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고 선출해야 하며 당(NLD)은 이 일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USDP의 난다흘라밍(Nanda Hla Min) 의원은 당에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헌법 규정에 따라 3월 28일, 윈민 전하원의장이 제 10대 미얀마 대통령으로 의회 간접선거로 선출됐다. 총 투표자 636명 가운데 윈민이 403표, 민스웨(Myint Swe) 제 1부통령이 211표, 헨리반띠오(Henry Van Thio) 제 2부통령이 18표를 득표했다.

 

법 전문가인 윈민 신임 대통령은 NLD 공동 창당인으로 참여했고, 1990년 총선에서 고향인 에야워디주 다누뷰(Danubyu Township)에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당선 무효령에 따라 군부에 의해 체포되었다. 언론에서는 그가 옥고를 치렀다고  알려졌는데, 2016년 한국 국회 방문 당시 필자와 면담에서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지 않았고, 몇 차례 체포되거나 자격 정지를 장기간  당했다고 했다. 2012년 보궐선거에서 뻐떼잉(Pathein)에서 출마 하여 당선된 뒤 하원 법치위원회 서기를 맡았다. 2015년 총선에서는 양공시 따뭬(Tamwe)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되었고, 하원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의회 내에서 법치와 부패 추방에 앞장서고 있는데, 작년 자신의 딸 결혼식에 선물을 받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청렴한 정치인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결정적 배경은 틴조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아웅산 수찌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2016년 한국 국회 방문 당시 아웅산 수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NLD 정부가 당의 지도력으로 국가의 발전, 특히 경제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국회의 방문목적 또한 의회 발전 경험 공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산업화에 대한 경험 공유화 산업시설 시찰이었다.

 

의의와 향후 전망, 사실상 NLD 집권 2기로 보아야

 

사실 2016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대통령의 권한과 기능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아웅산 수찌가 전권을 장악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NLD에 대한 지지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국제적으로 미얀마, 특히 아웅산 수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크게 증가했다. 정부와 NLD 또한 아웅산 수찌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수 없고, 군부 또한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 운영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외국의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적 성과가 기대치 이하이다. 지금까지 NLD 정부가 정전협정, 로힝자 문제 등 주로 정치적 사안에 집중한 탓도 있지만, 사실상 경제 분야는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NLD 내 경제 전문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체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관료 또한 턱없이 부족하며, 현재 관료사회는 대부분 군사정부 때 발탁된 인물로서 NLD 정부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통령 교체는 아웅산 수찌의 절대 권력이 유효한 현 구도를 유지하면서 내각의 분위기 전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각 발탁과 인선은 아웅산 수찌의 몫이겠지만, 틴조 대통령이 아웅산 수찌와 개인적 친분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면 윈민 신임 대통령은 정치적 동지에 더 가깝다. 그러므로 아웅산 수찌 또한 윈민 신임 대통령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인재의 천거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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