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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플라스틱 백의 생산, 유통, 사용 금지가 동아프리카 국가들로 확산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양철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교수 2018/04/11

플라스틱 백의 생산, 유통, 사용 금지가 동아프리카 국가들로 확산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백(SUPBs)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 제품들이 환경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하여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백은 자연생태계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생태계를 파괴하며, 토양의 비옥도도 떨어뜨리고 인간의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백을 사용 후 버릴 경우 분해되는데 50-1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소각할 경우에도 독성 가스가 배출되어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육지에 버려진 플라스틱 백은 바다나 호수로 유입되어 해양생태계도 교란시키는데, 유엔환경계획(UNDP)에 의하면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 백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한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제품은 바다거북, 돌고래, 고래, 조류 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플라스틱 백의 바다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매년 8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의 상태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유입될 경우 2050년까지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프리카 각국의 플라스틱 백에 대한 대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 중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와 보츠와나, 남아공화국, 모리타니아, 모로코, 튀니지, 카메룬, 이디오피아, 말라위, 보츠와나 등의 국가들이 플라스틱 백의 생산, 판매, 유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아프리카 54개국 중 플라스틱 백의 사용을 금지했거나 사용 시 벌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15개에 이른다. 르완다가 시작한 플라스틱 백 생산, 판매, 유통, 사용 금지가 동아프리카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국가나 지역 중 르완다와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경우 플라스틱 백의 사용 금지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예컨대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경우 관광업이 중요한 부문인데, 플라스틱 백 남용으로 환경과 자연이 파괴되어 관광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환경과 해양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자 2006년 7월부터 플라스틱 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6개월의 실형이나 2천달러의 벌금을 징수하는 조치를 시행해 오고 있다. 한편 케냐는 2017년 8월부터 플라스틱 백의 생산, 유통, 판매, 소비에 관한 가장 강력한 제재를 실시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백을 생산, 유통, 판매,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4년의 징역이나 4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케냐의 경우 슈퍼마켓에서 연간 1억 개의 플라스틱 백이 고객에게 주어졌고, 2010년 실행된 조사에 의하면 매월 2천 4백만 개의 플라스틱 백이 사용됨으로써 심각한 환경 파괴, 위생과 건강 문제, 하수시설 오염 등을 야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금지나 사용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남아공화국의 경우 플라스틱 백의 사용 금지가 발표된 이후, 사용률이 90퍼센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불법적 사용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동아프리카 각국의 플라스틱 백 생산, 유통, 판매와 소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대안적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플라스틱 백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초래되는 환경 파괴와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모색에서 법적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플라스틱 백 사용으로 야기되는 환경오염은 쓰레기 처리 과정의 비효율성과 시설부족에서 비롯되며 일반 대중의 인식 부족도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플라스틱 백의 사용이 너무 일상화 되었고, 견고한 물건이 아니라서 재사용되는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유통된 플라스틱 백은 버려져 토양에 묻히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남아공화국 환경업무국(Department of Environment Affairs)에 의하면 2011년을 기준으로 1억 8백만 톤의 플라스틱 백이 생산, 유통되었고 이중 90퍼센트 이상이 토양에 묻히거나 쓰레기장에 버려져 소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백이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제조업체가 많아 관련 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예컨대 케냐의 경우 플라스틱 백의 생산을 금지하면 176개의 제조업체와 6만명의 실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플라스틱 제품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미미하지 않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가? 사용된 플라스틱 백을 수거하여 재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백 사용에 대한 일방적인 징벌적 조치보다는 생태계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biodegradable),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인 비화석연료(non-fossil fuel based) 플라스틱 백이나 제품 생산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국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나 옥수수와 같은 천연재료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한다면 이는 고용 창출과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은 제조업에서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의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생산하는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신산업으로 육성, 성장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은 토양에 매립되어도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않고 생분해되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가 현저하게 낮다. 그리고 석유화학소재로 생산되는 제품은 플라스틱 백 뿐만 아니라 음료나 각종 제품의 용기 등의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에 플라스틱 백 사용 금지만이 환경 보호를 위한 최선의 대책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코카콜라 등 세계적 음료업체는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원료로 음료수병을 생산하고 있는데,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은 단순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과 시장의 개발이라는 효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의 시장 창출 가능성 모색도 필요하다.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섬유나 야자잎으로 만든 시장 바구니를 사용하도록 소비자들에게 권고하고 이를 일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8월부터 플라스틱 백의 사용을 금지한 케냐의 경우 플라스틱 백의 남용으로 해양생태계와 야생동물구역의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양과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케냐의 주요 외화 가득원인 관광부문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백 사용 금지가 케냐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방향으로 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전망한다. 케냐 제조업자협회에 의하면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가 176개에 달하고 이에 고용된 인원도 6만명에 달하며, 4십만명이 이 분야에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피고용인들이 실직되며 간접적으로 관련된 4십만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들 제조업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액이 52억 실링에 달하는데 정부측 입장에서는 세수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손실 예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단기적 관점에서의 부정적 영향과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예컨대 플라스틱 제품을 재활용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에는 세제 혜택 제공, 시장 확보 등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재 제품 생산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백 사용 금지가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플라스틱 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법 도입과 시행으로 바꾼다는 것은 기대하는 것만큼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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