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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로 떠오른 베트남

베트남 김한성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8/05/17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서는 ASEAN 10개국과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한 신남방정책이 발표되었다. THAAD 문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러시아, 몽골, 중 아시아를 잇는 신북방정책과 ASEAN, 인도를 연결하는 신남방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목표를 발표하였다. 특히 ASEAN 시장은 ASEAN 경제공동체로 시장 통합이 완성 단계에 들어서면서 6억이 넘는 인구와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GDP를 가진 단일시장으로 탄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한ㆍASEAN 간의 교역 수준을 한ㆍ중 교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동아시아 역내국 간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ASEAN 시장이 한국에 단순히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다면, 신남방정책은 견실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는 ASEAN 지역을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뿐만 아니라 기술, 인적교류,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상호간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를 강화한다는 발전된 정책 기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신남방정책 추진에 있어 VIP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는데 이는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 그리고 필리핀(Philippine) 등 신남방정책 핵심 3개국을 의미한다. 이들 3개국 중에서도 ASEAN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깊은 경제적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한ㆍ베트남 교역관계


한국과 베트남은 수출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국내 산업기반이 폐허가 된 상황에서 1960년대 이후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고, 2000년대 이후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해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을 지속해 가고 있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Doi Moi)를 도입한 이후 1995년 ASEAN 가입, 1998년 APEC 가입, 2000년 미국과의 항구적 무역관계 정상화, 2007년 WTO 가입 등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일원으로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베트남은 ASEAN 후발 참여국에서 ASEAN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하였다. 또한 ASEAN 회원으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동아시아 6개국과의 FTA를 체결하였고, 개별국 자격으로 러시아를 포함하고 있는 EAEU와 FTA를 발효하였으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인 TPP 참여국이며 현재 EU와의 FTA도 2018년 중,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은 베트남의 1억에 달하는 풍부한 인구와 높은 수준의 가용 노동력, 빠른 경제 성장, 인도차이나 반도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면서 중국과 접하고 있는 지정학적 이점 등과 결합하면서 베트남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올려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2017년 한국의 수출에서 베트남은 한국의 3번째 수출국으로 도약하였다.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약 478억 달러로 중국(1,421억 달러), 미국(68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 최대 수출국이 되었고 2018년 3월까지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하면서 빠른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에 있어 베트남은 한국의 여덟 번째 수입 대상국으로 2017년 기준 약 162억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였다. 수출에 비해 수입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2000년 이후 한국의 대 베트남 수입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2016년 통계 기준으로 베트남에게 한국은 네 번째 수출 대상국인 동시에 두 번째 수입 대상국이 되고 있다. 2016년 베트남의 최대 수출 국가는 미국이며 이어서 중국과 일본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은 약 114억 달러로 미국(385억 달러)이나 중국(22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147억 달러)에 근접한 수출액을 기록하였다. 반면 수입에서는 중국(500억 달러)에 이어 322억 달러의 수입액을 기록하면서 3위의 일본(151억 달러)을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입액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ㆍ베트남 양자간 교역의 폭발적인 증가는 1990년대 정식 수교 이후 꾸준한 관계 개선과 양자간 FTA, 대베트남 투자확대, 그리고 베트남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베트남 및 ASEAN 역내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강화


한ㆍ베트남 양자간 교역에서 양국은 수교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 ‧ ASEAN FTA, 한 ‧ 베 FTA 체결은 양국 간 교역이 증가하는데 기여하였다. 양국 간 교역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듬해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전 기간 연평균 약 20%의 수출 증가율과 약 25%의 수입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결과로 한국은 베트남의 2대 교역국으로 성장하였고 2015년 베트남은 한국의 네 번째 교역 대상국으로 발돋움하였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 국가로 2016년 누적 기준 베트남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의 약 17.2%를 차지하면서 일본(14.4%), 싱가포르(13.0%), 대만(10.9%) 등을 앞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ㆍ베트남 경제 관계를 놓고 본다면 지난 20여 년간 양국 간의 경제 관계는 한국과 ASEAN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SEAN 지역의 경제적ㆍ외교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주요국들의 대ASEAN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2013년 일본은 기존의 ‘후쿠다 독트린’을 대체하는 ‘아베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ASEAN 경제 공동체의 출범에 대응하고 ASEAN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ASEAN 연계성(ASEAN Connectivity)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정비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2조엔 규모의 ODA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중국도 ‘일대일로’를 통해 ASEAN 지역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ASEAN 시장에 대한 진출 및 지배력 확대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면서 란창-메콩 정상회의에서 AIIB 기금과 함께 3억 달러 규모의 ASEAN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하였다. ASEAN과 양자간 FTA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시장 진출이 통상 전략의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도 Smart Infra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ASEAN 시장에 대한 지원과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ASEAN 지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현재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양자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협력 확대


2015년 12월 20일 발효된 한ㆍ베트남 FTA 협정문에는 양자간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협정문 제13장 「경제협력」에서 양국은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경제협력 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명문화하였다. 협정에서는 제조업, 농업, 수산업, 임업 등 산업분야와 표준, 기술규정, 원산지, 지적 재산권과 같은 무역규칙, 기타 중소기업 육성, 공정경쟁 투자 등 포괄적인 협력분야에 대하여 기술 지원이나 정보 교환, 공동사업 수행 등의 방식을 통한 협력 강화를 명시하였다. 이처럼 양자간 FTA에 협력 챕터를 따로 두면서 합의를 하였다는 점은 양국 관계에서 경제협력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공적인 경제협력의 확대는 한ㆍ베트남 양자관계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은 양국 간 경제관계를 고려한 상호 간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여 양국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양자간 협력이 협력이라는 이름을 빌려 일방적 지원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양국이 필요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실질적 협력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일방적 지원의 성격이 강한 협력은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 일본 등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및 ASEAN 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협력을 전개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서 상호 간에 이득이 되며 지속 가능한 협력분야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한국에서 생산시장에서 소비시장으로 중요성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새로운 경제관계를 고려한 장기적 시각의 협력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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