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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반부패 숙청 나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 Christopher M. Davidson Leiden University Visiting Fellow 2018/05/17

2017년 1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대 부호 기업가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 탈랄 알 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 왕자와 또다른 왕자 10명, 장관 4명, 전직 관료 십 여명이 특별 ‘반부패캠페인’의 일환으로 체포되었다. 이는 부정부패 척결보다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고 엘리트 비평가들이 자신의 주요 정책인 ‘비전2030 (Vision 2030)’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숙청에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반부패 캠페인이 가지고 올 권력구도의 변화,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내 및 국제 정세의 영향 등에 관하여 Leiden University의 Christopher M. Davidson, Visiting Fellow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 정도는 어떠한가?


사우디아라비아 내 부패 수준을 분석한 대다수의 글로벌 연구를 살펴보면, 해외 투자자들은 사우디가 부정부패로 인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한 이유로 정치 엘리트와 경제 엘리트 간의 이해관계, 이해관계의 충돌을 방지하는 법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률 시스템은 정실주의, 연고주의에 기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법치 중심의 합리적인 환경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률 시스템은 투명성이 결여된 것으로 알려지며, 그 저변에는 기업과 토지 분쟁과 관련된 사법 부패의 역사가 자리한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각종 부패 방지법이 제정되었지만 법률 집행이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 점수는 100점 만점 49점으로  59위를 차지했다. 인접국인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보다 덜 부패한 편이고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보다는 부패 정도가 높은 편이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경우 아랍국가 중 부패 정도가 가장 낮고 투명성이 높은 편이다.


반부패캠페인 발족 이전의 사우디아라비아 내 주요 부패 사례를 언급한다면?


2017년 반부패캠페인이 발족하기 전, 사우디에서 일어난 주요 부패 사건 중 외국계 기업이 제공한 뇌물 수수건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영국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간에는 당대 최고액의  무기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는 약 500억 파운드 규모의 무기 협정으로 사우디 육군 및 공군의 현대화 및 재정비를 목적으로 사우디 정부가 영국 국방부에 무기 대금을 지급한 건이다. 당시 서방 정부와 중동 국가 정부 간에 은밀하게 이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Amamah’로 지칭하였는데, 이는 영어로 비둘기(dove)를 의미한다. 영국 비밀정보부 MI6의 전직 관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입찰 당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던 이유가 MI6가 경쟁 기업에 대한 정보를 영국 기업에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쟁국인 프랑스와 관련해서, 프랑스 기업이 매수를 시도한 사우디 관료의 정보가 영국 측에 제공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구입한 무기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엇을 하든 관여치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러한 영국 정부의 태도가 사우디 정부에 있어 영국을 가장 매력적인 무기 공급처로 돋보이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영국 정부가 이번 케이스에 한해 수출허가 면제 조치를 받아낸 점도 영국 정부에 유리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부패캠페인이 시작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한다면?


2017년 11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송인 ‘알아라비아 뉴스(Al-Arabiya)’는 사우디 최대 부호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 탈랄 알 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 왕자와 왕자 10명, 장관 4명, 전직 관료 10여 명이 특별 ‘반부패캠페인’의 일환으로 체포됐다고 보도한다. 체포 작전은 신설된 반부패위원회가 주도했다. 살만 국왕이 가장 총애하는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에 전권이 부여됐다. 위원회에는 부패사건 조사, 체포영장 발부, 출국금지, 계좌 및 자산 공개·동결 권한이 주어졌다. 위원회는 부패 연루자가 소유한 자금, 자산을 추적해 관계자 및 관계 기관에 송금을 금지하고 자산 이전을 방지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반부패캠페인의 필요성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우선 부패 관련 사건으로 구금된 연루자들의 죄목을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혐의에는 돈세탁, 뇌물수수, 공무원 갈취, 사적 목적 공무 유용 등이 있다. 살만 국왕은 부패 연루자들의 혐의가 규명됨에 따라 이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죄목을 소상히 밝히고, 부패에 연루된 자들과 연루 기관이 자행한 범죄사실을 규명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에,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게 됐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살만 국왕은 부정축재를 위해 공익을 저버리고 사익을 우선시한 자들로 인해 사우디 사회가 유린당했다고 비판했다.


반부패캠페인 성과를 요약하자면? 어떤 혐의로 누가 체포되었나?


반부패캠페인이 발족되고 며칠이 지나자 유명인사 수백 여명이 체포돼 리츠 칼튼 호텔에 구금되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호텔은 영업을 중단하라는 통지를 받았고 리야드 공항 내 민간 전용기는 이륙 금지령이 떨어졌다. 부패 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도주를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2017년 11월 6일 미국 정부는 500명이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최종 확인결과 381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된 부패 연루자 중 다음의 인물이 포함된다.


• 알 왈리드 빈 탈랄 : 사우디 왕가의 주요 일원으로 킹덤홀딩스(Kingdom Holdings)지분 중 95퍼센트를 소유한 인물이며, 이를 바탕으로 포시즌스호텔 그룹 및 로타나 미디어네트워크의 제1오너로 등극했다. 트위터, 시티그룹 및 상당수 글로벌 그룹 내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 미텝 빈 압둘라 알 사우드 : 故 압둘라 왕의 아들로 체포 직전까지 사우디 국가방위부 장관을 역임했다.
•  투르키 빈 압둘라 알 사우드 : 故 압둘라 왕의 아들로 압둘라 왕 사망 전까지 리야드 주지사를 역임했다.


이번 반부패캠페인이 사우디아라비아 권력 구도에 가진 함의는?


체포된 부패 연루자 상당수의 면면을 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고 엘리트 비평가들이 자신의 주요 정책인 ‘비전 2030 (Vision 2030)’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려는 포석을 읽을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17년 6월 무함마드 왕세자가 전 왕세자인 빈 나예프로 하여금 평화적으로 권력 승계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했으나, 당시 사우디 국영방송 보도를 보면 ‘충성위원회(Allegiance Council) ’34명 위원 중 31명이 승계 변경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충성위원회 소속 위원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창건한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의 아들 9명, 손자 19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나이대가 비슷하다.


반부패 체포 영장 상당수에는 전 국왕들의 아들이나 지지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두터웠던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이나 그의 지지자 상당수가 그 대상이었다. 투르키 전 주지사 및 미텝 전 국가방위부 장관도 구금 대상에 포함되었다. 특히 미텝의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의 지휘 통제권이 닿지 않는 주요 군사 조직 및 안보 조직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압둘라 전 국왕의 여러 명의 아들 중에서도 이 둘이 체포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부패캠페인 추진과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반부패캠페인 추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법치 확립에 중요한 함의를 남겼다. 반부패캠페인 초기 공식 성명을 보면 왕세자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가 부패 척결 작업에 나섬에 있어 법률, 규제, 명령, 결정을 포함해 법적 면책특권을 가진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명시적으로는 반부패위원회가 관련 사항을 유관 당국에 고지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와 동시에 위원회는 공무 부패 척결에 필요한 경우라면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즉, 위원회가 타당하다고 간주하는 경우 관련인, 관련기관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들이 국내외에 소유한 자금, 동산 및 부동산 권리를 박탈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우디 재무부로 이관해 국유자산 및 재산으로 등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성명이 발표된 이후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audi Press Agency)는 살만 국왕이 민원 처리 위원회 (Board of Grievances) 판사로 50명을 신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민원 처리 위원회가 사우디 시민이 정부를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주요 창구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살만 국왕이 판사를 신규 임명했다는 것은 향후 반부패캠페인으로 체포된 연루자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대비해 사법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선제 조치로 읽힌다.


반부패캠페인 이후 권력 구도의 변화 추이를 예측 한다면?


반부패캠페인의 목적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친족 왕족들을 상대로 권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포석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이번 캠페인은 잠재적 정적을 겨냥해 집권 왕가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사우디 내 진보주의자 및 카타르와 같은 정적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잠재적 정적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알 왈리드는 자신이 체포되기 며칠 전 미국에 자진 망명해 있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우디 귀환을 독려했다. 카쇼기는 망명 전 1년여에 걸쳐 워싱턴포스트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기사를 쓴 인물이다. 알 왈리드가 카쇼기 같은 유력인사와 동맹을 구축해 공동 전선을 다지는 것을 두고 무함마드 왕세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왕좌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즉각적인 위협 요인으로 간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7년 6월부터 사우디가 주축이 되어 대 카타르 경제 봉쇄가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와 동맹국들은 카타르가 테러 재정 지원국 혐의가 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카타르와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바카르 빈 라덴과 같은 사우디 주요 기업인이 반부패 캠페인의 체포 대상에 포함된 점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반부패캠페인이 불러온 변화가 사우디 국내 및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은?


이번 반부패캠페인은 구금된 인사의 숫자나 그 인지도 면에서 사우디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물론 다양한 포석이 있고 이해관계가 여러모로 얽혀 있다고 하나. 이번 캠페인은 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으로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사우디 내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번 반부패캠페인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긴축정책 완화 및 대민 관계 구축, 저변 강화에 있어 주요 변수로 부상해 왕세자가 표방하는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무대에서의 파급효과를 보면, 반부패캠페인이 추진된 방식, 즉 사우디의 사법 절차를 명백히 무시한 위원회의          접근 방식을 볼 때, 과연 사우디가 법치주의를 구현할 의지가 있는지를 놓고 다양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 유력 투자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왕세자는 반부패캠페인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 장기화될 경우 여기저기서 의구심이 고개를 들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직 CIA관료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투자를 염두에 둔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이번 캠페인은 악재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사우디 숙청’의 결과는 왕세자가 정적의 출연 없이 순탄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무함마드 왕세자가 표방하는 비전 2030의 성공 여부 및 국제무대에서 사우디의 입지 변화를 통해 왕세자가 리더로서 자질이 있는지를 평가받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반부패캠페인 체포 작전은 사전 계획을 통해 준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체포가 진행된 시점을 살펴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미국 정부의 동의를 얻은 후 이를 빌미로 정해진 시간 내에 물망에 오른 모든 인물을 체포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체포 이후 이어진 언론 보도를 보면, 반부패 숙청이 시작되기 불과 며칠 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백악관 선임고문들이 사우디에 깜짝 방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방문 목적은 명목상으로는 중동 평화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점과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반부패작전이 주요 논의 안건으로 언급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체포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하며 이들이야말로 사우디의 실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라고 트윗을 남기며, 구금된 인사에 대해서는 “일부 구금된 인사들이 엄격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지난 몇 년간 사우디 내 부정 이익을 편취한 주범이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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