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신남방 정책과 아세안 주요국 진출 환경
동남아시아 일반 김찬수 한국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아시아CIS팀장 2018/05/29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포스트 차이나로서 또한 정부의 신남방 정책 추진으로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아세안 지역을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경제적 측면에서 신남방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협력 및 기업 진출 관점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주요국의 진출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남방 정책과 아세안
신남방 정책은 2017년 11월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ASEAN)+3’,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순방 시 한-아세안 미래 공동체 구상을 밝힌 후 본격화되었다. 즉, 아세안∙인도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하는 신남방 정책을 선언하면서 신남방 정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사람(People: 다양한 계층의 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의 확대)∙평화(Peace: 교통, 에너지, 수자원, 정보 통신 등의 분야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선순환적 상호 번영 모색)∙상생 번영(Prosperity: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 구축,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 협력) 공동체라는 3P 공동체를 제시하였다. 즉, 신남방 정책은 아세안∙인도와의 인적∙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신남방 지역을 우리 경제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해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세안과 상생형 경제 협력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제조업 위주의 협력을 소비재, 서비스, 신산업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 12월 31일 아세안은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를 출범시켰으며 그간 관세 철폐가 유예되었던 후발국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도 2018년 1월 역내 관세를 대부분 철폐하는 등 단일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아세안의 국내 총생산(GDP)은 2017년 약 2조 7,615억 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이며, 영국이나 인도보다 큰 수준이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은 ‘아세안-5’라고 불리며 아세안 GDP의 약 84%를 차지한다. 또한 동 5개국은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수출, 교역, 누적 해외 투자에서 각각 86%, 84%, 71%를 차지하는 등 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와의 교역 및 투자 비중, 해당국의 잠재력을 감안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세안 주요국에 대한 투자 현황
중국의 임금 상승, 사드 보복 이후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차별 등 투자 매력도 저하로 인해 투자자들이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아세안이 부각되고 있다. 아세안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6억 4천만 명으로 중국의 약 절반 수준이나, 동남아의 중위연령(Median Age)이 28.5세로 중국의 37.0세에 비해 낮다. 즉, 중국보다 젊은 노동력의 비중이 높고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경제 성장률은 중국에 비해 다소 낮으나 2008년 이후 최근 10년간 연평균 5.1%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에도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였다. 아세안은 약 6.4억 명의 인구와 2.8조 달러의 GDP를 기반으로 중산층 증가에 따라 내수 소비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 기준으로 2011년~2016년 중 아세안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은 총 7,976억 달러로 연평균 1,139억 달러 수준이며 중국 FDI 유입의 90% 수준에 이른다.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아세안의 FDI 유입이 중국의 FDI 유입을 상회한 바 있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2013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매년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해외 투자는 대 중국 투자를 상회하고 있으며 2014년 이후 대 중국 투자 감소세와 대 아세안 투자 증가세로 이러한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14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는 33.3억 달러로 대 중국 투자(32.0억 달러)를 추월하였으며, 이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 진출환경 : 베트남
베트남은 베트남 공산당 체제 하의 안정적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당분간 정치적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당서기장, 총리, 국가 주석이 적절한 상호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집단 지도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2016년 1월 제12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서기장 유임 및 여타 지도부 내정 후 동년 5월에 국회가 지도부를 공식 교체하였다. 당서기장은 온건 중도파인 응우옌 푸 쫑이 유임되었으며, 국가 주석은 개혁파인 쩐 다이 꽝이 선출되었고, 총리는 개혁파인 응우옌 쑤언 푹이 선출되었다. 당내 개혁파와 보수파 간 갈등이 존재하나 정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며, 사회적으로도 공산당 일당 체제에 대한 반발 세력이 미약하여 상당기간 동안 정치적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6월 형법 개정으로 2018년부터 정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 만연한 부패가 공산당(CPV)의 명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2017년 9월 PetroVietnam 전 회장 사형 선고 등 뇌물사건을 강력하게 다루고 있다.
베트남은 전자 부문 등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제조업 부문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베트남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 등으로 FDI 유입은 2011년 75억 달러에서 2016년 126억 달러로 증가했다. 경제 성장률은 2016년에는 평균 12.4%의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민간소비 진작,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및 지역 경제 통합에 따른 수혜 전망 등으로 FDI가 증가함에 따라 6%대의 성장세를 지속하였다. 2017년 경제 성장률은 광업 부문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 지향적 제조업 부문 호조와 함께 민간 소비 증가와 FDI 유입에 따라 전년 대비 소폭 확대된 6.8%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에도 제조업 부문 수출 호조와 함께 견조한 내수 등에 힘입어 6.6% 수준의 경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경제 통합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2015년 12월 EU와 체결한 FTA를 2018년에 발효할 예정에 있다. 또한, 미국의 TPP 탈퇴 이후 일본,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he Trans-Pacific Partnership)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주도로 일본, 한국, 아세안 10개 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베트남의 사업 환경(Doing Business) 지수는 발표 연도 기준 2015년 189개 국 중 90위, 2016년 190개 국 중 82위, 2017년 190개 국 중 68위로 상승하는 등 사업 환경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부문별로는 건축 인허가(20위), 자금 조달(29위), 재산권 등록(63위), 전기 공급(64위)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나, 사업 청산(129위), 창업(123위), 수출입 절차(94위) 관련 행정 처리에는 아직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아 경쟁력이 있으며, 아직은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도 투자가 가능한 수준이다. 2018년 4월 초 기준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 건수는 철강금속 3건 및 화학제품 2건 등 총 5건으로, 인도(29건)∙인도네시아(7건)보다 적은 수준이다. 다만, 베트남의 기준 법인세율은 20%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사회보장 기여 부담 등으로 인해 이익 대비 세금· 준조세 부담비율이 38.1%로 동아시아·태평양(평균 33.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아세안 주요국 진출환경 : 인도네시아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하르토 체제가 붕괴된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최초의 직선제 대선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 교체에 성공하였으며 2014년 7월 대선에서 군부 권력층과 무관한 투쟁 민주당의 조코 위도도(Joko Widodo) 후보가 53%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친서민적, 개혁적 성향에 따른 국민들의 지지로 2019년 임기 말까지 대체적으로 정치적 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은 취임 당시 75%에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난으로 2015년 7월 40%대로 하락하였으나 2016년 8월 66.5%로 회복되었다. 2019년 4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계획으로 70% 내외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등 재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어 정치적 안정은 대체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2002년 이슬람 과격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 주도의 발리 폭탄테러 이후 간헐적으로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 경찰·군병력 배치 등을 통한 경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2016년 1월 이슬람 국가(IS)의 자카르타 자폭 테러 및 동년 7월 IS 연계 조직원의 중부 자바주 자폭테러가 발생하는 등 불안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테러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연계된 인도네시아 내 극단주의자의 테러 증가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7년 12월 경찰 대테러 부대를 대폭 증원하는 등 치안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잠재력이 큰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2017년 GDP 규모는 아세안 최대인 약 1.0조 달러로 아세안의 GDP 2.8조 달러 중 36.8%를 차지하고 있는 아세안의 맹주국이며 주석, 니켈, 석탄, 천연가스 등이 풍부한 자원부국이다. 경제 성장률은 2016년에 민간소비 회복 및 정부의 인프라 등 공공투자 증가에 힘입어 5.0%로 회복되었다. 2017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소비 및 투자 증가와 함께 팜오일, 석탄,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5.1%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는 소비 및 투자 증가, 정부지출 확대 등 내수확대로 경제 성장률이 5.3% 수준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의 사업환경 관련 Doing Business 지수는 과거 중하위권을 형성하였으나 2014년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 집권 이후 외국인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발표연도 기준 Doing Business 순위가 2014년 189개 국 중 114위에서 2015년 189개 국 중 106위, 2016년 190개 국 중 91위, 2017년 72위를 기록하는 등 중상위권 수준으로 상승하며 중국(78위)을 추월하였다.
인도네시아 기준 법인세율은 25%로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이익 대비 세금· 준조세 비율은 30.0%로 동아시아·태평양(평균 33.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8년 4월 초 기준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건수는 철강금속 4건, 화학제품 2건 등 총 7건으로, 아시아 주요국 중 베트남(5건)보다는 많지만 인도(29건)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이다. 또한 현재의 높은 교통 물류비 부담도 향후에는 인프라 개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투자 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극복해야 하며, 최근 최저임금 상승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의 경우 사업성 검토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사업환경은 개선 추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의 사업환경보다 다소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치∙치안 환경에서도 베트남은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아직 중하위권이나 두 번의 평화적 정권 교체 등 민주주의가 정착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치안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어 정치∙치안 환경이 개선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국 의존도(우리나라의 2017년 교역 비중 22.8%로 1위, 해외 투자 누계 비중 14.8%로 2위) 축소를 위해 아세안과의 정부 차원의 경제 협력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의 아세안 진출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고소득국인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고 ‘아세안-5’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를 분리해 ‘아세안-5’에 대해서는 기업 진출 위주로 접근하고, 저개발∙저소득국인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경제 협력과 함께 섬유∙의류 등 노동 집약적 사업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교해보면, 경제 성장률은 베트남이 2014년 이후 6%대를 유지하고 있어 5% 내외의 인도네시아보다 높은 수준이나, 경제 규모는 인도네시아의 GDP가 2017년 1조 달러로 베트남의 2,204억 달러에 비해 약 4.6배 수준이다.
아세안의 과제
아세안은 회원국 간 민주주의∙사회주의∙군사정권 등 정치 체제가 상이하고, 회원국간 소득 격차도 커서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미얀마의 약 46배 수준이다. 종교적 이질성 또한 큰 편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남부) 등 해양 국가는 종교적으로 이슬람 정서가 강하고,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대륙 국가는 불교 정서가 강하다. 아세안은 만장일치제와 내정 불간섭 등 원칙 채택으로 아세안의 다양한 문화와 개발 수준의 차이를 아우를 수 있게 되었으나, 로힝야족 사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회원국이 관련된 민감한 정치 외교적 이슈 해결에 있어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7년 하반기 이후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군의 탄압으로 인해 약 70만 명의 로힝야족이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갔다. 무슬림이 주류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개적으로 로힝야족 박해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고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국가별 입장이 상이하고, 전통적으로 회원국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고 있어 동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주도적인 대처가 미흡한 수준이다.
또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포섭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내 중국의 동맹국으로서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아세안 같은 다자 포럼(multilateral forum)을 통한 해결보다는 양자 간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2018년 4월 25~28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 초안에서도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 우려 표명의 강도 완화를 시도한 바 있다.
한편, 베트남의 과제를 살펴보면 경제 규모가 인도네시아의 21.7% 수준에 불과하고, 거시적으로는 대규모 재정 수지 적자 지속과 함께 신흥 개도국 기준으로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58.2%로 다소 높아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며, S&P기준으로 신용 등급이 BB-로 아직 투자 부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과제로는 경제 성장률이 5%대를 유지하고 있어 6%대의 베트남에 비해 다소 낮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신용 등급이 투자 적격이기는 하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과 달리 경상수지가 GDP 대비 -2% 내외의 적자를 유지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외부 충격 발생 시 다소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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