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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ICTY 임무 종료, 전범 문제 해결과 과거사 청산 기틀 마련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8/06/12

ICTY 설립 의미, 활동 내용과 그 평가


국제 사회는 1991년 9월 이후로 발생한 유고 내전과 1992년 3월 보스니아 독립 선언 이후 촉발된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 청소를 앞장섰던 전범들의 소환과 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통한 불행했던 과거사 청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추진해왔다. 이 지역의 영구 평화와 민족 간 화해의 초석을 다지려 했던 국제 사회의 노력 중 대표적인 것으로 바로 ‘구(舊)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 설립이라 할 것이다. 1993년 5월 25일 ‘UN안보리결의 827항(UNSCR 827: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27)’에 근거해 헤이그에 ICTY 재판소가 수립되었고, 1991년 유고 내전부터 이어진 구 유고슬라비아 지역의 전쟁 범죄자들의 재판을 진행하였다. ICTY가 다룬 중요 범죄 항목은 크게 네 가지로 ‘대량학살(Genocide)’, ‘인권유린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전쟁 관습 혹은 법률 위반(Violation of Law or Customs of War)’ 그리고 ‘제네바 협약의 중대위반(Grave Breaches of the Geneva Conventions)’ 등을 들 수 있다.


ICTY는 2011년 7월 20일에 체포된 고란 하쥐치(Goran Hadžić, 1958-2016/ 크로아티아 내 크라이나 krajina 세르비아 자치 공화국 대통령)를 마지막으로 총 161명의 전쟁 범죄자를 체포 기소하였으며, 지난 24년 동안 52개 UN회원국으로부터 총 86명의 판사가 임명되었다. 헤이그 법정에선 1996년 11월 첫 선고 후 90명에게는 유죄가, 19명에게는 무죄, 37명은 기소 유예가 선고됐다. 기소된 전범 중 13명은 구(舊)유고슬라비아 각 지역 재판소(보스니아 10명, 크로아티아 2명, 세르비아 1명)로 이관되었으며, 유죄 선고자 중 20명은 공소가 취소되었고 슬로보단 밀로쉐비치(Slobodan Milošević, 1941-2006) 등 17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선고 전 사망했다. ICTY는 10,800일의 활동 기간 동안 4,650명의 증인과 250만 페이지의 재판 기록을 남겼다. ICTY는 2017년 12월 22일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총사령관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Ratko Mladić, 1943- )에게 종신형이라는 최고형, 12월 27일 세르비아계를 고문 학살하였던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아즈라 바쉬치(Azra Bašić)에게 14년 형을 선고하고 12월 31일 공식 업무를 마감하였다.


24년 동안의 활동을 마친 ICTY의 임무는 시리아 내전의 각종 전쟁범죄 등이 맞물려 상설 전범재판 기구가 된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로 그 역할이 전이되었다. 하지만 전범 단죄라는 ICTY의 중요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 또한 상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첫째, 장기 재판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주요 전범들의 경우 재판소요 시간이 더 길게 이어졌는데 실제 라도반 카라쥐치(Radovan Karadžić, 1945- )는 기소된 지 21년 만인 2016년에 40년형 판결이 내려졌지만 현재 항소 중이고, 라트코 믈라디치는 재판 동안 증인만 592명이 출석하였으며 제출된 증거만 1만 건에 달하여 22년 만에야 선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게다가 5년 동안 재판만 받다 사망한 밀로쉐비치 등 사망으로 인해 단죄하지 못하는 경우들 또한 속출하는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둘째, 막대한 재판 지불 비용에 비해 재판의 가치와 실효성이 의심받았다는 점이다. 2015년 기준 최근 3년 동안 연간 9,000만-1억 2,500만 달러(약 1,000억-1,300억원)라는 막대한 재판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재판 결과와 효용성이 그 비용만큼 따라왔는지에 대해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셋째, ICTY 전범재판들이 과거 국제 관계 속 역사들처럼 여전히 승자와 강대국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인식은 발칸 지역 내전들의 전범 국가로 인식된 세르비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ICTY에 의해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전쟁의 전범으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쉐비치는 세르비아 민주화 혁명(2000)이후 2001년 체포되어 시작된 재판 도중 2006년 심장 마비로 사망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년 그를 기리는 행사를 이어오는 상황이다. 더불어 라트코 믈라디치는 ICTY를 두고 ‘악마의 법정’이라 비난하며 그 정당성을 부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은 1994년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 가진 그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침략자인가. 베트남, 캄보디아 또는 포클랜드를 침략했는가. 아니면 소말리아나 걸프전에 뛰어들었는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가정과 국민을 지켰을 뿐이다”는 말로 항변하였다. 이후 ICTY가 그를 기소하자 그는 “베트남전에서 양민을 학살한 미국 장군은 왜 기소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등 ICTY의 기소와 재판을 바라보는 보스니아 내 각 민족 계파별 인식이 서로 상이하다 할 것이다.


ICTY 재판 결과 반응에 비친 조각난 인식 퍼즐


ICTY 임무와 그 활동에 대한 앞서 비판들을 분석해 볼 때 ICTY의 역할과 내전 당시 전범 규정의 의미를 바라보는 발칸 지역의 각 민족 간 시각과 견해는 이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종교와 문화의 복잡한 모자이크만큼 매우 다양한 게 사실이다. ICTY 판결과 국제사회의 시각과는 달리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와 이웃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세르비아로부터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본토 크로아티아의 ‘조국해방전쟁(혹은 독립전쟁 War of Independence/ Rat nezavisnosti)’관점과 연계하여 보스니아 내전을 바라보고 있으며, 따라서 전범으로 기소된 크로아티아 피의자들을 자 민족을 보호해 준 ‘영웅(Hero/ Heroj)’으로 묘사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이러한 인식은 조국해방전쟁 동안 전공을 세운 다미르 크르스티췌비치(Damir Krstičević, 1969- , )가 2016년 10월 크로아티아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가 장악 중인 스르프스카(Srpska) 공화국은 이에 반발해 2016년 11월 크르스티췌비치를 비롯해 크로아티아의 15명 고위 공직자들을 내전 동안 인종 학살 주도 혐의로 전범 재판에 회부할 것을 사라예보 검찰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크르스티췌비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스니아세르비아계는 그가 군사 작전인 ‘폭풍 작전(Operation Storm/ Operacija Oluja)’   을 주도했고, 과거 전범으로 고발 된 안테 고토비나(Ante Gotovina, 1955- )와 함께 여러 전쟁 범죄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고 내전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인식하고 자 민족 보호와 영토 수호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였다는 크로아티아 전범들의 인식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모스타르(Mostar) 공격에서 보스니아 무슬림들을 학살해 전범 재판을 받던 슬로보단 프랄략(Slobodan Praljak, 1945-2017,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군사위원 겸 장교)이 2017년 11월 29일 ICTY 항소심 법정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되자 자신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독극물로 자살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ICTY의 전범 처리와 이를 바라보는 각 민족들의 상대적인 인식과 그 시각들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와 세르비아 본토에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1995년 미국 중앙 정보국은 보스니아 내전 동안 발생한 전쟁 범죄의 약 90%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발표하였다. 실제 이것은 161명의 ICTY 기소자 중 109명이 세르비아계이며, 이중 4명은 종신형이고 나머지 세르비아 전범들의 형량을 전부 합하면 약 1,200년형에 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크로아티아계 전범들의 총 형량은 약 300년으로 세르비아계에 비해 적은 편이다. 따라서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세르비아계를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표 전범들 중 하나인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군 사령관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는 ‘스레브레니짜 학살’과 ‘사라예보 포위 공습’을 비롯해 내전 동안 자행한 잔학 행위들, 대량 학살, 고문과 살해, 인질 억류 등 인권 유린 및 전쟁 범죄 등의 총 11개 항목 범죄 혐의를 받아 2017년 11월 22일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르비아와 스르프스카 공화국에선 “(그는) 영웅이지 죄인이 아니다(Junak, a ne zločinac)”라는 플랭카드와 함께 재판  결과를 반대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실제, 2009년 진행된 ICTY 측의 세르비아 주민 여론조사에 따르더라도 라트코 믈라디치를 국제사법당국에 넘겨야한다는 응답자는 34%에 불과했으며, 78%는 절대 넘기지 않겠다고 답했고 전체 40%는 그를 영웅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밀로라드 도디크(Milorad Dodik, 1959- , 재임 2010- ) 대통령 또한 판결에 대해 “ICTY 판결이 무엇이든 라트코 믈라디치는 세르비아인들에겐 전설로 남아 있다”는 말과 함께 “그는 군인으로서의 직업적 능력과 인간적 능력을 쏟아 세르비아인들과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책무를 다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하는 등 ICTY 시각과 분명한 차이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족 화해와 화합 관점으로 본 ICTY 역할론


ICTY 활동을 향한 비판들과 민족 계파 별 이해에 따른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적 관점에서 볼 때 ICTY 역할과 활동에 대한 긍정적 요인 또한 분명히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가장 긍정적 평가로는 보스니아 내전 동안 저질러진 전범들의 사법적 처리 문제를 국제 사회의 규범을 기초로 완결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ICTY는 지난 24년 동안 체포 기소된 총 161명의 전범 중 사망자를 제외한 151명이 재판을 받는 등 유고슬라비아 지역에서 자행된 전범들의 모든 재판을 완수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보스니아 내전은 제 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대량 학살과 대량 난민 문제를 불러일으킨 최초의 사건으로 ICTY가 국제 사회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다. ICTY 창립을 주도했던 볼프강 숌버크(Wolfgang Schomburg), 1948- , ICTY 재임 2001-2007) 판사는 “(ICTY 설치를 통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의를 보여 주고자했다. 또한 모든 사람은 정치, 군대 또는 국가 이해와 상관없이 자신이 저지른 모든 행동에 대해 (국제 사회에)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ICTY 설립 취지를 다졌다. 즉 ICTY 활동과 전범 단죄는 국제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 같은 전쟁 범죄에 대해 국제 사회가 절대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그 죄를 묻는 국제 사회 정의를 향한


의지 표출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ICTY의 활동 및 역할 종료는 오랜 동안 보스니아 민족 간 화해를 가로막아 왔던 암울한 과거사 청산을 마무리 지었다는 국제사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ICTY에서 기소된 모든 전범들을 체포하였고 그 죄를 물어 재판을 이끈 ICTY 활동으로 인해 보스니아 내 각 민족 계파들은 공식적이고 국제 법에 따른 전범 문제 해결과 과거사 청산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할 것이다. 특히 전범 문제 해결과 과거사 청산은 향후 보스니아 내 민족 간 화합 구축과 영구적 평화 정착의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발칸 지역의 민족 간 화해와 화합의 관점에서 바라 본 ICTY 역할에 대해 국제 사회 또한 강하게 동조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ICTY 주요 재판들 중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 할 수 있는 라트코 믈라디치 판결 직후 UN은 “정의가 승리한 순간”이자 “국제 사법재판의 이정표”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EU 또한 “발칸 국가들이 화합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되살리기로 합의한 것을 지킬 것이라는 점을 믿는다”는 입장 발표를 통해 ICTY의 긍정적 역할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ICTY의 역할에 대한 일련의 비판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년간 이어진 ICTY의 임무가 보스니아를 비롯해 발칸 지역 관련 민족들 간의 화합을 모색하고 이 지역의 영구적 평화 정착의 중요 이정표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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