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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마 前 대통령 퇴진 이후 남아공 경제 동향 및 전망

남아프리카공화국 오경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지역연구팀 선임조사역 2018/06/26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652만 명(2017년 추정)의 인구와 한반도의 약 5배에 달하는 국토면적을 보유한 아프리카 제2의 경제대국이다. 또한 원유, 보크사이트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물자원을 보유한 자원부국이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달된 사회기반시설과 금융산업으로 아프리카 경제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1994년 소수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정책(Apartheid) 폐지 및 흑인 정권의 출범 이후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각종 부정부패의 만연, 고질적인 치안 불안, 강력한 노동조합으로 인한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제이콥 주마(Jacob Zuma) 前대통령이 이른바 ‘비선실세 스캔들’로 인해 지난 2월 14일 불명예 퇴진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신임 대통령은 백인 소유 농지의 강제 몰수를 추진하는 등 반시장적인 정책방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남아공의 외국인투자 유치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업 부문의 성장 정체로 인해 중기적으로 1%대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수년 동안 전 세계 평균은 물론 신흥시장 평균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평균에 비해서도 모두 저조한 실정이다. 2012년 주요 수출품인 광물자원의 가격하락과 광산 분야의 파업 확산으로 둔화 추세가 시작되어 2012~13년에 2년 연속으로 3% 미만의 성장을 보였다(2011년 3.3% → 2012년 2.2% → 2013년 2.5%). 이어 2014년에는 백금 광산과 건설노동자 조합의 파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전력난, 란드화 약세, 높은 실업률,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들로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인 1.8%로 하락하였으며, 급기야 2016년에는 극심한 가뭄에 따른 농업 생산량 감소의 여파로 1% 미만인 0.6%의 저성장에 그쳤다.


2017년에는 농업 생산량 증가(전년대비 약 18%), 광업 부문의 성장 개선 등에 힘입어 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주요 수출품목인 백금의 국제수요 감퇴로 인해 광업 부문의 성장이 한계를 노출하고, 제조업 및 건설업 부문이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남아공 경제는 2018년에도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기적으로 1%대의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프라 확충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 확대로 재정수지 적자 지속


남아공은 인프라 확충과 경기부양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는 한편, 주요 산업인 광업 부문이 거듭된 파업의 여파와 세계경기 침체로 위축되어 세수가 감소함에 따라 GDP 대비4%대의 재정수지 적자가 계속되어 2018년에도 역시 GDP 대비 –4%대 초반의 재정수지 적자가 전망된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4월 1일 부가가치세율을 25년 만에 14%에서 15%로 1% 포인트 인상하였으며,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도 추진하는 등 재정건전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부문의 임금 인상 가능성, 교육 부문에의 정부지출 확대, 국가의료보험(NHI)의 기본의료 무상 제공 계획 등으로 인한 재정수지 악화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특히 공공 부문의 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한 상한선 설정을 원하는 반면, 노조는 물가상승률(최근 5%대)의 2배 이상인 12%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재개를 위협하고 있다.


Capital Economics는 2014년 이후 남아공의 민간 부문 임금은 2.1% 하락한 반면 공공 부문 임금은 6.5% 상승하였음을 지적하며, 남아공의 공공 부문의 임금이 1% 인상되면 남아공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중이 0.1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예상되나, 란드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 상승 가능성


남아공 란드화 가치는 2012년부터 광업 부문의 쇠퇴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침체로 인해 약세를 거듭하여 미 달러에 대한 환율(연평균)이 2011년 7.26란드에서 2016년 14.71란드로 5년 간 2배 이상 상승하였으며,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2016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4%에 달하였다.


2017년에는 광물 수출 활성화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증가 등으로 란드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입물가도 하락하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1.1% 포인트 하락한 5.3%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도 2017년과 유사한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추진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신흥국들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되어 이들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란드화 환율 상승과 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란드화는 신흥국 통화들 중에서도 아르헨티나 페소화,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에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는데, Bloomberg에 의하면 6월 7일(현지시각) 미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약 2.4% 하락하여 2017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여 자본이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남아공 중앙은행은 2017년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 범위 이내(3~6%)를 유지하고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무르자 2018년 3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6.5%로 0.25% 포인트 인하하였으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것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주요 산업의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비중 안정화가 전망되나, 백금 광산 폐쇄로 향후 상품수지 악화 우려


남아공 경제는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원자재 국제가격 하락과 광산 개발, 인프라 건설 등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모두 2012~15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경상수지도 적자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2014년 광산 파업 종결로 금, 백금, 철광석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상품수지가 2016~17년 흑자를 회복하여,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중은 2014년 –5.1%에서 2017년 –2.5%로 개선된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도 –2%대 후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 세계 백금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해온 남아공의 주요 백금 광산들이 최근 속속 폐광하며 남아공의 상품수지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경상수지 전망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백금의 최대 수요처는 자동차 산업이나, 최근 환경오염 문제로 인한 디젤 자동차 생산 감소 및 전기자동차 보급률 상승이 백금의 수요 감소 및 국제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백금 광산 폐쇄를 초래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국제 백금 선물시세는 최근 1년 간 온스(ounce)당 870~1,030달러 구간에서 등락하였으며, 금년 5월의 경우 880~925달러 구간에서 등락하였다. 한편, COMEX 기준 국제 금 선물시세는 최근 1년 간 온스(ounce)당 1,205~1,365달러 구간에서 등락하였으며, 금년 5월의 경우 1,285~1,325달러 구간에서 등락하는 등 남아공의 핵심 수출품목들인 금과 백금 모두 선물시세가 연초 대비 현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감소로 외환보유액 증가, 쌍둥이 적자 지속으로 총외채잔액 증가


남아공에 대한 주요 투자국은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EU 국가들로, FDI 유입규모가 저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적자 규모 역시 감소함에 따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2015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FDI 유입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극복에 힘입어 2013년 전년대비 79.6% 증가한 82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광업 부문의 파업 등으로 인해 2015년 15억 달러로 급감하였다가 2016년 23억 달러, 2017년 21억 달러로 다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당해년도 월평균수입액 4.4개월분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단기적 지불수요(단기외채 + 3개월분 수입액)의 60.5%에 그치는 수준으로 유동성위기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쌍둥이 적자 충당을 위한 대외차입으로 인해 총외채잔액은 최근 수 년 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 2017년 GDP 대비 총외채잔액 비율은 란드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명목 GDP(미 달러 환산)의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약간 상승한 50.7%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정부의 백인 소유 농지 무상몰수 추진으로 인종 간의 갈등 격화 및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 우려


1994년 소수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폐지 당시 남아공 전체 인구의 10% 수준이던 백인이 전체 농지의 85.1%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ANC의 남아공 행정부는 2014년 말까지 전체 농지의 흑인 소유 비중을 최소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백인 농장주 로부터 농지를 매입하여 흑인에게 매각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2017년 기준 남아공 전체 인구의 8.4%인 백인은 여전히 전체 농지의 73.3%를 소유하고 있어 토지 배분의 불균형에 따른 인종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남아공 의회 하원은 2월 27일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5조의 개정을 추진하는 법안을 찬성 241표, 반대 83표로 통과시켰다. 급진좌파 정당인 경제자유전사 (EFF)가 발의하고 ANC의 지지를 받아 통과된 동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가가 백인 소유의 농지를 ‘대가 없이’ 몰수한 뒤 이를 흑인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다만, 주마 前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과 그로 인한 퇴진을 계기로 당내 분열이 심해진 ANC 내부에서도 전통적 부족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토지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부족 지도자들은 자신이 속한 부족 공동체 소유의 농지에 대한 지분권 상실과 그로 인한 정치적 영향력의 약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공 의회 하원의 의석 구성상 헌법 개정은 ANC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며 야당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야당들은 토지개혁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EFF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체 국토의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ANC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업가 출신인 라마포사 대통령의 취임 당시에는 남아공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친화적 기조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졌으나, 토지의 무상 몰수 추진으로 이러한 기대는 무산된 상황이다. 실제로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전부터 백인 소유의 농지에 대한 무상 몰수를 주장해온 흑인 정치인들 중의 한 사람이다.


아울러 토지의 무상몰수와 같은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의 추진은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현지 투자자산의 일방적인 몰수 등에 대한 우려를 촉발하여 남아공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긴요한 외국인투자 유입의 저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토지 무상몰수 추진은 남아공의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인 Moody's와 Fitch는 2012년 광산 부문의 대대적 파업이 남아공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여, 2012년 9월 ~ 2013년 1월에 걸쳐 남아공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강등한 바 있다.


이후 Moody's와 Fitch는 부정적인 경제성장률 전망, 고실업률 지속, 쌍둥이 적자를 이유로 2014/15년 및 2017년에 걸쳐 남아공의 국가신용등급을 거듭 강등하여, 현재 Moody's는 Baa3 등급, Fitch는 BB+ 등급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마포사 행정부의 토지 무상몰수 추진은 외국인투자자의 사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며, 신용등급 하락은 남아공의 대외차입 및 외국인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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