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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분석

아르헨티나 안태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강사 2018/06/29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극단화를 보여준 90년대의 메넴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이후, 2003년에 집권한 키치네르 정권은 반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현재, 다시 아르헨티나 경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실험하고 있고 이에 대해 노동자는 항의 농성, 시위로 저항하고 있다.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2018년 상반기 들어 아르헨티나 경제활동이 많이 침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월에 비해 올해 2월은 0.2%, 3월은 0.1%만 성장하고 있다. 가장 위축되고 있는 산업은 농축산업이다. 가뭄으로 인한 농업위기가 심각하다. 특히 주요 수출품인 대두의 문제가 크다. 수출용 대두 생산이 다른 작물 생산과 축산업을 대체하고 있는데 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에 경제 침체가 올 수 밖에 없다.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있어 바이오 디젤 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리고 기후환경 악화로 인한 수확의 감소로 약 5.5% 마이너스 성장이며 건설업도 국가의 공공인프라 투자 감소로 위축되었다. 인프라 투자 필요성은 크지만 국가가 공공부채 확대를 염려하여 공공-민간 합동 인프라 투자계획(PPP)을 추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라틴아메리카는 2000년대 초반의 경제 호황 이후 2010년 부터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국면에서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PPP사업에 글로벌 불황에 따라 안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펀드 투자 등이 몰리고 있다. 그리하여 PPP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문제는 투자의 위험부담과 민간 투자가의 최소 수익보장이 국가의 몫이라는 점이다.


우파 정부인 마크리 정부에서 대형 경제위기가 터진 것은 지배계급이 가치 생산과정에서 대중 노동자 계급의 권력을 해체시키는데 실패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노동 현장에서의 저항의 형식들을 약화시키지 못해 임금을 줄이는데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국가가 전국노조의 정치적 공간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공공고용을 구조조정하지 못했고 소위 ‘경제의 현대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로 여성들이 리드하는 사회운동의 저항이 공공지출의 구조조정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과 2017년 사이 사회복지 지출은 증가했고 지난 정부가 물러난 이후 공공지출도 역시 증가했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공공요금의 인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이 나타나자 전국적으로 노동자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석유노동자의 경고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스, 휘발유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석유류 제품의 수입이 폭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에도 브라질, 요르단 등에서도 IMF의 긴급 지원과 구조조정 요구에 따른 시장 합리화 정책으로 인한 기초생활의 물가상승과 소득세 상승에 대해 광범하게 시민, 대중이 저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경우 5개월 사이에 교통요금이 67%가 인상되었고 휘발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은 “마크리가 자캐오다,”라는 말로 비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곧 구조조정 계획을 실시할 것인데 그 중에는 공무원 월급 동결 및 관용 자동차 매매 등도 포함되어있다. 마크리 정부는 최소한 IMF에 약 5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재정적자, 무역적자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채우기 위해 해외로부터 달러 차입을 하고 외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이상 외채 유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무역적자는 1/4분기 34억 달러에 이르렀고 작년 동기보다 165%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외환 보유고가 줄고 있으며 달러 환율은 28페소에 이르고 있다. 인플레와 페소화 가치하락은 대규모 농축산 수출업자와 외환 투기 세력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가 수출로 경제를 견인하는 게 아니라 총생산의 70% 이상이 국내 시장을 향하므로 국내 시장을 축소시키고 중간계급을 응징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대두 생산의 유전자 조작의 문제를 비판하는 생태 전문가 외에 주류 경제 세력도 화학농업을 통한 수출용 대두 생산에 올인하는 경제 모델에 매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려 농지의 절반 이상을 대두 생산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크리 정부는 이런 경제 위기에 대해 재정적자 축소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처방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제 수지 악화를 수정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가지는 마크리 정부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와 달리 2003년에 집권한 키치네르 정부는 국내 시장과 노동자계급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마크리 정부의 정책 수단인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공공지출의 감소는 공공건설의 위축, 실업의 증대, 공무원 월급 축소를 거쳐 심각한 경제위축이 오고 다시 세수의 악화를 불러온다. 즉 악순환에 빠진다. 악성 인플레와 노동자 실질 임금 하락은 일시적으로 대외수지 적자를 줄이기는 하겠지만 경제가 외환(달러)의 부족을 벗어나는 선순환적 균형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우파 정부는 이런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수지 균형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 재정긴축이라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믿기 때문이다. 또한 IMF가 긴급구제 금융의 조건으로 재정긴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처방 또는 대안은 산업생산 자체의 경쟁력 확보와 수출의 증대이겠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다시 말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경제 구조의 뿌리 깊은 문제는 주기적으로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상층 부르주아 즉, 지배계급이 ‘지대추구’형이라는 것이 가장 큰 구조적 문제이다. 한국의 부르주아도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지대추구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의 지배계급은 상당수가 해외시장을 겨냥한 산업경제의 생산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지대추구 만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해외로 ‘자본도피’를 한다. 2019년의 대선을 앞두고 현재의 마크리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 내려지고 있다.


2011년을 전환점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실패가 확실해진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해 오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다. 그런 실패의 징후는 현재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국의 이자율 상승으로 선진국으로 투자가 역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좌파 이론가들은 진작부터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모델의 연구(예를 들어,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적인 지역통합과 조합운동 등 사회적 경제의 강화)와 실험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도 공허한 것이 우파 정부인 마크리 정부로서는 고려할 선택지가 아니었다.


물론 전 정부로부터의 부정적 경제유산도 심각했다. 결국 좌파 우파 모두 경제 위기 타개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오랜 경로의존을 가지는 인플레 조장과 외채에 기댄 채권 발행 등으로 실물경제가 아닌 소수의 금융소득 계급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과 일반시민에 대한 공공요금의 폭등과 교육 보건 등 공공지출의 축소에 있다. 왜냐하면 이런 모델을 마크리 정부의 이론가들은 ‘경제의 정상화’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본다면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진정 ‘위기’로 부를 수 있을까? 총자본에 대해 총노동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다시 말해, 자신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아르헨티나와 라틴아메리카 노동자 시민 대중의 노력을 ‘위기’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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