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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문재인 정부 1년: 신남방정책의 과제와 추진 전망

동남아시아 일반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018/07/18

벌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이하였다. 박근혜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예정에 없던 특별선거를 통해 선출되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큰 실수 없이 대외문제와 통상이슈들을 잘 다뤄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때의 혼란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의 출발은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동남아시아(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하여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APEC정상회의’,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주변4강 외교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을 천명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신남방정책으로 명명하고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에 기반을 둔 한-아세안 지역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사람중심’ 공동체는 각종 민관 협력체계를 활용한 한-아세안간 인적 교류의 확대, ‘상생번영’은 FTA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확대 등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경제 협력의 확대, ‘평화’는 안보 및 테러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다자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 강조 정책을 사드사태를 계기로 절감하게 된 중국시장의 정치적 위험성 그리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중국수출을 대신할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동남아시장의 경제적 중요성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보도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5년간 급증한 한-아세안 무역은 중국수출시장과는 별개로 한-아세안관계가 근본적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한-아세안 무역규모는 수출 745억 달러, 수입 443억 달러, 총 1,188억 달러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교역대상국이다(표 1참조).


또한 동남아는 우리의 중요 투자처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으로 아세안은 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2위 투자 대상국이며 제조업만으로 국한했을 경우 제1의 투자대상국이다.


하지만 한-아세안과의 관계가 단순히 경제적인 관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2012년부터 아세안은 중국을 제치고 우리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되었다.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이 단일 국가로는 우리의 최대 관광지이지만 베트남(2위),태국(4위), 필리핀(5위) 등 아세안 국가들이 전체적으로는 한국 관광객 행선지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동남아는 한류의 큰 소비지이기도 하다. 태국의 경우 자국 가수들보다 한국 가수들이 더 인기가 있을 정도로 한류의 열풍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세안의 급증한 중요성과 문재인 정부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신남방정책의 추진은 현재 매우 미진한 가운데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렇다면 왜 증진된 한-아세안 관계와 정부의 야심찬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아세안 관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일까? 물론 한-아세안간의 관계라는 것이 쉽게 변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지만 지지부진한 한-아세안 관계를 좀 더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1)  제도적 뒷받침


현재 신남방정책은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동남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경우처럼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상당하다. 사실 과거 정부들도 ‘신아시아정책’ 등을 발표하였지만 실제적인 결과로 이어진 적은 전무하였다. 따라서 신남방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심은 어떤 면에서는 학습된 반응이기도 한다.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신남방정책을 조직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신남방정책을 뒷받침할 범정부적인 위원회의 출범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문재인 정부 외교의 또 다른 축인 신북방정책의 경우를 살펴보면 범정부적인 ‘신남방정책위원회’의 출범이 절실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신북방정책은 송영길 전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의하여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현재 매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송영길 위원장 산하에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정부의 각부처에서 파견나온 24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단과 민간 전문가 5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정기적인 회합을 통해 신북방정책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또한 ‘유라시아 등 북방지역과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경제·사회·문화 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내적으로 정부 내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대외적으로 정부간 긴밀한 협력채널을 구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 또한 가지고 있다. 또한 송영길 위원장과 같은 중량감이 있는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 정부간 협력 증진을 위해 각국을 순방하면서 북방경제 협력 위원회의 제안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 하고 있다.


현재 그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비판받는 신남방정책이 실제화되기 위해서 가장 빠른 방법은 신남방정책의 실행을 전담하는 범정부조직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현재 신남방정책 중 ‘상생번영’은 산업자원통상부에서 ‘평화’는 외교부와 국방부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인적교류를 의미하는 ‘사람’의 경우는 어떤 부서가 이를 담당해야 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어떤 부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3P 정책들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범정부적인 조직이 신설되어 신남방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남방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과 임무를 위임받은 기관이 있어야 이러한 정책들이 혼선없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현재처럼 관련 업무들이 정부산하부처에 혼재되어 있는 경우 혼란과 중첩 그리고 부처간 세력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신남방정책을 다루는 위원회의 출범은 또한 민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현재 민간연구소와 대학에 흩어져 있는 동남아 전문가들이 신남방정책위원회에서 같은 분과에 소속되어 협업을 한다면 아세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2019년 한국+아세안10개국 특별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현재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 한국+아세안 10개국 특별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세안 각국의 특별 동의로 열릴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루고 2019년을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도약의 해로 만드는 것이 현재 외교부뿐 아니라 동남아 전문가들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교부에서는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아세안과의 협력 성과를 중간 점검하고 국내에서의 아세안 인식이 획기적 향상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많은 우리 국민들은 아세안 국가를 관광지나 가난한 개발도상국가로 인식하고 있으며 아세안의 최근 발전상이나 증진된 한-아세안 교역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집중적인 홍보와 언론 노출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아세안의 급증한 정치·경제적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 11월 또는 12월로 예정된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동남아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과연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이 한-아세안 관계에 대한 국내 인식을 제고하고 한-아세안 관계의 폭발적 성장에 맞는 외교적 위상의 재정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게다가 현재 온 국민의 관심은 북핵문제에 쏠려 있는 상태이다. 6월 12일 있을 북미회담이 성공리에 끝난다면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 더 나아가 북방경제협력에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경우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되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관심을 충분히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주관부서인 외교부 동남아협력과가 현재 한반도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국민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루 빨리 외교부가 민관의 전문가들과 협조하여 구체적인 회의 일정을 정하고 대국민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점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아세안 각 국에서도 한국의 아세안 인식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한-아세안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려고 분투중인데 아세안 국가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아세안에도 알려질 수 있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활동이 국내만이 아니라 아세안국가들에서도 펼쳐져야 할 것이다.


3)  준비된 인적 교류


현재 한국정부 내에서 일고 있는 아세안의 재발견은 최근 급증한 한-아세안 무역이 그 근본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은 한-아세안 관계를 단순히 경제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동체 관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신남방정책은 한-아세안간의 민관에 걸친 인적교류를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여론조사자료는 인적교류가 확대된다고 해서 과연 한-아세안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진다. 역설적으로 더 활발해진 인적교류는 한-아세안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도 있다. 일례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아세안 국가에서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추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상당한 반감이 존재하고 있다. 한-아세안 센터가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태국이 한국에 대한 반감이 아세안 국가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 조사뿐 아니라 한국동남아 연구소가 2009-2010년에 걸쳐 아세안 10개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정확한 원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추악한(ugly) 한국 관광객들의 행태가 우리나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들이 동남아를 더 활발하게 찾게 된다고 해서 과연 한-아세안간의 공동체 정신이 꽃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또한 한국에 와 있는 동남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조사도 한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꼭 긍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비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고 말한 동남아 유학생도 상당수에 달해 인적교류가 꼭 우리나라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한-아세안 인적교류의 양적 확대가 무조건적으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건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인적교류의 확대에만 신경쓰기보다는 준비된 인적교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동남아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적으로만 유학생 수를 늘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이는 ‘글로벌화’라는 화두에 집착한 대학들이 동남아 유학생을 받아들일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 유학생 유치에만 열을 올린 결과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아세안 인적교류 확대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인적 교류의 증대를 도모하기 전에 인적 교류의 토대를 닦고 준비하는 것이 인적교류가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아세안국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의 무관심


비록 아세안과 한국간의 무역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었고 아세안에 많은 한국기업이 진출하여 있지만 우리국민의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는 매우 낮은 상태이다. 한-아세안 센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중 58.9%가 “아세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한-아세안 센터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동남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가난, 국제결혼, 이주노동자, 전쟁, 식민지 등의 부정적 인식이 대부분이다. 동남아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과 몰이해는 장기적으로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동남아 연구자의 수준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 수도 적을 뿐 아니라 역량도 부족한 분들이 많다. 동남아 연구를 하면서도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교수나 연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지에서 학위를 하거나 장기간의 필드 스터디(field study)를 한 사람 또한 거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신남방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들이 나오기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가들이 현지에서 필드 스터디를 할 수 있게 미국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과 같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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